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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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08화
108화
그렇게 선두에 서 있던 두 척의 배가 길을 열자 뒤쪽에 있던 세 척의 배는 그 사이로 지나갈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한 번 뚫고 지나가자 앞쪽에 있던 적의 배들이 서서히 움직이며 다시 강무진이 탄 배를 막아서려고 했다. 그러나 강무진의 배 앞쪽에 있던 배 두 척이 아까같이 또다시 양쪽으로 움직이며 길을 뚫었다.
쿠쿠쿠쿵!
콰콰콰콰콰!
그 사이로 또다시 강무진의 배는 무사히 빠져나갈 수가 있었다.
“속도를 높여라! 이대로 빠져나가야 한다! 전속력으로!”
“전속력으로!”
남강수로연맹 쪽에서는 겨우 다섯 척의 배로 십여 척에 이르는 자신들의 배를 단번에 뚫어버리는 것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설마 배 한 척을 보내기 위해 네 척의 배를 희생시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들은 뒤늦게 강무진이 탄 배를 따라잡기 위해 배를 선회했지만 이미 전속력으로 가고 있는 배를 따라잡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이이책은 처음 배를 섭외할 때부터 이러한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수로상에서 자신들의 길목을 막을 곳은 남강수로연맹뿐이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몇 척의 선박을 사들여서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관여지를 불러내 저녁을 먹으면서 어떻게 할지를 상의했던 것이고, 지금과 같은 작전을 짜게 된 것이었다.
관옥상은 배 위에서 밀려오는 적들을 향해 들고 있던 창을 정신없이 휘둘렀다. 그 와중에 적들의 포위망을 유유히 뚫고 가고 있는 강무진의 배를 보면서 씨익 미소를 지었다.
‘크큭! 가라, 무진! 가서 그놈을 아작 내고 꼭 돌아와라.’
“흐랴랴랏! 덤벼라!”
관옥상이 크게 외치면서 창을 움켜잡고, 적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이이책은 갑판에서 길을 뚫고 뒤로 처지는 배들을 보다가 옆에 있는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러나 강무진은 팔짱을 끼고 묵묵히 앞만 바라보고 있을 뿐 뒤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이에 옆에 있는 관여지를 바라보자 관여지 역시 이이책을 바라보다가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괜찮소?”
이이책이 관여지의 안색을 살피며 묻자 관여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예전의 오라버니라면 걱정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죽더라도 무인으로서…….”
“죽지 않는다!”
그때 관여지의 말을 단번에 잘라내며 강무진이 말하자 관여지가 그런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러나 강무진은 여전히 앞만 바라볼 뿐 관여지는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관여지는 그런 강무진의 얼굴에서 관옥상에 대한 믿음을 볼 수가 있었다.
“훗!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맞아요. 오라버니는 반드시 무사하실 거예요.”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두 뒤를 바라보자 관평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당연하지 않느냐? 그는 누가 뭐라 해도 네 오라비가 아니더냐?”
“아버지.”
“걱정하지 마라.”
관여지는 아버인 관평대의 눈에서도 강무진과 같은 관옥상에 대한 믿음이 보이자 스스로 그러지 못한 것이 조금 부끄럽게 여겨졌다.
“네.”
“남강수로연맹의 일차 저지선이 뚫렸다는 보고입니다.”
여사악은 보고를 받으면서 그 정도는 예상했었다는 듯이 여유 있게 미소를 지었다.
“뚫고 나온 배는 한 척뿐이라고 했느냐?”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육로로 오겠군. 놈들은 상음에 도착하기 전에 배를 버리고 육로를 택할 것이다. 대비하라고 전해라.”
“옛!”
보고를 했던 수하가 대답을 하고 사라지자 여사악이 옆에 놔두었던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관도를 따라 느긋하게 남하하고 있는 무리들이 있었다. 약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었는데 그 선두에는 강무진과 이이책 등이 서 있었다.
여사악의 예상대로 이들은 지금 육로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이렇게 느긋하게 움직여도 되는 건가?”
마홍이 한시라도 길을 재촉해야 할 지금 마치 산보를 가듯이 느리게 이동을 하고 있자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이이책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후훗! 걱정 마십시오, 마 선배님. 놈들은 우리가 중간에 배를 버리고 육로로 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지금 그리하고 있지 않은가?”
“맞습니다. 하지만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가 탔던 배가 그대로 계속 남하한다면 그들의 시선이 잠시나마 그쪽으로 쏠릴 것입니다. 그때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이렇게 느긋하게 가는 것이 좋습니다.”
“흠, 그렇군.”
“하지만 역시 쉽지는 않을 겁니다.”
“허허. 자네같이 지모가 뛰어난 사람이 있으니 사실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네.”
마홍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수긍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보통 사람이면 약간 멋쩍어할 만도 하건만 이이책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뭐야? 배가 계속 남하하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음…….”
여사악은 잠시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하며 생각에 잠겼다.
‘육로로 올 것이라는 내 생각의 허를 찌르려고 한 것인가? 아니면 속임수? 그렇다 해도 어차피 육로와 수로뿐이지. 내려오는 길은 한정되어 있단 말이다. 그리고 이쪽으로 오면 올수록 그 범위도 좁아지지.’
까까까깡!
“우와아아아!”
“그대로 밀고 나간다. 뚫어라!”
이이책의 말대로 상음 근처에 올 때까지는 수월하게 올 수가 있었다. 잠시나마 적들이 그들이 타고 있던 배에 시선을 뺏긴 탓이었다. 그러나 곧 배 안에 그들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육로를 빽빽하게 조여오기 시작했고, 결국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패왕진을 펼쳐 뚫고 나가겠습니다!”
