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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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99화
99화
“이제 큰일을 해야 할 분이 눈물을 보이면 되겠습니까?”
“네……. 하지만……. 흑…….”
그때였다. 여태까지 자리에 앉아만 있던 관평대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무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강무진을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면서 말했다.
“패왕마전대의 관평대가 대주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이 관모가 평생 동안 못 하던 것을 그대가 해주었구려. 고맙소이다. 정말 고맙소이다.”
관평대는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 것이 항상 말썽이니 그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문 밖에서는 물론이고 문 내에서조차 모두들 관옥상을 무시하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을 해왔다. 사실 한때는 어르고 달래보기도 하고, 무섭게 몰아붙여 보기도 했었으나 모두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에 어느 순간부터 포기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것을 강무진이 바꾸어놓았다. 모두가 포기했던 관옥상을 강무진만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형님으로 대하며 그를 바꾸어놓았던 것이다.
관평대가 눈물을 보이며 그렇게 말하자 관옥상이 관평대를 향해 엎드리며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크흐흑! 죄송합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이에 모두들 코끝이 시큰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러지 말고 두 분 어서 일어나십시오. 제가 뭐 한 일이 있다고 이러십니까?”
강무진이 관평대와 관옥상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우려고 하자 마홍도 나서서 관평대의 등을 두드리며 다독여 주었다.
“허허. 사람 참……. 어서 일어나야지. 대주님이 일어나라 하지 않는가?”
“네, 선배님.”
“어쨌든 잘된 일이네. 그렇잖아도 자네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이리 결정이 났으니 지금 이야기를 함세.”
“네, 선배님. 뭐든지 분부만 하십시오.”
“흥. 이제야 선배가 눈에 보이는가?”
“하하하. 선배님도 참…….”
그렇게 좌중의 분위기가 좀 바뀌자 모두들 팔을 치료하고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마홍이 모두에게 이이책이 세워놓은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알다시피 여기 이분은 패왕마전대의 대주님이십니다. 비록 지금 패왕마전대는 모두 전멸하고 서너 명만이 살아남았지만 이렇게 대주님도 계시고, 미약하나마 나와 여기 있는 이들이 힘을 합한다면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기 계신 대주님이 바로 패왕성의 대공자라는 사실이오.”
“……!”
“그게 무슨 말이오? 대공자라니?”
사람들이 선뜻 이해를 하지 못하고 그들 중 한 명이 묻자 마홍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 그대로요. 이분이 바로 패왕성의 성주이신 남쪽의 패자 적상군 님의 대제자이시오.”
“헛!”
웅성웅성!
마홍의 말에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이다>
“그것이 정말이오?”
“그렇소이다. 이분은 틀림없이 패왕성의 대공자시오.”
“음…….”
“그래서 감히 약속하건대 이분이 패왕성의 성주가 된다면 흑룡문의 건재함을 약속하겠소. 그러니 함께합시다.”
마홍의 말이 끝나자 관여지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이에 모두가 관여지를 바라보자 관여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당신이 그냥 패왕마전대의 대주라면 상관이 없지만 패왕성의 대공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요. 지금 패왕성은 도백광이 모든 실권을 잡고,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미 거의 죽었다고 알고 있어요. 그들이 만약 당신이 패왕성의 대공자라는 사실을 알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그때는 정말 우리 흑룡문이 흔적도 없이 지워질 거라고요.”
“흥! 이미 그들과 싸우기로 한 일! 어찌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우 장로가 힘 있게 이야기하자 모두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에요. 만약 저자가 없다면 아까 저자가 말한 대로 우리가 잘 버티기만 한다면 패왕성에서 우리와 협정을 맺으려 할 거예요. 하지만 저자가 있다면 그들은 반드시 우리 모두를 전멸시키려 할 거예요. 지금 비록 패왕성의 실권은 도백광이 모두 쥐고 있다고 하나 성주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명분은 저자에게 있으니까요.”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그런 관여지의 말에 모두들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 그것은…….”
마홍 역시도 뭐라 말을 못 하고 있을 때였다. 대청의 입구로 한 사내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마홍이 반가움에 눈을 빛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이책이 부채질을 살랑살랑 하며 걸어오자 모두들 그를 바라봤다. 이이책이 그런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강무진을 향해 먼저 예를 취했다.
“조금 늦었습니다, 대주님.”
“응. 갔던 일은 잘 된 거야?”
“물론입니다.”
그렇게 대답한 이이책이 좌중을 한 번 쓸어보더니 모두에게 말했다.
“방금 소저가 말했듯이 명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힘은 저들이 압도적으로 강하오. 그러나 그 힘이 모두 그들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오. 그러니 어느 정도 그들에게 맞설 수 있는 힘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오. 굳이 싸울 필요도 없소. 그냥 우리가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하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기만 하면 되오.”
“그래서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훗! 우리 쪽에 힘이 있으면 저들에게 명분을 빌미로 대결을 요구할 수가 있소. 성주의 자리를 놓고 제대로 한판 벌이는 것이오.”
웅성웅성!
“그들로서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것이오. 이기기만 한다면 껄끄러운 상대를 처리함은 물론이고 명분을 가지고 있는 우리 쪽에서 먼저 승부를 걸었으니 우리를 이기면 그들에게도 명분이 생기는 셈 아니겠소? 물론 이겼을 때의 일이지만…….”
