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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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38화
138화
<새로운 부하가 생기다>
안휘성(安徽省) 선성현(宣城縣) 북쪽에 위치한 경정산(敬亭山). 소정산(昭亭山)이라고도 하는 이 산에서 빙정을 얻기 위해 유소호를 찾아 몰려든 사람들은 눈앞에서 갑자기 일어난 일에 그저 놀라운 마음만이 가득했다.
일개 산적이라 여겼던 강무진이 남쪽의 패왕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를 패왕이라 부르며 천여 명이 넘는 패왕폭풍대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그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강무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강무진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뭐야? 내가 패왕이라니? 사람을 잘못 본 것 아닌가?’
“대사형……. 정말 대사형인 겁니까?”
그때 왕이후가 놀란 모습으로 천천히 강무진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그러나 강무진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여전히 당황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그러다 강무진이 왕이후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한 여인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커다란 눈에 오뚝한 코, 작고 붉은 입술, 갸름한 얼굴선과 목, 그 사이로 긴 머리카락이 간간히 바람에 날리고 있었는데, 남자라면 누구나 반할 정도로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강무진은 그 여인과 눈이 마주치자 머리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대사형…….”
강무진을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부른 그 여인은 바로 주소예였다.
“다, 당신은…….”
강무진은 목이 메여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녀를 보자 알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애절하면서도 따뜻한 무언가도 함께 일어나 감정 상태가 매우 복잡했다.
강무진은 왜 자신에게 이런 감정들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으나 그 원인이 눈앞에 있는 주소예 때문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이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주소예는 그런 강무진을 보면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누구…….”
주소예가 눈물을 보이자 강무진이 당황하면서 그녀가 누구인지를 물으려는 순간이었다.
주소예가 갑자기 강무진의 가슴으로 뛰어들어 그를 꽉 껴안았다.
“……!”
‘이상하다. 왜?’
분명 처음 보는 여인이건만 왜 이렇게 친숙함이 느껴진단 말인가?
강무진은 주소예가 안겨오자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던 분노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고 그리움과 애절함과 같은 감정만이 남아 가슴을 가득 채워오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그대로 있다가는 심장이 터져 나갈 것 같은 느낌에 강무진은 주소예를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팔을 잡는 순간, 그는 그녀를 밀어내지 못하고 가만히 손을 내렸다. 그녀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던 것이다.
“흑……. 대사형, 살아 있었군요. 살아 있었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흑.”
주소예가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계속 흘리자 강무진의 가슴이 찡하니 아파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 결국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왜? 왜 우는 거지? 내가……. 왜……?’
뭐가 그렇게 슬픈지?
무엇 때문에 눈물이 흐르는지 강무진은 알지 못했다.
마치 가슴속에 있는 마음이 자신의 것이 아닌 양 슬픔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슬픈…….’
그때였다. 옆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던 유소호가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크게 소리쳤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뭐 하는 짓이냐? 내가 부두목으로 인정했으면 좀 바뀌어야 할 것 아니냐? 여전히 그렇게 호색한이나 하는 짓을 하면 어쩌자는 거냐?”
“뭐? 호, 호색한?”
유소호의 말에 강무진이 언제 눈물을 보였냐는 듯, 얼굴을 싹 바꾸고 주소예를 밀어냈다. 그리고 유소호에게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너 호색한이 무슨 뜻인지나 알고 말하는 거냐?”
“흥! 날 바보로 아느냐? 당연하지 않느냐?”
“끙! 도대체 북해신궁에서는 뭘 가르치는 거야?”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자 이제는 유소호 옆에 있던 향이가 발끈하면서 끼어들었다.
“북해신궁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중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교육 수준이 높은 곳이라고요.”
“지금 아이를 저렇게 키워놓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그, 그건……. 아가씨가 아직 성장하는 시기라서 그런 거뿐이에요.”
“아 나……. 정말, 부하인 주제에 항상 한마디도 안 지려고 한단 말이야.”
강무진이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돌리자 황당한 표정을 하고 있는 주소예와 왕이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아! 하하. 저기 내가 그 패왕인가 뭔가는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닌지…….”
“대사형,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옛 모습 그대로인데. 적 사형, 아니 성주님도 대사형이 무사한 걸 알면 굉장히 기뻐할 겁니다. 적 소저도 마찬가지고요. 어서 패왕성으로 갑시다.”
왕이후의 말에 강무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정말 저들의 대사형이 맞나? 그게 아니라면……. 혹시 저들이 나를 이용해서 소호를 데려가려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본 강무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눈에는 정말 강무진을 향한 존경의 눈빛이 가득했다.
‘그건 아닌 것 같군. 어쨌든 이곳에서 무사히 벗어나려면 저들을 따라가는 것이 좋겠어.’
“험! 그럼 일단 패왕성으로 갑시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황랑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괜찮습니까, 두목?”
“괜찮네. 휴……. 자네가 보통 사람이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자네가 남쪽의 패왕이라는 그 사람인가?”
황랑이 그렇게 물어보자 강무진이 목소리를 낮추어서 말했다.
