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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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27화
127화
그때 강무진의 몸이 순간 비틀하며 넘어지려고 하자 남궁소희가 재빨리 강무진을 부축했다. 그러자 서로 마주 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강무진이 남궁소희에게 안기는 형상이 되어버렸다.
“하악……. 하악…….”
강무진이 그 상태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자 그 숨결이 남궁소희의 귓가와 목덜미를 간질였다. 이에 남궁소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곧 부끄러움을 떨쳐버리고 강무진을 바로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강무진은 지금 혼자서 도저히 바로 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괘, 괜찮아요?”
“하악……. 하악……. 잠시만……. 이대로 있으시오.”
남궁소희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지만 자신이 움직이면 강무진이 그대로 쓰러져 버릴 것 같아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만약 그렇게 강무진이 쓰러져 버리면 광인도 풍수개를 자신이 상대해야 했던 것이다. 비록 풍수개가 패배를 인정하고 지금 부상을 입은 상태지만 그래도 남궁소희는 그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남궁소희가 그렇게 어정쩡하게 강무진을 안고 서 있는 동안 풍수개는 여전히 강무진과 남궁소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약 저런 어린놈에게 패했다는 것이 무림에 알려지면 그동안 자신을 무서워하던 놈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쳐들고 덤벼올 것이 뻔했다. 더구나 이렇게 꼴 같지 않게 패한 것을 알게 된다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다.
‘일단은 잡아두는 수밖에 없겠군. 하지만 저 괴물 같은 놈의 무공이 나 못지않으니……. 그렇군. 그런 수가 있었군.’
한참을 그렇게 생각을 하던 풍수개가 곧 비틀거리며 일어나 말했다.
“너희들은 어디로 가는 길이었느냐?”
그때까지 남궁소희는 딴생각을 하다가 풍수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묻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어째서 대답이 없느냐? 정녕 내 손에 죽고 싶단 말이냐?”
풍수개가 그렇게 외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살기가 흘러나갔다. 그러자 여태까지 남궁소희에게 기대어 있던 강무진이 비틀거리며 몸을 돌리더니 무서운 눈으로 풍수개를 노려보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풍수개는 그런 강무진의 모습을 보면서 강무진이 다시 싸우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에 당황하면서 손을 저었다.
“아니다. 아니야. 내가 말을 잘못했구나.”
풍수개가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의 몸이 멈춰 섰다. 그러자 풍수개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단 말인가?’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사실 풍수개가 여태까지 패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싸우다가 된통 당해 죽을 고비를 몇 번씩이나 넘기기도 했고 일대일로 겨루다 패해서 도망을 치기도 했던 그였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이렇게 막싸움을 하다가 얻어터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또다시 그렇게 될까 봐 은근히 강무진이 두렵게 느껴졌던 것이다.
차라리 강무진의 열화마염풍에 당했더라면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식하게 머리로 얼굴을 그렇게 박아대는 강무진은 충분히 풍수개를 두렵게 하고도 남았다.
“험! 다시 한 번 묻겠다. 어디로 가는 길이었느냐?”
이번에는 풍수개가 최대한 좋은 말투로 그렇게 묻자 남궁소희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저, 저는 남궁세가의 사람이에요. 소가주인 오라버니하고 천검대가 이곳에 와 있어요. 조금 있으면 이리로 올 거예요.”
남궁소희는 자신의 말에 풍수개가 그대로 물러나기를 바랐다. 그래서 남궁종상이나 천검대가 다시 돌아올지 안 올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말을 한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역효과를 냈다.
풍수개는 사실 이곳에 좀더 있을 생각이었으나 그들이 이곳으로 오면 귀찮을 것 같은 생각에 여기를 벗어나기로 마음을 정했다.
“흥! 남궁혁련의 여식이었더냐? 저놈은 누구냐? 무공으로 보아하니 남궁가의 사람은 아닌 것 같구나.”
“그는…….”
남궁소희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순간 풍수개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이 입에서 튀어나갔다.