“당신의 말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관여지가 이이책을 보며 말하자 이이책이 웃으면서 관여지를 바라봤다.
“그 문제점이 무엇이오?”
“첫째는 본문과 지금 여기 있는 당신들 모두를 합해도 그들에게는 우습게보일 정도로 약해요. 그리고 둘째는 어떻게 그들을 속여 힘을 갖추었다고 해도 도백광은 남쪽의 패자라 불리던 적상군을 이긴 자예요. 그런 그를 누가 이길 수 있다는 거죠? 설마 저자가 이길 수 있다는 건가요?”
관여지가 강무진을 가리키며 말하자 순간 이이책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그런 이이책을 보고 관여지가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우습죠?”
“크크큭! 아! 미안하오. 이거 대주님이 여기 소저에게 단단히 밉보인 모양입니다.”
이이책의 말에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후훗! 소저가 말한 두 가지 문제점은 이미 해결 방안이 있소이다. 우선 처음 말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직 소저가 그분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말하는 것 같소이다.”
“그분이라니요? 누구를 말하는 거죠?”
“나를 말하는 거다.”
관여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 대청의 중앙에 갑자기 나타났다. 그는 마치 방금 밭일을 하다 온 것 같은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노인이었는데, 그의 신법이 어찌나 빠른지 그가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서 있었던 것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그 노인은 대청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재빨리 훑어보다가 강무진과 눈이 마주치자 순식간에 강무진의 옆으로 내려섰다. 그 같은 그의 신법에 사람들은 또다시 놀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
강무진 역시 놀라며 그를 바라보자 그가 강무진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네놈이 강무진이란 놈이냐?”
“그, 그런데요.”
“어디 무공이나 한번 보자.”
“네?”
강무진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에 노인은 벌써 손을 뻗어 강무진에게 일장을 날리고 있었다. 그 수법이 어찌나 빠른지 그가 손을 뻗는 것을 제대로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퍼어엉!
강무진 역시 그런 노인의 일장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대로 어깨를 얻어맞았다. 그러나 그 순간 금강불괴신공의 반탄력 때문에 오히려 공격을 한 노인의 손이 뒤로 튕겨 나갔다. 노인은 강무진이 다칠까 봐 가볍게 뻗은 손이라고는 하지만, 설마 이렇게 튕겨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인상을 살짝 쓰며 내공을 끌어올려 제대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퍼퍼퍼펑!
눈 한 번 깜빡일 찰나의 시간이었다. 노인은 그 짧은 시간에 무려 네 번이나 공격을 펼쳤다. 그 공격은 모두 강무진에게 적중되었지만 강무진은 여전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반면에 공격을 했던 노인은 강무진의 반탄강기에 공격이 튕겨 나오면서 어쩔 수 없이 두 걸음을 뒤로 물러서야 했다.
“허! 이놈 봐라? 감히 내 공격을 받고도 멀쩡하니 튕겨낸단 말이지? 좋다. 어디 이것도 한번 버티어봐라.”
노인이 작심을 했는지 한 손은 뒷짐을 지고 다른 손은 검지와 중지를 곧게 뻗어 붙이고 나머지 손가락은 접었다. 그 모습이 마치 검을 쥐고 있는 모습과 같았다.
마홍은 갑자기 들이닥쳐서 강무진을 공격하는 노인을 보며 막아서려고 했으나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이이책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자 일단 손을 거두었다.
노인은 검지와 중지를 세운 손을 마치 검처럼 사용하며 강무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에 강무진이 뒤로 물러나며 피한다고 피했지만 워낙에 노인의 출수가 빨라 거의 대부분을 몸으로 막아내야 했다. 그때마다 옷이 마치 날카로운 검에 베이듯이 찢겨져 나갔으나 몸에 상처가 나지는 않았다. 그것을 본 노인의 눈에 약간 당혹감이 서렸다.
사람들은 노인이 마치 장난하듯이 가볍게 휘젓는 손을 보며 빠르기는 하지만 위력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 강무진이 노인이 출수하는 것을 피해내자 노인의 손가락 끝이 강무진 뒤에 있던 기둥에 살짝 닿았다.
퍼억!
그러자 놀랍게도 그 굵은 기둥의 뒤쪽까지 터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에 사람들은 노인의 무공이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노인이 한 것처럼 그 굵은 기둥을, 그것도 손가락으로 마치 검으로 뚫은 듯이 깔끔하게 구멍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노인의 그런 공격을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고 있는 강무진의 무공에 감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노인이 강무진에게 바짝 접근하더니 마치 검처럼 사용하던 검지와 중지를 강무진의 가슴에 대었다.
퍼어억!
“흡!”
단순히 가볍게 검지와 중지를 가슴에 대었을 뿐인데 강무진이 뒤로 서너 걸음이나 밀려 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상처는 없었다.
“노인장! 누구신지는 모르겠으나 계속하겠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강무진은 노인의 맹공을 당하고도 침착하게 노인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러자 노인이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허! 반탄강기가 보통이 아니구나. 혹시 네놈이 익힌 것이 소림의 금종조더냐?”
노인의 말에 사람들이 모두 놀란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금종조는 현 소림사 최고의 호신기공이었다. 순수한 내공의 힘만으로 온몸을 보호하는 무공으로, 소림사에서도 배분이 높은 몇몇 사람만이 익히고 있었다. 그만큼 깊은 내공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