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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24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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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24화

124화

 

“네.”

“강 소협이 썼던 그 격공권은 무슨 무공이죠?”

“네. 그 무공은 아수라패왕권입니다.”

‘뭐?’

“……!”

강무진은 스스로 말해 놓고도 놀라며 오히려 나여원에게 급히 되물었다.

“방금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아수라패왕권이라고 했어요.”

“아수라패왕권……. 그게 그 무공의 이름이었던가?”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기자 세 사람이 서로를 바라봤다.

나여원은 강무진이 자신들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는 확실한 판단이 섰다. 그런데도 만약 지금 강무진이 자신들을 속이기 위해 연극을 하는 것이라면 강무진은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심계가 대단히 뛰어난 자일 거라고 추측했다.

“하아, 역시 모르겠군요. 혹시 세 분은 아수라패왕권이라는 무공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강무진의 물음에 세 사람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강 형, 그런 무공은 처음 듣습니다. 하지만 아버님이라면 아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지금 일이 있어서 그러니 그 일이 끝나면 같이 황산(黃山)에 있는 본가로 가서 아버님을 만나봅시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강 형 같은 사람과 함께 간다면 아버님도 좋아할 것입니다.”

“그럼 염치불구하고 부탁하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나도 뭐 하나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그때 그 빙공(氷功)을 쓰던 아이에 대해서 혹시 압니까?”

“응? 아! 소호 말이군요. 그녀는 제 부하입니다.”

“부하?”

“그렇습니다. 사실 그전에 있던 부하들이 향이… 그러니까 그 아이의 시녀에게 모두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그들 대신에 제가 부리고 있었던 겁니다.”

“아, 그렇구려. 헌데 어린 나이에 무공이 상당히 대단하더군요.”

“무공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나저나 두목님도 그렇고 두 사람 다 무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휴우…….”

“걱정하지 마시오, 강 형. 내 그때 수하들 몇 명을 남기고 왔으니 그 아이를 찾으면 곧 연락이 올 것이오.”

“아!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군요. 꼭 좀 부탁드립니다.”

“자자, 이제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하고 술이나 마십시다. 한 잔 받으시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강무진이 방으로 돌아가고 나자 남궁종상이 나여원을 향해 물었다.

“어떻습니까, 어머님?”

“그가 하는 말에 거짓은 없어 보이는구나.”

“그럼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말이 정말일까요?”

“적어도 그의 눈에 거짓은 없었다.”

“흐음……. 북해신궁의 그 아이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구나. 그 일은 아무도 몰라야 한다. 혹여라도 북리세가나 화씨세가에 그 사실이 알려지면 일이 어려워진다.”

“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보이는 대로라면 굉장히 순진하고 단순한 자인 것 같구나. 혜인이가 잘 다루어보아라.”

“후훗! 걱정 놓으세요, 어머니.”

그렇게 말하는 남궁혜인의 모습은 아까 강무진 앞에서의 그 얌전하고 수줍음 많은 여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남성(河南省)의 북리세가.

소림사가 자리하고 있는 하남성에 있기 때문에 원래 그 세가 약했으나 강호의 최고수 중 한 명인 도성(刀星) 북리단천을 배출해 내면서 그 세력이 급격히 강해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북리단천이 가주가 되어 더욱 그 세력이 늘고 있었다.

“무엇을 보고 계세요?”

긴 머리를 수십 가닥으로 땋아서 내리고 흰색과 녹색이 어우러진 궁장을 입은 젊은 여인이 한 사내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사내는 얼굴이 굉장히 창백해 보였고, 젊은 나이인데도 머리가 하얗게 새어 있었다. 그는 아까부터 계속 자신의 앞에 있는 연못만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있었다.”

“훗! 그럼 이제 저도 좀 봐주세요.”

여인이 그렇게 말하며 사내의 곁에 앉아 그에게 몸을 기댔다. 그런데도 사내는 그저 연못만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아직 나를 보는 데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런가요?”

여인이 그렇게 물으면서 손으로 사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여인의 그런 행동에도 사내는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덥다.”

“그럼 시원하게 옷을 벗을 수 있는 곳으로 갈까요?”

여인이 눈을 반짝이면서 그렇게 말하자 사내가 피식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그러면 더 덥지 않느냐? 난 내가 싫증날 때까지 이곳에 있겠다.”

사내의 말에 여인이 아쉬울 것 없다는 듯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아아, 그러시든지. 그럼 이 정보는 다른 곳으로 넘겨야겠네요.”

여인이 그렇게 말하며 몇 발자국을 움직였을 때였다. 그녀의 전신을 조여드는 것 같은 살기가 그녀를 멈추게 했다. 그리고 그런 살기와 함께 무미건조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는다.”

단순한 한마디였지만 여인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는 한 번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설사 그것이 자신의 목을 내놓는 일이라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다.

“후훗! 당신은 항상 너무 굳어 있어서 재미가 없어요. 가끔은 풀어진 모습도 보여 봐요.”

그렇게 말하면서 여인은 다시 사내 곁으로 가서 앉았다. 그러곤 그의 귀에 자신의 입술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북해신궁의 후계자가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그 아이를 찾기 위해 오대세가가 모두 움직이고 있어요. 북해신궁에서 그 아이를 찾아주는 대가로 빙정을 준다고 해요.”

“빙정?”

여태까지 무표정하던 사내의 얼굴이 처음으로 변하며 여인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의 입술과 그녀의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했다. 그 상태에서 여인은 부끄러움도 없이 그대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요. 그래서 북해신궁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금 중원으로 들어와 있어요.”

