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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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33화
133화
그사이에 황보란이 다리를 다친 황보린을 부축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곁을 강무진이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적들의 겸을 몸으로 막아냈다.
상황이 이러니 빙겸대의 사람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강무진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강무진이 공격을 안 하니 다행이지 그가 공격을 시작하면 자신들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강무진은 지금 내상 때문에 그들을 공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온몸으로 그들의 공격을 받아내며 방어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진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갑자기 겸 하나가 날아와 강무진의 발목에 감겼다. 그러자 뒤이어 순식간에 수십여 개의 겸이 날아와 강무진의 손과 발은 물론이고 몸에까지 감기기 시작했다.
촤르르르륵!
그것을 보고 앞에서 진으로 향하던 황보란, 황보린 자매가 잠시 멈칫했다. 그러자 강무진이 그녀들을 향해 말했다.
“내 걱정은 말고 먼저 가시오. 그리로 조금만 더 가면 되오.”
그녀들은 강무진의 말에도 잠시 망설이며 머뭇거렸다. 그러나 자신들이 있어봐야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곧 깨닫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그녀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흐아아압!”
그때 빙겸대의 사람들이 기합을 지르며 쇠사슬을 죽 당기자 그 힘으로 인해 강무진의 몸이 둥실 떠오르며 공중에 누워 있는 상태가 되었다. 강무진은 손발과 몸에 쇠사슬이 칭칭 감겨 있는 상태에서 그리되자 어떻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상 때문에 쇠사슬을 끊어낼 힘도 없었다.
진 안에서 그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강무진이 그렇게 너무나 쉽게 잡힌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호신강기를 쓸 정도의 무공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찌 저리 쉽게 잡힌단 말인가?
이에 사람들은 강무진이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강무진이 그렇게 잡히자 빙겸대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천천히 강무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려 들고 있던 겸으로 강무진의 머리를 내려쳤다.
퍼억!
“크윽!”
분명 사람의 머리를 내려쳤음에도 바위를 내려친 것과 같이 겸이 튕겨 나오자 그 충격으로 인해 그는 하마터면 겸을 놓칠 뻔했다. 그리고 손목이 찡하니 아파왔다.
“…….”
우두머리 사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너 번 더 겸을 휘둘러 강무진의 머리와 얼굴을 내려찍었다.
퍽퍽퍽퍽!
그러나 그때마다 내려친 반동으로 인해 손목이 시큰하니 아파왔고, 이제는 손이 덜덜 떨리기까지 했다. 자신의 겸은 바위도 두 쪽 내는 위력이 있었다. 그러니 사람 같은 것은 단번에 갈라버릴 수가 있었다. 그런데 갈라버리는 것은 고사하고 겸이 박히지도 않으니 어찌 된 노릇이란 말인가?
황당함에 우두머리 사내가 잠시 멍하니 있자 강무진이 그를 보고 말했다.
“나는 굳이 그대들과 원한을 지고 싶지 않소. 그러니 이쯤에서 풀어주는 것이 어떻소? 이 정도면 당신들 체면도 세워준 것 아니오?”
“그, 그게 무슨 말이냐?”
“봐서 알겠지만 그대들의 공격은 나한테 통하지 않소. 내가 마음먹고 그대들을 공격했다면 그대들은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오.”
“음…….”
우두머리 사내는 강무진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자신들은 헛손질하는데 상대의 공격은 그대로 먹히는 싸움을 한다면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강무진은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먹히자 속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혹시라도 저들이 입 안에 겸을 쑤셔 넣거나 눈알을 후벼 파려고 했다면 어찌 되었을지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대들은 북해신궁에서 온 것 같은데……. 맞소?”
“그렇다. 우리는 북해신궁의 빙겸대다.”
“그렇군. 그렇다면 유소호를 찾기 위해서 왔겠군.”
강무진의 말에 사내가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아가씨를 아느냐?”
‘아가씨? 음, 이자들에게 아가씨라고 불릴 정도면 북해신궁에서 소호의 신분이 꽤 높았다는 이야긴데…….’
“물론이오. 잠시 같이 지냈었소. 지금 이곳에 온 이유도 소호를 만나기 위해서요. 내가 그대들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도 소호 때문이오.”
“음……. 풀어줘라.”
우두머리 사내의 말에 빙겸대의 사람들이 다가와 쇠사슬을 풀기 시작했다.
“휴……. 정말 대단한 무공이오. 아무리 방심했기로서니 내가 이렇게 잡힐 줄은 몰랐소.”
강무진이 아프지도 않은 손목을 주무르면서 그들을 칭찬하자 우두머리 사내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소호 아가씨가 계신 곳을 아는가?”
“모르오. 하지만 이 산 어딘가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소.”
“그건 우리도 알고 있다.”
“헌데 당신네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무림인들이 왜 그렇게 소호를 찾는 것이오?”
“응? 너는 저들과 한편이 아닌가?”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만난 사람들이오. 그리 친분은 없소.”
“그런데 왜 저들을 위해 나섰지?”
“나도 굳이 나서고 싶지 않았소. 만약 마지막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그녀들이 아니라 사내들이었다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오.”
우두머리 사내는 강무진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채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강무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우면서 말했다.
“크큭! 호한이로군.”
호한이란 사내대장부란 뜻이었다. 북해에서는 무공이 강하고, 술 잘 마시고, 여자를 좋아하면 호한인 것이다.
