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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44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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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44화

 144화

 

강무진의 말에 황보란과 황보린은 잠시 망설였다. 사실 그녀들도 제갈무용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전속력으로 경공을 펼쳤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서 씻고 싶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선뜻 욕조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남녀가 한 방에서, 그것도 같은 욕조 안에 몸을 담근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걱정하지 마시오. 여기 제갈 형이나 나나 성인군자라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파렴치한 사람들도 아니오. 그렇지 않소, 제갈 형?”

“응? 아, 물론이오. 하하.”

물에 몸을 담근 채 딴생각을 하고 있던 제갈무용이 강무진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제갈무용은 황보란, 황보린과 같이 욕조에 있었던 것을 남궁혜인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고 있었다.

“언니.”

그때 여태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황보린이 입을 열었다.

“응?”

“괜찮을 것 같아요.”

황보린이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옷을 벗기 시작하자 황보란도 어쩔 수 없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사람 다 물에 들어가자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그 무더운 밤에 전속력으로 경공을 펼쳐 그 오랜 시간을 달렸으니 땀으로 인해 몸이 찜찜하기도 했고, 피로도 좀 쌓인 상태였다. 그러나 이렇게 몸을 담그고 있으니 그런 것이 쉬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아까 그 여인이 들어왔다. 그러자 황보란과 황보린이 놀라서 재빨리 물속으로 잠수를 했다.

“어머, 벌써 시작하셨네요. 호호호. 술상은 이곳에다 놓을 테니 천천히 즐기세요. 혹시 아이들이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부르시고요.”

그렇게 말한 여인이 술상을 들고 온 시비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자 그제야 황보란과 황보린이 얼굴을 붉힌 채 물 위로 나왔다.

“험! 강 형, 이곳에 일단 들어오기는 했는데 그자들을 어떻게 찾을 거요?”

제갈무용이 욕조의 벽에 뒤로 기대며 묻자 물속으로 잠수해 있던 강무진이 위로 떠올랐다.

“푸하! 아……. 시원하다.”

“강 형!”

“아! 뭐라고 했소?”

“흠, 그자들을 어떻게 찾을 거냐고 물었소?”

“크크. 그건 나중이고 일단 이리 와보시오.”

강무진의 말에 제갈무용이 의아해하며 다가가자 갑자기 강무진이 그의 머리를 잡고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헉! 무슨 짓…….”

얼결에 당한 제갈무용은 물속에서 숨을 참으며 손발을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동그래졌다. 위에서야 천으로 가려져 황보란이나 황보린이 안 보였지만 물속에서는 안 그랬던 것이다. 욕조가 큰데다가 물속이라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으나 어쨌든 몸이 달아오를 만큼은 충분히 보였다.

“푸하!”

제갈무용이 더 이상 숨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물 밖으로 나오자 강무진이 씨익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험! 그들을 찾기보다는 일단 깨끗이 씻읍시다.”

제갈무용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물속으로 잠수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강무진이 재빨리 제갈무용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 나갑시다.”

“에? 나는 아직 다 씻지 못했소.”

제갈무용은 갑자기 강무진이 왜 그러는지 영문을 몰랐다. 그러나 강무진은 계속 제갈무용을 잡아끌며 욕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너무 오래 씻으면 안 좋소.”

그때였다.

“꺄아아악!”

“헛! 뭐야? 무슨 일이오?”

제갈무용은 갑자기 황보란이 비명을 지르자 다급한 마음에 한걸음에 그녀들에게 다가가며 서로 보이지 않게 쳐놓은 천을 걷어내 버렸다. 그러자 황보란과 황보린이 손으로 동시에 몸을 가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악! 뭐 하는 거예요?”

“저리 가요!”

“헛! 아니 나, 나는…….”

그때 강무진이 제갈무용의 손에 있던 천을 빼앗아 한 번 휘두르자 천이 공중에서 쫙 펼쳐지며 천천히 떨어져 내리며 서로의 시야를 가렸다. 그사이에 강무진은 제갈무용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급하게 옷을 입으면서 말했다.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소?”

사실 아까 제갈무용이 물속에서 그녀들의 몸을 보고 올라온 뒤 다시 보려고 했을 때, 강무진은 황보란이 물속으로 잠수를 하려는 것을 보았다. 비록 천으로 서로의 시야를 가리고는 있었지만 천이 그리 두껍지 않아 상대가 뭘 하는지 정도는 희미하게 보였던 것이다.

황보란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물속으로 들어갔던 건데, 물속에 들어가고 나서 눈을 뜨자 뭔가 보였다. 제갈무용과 강무진의 다리가 보이면서 보지 말아야 할 것까지 다 보아야 했던 것이다.

“파렴치한!”

황보란이 천으로 몸을 감으면서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자 옷을 입다 말고 제갈무용이 그녀를 보고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천이 물에 젖어서 그녀의 몸에 딱 붙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던 것이다.

“헉!”

황보란은 제갈무용이 놀라는 모습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는 제갈무용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놀라서 다시 물속에 몸을 담그면서 소리쳤다.

“뭘 보는 거예요?”

그때 방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아까 일행들을 안내했던 여인들과 몇몇 사내들이 방으로 들어섰다.

방에서 연이은 비명 소리가 들리자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이다.

“무슨 일이죠?”

여인의 물음에 강무진이 웃으면서 그들을 다시 방 밖으로 내보내며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오. 아가씨들이 잠시 놀랐나 보오.”

“호호. 그러게 여자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답니다.”

