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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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30화
130화
남궁소희는 이제 체력이 한계에 달해 있었다. 산 속이라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되지도 않았다. 더구나 어제부터 계속 강무진을 데리고 무리하게 움직인데다 밤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고, 여태까지 먹은 것도 없었다. 그러니 체력이 동이 날 만도 했다.
“헉! 헉!”
‘여기서 멈춰 있으면 그자가 따라올 거야. 그럼 끝장이야. 그래. 어딘가 몸을 숨겨야 해.’
남궁소희가 그런 생각을 하며 발을 디디는데 갑자기 발이 쭉 미끄러졌다. 그리고 그대로 강무진과 함께 산비탈을 굴렀다.
“아악!”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끄응…….”
간신히 정신을 차린 남궁소희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한쪽 발목에서 극심한 통증이 왔다. 아무래도 굴러 떨어질 때 발목을 삔 것 같았다. 이에 비명을 지르며 발목을 움켜잡았다.
“아야!”
‘그는?’
그때 강무진이 생각나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를 찾았다. 다행히 강무진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쓰러져 있었다. 남궁소희는 거의 기다시피 해서 강무진에게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숨도 아직 붙어 있었고, 특별히 어딘가 잘못된 곳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을 확인한 남궁소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응? 내가 왜 이 사람을 걱정하고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남궁소희는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해. 난 지금 이 사람을 좋아하고 있어. 그래서 자꾸 걱정이 되는 거야.’
남궁소희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강무진을 천천히 다시 보기 시작했다.
‘훗! 그래. 이 정도면 못생긴 것도 아니야. 무공도 광인도를 이길 정도로 뛰어나고, 심성도 착해. 언니가 어떻게 해본다고 했지만 이미 늦었어. 이 사람은 이제 내 거야.’
잠시 그렇게 강무진을 내려다보고 있던 남궁소희가 곧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던지 벌써 날씨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추워…….”
남궁소희는 아직도 옷이 젖은 채 그대로였다. 더구나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더 추위를 느꼈다. 불을 피우려고 해도 가지고 있던 화섭자까지 완전히 젖은 상태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으응…….”
그때 강무진이 신음소리를 내자 남궁소희가 재빨리 강무진의 상태를 살폈다. 이마에 손을 대보니 굉장히 뜨거웠다. 게다가 강무진은 몸을 계속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떡하지? 열이 너무 심해. 게다가 추운 것 같은데…….’
남궁소희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절뚝거리면서 주위의 나뭇가지들과 낙엽을 주워 모았다. 그것을 강무진에게 덮어줬으나 그래도 강무진은 계속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런 강무진을 보고 있던 남궁소희는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그래. 혹시 둘이 안고 있으면…….’
그런 생각을 하자 부끄럽기는 했지만 이미 입까지 맞춘 사이였다. 이제 와서 새삼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사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남궁소희는 강무진의 옷을 벗겨냈다. 옷이 젖어 있어 잘 벗겨지지 않아 한참을 벗겨야 했다. 더구나 바지를 벗길 때는 눈을 감고 했기 때문에 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렇게 옷을 다 벗기자 자신도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워온 나뭇가지와 낙엽 위에 벗어놓은 옷들을 덮었다.
남궁소희는 그 안으로 들어가 강무진을 꼭 껴안았다. 그리고 자신의 몸으로 그의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먼저 눈을 뜬 사람은 강무진이었다. 그저께 밤에 남궁소희가 먹인 내상을 치료하는 환단이 어젯밤이 되어서야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던 것이다.
강무진은 여전히 몸이 납덩어리처럼 무겁고 머리가 어질어질했으나 예전보다는 많이 나은 것 같았다.
“으음…….”
그때 강무진은 자신의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남궁소희의 얼굴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몸에 뭔가 부드러운 것이 붙어 있는 느낌이 계속 들고 있었다.
‘설마…….’
강무진이 남궁소희를 바라보며 몸을 조금 뒤척이자 강무진의 몸에 감겨 있던 남궁소희의 몸도 덩달아 뒤척여졌다. 그 느낌에 강무진은 자신의 생각대로 남궁소희가 완전히 벗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왜 남궁 소저가…….’
강무진은 그 순간 정신이 확 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전에도 이렇게 여인의 나체를 안고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으음…….”
그때 남궁소희가 몸을 뒤척이며 강무진의 품을 파고들다가 갑자기 눈을 떴다. 그 상태에서 고개를 들자 강무진과 눈이 딱 마주쳤다.
“아! 저기… 난……. 그…….”
강무진은 남궁소희와 눈이 마주치자 말을 더듬었다. 그 순간 그렇잖아도 커다란 남궁소희의 눈이 더 커다래지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깨어났군요. 다행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을 꽉 껴안는 남궁소희의 행동에 강무진은 당황이 되기는 했으나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에 곧 그도 남궁소희를 가만히 안았다. 남궁소희는 단지 강무진이 정신을 차렸다는 것이 기뻐서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는데 강무진이 자신을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는 것이 느껴지자 그제야 지금 두 사람 다 나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이에 귀까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기왕에 이렇게 된 것!’
강무진은 남궁소희의 얼굴을 살짝 들어 올려 입을 맞추었다.
“…….”
그러자 본능적으로 강무진의 손이 남궁소희의 가슴으로 움직여갔다.
‘가만……. 이거 언젠가 한 번 이랬던 기억이…….’