사내는 여인이 말할 때마다 그녀의 입김이 간지러워 고개를 돌려 다시 연못을 바라봤다.

“재미있군. 그 아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봐. 북해신궁의 사정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훗! 그러면 저한테 뭘 주실 거죠? 저는 대가없이 움직이지 않아요. 지금 이 정보는 당신이니까 특별히 말해 준 거예요.”

“원하는 걸 말해 봐.”

“당신이 날 봐줬으면 좋겠어요. 그거면 돼요.”

여인의 말에 사내가 여인을 바라봤다.

“이제 됐나?”

“끝까지 그런 식이군요. 좋아요. 일단 정보는 모아보겠어요. 대신에 그것을 당신에게 전할지 그렇지 않을지는 당신이 하는 것을 보고 정하겠어요.”

여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사내에게 바짝 접근해 그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오늘 정보에 대한 대가예요. 그럼.”

여인이 그렇게 사라지고 나자 사내가 연못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북해신궁이라…….”

그 순간 사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들을 찾아 나서다>

 

“소가주님, 급보입니다.”

한 사내가 급히 남궁종상에게 달려와 서찰을 하나 전했다. 남궁종상은 남궁혜인과 차를 마시고 있다가 그것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서찰을 펼쳐보며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심각하게 변해갔다. 그것을 옆에서 보고 있던 남궁혜인이 물었다.

“무슨 일이니?”

“북해신궁의 그 아이를 찾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쫓기고 있다는군요. 경정산(敬亭山)이면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빨리 가봐야겠습니다.”

“먼저 어머니와 상의드려야 하지 않겠니?”

“그도 그렇군요. 그럼 누님은 일단 강 형에게 떠날 채비를 해달라고 말을 전해주십시오. 그동안 저는 어머님과 이 일을 상의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남궁혜인이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일어나 강무진이 있는 후원으로 향했다.

강무진은 남궁혜인의 새장이 걸려 있는 나무 밑에 정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명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무진은 남궁세가에 있는 요 며칠 동안 이렇게 명상을 하면서 자신이 무공을 쓰던 상황들을 되새겨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어떤 식으로 무공을 썼었는지 생각해 내려고 노력을 했다. 이렇게 무공을 기억해 내면 잊고 있는 과거가 떠오를지도 모를 거란 생각에서였다.

“강 소협.”

남궁혜인의 부름에 강무진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고는 남궁혜인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남궁혜인은 강무진의 눈을 똑바로 대하자 그의 눈에서 선함과 따뜻함을 느꼈다.

“방금 연락이 왔어요. 그 아이를 찾았다고 해요.”

“그 아이라면… 소호를 말하는 겁니까?”

“그래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고 하더군요. 자세한 것은 상이가 알고 있으니 나중에 듣고 일단 떠날 채비를 하세요.”

“알겠습니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그런 강무진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남궁혜인은 그를 따라 같이 경정산으로 갈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일러.’

 

다음 날 경정산으로 가기 위해 강무진과 남궁종상, 남궁소희, 그리고 지수상을 비롯한 천검대원들 50여 명이 같이 길을 나섰다.

“남궁 형,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소?”

길을 가던 도중 강무진이 남궁종상을 부르며 묻자 남궁종상이 강무진을 바라봤다.

“뭐든 물어보시오.”

“남궁세가에서는 유소호를 왜 찾는 겁니까?”

“아! 이런! 그러고 보니 그걸 이야기하지 않았군요. 사실 그 아이는 제 먼 친척입니다. 얼마 전에 그 아이의 어머니에게서 아이를 부탁한다는 서찰이 왔었습니다. 그때 팔공산으로 간 이유도 그 아이가 오지 않아 찾아 나서는 길이었습니다.”

“그렇군요. 난 그것도 모르고 소호를 붙잡아두고 있었으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오, 강 형.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만나지 않았소.”

“그렇게 말해 주니 마음이 좀 편하군요.”

“자, 어서 길을 재촉합시다. 어떤 놈들인지는 모르나 이곳 안휘성에서 감히 남궁가의 사람을 핍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말한 남궁종상이 뒤를 따르던 지수상에게 말했다.

“속력을 더 높인다.”

“알겠습니다.”

지수상이 대답을 하고 뒤쪽을 향해 손짓을 한 번 하자 일행들이 모두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을 재촉해서 이동하자 한 달이 채 못 되어서 경정산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지금부터는 천천히 이동하면서 세가의 표식을 찾는다.”

남궁종상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들 말에서 내려 천천히 이동하며 표식을 찾기 시작했다. 원래 각 세가에는 그 세가만이 식별할 수 있는 표식이 있었다. 남궁세가 역시 그런 표식이 있었고, 팔공산에서부터 유소호를 쫓고 있는 남궁세가의 사람들이 뒤에 따라오는 일행들을 위해 그런 표식을 남겨놓은 것이다.

강무진은 그들의 표식이 뭔지 알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남궁종상과 남궁소희가 가는 방향으로 그저 따라가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조금 이동하자 눈앞에 죽어 있는 수십여 구의 시체들이 보였다. 그것을 보고 남궁종상이 걸음을 멈추고 손짓을 했다. 그러자 지수상이 몇몇 천검대원들과 함께 앞으로 나가 주위를 살폈다.

“위험은 없습니다.”

지수상이 안전을 확인하고 남궁종상에게 말하자 그제야 남궁종상과 나머지 천검대원들이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시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시체들 중 일부는 불에 덴 것 같은 화상이 몸에 가득했다. 게다가 주위의 나무나 바위에도 불에 그슬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극양의 화공을 썼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무공을 쓰는 사람들은 화씨세가밖에 없었다. 이에 남궁종상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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