“후후. 당신하고는 말이 좀 통하는구려. 자, 그럼 저들이 왜 유소호를 찾는지 알려주겠소?”
“그건 빙정 때문이다.”
“빙정?”
진 안에 있던 사람들은 빙겸대의 우두머리가 겸으로 강무진의 얼굴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마음을 조금 졸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강무진을 풀어준 후에 둘이 한참이나 대화를 나누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서로 껄껄대며 웃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혹시 저들이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오?”
황보세가의 중년인이 그렇게 의문을 제기하자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남궁 소저, 저자는 도대체 누구요? 저렇게 젊은 나이에 호신강기를 쓰는 자가 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소.”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사실 강무진에게 그리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저 자신들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봐서 심성이 착하지만 재수 없이 남궁소희에게 걸린 불쌍한 사내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내상을 입어서 얼굴이 파리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도 있었다. 아무리 내상을 입었다지만 여자인 남궁소희에게 의지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한심하게 여긴 것이다.
그런 강무진이 생각지도 못한 절정의 고수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본가의 손님이에요.”
“그것을 묻고 있는 것이 아니질 않소.”
“맞소. 저자가 도대체 누구요?”
사람들이 갑자기 강무진에게 관심을 가지며 물어오자 남궁소희는 할 말이 없었다. 그녀 역시 강무진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가 산적이라는 것과 무공이 뛰어나다는 것뿐이었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산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그는…….”
남궁소희가 뭐라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말을 질질 끌고 있을 때 제갈무용이 나서며 말했다.
“그자는 우리 처제의 신랑이 될 사람입니다.”
“뭐요?”
“뭐?”
난데없는 제갈무용의 말에 사람들이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고 남궁소희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래서 정체를 숨기려고 했나?’
‘흐음……. 하여튼 남궁세가가 발 빠른 것은 알아줘야겠군. 어디에서 저런 고수를…….’
‘안 봐도 뻔하군. 우리 둘째 공자님이 남궁혜인 그 여우같은 것한테 걸린 것처럼 저자도 이 불여시한테 걸린 거야. 쯧쯧.’
사람들이 그렇게 각자의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강무진은 빙겸대의 우두머리와 이야기를 끝내고 진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자 그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갈세가의 사내가 강무진을 데리고 왔다.
“고맙습니다, 소협. 덕분에 목숨을 구했어요.”
황보란이 강무진에게 예를 취하면서 말하자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소저가 다른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비하면 작은 것입니다.”
“저는 황보란이라고 해요. 여기는 제 동생인 황보린이고요. 소협의 존성대명을 알려주시면 황보세가에서 반드시 답례가 있을 것입니다.”
“하하. 존성대명이랄 것은 없고, 강무진이라고 합니다.”
“강 소협이었군요.”
그렇게 황보란과 황보린이 강무진과 인사를 하자 옆에 있던 나머지 황보세가의 사람들이 차례대로 와서 인사를 했다. 그러자 제갈세가의 사람들도 이제야 강무진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강무진 같은 절정의 고수와 얼굴을 익혀두면 득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될 일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서로간의 인사가 끝나자 강무진이 황보란에게 말했다.
“소호를 찾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목적이 같으니 같이 움직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네?”
황보란은 유소호가 누군지 몰랐다. 그저 북해신궁의 아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들이 찾는 아이 이름이 소호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같이 행동하기로 해요.”
황보란이 그렇게 결정을 하자 남궁소희가 끼어들면서 말했다.
“안 돼요!”
“응? 남궁 동생, 왜 안 된다는 거지?”
남궁소희와 친분이 있는 황보란이 그렇게 묻자 남궁소희가 말을 더듬었다.
“그, 그건…….”
남궁소희는 그저 강무진이 그녀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었을 뿐인데,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제 생각만 이야기를 했군요. 제갈세가의 분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그때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자 남궁소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요. 우리만 좋다고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생각해 보니 그렇군. 알겠어, 동생. 제갈 소협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황보란이 제갈무용을 보고 묻자 제갈무용이 슬쩍 남궁소희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남궁소희가 안 된다는 뜻으로 도끼눈을 살짝 떴다.
“그건…….”
그러나 제갈무용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제갈세가의 사내가 나서면서 말했다.
“좋습니다. 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니 그 아이를 찾을 때까지는 서로 힘을 합합시다.”
“끙.”
‘바보 같으니라고.’
남궁소희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도끼눈을 뜨고 제갈무용을 쳐다보자 제갈무용이 그 시선을 피해 딴청을 부렸다.
<패왕을 만나다>
일행들은 그간에 있었던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유소호의 위치를 추적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선 건 당연히 제갈세가였다. 그렇게 반나절을 계속 이동하자 앞쪽에 시체들이 널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시체들을 살펴보던 제갈세가의 사내 중 하나가 말했다.
“또 화씨세가로군.”
“흥! 그들을 만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특히 화룡녀 그녀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죽여버리겠어요.”
황보란이 이를 갈며 그렇게 말하자 제갈세가의 사내가 흠칫했다. 그러고는 손가락 하나를 세워서 입술에 대면서 말했다.
“둘째 공자님에게는 화룡녀 이야기를 하지 말아주십시오.”
“네?”
“부탁드립니다.”
제갈세가의 사내가 정중히 부탁하자 의아한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황보란은 일단 더 이상 화룡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 분이 식지 않아 얼굴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