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10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10화
110화
누가 말리고 어쩔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강무진과 같이 있던 이이책이나 유빙화, 그리고 심지어 검성 부형승까지도 그런 강무진의 무위에 놀라서 할 말을 잃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공간을 격하며 터트렸던 아수라패왕권의 위력은 검성으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이었다.
‘허! 저 정도였던가? 위력으로만 따진다면 그는 이미 천하제일이구나.’
그때였다. 갑자기 한쪽에서 함성이 크게 일며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패왕성으로 치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검성 부형승이 놀라서 몸을 날리며 말했다.
“먼저 가마. 천천히 따라오너라.”
검성이 그렇게 가버리자 뒤에 남은 이이책이 함성이 이는 쪽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다행이라는 듯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휴……. 검성 어르신 말대로 천천히 가도 될 것 같습니다. 그들은 우리와 한편입니다.”
이이책이 유빙화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달려 나가자 유빙화가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크아아악!”
패왕성을 향해 달려가는 무리들의 선두에는 적운휘가 있었다. 그가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향해 쉬지 않고 주먹을 날리며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옆에는 척경은 물론이고 형산파의 문주인 고춘의와 그를 따라온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대사형!”
적운휘가 아직도 숨을 몰아쉬고 있는 강무진을 향해 달려가며 강무진을 불렀다. 이에 강무진이 고개를 돌려 적운휘를 바라봤다.
“대사형!”
적운휘가 다시 한 번 강무진을 부르자 그제야 강무진이 제정신을 차리고 주위의 상황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적 사제…….”
“무사하셨군요.”
“어떻게 된 거야?”
“대사형이 패왕성으로 도백광과 겨루기 위해 간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오는 길입니다.”
적운휘의 말에 강무진이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령아는…….”
“건강하다. 일이 끝나면 같이 만나러 가자.”
“훗! 가십시오. 제가 도백광의 앞까지 길을 내겠습니다.”
“응.”
“갑시다!”
적운휘가 내공을 실어 크게 외치자 사람들이 크게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그리고 적운휘를 선두로 해서 패왕성 안으로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서운 기세로 치달리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외성을 뚫고 내성까지 뚫어버렸다.
그때 강무진의 앞을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주위에서 사람들이 싸우던 말든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강무진에게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고운강.”
강무진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오른팔을 바라봤다. 그러자 고운강이 웃으면서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 보였다.
“덕분에……. 고생을 좀 했지. 살수신의라는 미친 노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영원히 팔을 못 쓸 뻔했네. 자네도 팔을 잘 치료한 것 같군. 훗! 사실 나서지 않으려고 했네. 그런데 자네가 성문 앞에서 여사악을 죽이는 것을 보니 피가 끓어서 말이야. 어떤가? 그때 못 다한 승부를 마저 하는 것이.”
그때였다. 강무진 앞으로 적운휘가 나서며 고운강에게 말했다.
“그 승부는 내가 받아주지.”
“응? 아! 적운휘로군. 후훗. 자네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해. 그리고 난 지금 자네의 사형과 대화 중이네만…….”
“대사형, 가십시오. 가서 도백광을 만나십시오. 저자에게는 제가 갚아야 할 빚이 있습니다.”
“훗! 자네로는 안 된다니까 그러……. 헉!”
말을 하던 고운강은 갑자기 적운휘가 뻗어오는 주먹에 놀라며 급히 맞받아쳤다.
퍼어어엉!
두 사람의 권과 장이 부딪치자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리며 두 사람이 똑같이 뒤로 서너 걸음을 물러났다.
그러자 고운강이 의외라는 듯, 눈을 약간 크게 뜨며 적운휘를 바라봤다.
“흠, 그사이에 좀 늘었다 이건가? 좋아. 상대해 주지.”
“가십시오, 대사형.”
적운휘의 말에 강무진이 적운휘를 바라보자 고운강이 그런 강무진에게 손을 휘휘 저으면서 말했다.
“가려면 마음 바뀌기 전에 빨리 가라고. 사부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뭘 망설이느냐? 가자꾸나.”
그때 검성이 다가오며 말하자 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보자, 사제.”
그렇게 검성과 강무진이 가고 나자 적운휘가 고운강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오라고.”
“훗! 못 본 사이에 많이 건방져졌군. 그건 내 대사야! 흐아아앗!”
콰콰콰콰쾅!
강무진과 검성이 앞으로 쭉 달려 나가자 곧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사람을 중심으로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예전에 먼발치에서 본 적은 있지만 직접 뵙는 것은 처음이군요.”
도백광이 강무진은 완전히 무시한 채 검성을 향해 예를 취했다. 그러자 검성이 손을 한 번 휘저으며 말했다.
“인사는 필요 없네.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온 것은 이 아이의 부탁 때문이니까.”
도백광은 검성이 그리 이야기하자 그제야 강무진을 바라봤다.
“다시 보게 되는군.”
그러나 강무진은 도백광이 그랬듯이 그를 무시하며 그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패왕성의 좌우호법인 주양악과 화묵정, 그리고 패왕폭풍대의 대주인 왕철심과 몇몇 사람들이 서 있었다.
강무진은 일단 그들을 향해 예를 취하면서 말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르신들.”
이에 도백광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래서인지 강무진이 그렇게 인사를 했으나 누구도 인사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든 말든 강무진은 그들 옆에 있는 왕이후와 화운영에 말했다.