남궁소희는 강무진과 입을 맞추면서 그의 손길이 느껴지자 몸을 움찔했다. 그때 앞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화들짝 놀라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수풀을 헤치고 나오던 한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아앗!”
그 사내를 보는 순간 남궁소희가 놀라서 사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다가 사내의 눈이 자신의 가슴을 향하자 부끄러움에 재빨리 벗어뒀던 옷을 주워 가슴을 가리며 소리쳤다.
“돌아서요!”
“아아! 알았어!”
사내도 놀랐는지 남궁소희가 소리를 빽 지르자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뒤따라서 오던 사내들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멈춰! 멈춰! 모두 돌아서!”
“예?”
사내를 뒤따르던 다른 사내들은 갑자기 사내가 당황하며 소리치자 영문을 몰라 했지만 일단 명령대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사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처제……. 내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인기척이 나기에 그냥 와본 것뿐이야. 저기, 이 일은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을게.”
사내는 천하오대세가 중 하나인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웅의 둘째 아들이었다.
제갈세가는 대대로 머리가 뛰어난 인물들이 많아 신기제갈(神機諸葛)이라 불릴 정도였다. 무공은 다른 세가에 비해 조금 떨어져도 기문진법(奇門陣法)이나 토목기관(土木機關)에 대한 지식은 따라올 곳이 없었다.
그런 가문에 태어났으면 당연히 누구보다 총명해야 하건만 이 사내, 제갈무용만큼은 예외였다. 그는 머리가 좋기는커녕 오히려 일반 사람들보다 약간 모자란 면이 있었다. 그러나 무공에 대한 자질은 뛰어나 제갈세가에서 가주에 버금갈 정도로 무공이 대단했다.
그리고 그런 제갈무용을 단숨에 사로잡아 휘두른 여인이 있었으니 그 여인이 바로 남궁혜인이었다. 두 사람은 혼인을 약속한 사이로 양쪽 가문에서 다 인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혼인 전이었지만 제갈무용은 벌써부터 남궁소희를 처제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됐어요.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뒤돌아보면 안 돼요.”
“응. 알았어, 처제.”
남궁소희는 재빨리 옷을 입고 강무진에게도 옷을 입혀주며 말했다.
“괜찮아요. 저 사람은 제 형부 되는 사람이에요.”
“형부라면…….”
“그래요. 언니의 남편 될 사람이에요.”
남궁소희의 말에 강무진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 다 옷을 입고 난 후에 남궁소희가 제갈무용을 향해 말했다.
“됐어요. 이제 돌아봐도 돼요.”
“응.”
남궁소희의 말에 제갈무용이 몸을 돌려 남궁소희를 봤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강무진을 보더니 눈에 힘을 팍 주면서 쏘아봤다. 그것을 보고 남궁소희가 제갈무용에게 소리쳤다.
“왜 이 사람을 노려보고 그래요?”
“응? 아니, 난……. 이자가 혹시나 처제한테…….”
“이 사람이 뭘 어떻게 했다고 그래요? 그리고 내 일이니 상관하지 말아요!”
남궁소희가 그렇게 냉정하게 쏘아붙이자 제갈무용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닫았다. 그런 제갈무용의 뒤로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무슨 일입니까, 공자님? 아! 소저는…….”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남궁소희를 보자 곧 누구인지 단숨에 알아보고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보는군요, 남궁 소저.”
“그러네요.”
남궁소희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제갈무용이야 무식해서 다루기가 쉬웠지만 다른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강무진과 그러고 있었던 것을 저들도 다 봤을 것 같아 더욱 찜찜했다.
“그런데 당신이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온 거죠?”
남궁소희가 냉랭한 말투로 그렇게 물어보자 제갈무용이 어수룩한 얼굴로 대답했다.
“형님이 웬 아이를 하나 잡아오라고 해서 온 거지. 그런데 처제도 왔는지 몰랐어.”
“아앗! 그럼 당신도 그 아이를 찾으러 온 거예요? 그 아이는 우리 친척인데 왜 제갈가에서 데려가려고 하죠?”
“이유는 나도 몰라.”
“끙, 도대체 아는 게 없어. 아둔해서는…….”
남궁소희가 무심결에 그렇게 말하자 듣고 있던 제갈세가의 사내들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말이 심하시오, 남궁 소저! 아무리 그대라 해도 말을 함부로 하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남궁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그렇게 말이 나온 것인데 제갈세가의 사내들이 모두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자 흠칫하며 제갈무용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울먹거릴 것 같은 얼굴을 하며 말했다.
“형부……. 저 사람들이 어떻게 나한테 저럴 수가 있죠? 저는 그냥 형부가 남이 아니라서 친숙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이 나온 것뿐인데…….”
제갈무용은 남궁소희가 여태까지 당신이라고 부르다가 갑자기 형부 운운하면서 서글프게 말하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세상천지에 무서울 것이 없는 그였다. 그러나 딱 한 사람 무서운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남궁혜인이었다. 그녀 앞에서는 항상 고양이 앞의 쥐처럼 되는 제갈무용이었는데, 그런 그녀의 동생이 저러니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이다.
“헛! 그럼, 그럼. 물론이지. 이 녀석들! 우리 처제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서 사과하지 못해!”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남궁소희의 말에 자신들에게 윽박을 지르는 제갈무용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그를 생각해서 남궁소희에게 뭐라고 했던 것인데 어떻게 자신들에게 이리 대할 수가 있단 말인가?
“흥! 저들은 사과할 마음이 하나도 없는 것 같군요. 흑! 가서 언니한테 다 이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