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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41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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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41화

 141화

 

강무진은 이미 알아들었음에도 일부로 귀를 내밀면서 다시 물었다. 그러자 유소호의 호통 소리가 다시 크게 울렸다.

“내 말대로 안 하면 다시는 안 놀아줄 거야. 무화!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이름을 밝혀라!”

유무화는 그런 유소호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흑……. 흐응…….”

그것을 보다 못한 향이가 나서며 말했다.

“아가씨, 소궁주님은 아직 어리니까…….”

그러나 향이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유소호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나무랐다.

“무슨 소리냐? 무화는 내 동생이다. 나 유소호의 동생이란 말이다. 향이 네가 자꾸 그렇게 무화를 감싸면 무화가 더 그런단 말이다.”

“아가씨…….”

“유무화! 뭐 하고 있는 거야?”

유소호가 다시 유무화에게 소리를 치자 유무화가 훌쩍이다가 결국 크게 자신의 이름을 외쳤다.

“흑……. 유무화!”

그제야 강무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유무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사내구나, 너.”

그렇게 말한 강무진이 유소호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하나 치켜세웠다. 그러자 유소호가 코웃음을 쳤으나 기분 좋은 얼굴이었다.

“흥!”

사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경정산에서 주소예의 귓속말에 유소호는 당장에 그녀를 따라가려고 했었다. 그때 주소예가 했던 말은 유무화가 패왕성에 있으니 같이 가자는 것이다.

유무화가 배다른 동생이기는 하지만 유무화는 형제자매들 중에서 유독 유소호를 잘 따랐다.

성격이 여린 유무화로서는 여자인데도 강해 보이는 유소호가 제일 멋있어 보였던 것이다. 유소호도 자신을 따르는 유무화를 싫어하지 않고 챙겨주면서 착실히 교육을 시켰다. 지금과 같이 말이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주소예가 강무진에게 다가가서 놀리는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부하들이 제법인데요, 대사형.”

“훗! 그럼. 누구 부하인데.”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유소호가 강무진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그를 불렀다.

“부두목.”

“응?”

“무화도 이제부터는 부두목의 부하다.”

“뭐?”

“무화는 내 부하가 되기로 했으니까 이제부터는 부두목의 부하다.”

“끙. 그러냐? 그런데 그걸 네 마음대로 정하면 안 되지. 난 부하를 함부로 받아들이지 않거든.”

다른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었으면 기겁을 할 일이었다.

누가 있어 세외의 세력 중에서는 최강이라는 북해신궁의 차기 후계자를 부하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흥. 그럴 줄 알고 이미 두목한테 허락을 받았지.”

“뭐? 두목님이 허락을 했단 말이야?”

“이미 결정된 일이다. 앞으로 무화도 잘 보호해 줘야 해.”

멍하게 있는 강무진에게 그렇게 말한 유소호가 유무화를 보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부두목이 우리를 보호해 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응.”

유무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모습을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던 주소예가 강무진에게 말했다.

“호호. 북해신궁의 소궁주를 부하로 삼다니 대단해요, 대사형.”

“끙…….”

그렇게 원치 않는 부하가 한 명 더 생기자 강무진은 앞으로 머리가 아픈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기루로 가다>

 

깊은 밤.

달이 뜨지 않아 주위가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런 어둠 속을 몇 개의 인영들이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이 어찌나 은밀한지, 경계를 서고 있는 무인들이 전혀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지붕에 납작하니 엎드려 있던 그들은 공중으로 몸을 띄워 맞은편에 있는 건물의 지붕으로 내려섰다. 그럼과 동시에 몸을 낮춰서 지붕에 바짝 엎드렸다. 조용한 밤의 정적 속에서 그렇게 움직이는데도 소리 하나 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몇 개의 건물을 더 이동한 후에 한 건물의 지붕에서 멈추어 섰다.

이미 패왕성의 지리는 모두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목표물이 머물고 있는 건물 역시 파악을 해놓은 상태였다. 지금 자신들이 멈추어 서 있는 이 건물 안에 그들이 확인해야 할 목표물이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다른 이들을 보면서 손가락으로 밑을 가리켰다. 그러자 두 명이 마치 바퀴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창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자 서너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복도가 길게 나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복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이동하던 두 사람은 갑자기 앞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그대로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소리 없이 몸을 띄워 천장에 달라붙었다.

“정말 귀찮아 죽겠군.”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적영령이 웃음을 띠면서 말했다.

“훗! 그래도 귀엽잖아요.”

“북해신궁에는 연락을 했나?”

“적 오라버니 말로는 사람을 보냈다고 하니까 곧 연락이 올 거예요. 하지만 가까운 거리가 아니니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그래.”

강무진이 적영령이 앉아 있는 바퀴 달린 의자를 뒤에서 밀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천장에 붙어 있는 두 사람은 숨소리마저 죽인 채 바로 아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가는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오라버니.”

“응.”

“아직도 예전 일이 생각나는 게 전혀 없으세요?”

“흐음. 간간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는 해. 하지만 그것 말고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그렇군요.”

“다리는 좀 어때?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제 걸을 수도 있다고 하던데.”

“아직 무리예요. 겨우 서 있는 것이 다예요.”

