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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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20화
120화
이에 남궁종상은 속으로 놀라면서 옆에 있는 지수상을 바라봤다. 그러자 지수상 역시 의외라는 듯 남궁종상을 바라봤다.
일개 산적이 자신들보다 먼저 상대의 기척을 잡아낸 것이다.
‘우연인가? 아니면 뭔가 그만의 방법이 있는 것인가?’
보기에도 어벙해 보이는 산적이 자신들보다 무공이 높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 사람 다 그 정도에서 생각을 멈추었다.
“소가주님, 상대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수상이 산 위에서 다가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척에 남궁종상을 보며 말하자 남궁종상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곳은 안휘성이다. 저들이 누군지는 몰라도 과연 우리 앞에서도 저런 기세를 뿜어낼 수 있는지 한번 지켜보고 싶군.”
“…….”
넘치는 자신감이었다. 남궁세가의 소가주로서 그 정도의 자신감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에 지수상은 말없이 고개를 돌려 산 위를 바라봤다.
“온다!”
강무진이 다시 한 번 크게 외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그들의 머리 위로 하얀 인영이 수없이 나타나 하늘을 빽빽하게 뒤덮었다.
“아!”
그들을 보는 향이와 유소호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하얀 옷을 입고 하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들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봤던 것이다.
“서, 설인대…….”
향이의 입에서 나지막이 그들의 정체가 말이 새어 나오는 순간, 그들 중 몇 명이 향이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유소호를 보고는 눈을 빛냈다. 그때였다.
“우우우우우!”
인간의 입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소리가 설인대 중 한 명의 입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렇게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설인대 중 두 명이 빠르게 향이와 유소호를 향해 움직였다.
그것을 간파한 강무진이 그 앞을 막아서는 순간이었다.
퍼퍼퍼펑!
설인대 두 명의 손이 좌우로 빠르게 교차되면서 강무진의 전신을 마치 할퀴듯이 해서 쳐버렸다. 그러자 강무진의 몸이 그 충격에 뒤로 정신없이 물러나다가 이내 붕 떠서 나가떨어져 버렸다.
그들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 여세를 그대로 몰아 유소호를 잡아채려고 했다. 그러나 향이가 먼저였다. 어느새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그 두 사람의 팔을 베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딜!”
쉬쉬쉬쉿!
두 사람은 향이의 공격을 좌우로 몸을 날려서 피해냈다. 그리고 원을 그리며 움직이더니 어느새 향이의 양쪽 옆에서 동시에 공격을 해가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 있으세요!”
향이가 유소호에게 소리치면서 몸을 살짝 띄웠다. 그러고는 왼쪽에서 공격해 오는 자를 검으로 공격하는 한편, 오른쪽에서 공격해 오는 자는 발로 번갈아 차올렸다.
쉬쉬쉬쉿!
파파파팡!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발이 허공을 차는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향이의 공격을 두 사람이 낮게 자세를 낮추며 피해냈던 것이다. 그렇게 향이의 공격을 피해낸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몸을 팽이처럼 돌리면서 향이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몸을 회전시키는 힘을 이용해 손으로 향이를 할퀴려는 듯이 휘두르고 있었다.
아까 강무진을 날려버린 그 초식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무서운 기세로 몰아붙이기 시작하자 향이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비록 향이의 무공이 강하기는 했지만 북해신궁의 정예세력 중 하나인 설인대에 비하면 조금 부족한 편이었다. 더구나 조금 후에 다시 두 명이 더 가세해서 네 명이 동시에 합공을 하자 곧바로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보고 있던 남궁종상은 다른 쪽에서 설인대를 상대하고 있는 황랑에게 눈을 돌렸다.
이미 다른 산적들은 설인대에게 모두 죽음을 당한 상태였다. 오직 황랑만이 혼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황랑은 지금 자신이 만든 팔공당랑공이란 무공을 극한까지 펼치고 있었다. 그런 황랑의 모습은 실제로 사마귀와 꼭 닮아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 강무진의 도움으로 많은 진보가 있었기에 이렇게 싸우면서 버틸 수가 있었지만 이제 그것도 슬슬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오라버니, 저들은…….”
남궁소희가 설인대를 보며 남궁종상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하자 남궁종상이 가만히 손을 올려 그녀의 말을 막았다. 설인대 중 한 명이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지나가시오. 못 본 척 지나간다면 목숨은 부지할 것이오.”
남궁종상에게 말한 설인대의 사내는 나름대로 그들에 대한 예의를 표하면서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남궁종상을 비롯한 남궁세가 사람들의 기세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궁세가의 입장에서 그런 말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말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우리가 겨우 목숨이나 부지한단 말인가?”
“…….”
남궁종상의 말에 사내는 이들이 결코 그냥 지나쳐 가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그대들이 감히 우리 남궁세가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자들이라면 조용히 지나가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시에는 본가를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남궁세가!’
사내는 남궁종상의 말에 속으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다른 범상한 기세를 느끼기는 했지만 설마 남궁세가의 사람들일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사내는 잠시 남궁종상을 바라보다가 유소호가 있는 곳을 힐끔 봤다. 그러더니 뒤로 훌쩍 물러나서 아까 그들 중 하나가 낸 그 괴상한 소리를 크게 지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뭐야? 기껏 하는 짓이 동료들을 부르는 것인가?”
남궁종상이 그렇게 말하면서 산 위를 바라봤다. 그러자 남궁종상의 말대로 잠시 후에 하얀 옷차림의 설인대 수십여 명이 또다시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날아내렸다.
쩌쩌쩌엉!
