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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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84화
84화
“생각은 좋다만!”
고운강이 그렇게 외치면서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는 강무진의 팔을 떨쳐냄과 동시에 몸을 낮추며 바닥에 앉다시피 했다가 뒤를 향해 크게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아까와 마찬가지로 날아오던 암기들이 방향을 잃고 튕겨 나가버렸다.
만약 아까 고운강에게 접근할 때 오른쪽 어깨를 맞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고운강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른쪽 어깨를 맞아 팔이 저려오면서 감각이 없었기 때문에 두 손으로 고운강을 잡고는 있었으나 사실 왼손으로만 잡고 있는 격이었다. 그래서 고운강이 그렇게 쉽게 떨쳐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고운강은 그렇게 등 뒤에서 날아오던 암기들을 쳐내는 한편, 강무진의 가슴에 장을 바짝 가져다 대었다.
“하압!”
그 순간, 고운강이 크게 기합을 지르면서 장을 비틀자 강무진은 마치 커다란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뒤로 튕겨 날아올랐다.
“크허헉!”
그 충격에 강무진은 제대로 착지를 하지 못하고 바닥을 몇 번이나 구르면서 쭈욱 밀려갔다.
“흐음, 실망이군. 적운휘보다 나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못하군. 전력을 다해 치지는 않았으니 일어날 수는 있을 거야. 이제 외성의 성문을 부셨던 그 기술을 써보는 것이 어떤가?”
“헉! 헉!”
강무진은 방금 받은 일격으로 속이 약간 진탕되었음을 느꼈다. 고운강의 공격은 금강불괴신공을 부수고 들어와 충격을 줬던 것이다. 아무리 완성된 금강불괴신공이 아니라지만 이 정도의 충격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최근에 유빙화의 절초인 항마참뢰가 비슷한 정도의 위력이었는데 그것은 유빙화가 전력을 다해 펼쳤던 초식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 고운강은 강무진이 아수라패왕권을 펼칠 때처럼 거리가 전혀 없는데도 이 같은 위력을 냈다. 더구나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라니, 전력을 다한다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떤가? 내 마력진패강기(魔力眞敗剛氣)와 외성을 부술 때 네가 펼쳤던 그 기술의 위력을 가늠해 보는 것이.”
“마력진패강기?”
“모르고 있었던가? 난 마력진패강기를 익혔네. 열화마결(熱火魔結) 역시 익혔지. 두 개의 무공을 동시에 쓸 수도 있지만 아직 그런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강무진은 사실 고운강과 싸우면서 그의 무공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었다. 이에 이상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런 것을 깊이 있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고운강에게 그의 무공이 마력진패강기라는 이야기를 듣자 그제야 그의 무공이 왜 익숙하게 느껴졌는지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후욱! 좋아. 해보지. 대신에 마력진패강기와 열화마결을 동시에 펼쳐라.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글쎄,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지.”
고운강의 말에 잠시 고운강을 바라보던 강무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마력진패강기만으로 외성의 성문을 날려버릴 수가 있나?”
“……!”
강무진의 말에 고운강은 순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자신이 전력을 다해 마력진패강기를 펼친다면 외성의 성문을 부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무진이 부숴놓은 것처럼 그렇게 완전히 부술 수 있으리란 자신은 없었다. 게다가 강무진은 사람을 세 명이나 겹쳐놓고 성문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던가?
그때 강무진이 자세를 약간 낮추며 앞으로 한 발을 디디어 하체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오른쪽 주먹을 허리에 붙이며 왼손을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자신 있으면 와라.”
도발이었다. 마치 내공대결을 하듯이 한 방 위력을 겨루자는, 누구의 주먹이 더 강한지 겨루어보자는 명백한 도발이었다. 초식의 운용이나 상황 판단, 내공의 깊이 등 그 무엇도 강무진은 고운강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주먹의 위력만큼은 고운강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했다. 강무진에게는 비록 삼백 년 전이기는 하지만 강호 최강의 위력을 자랑하는 아수라패왕권(阿修羅覇王拳)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강무진의 도발에 고운강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군. 이런 긴장감도……. 훗! 역시 만나기를 잘했어.’
고운강은 즐기고 있었다. 강무진을 무시하거나 깔보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외성의 성문을 그렇게 만든 주먹이다. 잘못하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고운강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고운강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천천히 강무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강무진과 마찬가지로 보폭을 조금 넓게 잡고 자세를 약간 낮추어 하체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기대하겠네.”
“물론!”
고운강이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이 내민 왼손에 자신의 손을 서서히 겹쳐갔다. 그렇게 두 사람의 손등이 서로 맞닿는 순간이었다.
강무진의 몸이 작게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아수라패왕진결을 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고운강의 주먹에는 푸른 기운이 선명하게 맺히면서 온몸에서 화기(火氣)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력진패강기와 열화마결의 기운이었다.
작게 진동을 하던 강무진의 몸이 서서히 안정이 되면서 그 진동이 강무진의 오른쪽 주먹으로 밀려갔다.
고운강의 온몸에서 뿜어대던 화기가 수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오른쪽 주먹에 맺힌 푸른 기운에 화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긴장감과 열기, 두려움이 섞인 눈빛이 뜨겁게 교차하면서 빛을 발했다.
그리고 너 나 할 것 없이 동시에 기합을 지르며 전력을 다해 기술을 펼쳐냈다.
“하아아앗!”
“흐아아압!”