이이책이 판관필을 휘두르며 내공을 실어 크게 외치자 마홍과 관평대를 비롯한 예전의 패왕마전대원들이 순식간에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패왕진입니다. 일직선으로 뚫고 가겠습니다. 일진!”
이이책이 다시 외치며 크게 외치자 패왕마전대원들이 적들과 싸우는 와중에도 동시에 크게 기합을 지르며 발을 굴렀다.
“하!”
쿵!
그러면서 빠르게 방위에 따라 움직이며 전력으로 길을 뚫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이이책이 강무진에게 바싹 다가가며 말했다.
“대주님! 진을 산개하면 일순간 길이 뚫릴 겁니다. 그럼 먼저 패왕성으로 향하십시오.”
그때 마홍이 앞에 있는 적을 밀어내며 말했다.
“너도 가. 진을 산개하는 것은 나도 할 수 있다. 대공자님 옆에는 네가 필요해! 검성 어르신에게는 이미 부탁해 놓았으니 너도 가거라.”
“마 선배님!”
“대공자님, 가서 도백광 그놈의 면상을 날려버리십시오! 우린 이곳에서 대공자님의 승리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마홍!”
“어서 가십시오! 패왕진! 산개!”
그때 마홍이 두 사람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크게 외치자 나머지 패왕마전대 사람들이 아까와 같이 동시에 발을 구르며 기합을 질렀다.
쿠웅!
“하!”
그러면서 모두가 사방으로 한순간에 뻗어가자 이이책이 말한 대로 잠시나마 길이 뚫렸다.
“지금이다! 가라!”
마홍이 그렇게 외치자 강무진과 이이책이 어쩔 수 없이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고 또다시 이 많은 사람들을 뚫고 나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강무진과 이이책이 달리기 시작하자 그의 앞으로 적들이 막아섰다. 그러나 그들은 강무진과 이이책을 공격하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어느새 두 사람의 앞으로 나선 검성 부형승이 그들을 해치운 것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이 아수라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마홍이 미소를 지었다.
‘가십시오, 대공자. 가서 대공자의 힘을 보여주십시오. 대공자를 깔보고 무시하던 그들에게 대공자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십시오!’
“흐엇!”
마홍이 그런 생각을 하며 손에 든 암기 수십여 개를 순식간에 주위로 쏘아 보냈다. 그리고 옆에서 싸우고 있는 관평대를 보고 소리쳤다.
“이놈 관가야! 그동안 놀기만 해서 배때기에 기름만 찼더냐? 왜 그리 둔한 게야?”
마홍의 놀림에 관평대가 갑자기 창을 더 빨리 놀려 순식간에 적을 두 사람이나 뚫어버리면서 대답했다.
“선배도 이제는 뼈마디가 쑤시나 봅니다. 날리는 암기에 힘이 없잖습니까?”
“놈!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하는구나! 오늘 한번 신나게 놀아 보자꾸나.”
“하하하하. 등 뒤나 조심하십시오!”
“네놈이나 조심해라!”
그렇게 흥에 겨운 듯 두 사람은 물론이고 예전의 패왕마전대였던 모두가 미쳐서 날뛰기 시작했다.
“상음이 뚫렸습니다. 지금 망성(望城)에서 그들의 발을 묶어두고 있답니다. 그런데…….”
보고를 하던 이가 말을 끌자 여사악이 그 말을 받았다.
“그런데?”
“그들 중에 검성이 있다고 합니다.”
“뭐야?”
사내의 말에 여사악이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며 벌떡 일어나려다 곧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음…….”
‘그렇군. 그래서 그렇게 자신만만했었군. 검성이라…….’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여사악이 사내를 보며 물었다.
“모두 몇 명이라 했느냐?”
“세 명입니다.”
‘무영살검 노극부도 있을 테니 네 명이로군. 어차피 던져진 주사위다. 검성이 아니라 설사 황제가 온다 해도 막아서는 수밖에…….’
“젠장! 적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이이책이 앞에서 덤벼드는 적을 향해 판관필을 빠르게 휘두르며 소리치자 검성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엄살 부리지 마라. 내가 네놈 나이 때는 삼 일 밤낮을 자지도 않고 싸운 적도 있다.”
까가깡!
“크윽! 그건 검성 어르신이나 되니까 가능한 것 아닙니까?”
이이책이 상대들의 공격이 힘에 부치는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러나 검성 부형승에게 그렇게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는 것으로 봐서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는 듯했다.
“나 말고도 가능한 놈이 저기 또 하나 있지 않느냐? 허 참……. 내 살다 살다 저렇게 무식하게 칼질하는 놈은 처음이다.”
부형승이 기가 찬다는 듯이 강무진을 보며 말했다.
강무진은 상대의 공격을 완전히 무시하며 오로지 공격만하고 있었다. 이에 상대들의 온갖 무기들이 강무진의 몸을 치고 찌르며 베었지만 강무진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덤벼들었다가 강무진의 도에 속속들이 나가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무식한 싸움 방식에 적들이 모두 혀를 내두르며 물러나고 있었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군.’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앞쪽에서 커다란 함성이 일더니 강무진을 막아서고 있던 적들이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에 강무진이 그쪽을 바라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형님!”
“무진 아우! 크아아압! 비켜라!”
시커먼 손을 사정없이 휘두르며 적들을 날리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흑마련주 구소단이었다. 그 구소단 옆에는 흑마삼귀와 봉작이 적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흑마련 사람들이 수십여 명이나 따르고 있었다.
“우리도 왔어요!”
한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무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구해신니를 비롯한 절강삼화와 몇몇 비구니들이 무섭게 검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어떻게 된 겁니까, 형님?”
“어떻게 되긴! 자네가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연락을 받고 쉬지 않고 달려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