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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43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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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43화

143화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갈무용이 또 한마디 한다.

“이미 놓친 것 아니오? 차라리 내가 그대를 업고 가는 것이 더 빠르겠소.”

순간 강무진은 속으로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곧 뭐를 생각했는지 씨익 웃으면서 제갈무용을 바라봤다.

“그렇단 말이지.”

제갈무용은 강무진이 갑자기 미소를 보이자 뭔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태까지 옆에서 달리고 있던 강무진이 제갈무용에게 바짝 접근하며 팔을 잡고 그의 등에 업히려고 했다.

“헛! 이게 무슨 짓이오?”

갑작스러운 강무진의 행동에 제갈무용이 놀라며 몸을 틀어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강무진이 그의 팔을 놓지 않고 그에게 크게 소리치자 그의 몸이 잠시 멈칫했다.

“업고 가는 게 더 빠르다며!”

“……!”

그렇게 제갈무용이 잠시 머뭇하는 사이에 강무진은 이미 그의 등에 업힌 상태였다.

“갑시다. 부탁하오!”

제갈무용은 강무진의 경공이 너무 느려서 답답함에 그냥 한마디 했을 뿐인데, 설마 그가 진짜로 업힐 줄은 몰랐다.

강무진 역시 평소라면 생각도 못 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했다. 유소호와 유무화가 잡혀간 마당에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다. 무조건 놈들을 쫓아야 했던 것이다.

“부탁하오, 제갈 형.”

강무진이 다시 부탁하는 말투로 말하자 제갈무용은 그제야 자신의 말 때문에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를 믿으시오!”

그때부터 제갈무용은 전력을 다해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과연, 강무진이 전속력으로 달리던 속도보다 배는 빨랐다. 그러나 적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제갈무용은 그 기척을 잡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강무진이 방향을 지시해야 했고, 또 적도 상당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간격이 쉽게 줄지가 않았다.

‘젠장! 이러다가는 놓치겠는걸.’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앞쪽에서 그들과 같은 방향으로 경공을 펼치며 달리고 있는 한 쌍의 여인들이 보였다. 그녀들은 둘 다 똑같이 머리를 양쪽으로 묶고 붉은색 옷에 등에 교차되게 쌍검을 차고 있었다.

“어라?”

제갈무용도 그녀들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그녀들도 제갈무용과 강무진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들은 황보세가의 황보란, 황보린 자매였다.

“그대들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요?”

황보란과 황보린은 제갈무용에게 업혀 있는 강무진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곧 강무진의 모습을 보고는 그가 부상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강무진의 모습은 가까이에서 터진 벽력탄 때문에 머리와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고 옷은 곳곳이 찢겨져 나가 이미 누더기나 다름이 없었다.

“혹시 그들을 봤소? 그들을 쫓는 거요?”

강무진은 황보란과 황보린이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대답이 없자 다시 물어봤다. 사실 지금 황보란과 황보린은 전속력으로 경공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입을 열어 대답을 할 여유가 없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황보란과 황보린이 동시에 고개만 끄덕였다.

“오른쪽이오!”

그때 강무진이 제갈무용에게 소리치자 제갈무용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걸 보고 황보란과 황보린이 놀란 눈을 하다가 곧 그들을 따라 방향을 틀었다.

‘뭐지? 설마 앞서간 자들의 기척을 잡아내고 있는 건가?’

사실 황보란, 황보린 자매는 잠이 오지 않아 밖에 나와 있다가 갑자기 소란이 이는 와중에 누군가가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보고는 아무 생각 없이 그자들을 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자들의 경공술이 워낙 뛰어나 갈수록 간격이 멀어지면서 결국 그들의 기척을 놓쳐버렸다.

그래서 그냥 돌아가려는 찰나에 강무진과 제갈무용을 만난 것인데, 놀랍게도 강무진은 자신들이 잡아낼 수 없는 그 먼 거리에서도 적이 움직이는 것을 정확히 잡아내고 있는 듯했다.

그 후로도 강무진이 몇 번이나 제갈무용에게 방향을 지시하는 것을 보고 황보란, 황보린 자매는 자신들의 생각이 맞다는 확신이 생겼다.

‘대단해. 남쪽의 패왕이라더니 과연…….’

황보란이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강무진을 보다가 그를 업고 달리는 제갈무용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생각해 보니 제갈무용은 지금 사람을 한 명 업고 있는데도,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자신들과 비슷한 속도를 내고 있었다. 더구나 지금은 패왕성을 벗어난 지 이미 반 시진은 훨씬 넘어 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강무진을 업고 저렇게 달렸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 것이다.

‘제갈무용……. 우리들 후기지수 중에서는 손가락 안에 든다더니 정말 대단하구나.’

황보란이 그렇게 강무진과 제갈무용에게 감탄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은 어느새 커다란 마을로 들어서고 있었다.

마을은 상당히 번화해서 늦은 밤인데도 길거리를 밝히고 있는 등이 즐비했고, 이 시간까지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술에 취해 흥청거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이 마을을 지나서 조금만 더 가면 울창한 숲과 봉우리가 많기로 유명한 악록산(岳麓山)이 있었다.

제갈무용은 마을의 입구가 가까워지자 속도를 늦추고 호흡을 고르면서 강무진에게 물었다.

“후욱! 후욱! 마을이오. 어디로 가야 하오?”

“무조건 직진! 놈이 마을을 그대로 벗어나려는 것 같소.”

제갈무용은 지금처럼 마을에서도 경공을 펼쳐서 달리면 분명 많은 사람들의 눈에 뜨이기 때문에 물었던 것인데 강무진은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제길!”

