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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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36화
136화
“당신의 말을 어떻게 믿죠? 증거라도 있나요?”
“흠, 사람을 못 믿는구려. 어쩔 수 없지, 그럼. 네 어머니의 이름이 남궁가영이 맞느냐, 틀리느냐?”
남궁종상이 유소호를 보고 크게 외치며 묻자 유소호가 잠시 후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네 어머니가 남궁가로 가라고 하지 않았더냐?”
“맞아요. 어머니가 나보고 남궁세가로 가라고 했어요.”
“훗! 들으셨소? 저 아이의 어머니가 보낸 서찰까지 보여달라 한다면 내 보여주리다.”
“크윽…….”
화룡녀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에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조용히 옆으로 비켜섰다.
남궁종상이 미소를 지으며 그런 화룡녀를 한 번 보고는 뒤쪽에 있는 남궁세가의 사람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들이 유소호가 있는 곳으로 가 유소호와 향이, 그리고 황랑을 데리고 왔다.
“잘 왔다. 이제는 안전하니 걱정하지 마라. 본가로 돌아가자꾸나.”
남궁종상이 유소호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할 때였다. 어디에선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그 목소리와 함께 한 쌍의 남녀가 공중에서 날아 내려왔다. 두 사람 다 젊은 나이인데도 경공이 대단히 뛰어나 땅에 내려서는데도 바람 한 점 일지 않았다.
“그대들은 누구요?”
남궁종상이 반갑지 않은 얼굴로 그들을 향해 물었으나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유소호를 자신들이 데려갈 수 있는 명분이 확실했고, 옆에 괴성 나악태까지 있는 이상 그 누구도 유소호를 데려갈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남궁종상의 물음에 사내가 먼저 괴성 나악태에게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어르신.”
사내의 인사에 나악태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사내가 이번에는 남궁종상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남궁가의 이름은 오래전부터 흠모해 왔었소. 나는 패왕성 패왕폭풍대의 대주 왕이후라고 하오.”
“헛! 패왕성!”
“패왕성까지 나섰단 말인가?”
웅성웅성!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패왕성의 등장에 모두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빙정이 아무리 대단한 물건이라지만 설마 패왕성까지 나설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남궁종상은 상대가 패왕성 내에서도 알아주는 패왕폭풍대의 대주라는 신분을 가지고 정중히 인사를 해오자 마주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반갑소. 나는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종상이라고 하오.”
‘흥. 아무리 패왕성이라고 해도 두려워할 것은 없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남궁종상이 먼저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러는 것이오?”
“저 아이는 우리가 데려가겠습니다.”
“허! 어찌 이리 경우가 없소. 이미 이야기가 다 끝났소. 저 아이의 어머니에게 아이의 신변을 부탁받은 이상 우리가 데려갈 것이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우리도 우리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흥! 그건 그쪽 사정 아니오.”
“어쨌든 저 아이는 우리가 데려가겠소.”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대들이 물러서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데려갈 것이오.”
왕이후의 말에 나악태의 눈썹이 일순 꿈틀했다.
“흘, 지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했더냐?”
나악태가 그렇게 말했으나 왕이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으며 말했다.
“어르신께서 방해를 하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허! 어쩔 수 없단 말이지.”
웅성웅성!
사람들은 왕이후가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젊은 나이에 얼마나 무공이 뛰어날지는 모르지만 나악태의 상대는 안 되리라 여겼던 것이다.
그때 왕이후가 손을 한 번 들자 주위의 숲에서 무서운 기세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기운에 놀라 사람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주위의 숲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빽빽이 메우면서 땅으로 내려섰다. 동시에 그들이 있던 곳의 수풀이 흔들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오오!”
“헉!”
“언제…….”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는 그들을 보면서 놀라는 한편,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악태는 그것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흥! 사람 수로 노부를 눌러보겠다는 것이냐?”
나악태의 물음에 왕이후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당치도 않습니다.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들은 패왕폭풍대의 1개 대에 불과합니다. 지금 3개 대가 뒤에서 대기 중입니다. 그 정도 수라면 아무리 어르신이라도 잠시는 발을 묶어둘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정도 시간이면 저 아이를 데리고 도망칠 정도도 될 겁니다.”
왕이후의 말에 나악태가 주위를 한 번 훑어봤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패왕폭풍대는 얼핏 보기에도 300명은 되어 보였다. 게다가 한 명, 한 명이 결코 약해 보이지 않았다. 이들이 1개 대대이고 왕이후의 말대로 뒤에 3개 대대가 더 있다면 모두 천 명이 넘는다는 이야기였다. 이곳에 있는 그 어떤 세력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오지 않았다. 많아봐야 50여 명 안팎이었던 것이다.
‘쯧, 과연 패왕성이로군. 생각하는 크기부터가 달라.’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으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나악태가 왕이후에게 말했다.
“흘흘. 대단한 자신감이구나. 그럼 어디 네 말대로 되는지 한 번 해보자꾸나.”
나악태가 그렇게 말하면서 내공을 서서히 끌어올리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가만히 서 있던 주소예가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어르신.”
“흥, 뭘 기다리라는 것이냐? 싸움은 너희들이 먼저 걸지 않았느냐?”
“죄송해요. 아직 사형이 모르는 것이 많아 그런 거니 일단 노여움을 푸세요.”