“그는 저랑 혼인할 사람이에요.”
남궁소희는 남궁세가조차 우습게 보는 풍수개가 강무진은 두려워하는 것 같아 그렇게 말했다. 강무진과 관계가 깊다면 함부로 대하지는 않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오호, 그렇더냐? 그럼 저놈이 어디 출신인지도 알겠구나.”
“그건…….”
당연히 그런 것을 알 리가 없는 남궁소희였다. 남궁소희가 강무진에 대해서 기껏 아는 것이라고는 무공이 강하다는 것과 전에 산적이었다는 것뿐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강무진이 산적이라고 하면 믿어주지도 않을뿐더러, 자신과 혼인할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말할 수도 없었다. 이에 남궁소희는 자신이 아는,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아는 그런 곳을 빠르게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풍수개는 오대세가에서 조차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 자였다. 그러니 적어도 오대세가 이상의 세력을 가지고 있는 곳을 이야기해야 했는데, 갑자기 그런 곳을 생각해 내려니 떠오르는 곳이 없다.
“왜 그러느냐? 혹시 나한테 거짓을 말한 건 아니겠지?”
“아니에요. 그는… 그는……. 패왕성 사람이에요.”
“응?”
남궁소희는 패왕성이라는 말에 풍수개의 얼굴이 조금 변하자 그곳을 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 그는 패왕성에서도 굉장히 높은 지위에 있어요. 당신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걸요.”
‘패왕성이란 말인가? 패왕성이라면……. 설마……. 아닐 게다. 아닐 게야. 하지만…….’
근래에 패왕성의 성주가 바뀌면서 남쪽이 좀 시끌시끌했었다. 그때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는 이름이 바로 남쪽의 패왕이라는 젊은 고수의 이야기였다. 그의 주먹은 산도 무너트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위력이 있어 그의 일권을 제대로 받아낸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 소문은 잠시 돌다가 사라졌다. 이에 새로 바뀐 패왕성의 성주인 적운휘에 대한 이야기라고 사람들은 생각을 했다.
풍수개는 강무진이 패왕성 출신이라고 하자 문득 그 이야기가 생각났던 것이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강무진이 자신의 생각대로 패왕성의 성주인 적운휘라면 이렇게 혼자 있을 리가 없었다.
풍수개는 알고 있었다. 패왕성의 고위층 인물들에게는 패왕수신대라는 그림자들이 두세 명씩 꼭 붙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전에 그것을 모르고 패왕성 사람을 한 번 죽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날아온 검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적이 있었다. 게다가 그 뒤로 패왕성에서 보낸 살수들에게 얼마나 시달림을 받았었던가?
그 뒤로 패왕성의 영향력이 미치는 남쪽 네 개의 성에는 근처도 가지 않았다. 아니, 갈 수가 없었다. 그런 경험 때문에 가급적이면 패왕성 사람들은 상대하지 않으려고 했건만 이런 식으로 일이 꼬이니 머리가 아파오는 풍수개였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너희들은 나와 함께 가야겠다.”
“네? 왜… 왜 우리가 당신과 같이 가야 하죠?”
“흥! 내가 가자면 가는 것이다. 죽이지 않는 것도 고맙게 여기거라.”
“그럴 수는 없어요.”
남궁소희가 강무진을 한 번 슬쩍 보고는 용기를 내서 그렇게 말했으나 풍수개는 비웃음을 흘렸다.
“클클. 저놈을 믿고 있는 게냐? 소용없다. 저놈은 지금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다. 저렇게 간신히 서 있는 것이 한계야. 클클. 아마도 네년 때문인 것 같구나. 하지만 조금 있으면 내상 때문에 쓰러지고 말 것이다. 어쩌면 그대로 죽을지도 모르지.”
“아!”
풍수개의 말에 남궁소희가 놀란 얼굴을 했다.
“네가 결정을 해라. 여기서 저놈이 죽는 것을 기다리겠느냐, 아니면 나를 따라가겠느냐?”