“크아아악!”
그때 유소호가 있는 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남궁종상과 설인대의 몇몇 사내들이 그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놀랍게도 비명을 지른 설인대 사내의 양팔이 완전히 얼어붙은 체 물러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러나라! 물러나지 않으면 모두 얼려버릴 테다!”
유소호가 하얗다 못해 순백으로 빛이 나는 양손을 늘어트린 채 크게 외치자 그녀를 잡으려고 했던 설인대의 사내들이 멈칫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지금 유소호가 쓰고 있는 무공은 북해신궁의 비기 중의 비기인 극음빙장(極陰氷掌)이었다. 남달리 북해신궁의 궁주인 유양천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유소호였기 때문에 유양천으로부터 직접 극음빙장을 배울 수가 있었다.
더구나 유소호의 어머니는 유소호가 남자아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북해신궁의 보배 중 하나인 빙정을 구해서 먹였었다. 빙정은 지독한 극음의 기운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음한(陰寒)의 무공을 익히는 사람이라면 꿈에라도 한번 먹어보기를 원하는 영약이었다.
그런 빙정으로 인해 음의 기운이 강해진 유소호는 누가 봐도 여자아이였고, 어린 나이인데도 유양천이 가르쳐 주는 극음빙장을 어렵지 않게 익힐 수가 있었던 것이다.
설인대는 극음빙장의 냉기가 얼마나 지독한지 모두들 알고 있었다. 방금 유소호에게 당한 사내도 단지 약간 스치기만 했는데도 양팔이 얼어붙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유소호가 극음빙장을 펼치자 당장에 거리를 두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소가주님! 저것은…….”
지수상이 유소호의 무공을 보고 놀라며 남궁종상을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 나도 봤다. 아마도 저 아이가 우리가 찾는 아이인 것 같군.”
그렇게 말한 남궁종상이 갑자기 내공을 실어 크게 외쳤다.
“남궁세가의 천검대는 들어라!”
그런 남궁종상의 외침에 그의 뒤에 있던 천검대의 사람들이 동시에 크게 대답을 했다.
“하!”
수십여 명의 고수들이 일시에 그렇게 대답을 하자 그 기세가 사뭇 대단했다. 그곳에 있던 설인대까지도 모두 그 기세에 놀라 남궁종상을 비롯한 천검대 사람들을 바라봤다.
“저 어린 소녀를 보호하고 적을 섬멸한다!”
“하!”
다시 한 번 내공이 실린 쩌렁쩌렁한 대답이 울리면서 천검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유소호에게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태까지 그들의 기세에 놀란 눈을 하고 있던 설인대의 사람들이 그들을 막아섰고, 이에 양쪽이 격돌하면서 싸움이 시작되었다.
까까까깡!
“하아압!”
“밀리지 마라!”
퍼퍼펑!
“크아아악!”
그렇게 양쪽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데도 남궁종상과 남궁소희, 그리고 지수상만큼은 제자리에 여유 있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설인대의 우두머리 사내 역시 여유로운 모습으로 싸움을 지켜보다가 남궁종상을 보고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훗! 재미있군. 지백검수, 그대는 소희를 지켜주시오.”
“네.”
지수상이 짧게 대답하자 남궁종상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설인대의 우두머리 사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한편 강무진은 멀쩡하니 누워서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아까 설인대 사람들에게 맞는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뭔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던 것이다.
‘그것이 뭐였지? 예전에도 이렇게 많이 맞았었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강무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조금 더 옛 기억이 떠오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때 유소호가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아, 뭔가 생각이 날 것도 같았는데…….’
강무진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수풀을 헤치면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
“크아아악!”
그런 그의 옆으로 설인대의 사람 하나가 날아와서 바닥을 굴렀다.
“커어어억!”
뒤이어 남궁세가의 천검대원 하나가 날아오더니 역시나 바닥을 굴렀다.
‘쯧, 호각지세(互角之勢)인가?’
강무진의 생각대로 지금 설인대와 천검대는 비등비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천검대가 남궁세가 최고의 무력단체이기는 했지만 설인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설인대도 북해에서는 알아주는 무력세력이었고, 지금은 천검대보다 약간의 수적인 우위가 있었다. 이에 개개인의 실력은 천검대가 설인대보다 뛰어났으나 서로 비등한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무진은 사람들이 정신없이 싸우는 틈을 뚫고 유소호에게 다가갔다. 유소호는 향이와 함께 설인대와 천검대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설인대나 천검대가 그녀들에게 덤벼들다가도 곧 서로 싸웠기 때문에 유소호나 향이에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 설인대만 공격했거나 아니면 천검대만 덤벼들었다면 두 사람 다 벌써 붙잡혀도 붙잡혔을 일이었다.
“괜찮냐?”
강무진이 유소호와 향이에게 다가가며 묻자 유소호가 강무진을 향해 고개를 돌리다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위험해!”
그러나 이미 늦은 일이었다. 천검대원 중 한 명의 검이 이미 강무진의 어깨를 내려치고 있었다.
퍼억!
퉁!
“헉!”
강무진의 어깨를 내려친 천검대원은 바위를 친 것처럼 갑자기 검이 튕겨 나오자 놀라서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사이에 설인대원 하나가 강무진에게 달려들며 일장을 날렸다.
퍼엉!
강무진은 상대의 장력을 맞고도 그저 한 걸음만 뒤로 물러났을 뿐, 멀쩡한 얼굴로 자신에게 장력을 날린 설인대원을 바라봤다. 그러자 설인대원이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강무진을 공격했던 천검대원과 설인대의 사내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