주소예가 그렇게 말하자 왕이후가 그녀를 부르며 곤란하다는 듯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사매!”
“어르신, 어르신의 무공이 천하제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나 뒤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 모두가 덤벼도 어르신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저희도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고 이곳에 왔어요. 그러니 이대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 괜찮다면 저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어떨까요?”
“흥! 관심 없다. 난 네 옆에 있는 건방진 놈과 꼭 겨루어봐야겠다.”
“부탁드립니다, 어르신. 지금 이곳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저희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까지 다칠 겁니다.”
“그러건 말건 난 관심 없다.”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세요. 지금 여기서 무력으로 일을 해결한다면 북리세가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끼어들 겁니다. 그러니 저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으면 합니다. 만약 저 아이가 우리를 따라가지 않겠다면 패왕성은 군말 없이 물러나겠습니다.”
주소예가 북리세가를 은근히 강조하면서 말하자 나악태가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흐음…….”
나악태로서도 일을 쉽게 처리하는 것이 좋았다. 혹여라도 북리단천까지 나서면 정말 아이를 자신이 데려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네 생각은 어떠냐?”
나악태가 옆에 있는 남궁종상에게 묻자 그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저 아이는 우리를 따라가기로 했으니까요.”
“좋다. 그럼 그렇게 해라.”
나악태가 그렇게 말하며 왕이후를 한 번 쏘아본 후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주소예가 남궁종상 옆에 있는 유소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쭈그리고 앉아 유소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네가 유소호구나.”
“그대는 누구인가?”
유소호가 어린아이 같지 않은 말투로 묻자 주소예가 웃으면서 말했다.
“훗! 나는 주소예라고 해. 누군가의 부탁으로 너를 데리러 왔단다.”
“나는 어머니의 말대로 남궁가로 갈 것이다. 처음 보는 그대들을 따라갈 수는 없다.”
유소호가 그렇게 말하자 남궁종상이 끼어들며 말했다.
“들으셨소? 이제 그만 물러나는 것이 어떻소?”
“기다리세요. 아직 할 말이 남았어요.”
주소예가 그렇게 말하면서 유소호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유소호가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 그것이 정말이냐?”
“그래.”
남궁종상은 그 순간 일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뭔가 불안하다.’
그러나 이미 늦은 일이었다. 놀랍게도 그때까지 자신을 따라가겠다고 하던 유소호가 갑자기 말을 바꾸었던 것이다.
“나는 저 여인을 따라가겠다.”
“헛! 뭐, 뭐라고?”
남궁종상이 놀라며 헛바람을 들이켜는 동안 주소예는 이미 유소호의 손을 잡아끌고 있었다.
“훗! 이제부터는 나를 주 언니라고 부르렴.”
“멈추시오!”
“왜 그러죠?”
“그, 그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오?”
“아무것도요. 그저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이 아이에게 알려줬을 뿐이에요.”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다시 한 번 말해 보아라. 정녕 어머니의 말을 거역하고 저 여인을 따라가겠단 말이냐?”
남궁종상이 닦달을 하듯이 그렇게 묻자 유소호가 잠시 침울한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나는… 주 언니를 따라가겠어요.”
“아가씨.”
그때 향이가 유소호를 부르자 유소호가 향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지금은 주 언니와 함께 가야 해.”
“네. 아가씨가 그리 정하셨다면 따르겠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소예가 남궁종상에게 살짝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이제 됐죠. 그럼 약속대로 이 아이는 우리가 데려가겠어요.”
그렇게 주소예가 유소호를 데려가는데도 남궁종상은 멍하니 뭐라 말을 못 하고 있었다.
“잠시 멈추시오! 소호 아가씨!”
그때 어디에선가 커다란 외침이 들려오면서 사람들을 가르고 다가오는 무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옷차림이었다. 그런 그들의 가장 앞에서 달려오던 사내는 유소호를 보는 순간 그 앞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절을 했다. 그러자 나머지 사내들이 그 뒤에서 같이 무릎을 꿇었다.
“무사하셨군요, 아가씨!”
“응? 너희는 누구냐?”
유소호의 물음에 사내가 정중하게 대답을 했다.
“저희는 좌호법님 밑에 있는 빙겸대원들이옵니다.”
“궁에서 왔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이제 저희들이 왔으니 더 이상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내가 그렇게 말하더니 일어나서 손짓을 하자 그 뒤에 있던 사내들이 모두 품에서 겸을 꺼내 들었다.
“아가씨를 보호해서 궁으로 모신다.”
“넷!”
빙겸대의 사람들이 크게 대답을 하면서 유소호를 중심으로 원을 만드는 것을 본 주위의 사람들은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유소호가 다른 사람들 손에 있다면 어떻게 틈을 봐서 뭔가 해볼 수도 있었지만 저렇게 북해신궁에서 나온 사람들과 같이 있다면 이제는 미련을 버려야 했다. 잃어버린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사례를 받아야 하는데 주인이 먼저 물건을 찾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 아이는 잠시 우리가 데려가겠어요.”
주소예가 유소호의 손을 잡아끌면서 말하자 빙겸대의 우두머리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것이 무슨 말이오? 아가씨는 우리 빙겸대에서 모실 것이오.”
“그럴 수는 없어요.”
“감힛!”
우두머리 사내가 발끈하면서 겸을 뽑아 들자 주소예도 검을 뽑아 들었다.
“흥! 힘으로 해보겠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