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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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32화
132화
“뭐예요? 지금 이 상황에서 저들을 안 돕고 뭘 한다는 거죠?”
남궁소희가 따지듯이 그렇게 말하자 사내들이 엉뚱하게 자기들끼리 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에휴……. 날씨가 덥네그려.”
“그러게나 말일세.”
“어서 준비하세나.”
그런 그들을 향해 남궁소희가 다시 소리치려고 하자 강무진이 그런 남궁소희를 말렸다.
“그만 하시오, 남궁 소저. 아무래도 저들에게 뭔가 생각이 있는 것 같소.”
“생각은 무슨……. 알았어요.”
다시 뭐라고 소리치려던 남궁소희는 강무진이 그녀의 팔을 잡자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내상은 좀 어때요?”
“남궁 소저가 준 약 덕분에 많이 좋아졌소.”
사실 아직도 상태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심한 내상이 아무리 효과가 좋다지만 약 몇 알로 낫지는 않는 것이다.
“다행이군요. 그런데 왜 자꾸 남궁 소저라고 부르는 거죠?”
“아! 하하. 미안하오.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리고… 말 낮춰도 돼요.”
남궁소희의 말에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 이제 그렇게 할게, 남궁소희.”
강무진이 그렇게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주자 남궁소희가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살짝 붉혔다. 멀리서 뭔가를 하다가 그것을 보고 있던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속이 매슥거리는 것 같았다.
‘참 나……. 저것도 여자라고 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다소곳하군.’
‘꼬리가 아홉 개는 달린 불여시여, 불여시.’
투덜투덜!
그렇게 투덜대면서 제갈세가 사람들은 한참이나 이리저리 움직이며 나무를 베어내기도 했고, 바위를 굴려서 옮기기도 했다. 그러고는 드디어 뭔가가 완성되었는지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휴, 이제 다 됐군.”
“두 사람도 이쪽으로 오시오.”
사내가 손짓으로 부르자 두 사람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그들 근처에 다다랐을 때였다. 갑자기 눈앞에 있던 그들이 사라져 버렸다.
“앗! 뭐야? 사람들이 어디 갔지?”
남궁소희가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자 아까까지 뒤에서 싸우고 있던 사람들조차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확 잡아서 끌자 자신도 모르게 얼결에 딸려가며 비명을 질렀다.
“악!”
그녀의 손을 당긴 사람은 제갈세가의 사내였다. 그가 미소를 지으면서 남궁소희에게 말했다.
“주위에 진(陣)을 쳐놨으니 이곳에서 움직이지 마시오. 또다시 진에 빠지면 우리도 책임 못 지오.”
사실 처음부터 진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조심시켰어도 될 일이었으나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남궁소희를 골려줄 생각으로 일부러 진에 빠질 때까지 놔두었던 것이다. 남궁소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화를 낼 대상들은 이미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싸움에 가세하자마자 동료들에게 뒤쪽의 진을 향해서 눈짓을 했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 마음을 맞춰왔던 사이였기 때문에 그렇게 눈짓을 하자 단번에 그들의 뒤에 절진이 설치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그때 제갈세가 사람들 중 한 명이 황보세가의 사람들에게 바짝 접근하며 말했다.
“뒤쪽 숲으로 적들을 유인하시오.”
황보세가의 사람들은 제갈세가의 특기를 잘 알고 있었다. 기문진법(奇門陣法)과 토목기관지술(土木機關之術)은 그들을 따라올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한마디에 뭔가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바로 직감할 수가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제갈무용뿐이었다. 이에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아직도 날뛰고 있는 제갈무용을 잠시 바라보다가 서로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공자님은 놔두고 간다. 움직여! 후퇴한다!”
제갈세가의 사내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황보세가 사람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진을 쳐놓은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빙겸대의 고수들을 뚫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길을 뚫겠어요! 그사이에 빨리 이동해요!”
황보란, 황보린 자매가 적을 향해 쌍검을 정신없이 휘두르며 소리치자 사람들이 그녀들 뒤를 따라 하나로 뭉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쪽입니다. 우리가 안내하겠습니다.”
양가의 사람들이 진에 거의 다다르자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크게 소리치며 황보세가 사람들에게 바짝 붙기 시작했다.
“뒤는 우리가 맡겠어요!”
가장 앞에서 길을 뚫던 황보란과 황보린이 동시에 크게 외치면서 뒤쪽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땅으로 내려서면서 그들을 쫓아오며 공격해 오는 적들을 향해 쌍검을 휘둘렀다.
까까까깡!
“크윽!”
적들이 그렇게 잠시 주춤하자 황보란이 크게 소리쳤다.
“어서 가요!”
그렇게 황보란, 황보린이 필사적으로 적을 막고 있는 사이에 양가의 사람들은 진 안으로 무사히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러자 그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황보란, 황보린 자매를 지나쳐 앞서 간 양가의 사람들을 쫓던 빙겸대의 사람들은 갑자기 그들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자 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 같아 멍한 표정이 되었다.
“당황하지 말고 쫓아라!”
빙겸대 사람들 중 하나가 그렇게 외치자 멍해 있던 사람들이 곧 몸을 날려 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주위의 풍경이 갑자기 바뀌면서 아까까지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뭐냐?”
“헉!”