제갈무용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길가에 있는 상점의 천막을 밟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건물의 지붕으로 올라섰다. 사람들이 많은 대로(大路)로 달리는 것보다 이렇게 지붕으로 달리는 것이 훨씬 편했던 것이다.

그렇게 지붕과 지붕 사이를 날아다니며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을 때 강무진이 갑자기 소리쳤다.

“잠깐! 잠깐! 멈춰!”

“뭐요?”

콰콰콰콰!

제갈무용이 급히 멈추어 서자 달려가던 힘을 이기지 못해 발이 주르륵 미끄러졌다. 그러자 그 여파로 인해 지붕의 기왓장들이 수도 없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황보란과 황보린이 날아와서 내려섰다.

“무슨 일이죠?”

황보란의 물음에 강무진이 눈을 감고 가만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잠시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이에 황보란이 가만히 있자 강무진이 최대한 집중을 하다가 인상을 살짝 썼다. 아까까지만 해도 잡히던 상대의 기척이 어느 순간 완전히 사라졌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강무진이 여태까지 상대의 기척을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은 상대가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마을에 들어와서도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은 그자뿐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아도 그의 기척을 쉽게 잡아낼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가 어디에선가 멈추어 서자 여태까지 느껴지던 그의 기척이 일반 사람들과 섞이면서 놓쳐버린 것이다.

‘제길! 방심했어. 이대로 마을을 벗어날 거라 생각했는데…….’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떴다. 그러고는 제갈무용의 등에서 내려오면서 말했다.

“고맙소, 제갈 형. 덕분에 이곳까지 그자를 따라올 수가 있었소.”

“아니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오. 그런데 어떻게 된 거요? 놓친 거요?”

“잠깐 방심한 사이에 놓쳐버렸습니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자 황보란이 나서면서 말했다.

“아직 이 마을을 벗어나지는 않았을 거예요. 같이 찾아보기로 해요.”

“그럴 생각이오. 그들의 기척이 갑자기 사라진 곳이 바로 저곳이오.”

강무진이 말하면서 가리키는 곳을 모두가 바라보니 4층짜리 전각이 하나 서 있었다. 그곳의 문 앞에는 야시시한 옷차림을 한 여인들이 즐비했고, 술에 취한 사내들이 그녀들의 손에 이끌려 그곳을 드나들고 있었다.

“기루?”

황보란이 예쁜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말하자 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소.”

“그럼 망설이지 말고 가봅시다.”

제갈무용이 성큼 나서며 말하자 모두가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일행들은 기루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강무진의 모습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벽력탄으로 인해 머리는 산발이고, 옷은 검게 그을려 누더기나 다름이 없었다. 척 보기에도 거지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기루에 들어서려고 했으니 못 들어오게 막아서는 것이 당연했다.

다행히 황보란이 일행들을 막아서는 여인에게 돈을 약간 쥐어주자 곧 웃으면서 안으로 안내했다. 그렇게 일행이 커다란 방으로 들어서자 여인이 웃음을 흘리면서 황보란과 황보린을 힐끗 보며 물었다.

“아이들을 부를까요?”

아이들이란 이곳의 기녀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아니요. 됐어요. 씻을 준비를 좀 해주고 이 사람에게 맞는 옷을 가져다줘요.”

“네. 그러지요.”

황보란이 강무진을 가리키며 말하자 여인이 의미 있는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일단 들어오기는 했는데 그자를 어떻게 찾죠?”

“음……. 방마다 뒤질 수도 없고 난처하군.”

황보란의 물음에 제갈무용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때 강무진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뭔가를 발견한 것이다. 지금 일행이 와 있는 방은 제법 큰 방이었는데, 방의 한쪽이 연분홍색의 천으로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호기심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가 천을 걷어내던 강무진이 감탄을 하며 소리쳤다.

“오오……. 여기 아주 좋은걸.”

“뭐예요?”

황보란과 황보린은 물론이고 제갈무용도 궁금해서 그쪽으로 가보니 사각형으로 된 커다란 욕조에 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물에는 색색의 알 수 없는 꽃잎들이 둥둥 떠 있어 향기가 났다.

“이게 뭐죠?”

황보란의 물음에 강무진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뭐긴? 여기서 다 벗고 씻으란 이야기지.”

“네?”

강무진은 그제야 아까 자신들을 여기까지 안내한 여인이 짓던 웃음의 의미를 알 수가 있었다. 이 방은 방 안에서 기녀들과 술을 마시다가 흥이 오르면 이 욕조에서 같이 목욕을 하며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방이었다.

“생각이 기발한걸. 일단 씻고 볼까?”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누더기나 다름없는 옷을 훌훌 벗자 황보란과 황보린이 당황하며 급히 몸을 돌렸다.

“뭐, 뭐 하는 거예요?”

“뭐 하긴. 보다시피 씻으려고 그러오. 제갈 형도 땀을 많이 흘렸을 텐데 같이 씻읍시다.”

강무진이 물에 몸을 담그면서 말하자 제갈무용은 그제야 강무진을 업고 계속 전속력으로 경공을 펼쳤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렸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아……. 좋다. 뭐 하시오, 제갈 형?”

“알겠소. 하지만 우리만 씻는 것이 좀 미안하구려.”

제갈무용도 같이 씻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으나 자기들만 씻자니 황보란과 황보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흠, 그럼 이렇게 합시다.”

강무진도 그걸 눈치 채고는 일어나서 아까 걷어냈던 천을 뜯어서 욕조의 모퉁이에 있는 기둥과 비스듬히 있는 모퉁이의 기둥에 묶었다. 그러자 욕조의 반이 천에 가려 양쪽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천이 얇아 완전히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하면 서로 보이지 않으니 소저들도 씻는 것이 어떻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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