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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22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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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22화

 122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으나 사실 전혀 괜찮지가 않았다. 강무진이 보여준 무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더구나 강무진의 아수라패왕권을 봤을 때는 공포로 인해 온몸에 전율이 일 정도였다. 자신이 여태까지 하늘이라 여기며 그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남궁세가의 가주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남궁혁련조차도 과연 그의 적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던 것이다.

“그를 어떻게 할까요?”

지수상 역시 충격이 컸던지 전에 없이 침착함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런 지수상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남궁종상이 대답을 했다.

“일단… 세가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천검대의 일부는 아까 그 어린 소녀를 쫓는다.”

“명!”

지수상이 짧게 대답을 하며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남궁세가의 사람들을 만나다>

 

남궁세가.

천하오대세가 중 하나로 안휘성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 남궁세가의 주요 분타 중 한 곳인 합비(合肥) 분타의 후원을 가로지르며 두 명의 여인과 한 사내가 가고 있었다.

사내는 준수한 외모에 곱게 자란 티가 났고, 여인들은 모녀지간인 듯 서로 얼굴이 비슷했으나 나이 차이가 있어 보였다.

“이곳입니다, 어머님.”

사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두 여인이 따라 들어갔다. 방 안에는 한 사내가 정신을 잃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얼마나 됐느냐?”

두 여인 중 나이가 많은 여인이 묻자 사내가 바로 대답을 했다.

“벌써 한 달째입니다. 이곳으로 데려오는 동안 계속 이렇게 정신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의원은 뭐라더냐?”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정신적인 문제라고 합니다.”

“음…….”

여인은 침대에 누워 있는 사내를 잠시 유심히 살폈다. 그런 여인과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번갈아 보던 사내가 여인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어머님? 아는 얼굴입니까?”

“아니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이자의 무공이 그리 뛰어나더냐?”

“네, 어머님. 화공(火功)도 대단했지만, 마지막에 쓴 격공권(擊空拳)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제 생전에 그렇게 위력적인 무공은 처음이었습니다.”

“화공은 어느 정도더냐?”

“화기가 너무 강해 주위의 사람들이 접근을 못 할 정도였습니다.”

“음…….”

사내의 말에 여인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화기가 그 정도라면 이미 절정의 반열에 들 정도의 고수라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벌써 그 정도의 성취라면 앞으로 얼마나 발전을 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여인은 다시 한 번 자신이 아는 젊은 고수들의 이름과 얼굴, 그리고 그들의 특징을 기억해 내며 지금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누군지 추측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어떤 정보도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과 일치되는 점이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 화공이 그리 뛰어나다면 화씨세가의 사람이 아닐까요?”

그때 옆에 있던 젊은 여인이 생각에 잠겨 있는 장년의 여인을 보며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화씨세가의 화염신공(火焰神功)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더구나 상이의 말대로라면 이자의 무공은 화씨세가의 가주인 화순지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장년의 여인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사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도대체 이자가 누굴까요? 절대로 산적은 아닐 겁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럼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습니까? 깨어나서 우리를 적대시하면 위험하니 죽여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할 필요는 없다. 팔공채의 산적들이 죽은 것은 우리가 한 짓이 아니다. 오해는 잘 이야기를 해서 풀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 아이를 쫓아간 수하들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

“그러니 일단은 깨어나기를 기다려보자꾸나. 혹시나 그 아이를 못 찾게 되면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걸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사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옆에 있던 젊은 여인이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후훗! 그럼 이자는 제가 맡겠어요.”

“누님, 누님은 이제 혼인할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조신하게 계셔야지요.”

“흥! 그러니 그 전에 더 즐겨야 할 것 아니냐?”

“끙.”

여인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지는 사내였다.

 

강무진은 자신이 가진 기예를 모두 펼치고 있었다. 열화마결의 뜨거운 기운을 온몸에 두르고 상대를 쉼 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런 강무진의 몸에서 때때로 화룡이 나타나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것을 보고 있는 주위의 사람들은 그 뛰어난 무공에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강무진에게 맞서고 있는 자는 덩치가 좋고 얼굴의 반을 거뭇거뭇한 수염 자국이 덮고 있는 장년의 사내였다. 그 역시 강무진과 같이 온몸에서 뜨거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양쪽 주먹에는 눈에 보일 정도의 푸르스름한 기운이 커다란 원형으로 맺혀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 같은 순수한 화기와 무엇이라도 부숴버릴 것 같은 푸른 기운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한 번씩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수없이 많은 화룡들이 생겨났다가 서로 상쇄되면서 사라졌고, 푸르스름한 기운의 둥근 구체가 길게 꼬리를 남기며 마치 빛살과 같이 움직였다.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놀라움에 그저 감탄만 연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무공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더구나 한 단체의 수장이나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더욱이 그런 감정을 느껴야 했다.