“물론이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과 함께 방 밖으로 나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 가려는 여인의 손목을 잡아끌면서 물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물어볼 것이 있소.”

“예?”

여인이 당황하며 강무진을 바라보자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며 잡고 있는 여인의 손목을 당겼다. 그러자 여인이 자연스럽게 끌려오며 강무진의 품에 안겼다.

“호호. 무엇을 물어보시려고 이러실까?”

여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같이 왔던 사내들에게 눈짓을 하자 그들은 그대로 가버렸다. 그것을 확인한 강무진이 여인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아까 이곳으로 들어온 사람을 찾고 있소.”

“네? 아까 이곳으로 온 손님들은 한두 명이 아니랍니다.”

“혼자가 아니오. 아이를 데리고 왔을 거요. 혹시 어느 방에 있는지 알 수 있겠소?”

강무진의 말에 여인이 살짝 눈을 빛냈다. 강무진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호호호.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는걸요. 한번 알아볼 테니 이젠 놓아주세요.”

“아! 이거 실례했소.”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 안겨 있던 여인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여인이 색기를 줄줄 흘리는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렇게 말하며 가는 여인의 뒷모습을 강무진이 잠시 바라보다가 곧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샐쭉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황보란과 무표정하니 있는 황보린, 그리고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술잔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제갈무용의 모습이 보였다.

“당신도 다 봤죠?”

황보란이 도끼눈을 뜨며 강무진에게 묻자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에? 보다니 뭘 봤단 말이오?”

“이미 제갈소협이 다 불었어요. 당신이 먼저 봤다면서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보다니, 뭘 봤단 말이오?”

강무진이 계속 시치미를 떼며 말하자 황보란이 울컥해서 소리쳤다.

“아까 물속에서 우리 몸을 봤잖아요!”

“아니오. 오해요. 제갈 형이 갑자기 그쪽으로 가면서 천을 걷어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조금 보기는 했지만 곧 눈을 감았소. 그래서 제대로 보지 못했소.”

강무진이 정색을 하며 말하자 황보란이 제갈무용을 무섭게 쏘아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말이 틀리잖아요. 강 소협이 먼저 봤다면서요!”

황보란의 말에 제갈무용이 힘없이 고개를 들어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강무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제갈무용은 깨달을 수가 있었다. 강무진은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며 발뺌을 할 눈이었다.

‘나 혼자… 다 뒤집어쓰라는 거냐?’

“에휴…….”

제갈무용이 한숨을 쉬며 다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고는 황보란이 더 난리를 쳤다.

“정말이군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강 소협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강 소협까지 끌고 들어가려고 했단 말이에요? 사람을 정말 잘못 봤군요.”

그때였다. 여태까지 조용히 있던 황보린이 나지막이 말했다.

“둘 다 봤어.”

“헉!”

“뭐?”

제갈무용이나 강무진은 물론이고 황보란까지 놀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황보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둘 다 봤어. 하지만 우리도 봤으니까 언니도 이제 그만 해요.”

“무, 무슨 소리야? 보긴 뭘 봤다고…….”

황보란이 당황하며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황보린의 말대로 사실 서로 보긴 다 봤다. 다만 남자와 여자의 입장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여태까지 황보란이 소리치고 있었던 것이다.

“험! 방금 들어왔던 여인을 붙잡고 물어보니 그들에 대해서 아는 눈치였소. 그런데 모르는 척 숨기더군.”

강무진이 급히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그때까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제갈무용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 기루가 놈들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요.”

“그럼 어떻게 하죠?”

황보란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강무진이 말했다.

“어쩌면 그들을 지금 다른 곳으로 빼돌리려 할 수도 있소. 그러니 먼저 찾읍시다.”

“하지만 방방마다 뒤질 수도 없고, 그들이 있는 곳을 모르는데 어떻게 찾는단 말이오?”

“일단 내가 이곳의 주인을 만나보겠소. 그와 이야기가 잘 안 되면 소란을 피울 것이오. 그러면 놈들이 이곳을 빠져나가려 할 테니 여기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그때 그들을 잡아주시오.”

“좋은 생각이에요.”

“알았소.”

그렇게 대충 계획이 서자 강무진이 방을 나가 아까 그 여인을 불렀다.

“무슨 일이시죠? 아까의 일 때문에 그러나요?”

“그렇소. 그 일 때문에 그러는데, 이곳의 주인을 만나고 싶소.”

“네?”

여인은 강무진의 말이 의외였던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주인님은 아무나 만날 수가 없답니다. 그러니…….”

여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무진이 손을 뻗어 그녀의 멱살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자 여인이 강무진의 손을 쳐내며 몸을 틀어 뒤로 물러났다. 놀랍게도 일개 기루의 여인이 강무진의 손을 피해낸 것이다.

강무진은 여인이 무공을 할 줄 안다는 것을 그저 확인만 했을 뿐이다. 이에 더 이상 여인에게 손을 쓰지 않고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방금 아무나라고 했나?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주지. 그 안에 이곳의 주인을 불러와라. 그렇지 않으면 이곳을 모두 태워버리겠다.”

“흥! 이곳이 기루라고 너무 얕보고 있군요. 당신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우리도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답니다.”

여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뼉을 두 번 치자 여인의 뒤쪽에서 서너 명의 사내들이 달려왔다. 몸놀림이 가벼운 것으로 봐서 이런 기루에서 일할 정도로 무공이 낮은 자들은 아니었다.

“조용히 제압해서 끌고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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