그들은 그때부터 제자리에서 계속 빙빙 맴돌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른 체 자신들이 계속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제갈세가 사람들의 인도로 황보세가 사람들이 강무진과 남궁소희가 있는 곳까지 무사히 왔을 때였다. 남궁소희가 갑자기 뭔가를 보고 크게 소리쳤다.
“이봐요!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사람들은 남궁소희의 말에 자신들이 온 쪽을 뒤돌아봤다. 그러자 빙겸대 사람들과 같이 제갈무용이 진에 빠져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보고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머리가 아파왔다.
“끙!”
그렇게 사람들이 진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뒤를 막고 있던 황보란, 황보린 자매는 이제 한계에 달해 있었다. 장시간 적들을 상대해서 지친 상태였는데 갑자기 무리를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결국 황보란이 상대의 겸을 제대로 피해내지 못해 어깨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악!”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호하려던 황보린마저 다리에 상처를 입으면서 풀썩 쓰러졌다.
“저런!”
그것을 보고 황보세가의 사람들이 다시 그녀들에게 달려가려고 했으나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그들을 급히 말렸다.
“움직이면 안 됩니다. 지금 움직이면 진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됩니다.”
“제가 가죠.”
그때 강무진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말하자 사람들이 모두 강무진을 바라봤다.
“한 분만 길안내를 해 주십시오. 그러면 그녀들을 데려오겠습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아직…….”
남궁소희가 강무진의 내상을 걱정하며 말리려고 하자 강무진이 그녀의 말을 막으며 먼저 말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이 이 진을 벗어난다 해도 저들의 공격을 무사히 막아낼 수는 없어. 그렇다고 모두 다시 진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그러니 내가 가야 한다.”
“그럼 당신에게는 저들을 막아낼 방법이 있단 말이오?”
“그렇소. 시간이 지체되면 안 되니 어서 길을 안내해 주시오.”
모두들 강무진의 말이 선뜻 믿기지 않았으나 그의 말대로 지금 자신들이 진을 벗어나 간다고 해도 그녀들을 구해서 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음……. 그럼 내가 안내하겠소. 그동안 자네들은 둘째 공자님을 이곳으로 데려오게.”
제갈세가의 사람들 중 한 명이 나서며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제갈세가의 사내들 몇 명이 제갈무용에게 향했다.
“갑시다.”
제갈세가의 사내는 강무진의 손을 잡고 짧은 거리를 계속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움직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죽 가도 될 것을 괜스레 저렇게 움직이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그냥 갔다가는 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움직이던 제갈세가의 사내가 제자리에 멈추어 서며 강무진에게 말했다.
“여기서 한 걸음만 벗어나면 저들 눈에 우리가 보일 것이오. 이 자리를 잘 기억했다가 이리로 와야 하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데도 그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황보란과 황보린 자매와 싸우는 빙겸대 사람들은 그들을 전혀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강무진이 한 걸음을 나아가자 과연 그의 말대로 빙겸대 사람들이 강무진을 보고 놀란 눈을 했다. 방금까지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타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놀라고만 있지 않았다. 강무진을 보는 순간 곧바로 겸을 휘두르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강무진은 그런 그들의 공격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무작정 황보란, 황보린 자매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그러자 빙겸대 사람들의 겸이 강무진의 몸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퍼퍼퍼퍼퍽!
“꺄아아악!”
그것을 진 안에서 보고 있던 남궁소희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라며 당황을 했다. 자신만이 황보란, 황보린을 구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니 적들의 무기도 제대로 피해내지 못하며 죽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그들은 모두 처음 보는 강무진을 혼자 보낸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곧 그들은 생각을 달리해야 했다. 강무진은 상대의 겸이 무수히 날아와 몸에 박히는데도 잠시 움찔할 뿐 멀쩡했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황보세가의 중년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호, 호신강기인가?”
“으음…….”
사람들은 자신들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경지인 호신강기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되자 모두들 감탄을 하는 한편, 부러운 마음과 함께 시기심도 들었다. 사실 그것은 호신강기가 아니라 금강불괴신공이었지만 사람들이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었다.
남궁소희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으나 강무진이 멀쩡하고 사람들이 그런 강무진에게 감탄을 하자 곧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우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흥, 그럼 그렇지. 그가 누구인데.’
그들이 그렇게 놀라고 있을 때 빙겸대의 사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퍼퍼퍼퍽!
“뭐 이런…….”
“좀더 세게 쳐!”
“급소를 공격해라!”
“하아아압!”
퍼퍼퍼퍽!
“…….”
모두 소용없는 짓이었다. 급소를 공격하든 내공을 잔뜩 실어서 치든 간에 강무진의 몸에는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겸이 몸에 박힐 때마다 잠시 한 번 움찔하면 그뿐이었다. 이에 그를 공격했던 사람들이 모두 멍하니 서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했다.
그사이에 강무진은 그녀들 곁으로 가서 물었다.
“움직일 수 있겠소?”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겸 하나가 날아와 강무진의 정수리에 꽂혔다. 그것을 보고 그녀들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지만 강무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말했다.
“갑시다.”
그때 강무진을 피해 그녀들에게 두 개의 겸이 날아들자 강무진이 양쪽 팔을 한 번씩 휘둘렀다. 그러자 두 개의 겸이 모두 강무진의 팔에 맞고 튕겨 나갔다. 그사이에 또다시 네 개의 겸이 교묘하게 강무진을 피해 그녀들에게 날아들었다. 그것을 강무진이 이번에도 팔을 휘둘러 모두 튕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