“오랜만이야, 왕 사제, 화 사제.”
“예, 사형.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리고 강무진은 마지막으로 그들 옆에 있는 주소예를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 그녀를 불렀다.
“사매…….”
“…….”
그러나 주소예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써 강무진을 외면했다. 그러자 그런 주소예를 잠시 더 바라보고 있던 강무진이 두 주먹을 꽉 쥐며 도백광에게 말했다.
“사부님의 원수를 갚고, 패왕성의 성주가 되기 위해 왔소.”
“글쎄, 그게 자네 혼자의 힘으로 되겠나? 옆에 계신 검성 어르신을 믿고 왔다면 큰 오산일세. 검성 어르신, 제가 검성 어르신께 부탁드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뭔가?”
“검성 어르신의 따님이 어르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따님을 먼저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도백광의 말은 검성의 딸인 부용화가 자신의 손아귀에 있으니 함부로 날뛰지 말란 뜻이었다. 이에 검성 부형승의 눈썹이 잠시 꿈틀했다.
“어르신, 이곳은 저한테 맡기고 사모님을 구해주십시오.”
“괜찮겠느냐?”
“걱정 없습니다. 사모님이 잘못되면 령아를 볼 면목이 없어지잖습니까?”
“알았다. 그럼 내 금방 다녀오마.”
검성은 아까 강무진의 무공을 봤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때 강무진이 보여줬던 무공은 대단했던 것이다.
검성이 몸을 날려 자리를 뜨자 강무진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자 도백광이 강무진을 보며 말했다.
“이곳까지 온 것은 칭찬해 주겠지만, 이제는 어쩔 텐가?”
“붙어봅시다.”
“응? 하하하하. 왜 내가 그래야 하지? 아직 자네를 상대할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않은가?”
도백광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야 할 걸세.”
“응?”
이에 도백광과 강무진은 물론이고 모두가 그쪽을 바라보니 십여 명의 노인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을 보고 주양악이나 화묵정 등이 바로 예를 취했다.
“여러 어르신들을 뵙습니다.”
“인사는 나중에 하자꾸나.”
그 노인들은 모두 패왕성 원로원의 인물들이었다.
“도백광, 네가 지금 아무리 패왕성의 실권을 잡고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표면적인 것일 뿐이다. 저기 저 아이가 살아 있는 지금, 패왕성의 성주는 저 아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패왕성의 법규이다. 그러니 저 아이를 꺾어 보여라.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정당한 명분이 있는 저 아이를 이기면 모두가 너를 진정한 패왕성의 패자로 인정을 할 것이다. 그때는 우리 원로원도 너에게 힘을 실어주마.”
원로원주의 말에 도백광의 얼굴이 일순 꿈틀했다. 여태까지 그렇게 원로원 사람들의 마음을 회유하려고 노력했으나 요지부동이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같이 이야기하자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이 정말입니까?”
“우리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
“좋습니다. 그럼 그와 겨루도록 하겠습니다.”
도백광이 원로원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정확히 칠 일 후.
패왕성에 중앙대전 앞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들어 있었다. 그 안에는 강무진을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도백광을 지지하는 사람들, 그리고 패왕성 산하에 있는 수많은 방파의 사람들이 연락을 받고 와 있었다.
“모두들 조용히 하시오.”
그때 검성 부형승이 나서며 내공을 실어 외치자 좌중이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오늘 나는 패왕성 원로원의 요청으로 이곳에 왔소이다. 오늘 두 사람이 승부를 겨루어, 이기는 사람이 이곳 패왕성의 성주가 되기로 한 것에 대한 증인으로 온 것이오. 이것은 두 사람 모두 승낙한 일이고, 패왕성의 모든 이들 또한 동의한 것이오. 그러니 승패가 갈리면 고하를 막론하고 거기에 승복해야 할 것이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제일 먼저 내 검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여기에 이의 있는 자가 있소이까?”
부형승은 잠시 기다려도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자 계속 말을 이었다.
“두 사람의 승부에는 그 누구도 관여할 수 없소.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패배를 인정하거나 죽으면 승부는 거기에서 끝이오. 또한 승자는 패자의 어떤 결정에도 따라야 하오. 설사 그것이 죽음이라 해도 말이오. 여기에 이의 있는 자가 있소이까?”
이번에도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자 부형승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중앙에서 마주 보고 서 있는 강무진과 도백광을 향해 말했다.
“그럼 두 사람은 시작하시게.”
부형승의 말에 강무진은 서서히 열화마결의 화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도백광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 어린 아가씨에게 내공을 받았나 보군.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그렇게 말하면서 도백광 역시 열화마결의 화기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마력진패강기의 기운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강무진은 그런 도백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도백광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강무진의 무공은 자신보다 두어 단계 아래였다. 그런데 저 여유로운 미소는 무어란 말인가?
사실 강무진은 오늘 몸이 터져 나간다고 해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화마기의 기운을 전부 아수라패왕진결로 폭발시켜 아수라패왕권을 쓸 생각이었다.
지금 강무진이 가지고 있는 내공도 어마어마한데 그것을 모두 아수라진결로 진동시키면 아무리 강무진이 금강불괴신공을 연성했다고 해도 과연 버티어낼지가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 방법만이 도백광을 쓰러트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아니, 그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어서 오게나.”
“그럼, 간다아아앗!”
콰콰콰콰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