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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86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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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86화

86화

 

강물 위로 작은 배 한 척이 흐르는 물살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것 같았으나 실은 두 사람이 배 위에 타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심한 상처를 입고 배 위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한 사람은 사내였고 한 사람은 여인이었는데 두 사람 다 부상이 심한 듯, 계속 피를 흘리고 있었다.

“크으윽……. 쿨럭!”

희미해지는 정신을 다시 붙잡은 강무진은 자신의 몸을 덮다시피 쓰러져 있는 초연을 바라봤다.

‘초연…….’

“커억! 쿨럭!”

감정이 격해지자 강무진은 또다시 피를 토해내었다. 그렇게 강무진이 피를 토해내는데도 초연은 움직임이 없었다. 그런 초연을 보며 강무진은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슬픔이 자꾸 북받쳐 올라와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저 눈물만이 계속 흐를 뿐이었다.

‘이대로……. 이대로 나도 죽었으면…….’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은 강무진의 머릿속에 그때의 상황이 다시 그려지기 시작했다.

 

“흐아아앗!”

“하아아압!”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아수라패왕권이 작렬을 했다. 강무진의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이었다. 이에 질세라 고운강의 마력진패강기와 열화마기가 어우러진 기운이 아수라패왕권의 힘에 맞서갔다.

콰콰콰콰쾅!

두 개의 거대한 힘이 부딪치자 귀청을 찢을 것 같은 폭음이 울리면서 두 사람이 동시에 뒤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땅을 몇 번이나 구르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크어어억!”

강무진은 오른팔을 부둥켜 잡고 피를 한 모금이나 토해내었다. 오른팔에 감각이 없었다. 게다가 속이 완전히 진탕되어 눈앞이 노래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괴로웠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이 계속 밀려왔다.

사람은 크게 상처를 입으면 상처 때문에 죽기보다는 상처를 입을 때의 충격 때문에 죽는 경우가 더 많다. 아까 고운강과 격돌할 때의 그 아찔한 충격은 능히 강무진의 정신을 날려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강무진은 다행히 정신을 잃지 않았다. 아마 그때 정신을 잃었다면 강무진은 그대로 죽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목숨은 건졌지만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이 너무나 컸다.

“끄으으윽…….”

강무진이 신음하며 자신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지금 강무진의 오른팔은 말이 아니었다. 어깨뼈가 다 보일 정도로 튀어나와 있었고, 근육들도 파열이 되어 엉망이었다. 만약 금강불괴신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팔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고운강의 공격은 굉장했다.

강무진은 계속 피를 뿜어내면서 가까스로 정신을 바로잡았다. 너무나 괴로워서 이대로 죽고 싶었지만 삶의 욕구가 더 강했다. 살기 위해 강무진은 이를 악물며 땅에 파묻힌 얼굴을 비비다시피 하며 움직였다.

그렇게 간신히 고개를 움직여 눈을 치켜뜨고 고운강을 바라봤다. 그러자 고운강 역시 오른팔이 엉망인 채로 고통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을 바라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서로를 확인하는 눈이 부딪쳤다. 그러자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크……. 쿨럭! 컥!”

“크크크큭……. 크윽!”

두 사람의 웃음에는 허탈함과 안도감이 들어 있었다.

두 사람 다 전력을 다한 승부였다. 뒤로 나가떨어져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이겼나? 아니면 진 건가?’

그래서 두 사람 다 필사적으로 상대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상대를 확인하고 나자 전력을 다했음에도 이기지 못했다는 허탈감과 함께 지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다. 이에 자신들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양패구상(兩敗俱傷)!

승자는 없었다. 두 사람 다 엉망인 채 패자였다.

그러나 강무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수라패왕권을 전력으로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수라패왕권을 펼치기 전에 고운강에게 내상을 입은 것이 원인이었다. 그때의 충격이 남아 있어 아수라패왕진결의 흐름이 잠시 끊겼었고, 이에 힘이 충분히 주먹까지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제대로 아수라패왕권이 전력으로 펼쳐졌다면 양패구상이 아니라 승자의 입장에 서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강무진의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 누구를 탓할 수가 없었다.

“크으으윽. 큭큭……. 쿨럭!”

“크크크……. 컥!”

두 사람은 피를 뿜어내며 기침을 하면서도 뭐가 좋은지 계속 웃고 있었다. 왜 자꾸 웃음이 나오는지 그 이유는 자신들도 몰랐다. 죽음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저 그렇게 웃음만이 계속 나왔다.

그때, 어디에선가 그림자 하나가 나타나더니 고운강의 옆에 내려섰다. 그러더니 갑자기 강무진을 향해 무섭게 달려들었다.

까까깡!

그러나 그의 공격은 강무진의 바로 앞에서 저지당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어디에선가 나타난 그림자가 그의 공격을 막아냈던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별로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다. 이미 그의 존재를 벌써부터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고운강이 나지막이 말하며 그를 바라봤다. 이번에 이곳에 고운강과 같이 온 자들은 칠살(七殺)이라고 불리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일곱 명으로 고운강의 명령이라면 짚을 이고 불속에라도 뛰어들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런 칠살 중 첫째는 다른 임무가 있어 이곳에 같이 오지 못했고 나머지 여섯 명이 고운강과 같이 왔던 것이다.

그들 여섯 명 중 한 명은 송편에게 당했고, 또 한 명은 마홍에게 당했으며, 두 명은 이이책에게 당했다. 다른 한 명은 고운강이 은밀히 마홍과 적영령의 미행을 지시해서 그쪽으로 간 상태였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명이 바로 칠살 중 둘째인 이 여인이었다.