그렇게 장시간 계속되던 싸움은 어느 순간부터 장년의 사내가 서서히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강무진의 화기가 비록 대단하기는 했지만 그런 강무진의 화기와 버금가는 화기와 푸르스름한 기운의 마력진패강기까지 동시에 사용하는 장년의 사내에게는 통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강무진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금강불괴신공(金剛不壞神功)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금강불괴신공도 이제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상대의 공격을 한 번씩 허용할 때마다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금강불괴신공이 조금씩 뚫리면서 강무진에게 충격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강무진은 이제 마지막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아 있는 화기 전부를 진동시켜 아수라패왕권을 전력으로 펼치는 것이다. 그것만이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 아무리 금강불괴신공으로 혈맥들이 보호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수라패왕진결로 인해 많은 양의 화기를 진동시키면 혈맥들이 모두 터져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살기보다는 죽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에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쓰지 못했던 강무진이었다. 허나 지금은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계속 시간이 흐른다면 결국 금강불괴신공이 깨질 것이고 그러면 자신이 패할 것은 분명했다.

‘한다! 죽어도 성공시킨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강무진은 몸 안의 화기를 모두 아수라패왕진결로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압!”

강무진이 크게 기합을 지르며 아수라패왕진결을 시전하자 그의 몸이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온몸의 혈맥들이 터져 나갈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러나 강무진은 이를 악물고 버티어냈다. 어찌나 세게 이를 악물었던지 이가 입술을 파고들어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크으으으윽!”

그렇게 몸을 진동시키며 고통에 신음하던 강무진이 일순간 크게 상대를 부르며 주먹을 쭉 뻗어냈다.

“도백광!”

콰콰콰콰쾅!

 

“헉!”

강무진은 온몸이 땀에 범벅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잠시 멍하니 있다가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아내었다.

“뭐야. 꿈이었나? 니미, 뭐가 이리 생생해?”

잠시 방금 꿨던 꿈을 다시 한 번 떠올리던 강무진은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꿈에서는 분명 상대의 모습이 명확했는데 지금은 그 사내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꿈에서 깨기 전에 그 사내의 이름까지 부른 것 같았는데 그것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그와 싸우는 동안 주위에서 자신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도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쳇! 어차피 꿈인데 뭐…….”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던 강무진은 그제야 자신이 낯선 방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에 보이는 방 안의 풍경이 모두 낯설었던 것이다.

그때 문이 조용히 열리면서 한 소녀가 들어왔다. 그 소녀는 대야에 물을 담아서 들고 오다가 강무진이 깨서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흠칫하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

“깨어나셨군요. 잠시 기다리세요. 가서 알리고 오겠습니다.”

“잠깐!”

“네?”

“잠깐만 있어봐. 뭐 좀 물어볼 게 있어.”

“네.”

소녀는 강무진의 말에 대야를 든 채 어정쩡하게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여긴 남궁세가예요.”

“남궁…세가?”

‘뭐야? 내가 왜 여기 와 있는 거지?’

강무진이 영문을 몰라 하고 있을 때 소녀가 대신 답을 말해 주었다.

“소가주님께서 공자님을 이곳으로 모시고 왔어요.”

“응? 소가주? 소가주가 누군데?”

강무진은 그때 팔공산에서 자신이 인사를 한 사람이 남궁세가의 소가주인 남궁종상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남궁세가의 사람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남궁종상 님이 소가주님이세요.”

“그래?”

‘남궁종상이 누구지?’

“더 물어볼 것이 없으면 전 이만 나가볼게요. 여기 이걸로 세면이라도 하고 계세요.”

시녀가 대야를 옆에 놔두면서 말하고는 방을 나갔다.

“흠, 일이 이상하게 되어가는군. 그나저나 향이하고 소호는 잘 도망갔나? 두목이 보호해 준다고 하기는 했는데…….”

강무진이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을 물에 적셔 얼굴을 대충 닦아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옆에 옷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전에 입고 있던 옷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좋은 옷이었다. 그 옷을 집어 들고 잠시 망설이던 강무진은 그냥 그 옷을 입기로 했다.

‘나 입으라고 가져다 놓은 것이겠지?’

그렇게 옷을 입고 머리를 쓸어 넘겨 뒤로 질끈 묶자 예전의 그 어벙한 산적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제법 귀티 나는 사내의 모습이 되었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강무진의 눈에 작은 정원이 들어왔다. 그리고 정원 한쪽의 작은 나무 앞에 한 여인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여인은 작은 나무에 매달려 있는 새장을 톡톡 건드리면서 새장 안의 새를 구경하고 있었다.

“비둘기군요.”

강무진이 새장 안의 새를 보며 그 여인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돌려 강무진을 바라봤다.

여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하얀색과 옅은 푸른색이 섞인 궁장을 입고 있었는데, 우수를 담고 약간은 내려 뜨듯이 보는 시선은 뭔가 신비롭기까지 했다. 여인은 남궁세가의 장녀로 이름은 남궁혜인이었다. 전에 강무진이 만났던 남궁종상이나 남궁소희는 모두 이 여인의 동생이었다.

“상이가 손님을 모셔왔다더니 당신이군요.”

남궁혜인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손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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