“그래. 금방 좋아질 거야.”

강무진과 적영령이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를 지나가자 천장에 붙어 있던 사내 중 한 명이 앞을 가리키며 손짓했다. 그러자 다른 사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고는 혼자서 복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 사내가 그렇게 복도를 따라 사라져 버리자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던 사내가 잠시 강무진과 적영령이 간 방향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강무진과 적영령이 여전히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으로 봐서 그대로 멀리 가는 것 같았다. 그것을 확인한 사내가 먼저 간 사내가 움직인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복도의 모퉁이를 돌아 오른쪽에 있는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먼저 움직였던 사내가 기척 없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내는 뒤이어 들어온 사내에게 침대에 누워 있는 두 명의 아이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들은 유소호와 유무화였다. 두 아이를 확인한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그들이 명령을 받은 것은 두 아이가 이곳에 있는지, 없는지의 확인여부였다.

하지만 먼저 방 안에 들어섰던 사내는 지금 갈등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 패왕성으로 침투하라는 명령을 받고는 굉장히 어려운 일을 맡았다고 생각했다.

패왕성이 어떤 곳이던가? 세외 최강이라는 북해신궁과 버금갈 정도로 중원에서는 알아주는 세력으로, 남쪽에서는 그 영향력이 막대한 곳이었다.

그러니 혹시라도 일이 틀어지면 패왕성의 세력권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문제는 그 세력권이 굉장히 넓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보통 5일에서 7일 정도만 하는 대상에 대한 조사를 무려 두 달이나 넘게 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날짜가 잡히고 패왕성 안으로 침투해 보니 소문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전조사가 그만큼 뛰어났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건 너무나 쉬웠던 것이다. 경비도 북해신궁에 비하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목표물이 있는 이곳까지 도착하기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나쳐 갔지만 그 누구도 자신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상황이 이러자 욕심이 생겼다. 목표물의 존재 여부만 확인하면 되지만, 아예 목표물을 확보해서 가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자고 있으니 수혈을 짚어서 깨지 못하게 한 뒤에 데리고 가면 쉽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까지 침투할 때의 과정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사내가 뒤이어 들어온 사내를 향해 눈짓을 했다. 그리고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 곧바로 천장을 가리켰다. 데리고 가자는 뜻이었다. 그것을 알아들은 사내가 앞서 온 사내와 같은 생각을 하며 잠시 갈등을 했다. 그러다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가 생각하기에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사내가 동의를 하자 먼저 들어온 사내가 침대로 스르륵 움직이더니 자고 있는 유소호와 유무화의 수혈을 짚었다. 그러고는 뒤에 있는 사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한 사내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쾅!

“이 자식들!”

강무진이었다. 강무진은 아까 적영령과 그들을 지나쳐 갈 때 이미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싸우면 적영령이 다칠까 봐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쳐 갔다. 그러고는 적영령을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 준 후에 전속력으로 다시 되돌아왔던 것이다.

강무진이 갑자기 방 안으로 들어오자 두 사내가 당황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사이에 강무진은 가까이에 있던 사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사내는 침착하게 강무진의 주먹을 피하면서 그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퍼퍽!

배와 명치에 사내의 발이 정확히 꽂혔다. 보통 사람이 그렇게 당했다면 벌써 비명을 지르며 꼬꾸라졌겠지만 강무진은 그저 잠시 꿈틀할 뿐 별 반응이 없었다. 그것을 보고 사내가 놀란 눈을 하고 있을 때 강무진이 다시 사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후웅!

사내가 그것을 피해 뒤로 물러나는 사이에 다른 사내는 유소호와 유무화를 이미 양쪽 옆구리에 한 명씩 낀 상태였다. 강무진이 그것을 보고 급한 마음에 틈을 보이는 순간, 강무진과 싸우고 있던 사내가 양장을 쭉 뻗어왔다.

퍼엉!

사내의 양장을 가슴에 맞은 강무진이 뒤로 비틀거리며 한 걸음 물러났다. 충격은 없었지만 장력에 의해 밀려났던 것이다.

그때 유소호와 유무화를 양 옆구리에 낀 사내는 이미 방을 벗어나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치잇!”

강무진이 그걸 알아채고는 그 뒤를 따라가려고 했으나 강무진과 싸우던 사내가 그의 뒤에서 손을 좌우로 펼치자 뭔가가 목을 졸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천잠사라는 실로, 날카로운 보검으로도 끊을 수 없는 얇은 실이었다.

이런 수법은 보통 상대가 소리를 질러 자신들의 존재가 노출될 때를 대비해서 쓴다. 이렇게 천잠사로 목을 조이면 실의 날카로움에 순식간에 목이 잘려 나가면서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죽는다. 상대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처리하는 데는 적격이었다.

사내는 강무진이 먼저 나간 동료를 따라가면서 소리를 지를까 봐 천잠사를 그의 목에 걸었던 것인데, 강무진에게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강무진은 애초에 소리 지를 생각도 없이 무조건 상대를 쫓으려고만 했다. 더구나 금강불괴신공 때문에 아무리 날카로운 실이라 해도 강무진의 목을 파고들지는 못했다.

“크윽!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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