칠살이 그렇듯이 이 여인 역시 살수로 키워졌으나 고운강의 밑으로 소속된 이후로는 고운강의 호위를 맡게 되었다.

그녀는 고운강과 강무진이 싸우는 동안 계속 그녀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존재가 신경 쓰였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강무진의 곁에 몸을 숨기고 붙어 있는 자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 존재감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으나 고운강과 강무진이 양패구상을 하고 상황이 다급해지자 어쩔 수 없이 먼저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상대도 다급했던지 모습을 보이며 그녀에게 맞서왔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검이 부딪치며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은 상대가 여자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동시에 뭔가 알 수 없는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경우는 다르지만 두 사람의 처지가 같았고, 말은 안 했지만 서로 그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쉬쉬쉬쉭!

두 개의 검이 소리 없이 빠르게 움직였다. 기합도 없었다. 몸을 움직이는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또한 상처를 입었는데도 신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저 검이 움직이는 소리만 빠르게 날 뿐이었다.

두 사람은 모습을 숨겼다가 다시 나타났다가를 반복하면서 상대의 틈을 노리고 검을 찔러 넣었다. 상대를 베는 동작은 일절 없었다. 오로지 서로를 향해 찌르는 동작만이 있을 뿐이었다.

전문 살수들은 상대를 베는 것을 깊이 있게 익히지 않는다. 베는 것은 동작이 커서 느리기 때문이다. 대신에 찌르는 것을 극한까지 익힌다. 찌르는 것은 베는 것에 비해 익히기는 어렵지만 일단 능숙하게만 된다면 베는 것에 비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 동안 수십 번이나 손을 교환한 두 사람은 서로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쉽게 끝을 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서로 눈치를 보더니 어느 순간 너 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손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한 명은 자신의 뒤에 있는 고운강의 상태를 슬쩍 살폈고, 또 한 명은 강무진의 상태를 곁눈질로 살폈다. 그러다가 다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말없는 대화가 오갔다.

눈빛만으로 서로 원하는 것을 전하려고 하자 신기하게도 그것이 통했다. 이에 한 명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다른 한 명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의 표시였다.

그러자 두 사람이 동시에 검을 집어넣고 자신들이 염려하던 사람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강무진은 자신에게 다가와 상처를 살피고 있는 여인을 흐릿한 눈으로 바라봤다.

“초…연, 보고 싶었…어. 쿨럭!”

강무진이 피를 토해내자 초연이 그의 상처를 지혈하고 금창약을 뿌리며 말했다.

“말하지 마. 상처가 심해. 어쩌면 오른팔은 못 쓰게 될지도 몰라.”

“초…연, 왜… 이제야…….”

“말하지 말란 말이야. 흑…….”

초연은 강무진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아니, 볼 수가 없었다. 상처가 심해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몰랐다. 이대로 강무진이 죽는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부상이 심했다. 그런 상처를 초연은 눈물을 흘리면서 필사적으로 치료했다.

“얼굴… 보여줘. 보고…….”

강무진의 말에 초연이 강무진을 치료하다 말고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얼굴에 쓰고 있던 두건을 벗었다. 그러자 어깨까지 오는 생머리가 흘러내리며 예쁜 얼굴이 드러났다.

강무진은 그런 초연의 모습을 보면서 힘겹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너무 힘이 들었다. 손을 뻗어 초연의 얼굴을 만진다는 것이 지금의 강무진에게는 사력을 다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강무진이 손을 부들부들 떨며 더 이상 들어 올리지 못하자 초연이 그의 손을 꼭 잡았다.

“흑……. 괜찮아. 괜찮을 거야. 내가 살릴 거야. 걱정하지 마.”

초연이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자신에게 하는지 강무진에게 하는지 모를 말을 했다. 그러자 강무진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간신히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때였다. 고운강과 강무진의 중앙으로 한 사람이 날아내렸다. 그러자 초연과 고운강의 상처를 치료하던 여인이 흠칫 놀라며 동시에 그를 바라봤다.

두 사람은 고운강과 강무진의 상처가 너무 심해 치료에 열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사내는 땅에 내려서자마자 고운강과 강무진을 한 번 훑어보더니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를 보고 고운강을 치료하던 여인의 입에서 나지막이 그의 이름이 새어 나왔다.

“여사악!”

“클클. 양패구상인가?”

여사악은 고운강과 여인을 한 번 힐끗 보고 나더니, 갑자기 강무진을 향해 몸을 날려 공격을 했다. 초연은 여사악이 나타났을 때부터 그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사악이 고운강을 힐끗 보는 시선에 자신도 모르게 같이 고운강을 바라봤다. 그 약간의 틈을 이용해 여사악이 기습을 해오자 순간 당황을 했다.

여사악이 노린 것이 이것이었는데, 초연은 너무나 쉽게 넘어가 버렸던 것이다.

여사악의 장이 빠르게 교차하면서 초연의 머리와 가슴을 노리고 날아오자, 초연이 그것을 발로 차내면서 검을 찔러 넣었다.

여사악은 초연의 검이 생각보다 빠른 것에 약간 놀랐으나, 곧 평정을 되찾고는 초연을 향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처음에 잠깐 시선을 빼앗기면서 승세를 놓치고 있었기 때문에 초연은 계속 밀리면서 위험한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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