“다, 당신을 따라간다고 해도 그가 죽으면…….”
“클클. 내 이것만은 약속하마. 지금 여기에 계속 남아 있겠다면 저놈이 틈을 보이는 순간 둘 다 죽일 것이다. 하지만 나를 따라간다면 적어도 저놈이 죽을 때까지는 절대로 손을 쓰지 않겠다. 어떠냐?”
풍수개의 말에 잠시 갈등을 하던 남궁소희가 곧 풍수개에게 물었다.
“정말인가요?”
“그래.”
“그 말을 어떻게 믿죠?”
“네가 지금 노부를 놀리는 것이냐? 노부가 염치도 없이 어린 너를 상대로 속임수를 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풍수개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망설이던 남궁소희가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일단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쪽에 걸어봐야 했던 것이다.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겠어요.”
“잘 선택했다. 그럼 가자꾸나.”
풍수개가 그렇게 말하면서 땅에 떨어져 있던 자신의 도를 챙기며 강무진을 힐끗 바라봤다.
‘이대로 그냥 죽여버려?’
잠시 그런 생각을 했으나 곧 생각을 접었다. 일단은 시간을 두고 강무진의 근처에 그 그림자 같은 놈들이 붙어 있는지 그것부터 파악을 해야 했다.
“빨리 가자.”
풍수개가 재촉을 하자 남궁소희가 강무진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두르며 부축을 했다.
“괜찮아요?”
그러나 강무진은 이미 의식이 없는 듯 그대로 쓰러지려고 했다. 그러자 강무진의 무게가 모두 남궁소희에게 쏠렸다. 그것을 간신히 지탱한 남궁소희가 인상을 찡그렸다.
“끙!”
‘그래. 일단은 살고 봐야 해. 저자 모르게 표식을 남겨두면 나중에 오라버니가 찾아올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남궁소희가 강무진을 거의 끌다시피 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다>
“헉! 헉!”
남궁소희는 힘이 들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풍수개가 가자는 대로 벌써 한 시진 이상을 강무진을 부축한 채 걸어왔던 것이다. 온몸은 이미 땀으로 축축해진 지 오래였다. 걸음은 다리를 제대로 옮기지 못해 질질 끌리고 있었다. 그래도 남궁소희는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풍수개가 움직이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 더 가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위가 깜깜해지며 완연한 밤이 되어서야 풍수개는 동굴을 하나 찾아서 들어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낼 것이다.”
풍수개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 앉자 남궁소희가 쓰러지다시피 하며 강무진을 내려놓고 풀썩 주저앉았다.
“헉! 헉!”
잠시 거친 숨을 몰아쉬던 남궁소희는 그제야 강무진의 상태가 걱정되었다. 이에 강무진의 코에 손을 대보니 아직 숨결이 느껴졌다.
“클클. 아직 안 죽었더냐? 다행이구나.”
무엇이 다행이고 누구한테 다행이라는 건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남궁소희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품 안을 더듬어 작은 옥병 하나를 꺼냈다. 그것을 보고 있던 풍수개가 눈을 빛냈다.
“내상을 치료하는 약이더냐?”
풍수개의 말에 남궁소희가 움찔하더니 풍수개를 보며 옥병을 두 손으로 꼭 쥐어 안았다.
“클클. 걱정하지 마라. 노부가 설마 그것을 탐내겠느냐? 어서 그놈에게 먹이도록 해라.”
남궁소희는 풍수개의 말을 선뜻 믿지 않았으나 풍수개는 정말 그럴 마음이 없는지 몸을 뒤로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여라도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라. 그러면 네년의 사지를 찢어놓겠다.”
풍수개가 그렇게 겁을 주자 남궁소희가 몸을 한차례 떨었다.
‘저자는 정말 그러고도 남을 자야. 이 사람은 왜 아직도 정신을 잃고 있는 거야? 빨리 일어나서 저자를 어떻게 좀 해주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