“두목까지 왜 그러십니까? 제가 팔공채 출신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두목이 제일 잘 알지 않습니까?”
“응? 으응. 그건 그렇지.”
“일단 이곳을 벗어나려면 저들을 따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냥 모른 척하십시오.”
“으응. 그, 그러지.”
황랑은 그렇게 대답을 했으나 속마음은 당장에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만약 강무진이 정말 패왕이고 그가 기억을 되찾는다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그동안 강무진과 친분을 쌓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으나 그것이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황랑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갑시다, 두목.”
황랑은 강무진이 짓는 미소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간 보아온 강무진의 성정대로라면 기억을 되찾는다고 해서 자신을 죽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이 섰던 것이다.
“알겠네. 어서 가세나.”
황랑이 동의를 하며 몸을 일으키자 강무진이 향이와 유소호를 향해 소리쳤다.
“들었지? 모두 패왕성으로 간다. 가자!”
“알았다.”
“네.”
그렇게 강무진이 패왕성 사람들과 함께 가려고 할 때였다.
강무진의 눈에 멀리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남궁소희가 보였다.
“훗!”
그런 남궁소희를 향해 강무진이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가자는 뜻이었다. 그걸 본 남궁소희가 얼굴에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방긋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선뜻 강무진 곁으로 가지는 못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강무진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보는 상황에서 그에게 가기에는 남궁소희의 용기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때 언제 그곳으로 왔는지 그녀의 오빠인 남궁종상이 그녀의 어깨를 힘주어 잡으면서 말했다.
“망설이지 말아라. 우리가 함께 가마.”
남궁종상의 말에 남궁소희가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남궁종상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님, 저희는 지금부터 패왕성에 좀 신세를 질 생각입니다. 할아버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남궁종상이 살짝 미소를 띠우며 하는 말에 나악태도 가벼운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흐흐. 그러자꾸나. 패왕성이라면 그렇잖아도 한번쯤 들려보고 싶었지.”
나악태까지 패왕성으로 가는 것에 동의를 하자 남궁종상이 강무진에게 다가가 말했다.
“강 형, 괜찮다면 우리도 같이 패왕성으로 가고 싶구려.”
“하하. 좋습니다. 남궁 형이 같이 간다면 든든하니 좋을 것 같습니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왕이후와 주소예를 슬쩍 봤다. 그러자 왕이후가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대사형의 손님이라면 누구라도 환영이오.”
“그럼 폐를 끼치겠소이다.”
남궁종상이 포권을 취하며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리자 남궁소희와 나악태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우, 우리도 함께 가겠소!”
그때 제갈무용이 손을 번쩍 들며 크게 외치자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이에 잠깐 무안한 표정을 짓던 제갈무용이 곧 강무진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같이 갑시다, 같이. 나도 평소에 패왕성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소.”
“이봐요. 왜 당신도 따라온다는 거예요?”
남궁소희가 제갈무용에게 그렇게 핀잔을 줬지만 제갈무용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강무진을 보며 다시 부탁을 했다.
“같이 갑시다.”
제갈무용이 그렇게 부탁을 하자 강무진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랬든 저랬든 지금은 패왕성의 사람들보다 잠시나마 같이 행동했던 제갈무용이 더 친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강무진은 조금 모자라 보이기는 하지만 제갈무용이 싫지가 않았다.
이에 이번에도 강무진이 왕이후를 슬쩍 바라보자 그가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대사형과 함께라면 누구라도 환영이오.”
“잘 부탁드리오. 제갈세가의 제갈무용이라 하오.”
그렇게 왕이후가 허락의 뜻을 비추자 제갈무용이 먼저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했고 왕이후도 마주 포권을 취하며 예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주위를 보며 크게 소리쳤다.
“또 누구 같이 가실 분이 계시오?”
내공이 실린 그의 외침은 주위를 압도했다. 더 이상 나서지 말라는 뜻이 다분히 실려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외침을 무시하며 나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도 함께 가겠어요!”
“같이 가요!”
그들은 황보세가의 황보란, 황보린 자매였다.
그녀들이 그렇게 나서자 화룡녀도 앞으로 나섰다.
“폐가 안 된다면 저도 가고 싶군요.”
상황이 이러하자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너도나도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괴성 나악태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크크크. 요즘 것들은 도대체가 두려움을 모르는구나.”
나악태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음유한 내공이 실려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똑똑히 들을 수가 있었다.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하는 그의 말은 더 이상 나서지 말라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그러자 과연, 나서려고 했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멈칫하며 포기를 했다.
오직 도성 북리단천만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나설 사람들은 다 나선 것 같으니 그럼 이제 출발합시다.”
그도 같이 가겠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천하제일의 고수가 두 명이나 앞으로 나서자 나머지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나설 생각을 못했다.
“좋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을 모두 대사형의 손님으로 인정하고 패왕성으로 모시겠습니다.”
왕이후가 모두에게 그렇게 말한 후, 아직까지 무릎을 꿇고 있는 패왕폭풍대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