콰콰콰콰콰쾅!
<그녀가 죽다>
“헉! 헉!”
“마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힘드시면 조금 쉬었다가 가요.”
마홍의 숨소리가 갈수록 거칠어지자 등에 업혀 있던 적영령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마홍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안전한 곳을 찾을 때까지는 힘이 남아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아가씨. 헉! 헉!”
“그래도 부상이 심하잖아요. 피가 계속 흘러요. 지혈이라도 하고 가요. 네?”
적영령의 말대로 지금 마홍은 상당히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다. 아까 갈대숲에서 겨루었던 상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마홍이 가진 재주를 모두 끌어내도 승부를 장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정말 숨겨둔 비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당한 것은 마홍 자신이었을 것이다.
격산타우(隔山打牛)!
예전에 마홍의 사부가 전해준 구결이었으나 까맣게 잊고 있었던 말이었다. 그 말을 강무진 때문에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강무진이 절강성(浙江省)에 가 있는 동안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조금의 성과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약간의 성과가 마홍을 살렸던 것이다.
“마 할아버지, 제가 할아버지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피가 계속 제 옷에도 베어 축축하단 말이에요. 벌써 속옷까지 젖었다고요. 그러니까 일단 지혈을 하고 가요.”
적영령이 하는 말은 당연히 사실이 아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옷이 젖건 말건 그런 것에 연연할 적영령이 아니었다. 그것을 마홍도 알고 있었지만 못이기는 척 그냥 속아 넘어가 주며 말했다. 사실 마홍도 속으로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던 것이다.
“허허! 그렇습니까? 제가 아가씨 생각을 못 했군요. 그럼 잠시 여기서 지혈을 하고 가겠습니다. 끙!”
마홍이 적영령을 내려놓고는 상처에 금창약을 뿌리고 옷을 찢어 감으려고 했다. 그런 마홍의 모습을 보며 적영령이 마홍에게 말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감아드릴게요.”
“허허. 이거 이 늙은이가 호강을 하는군요.”
“별말씀을요. 어서 이리 오세요.”
적영령은 마홍의 상처를 살피며 정성스럽게 천을 감았다. 그런 적영령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저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저 때문에…….”
“그런 말씀 마십시오. 패왕마전대는 대주님의 명령이 곧 하늘입니다. 죽으라면 죽어야 합니다. 그래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모두들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아가씨를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원으로서 대주님의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 것뿐입니다. 그렇게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죽는 일도 더러 생깁니다. 이번 임무는 아가씨를 구출하는 것이었으니 아가씨만 무사하다면 우리는 임무를 완수한 것이 됩니다. 그러면 먼저 간 사람들도 기뻐할 겁니다. 그러니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우리는 대주님의 명령으로 그저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허허. 이 늙은이의 말이 길었군요.”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적영령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로 닦았다. 자신을 구하다 죽어간 사람들이 고마웠고 마홍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오라버니는… 무사하겠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품 안에 있을 때는 그저 어린아이처럼만 느껴졌었는데 잠시 떠나 있는 사이에 몰라보게 성장을 하셨더군요. 이제는 한 명의 무인으로서, 패왕마전대의 대주로서 부족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대공자님은 반드시 무사하실 겁니다. 그러니 마음을 놓으십시오.”
“네. 마 할아버지의 말을 들으니 조금 마음이 놓여요.”
적영령이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돌려 강무진을 두고 온 방향을 바라봤다. 그런 적영령의 눈에는 애절함과 걱정이 가득했다.
까까까깡!
“크윽!”
송편은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며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상대의 호조는 그런 송편의 곳곳을 노리며 날아왔다. 이에 송편은 또다시 뒤로 물러나며 유엽도를 휘둘러 방어를 했다.
까까까깡!
“큭!”
그렇게 방어를 했음에도 송편의 상처가 더 늘어버렸다. 지금 송편은 온몸에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가득했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호랑이와 싸웠다고 해도 믿을 만큼 마치 호랑이 발톱에 긁힌 것 같은 상처가 선명하게 나 있었다.
‘빠르기, 위력, 기술, 모두 놈이 위다. 경험도 나에 못지않아. 하지만 꼼수라면 내가 한 수 위지.’
송편이 그런 생각을 하며 유엽도를 좌우 사선으로 휘두르며 상대를 향해 나아갔다. 그 순간 상대의 손에 붙어 있는 호조가 송편이 휘두르는 유엽도의 틈을 파고들고 송편의 어깨에 깊숙이 박혔다.
퍼억!
“크윽!”
송편은 아찔한 통증에 이를 악물었다. 그때 상대의 다른 손에 있는 호조가 송편의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오자 송편이 들고 있던 유엽도를 손목의 힘으로 튕겼다. 그러자 유엽도가 송편의 손을 떠나 상대의 어깨를 향해 날아갔다.
“흥!”
상대가 코웃음을 치며 그것을 쳐내는 사이에 송편이 상대에게 바짝 붙으며 손을 쭉 뻗었다.
뽁!
아주 미묘한 소리였다. 그 소리가 나자 상대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송편을 노려봤다. 그런 상대를 보면서 송편이 어깨의 상처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큭큭! 내가 노린 것이 이것이다. 제대로 네놈과 싸웠다면 난 네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살을 내주고 네놈의 뼈를 부수기로 마음먹었지. 거기에 내 꼼수가 더해졌으니 애초에 네놈의 죽음은 정해져 있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