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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81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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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81화

 81화

 

섭초홍은 올라온 보고서를 보고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호오, 그가 적영령을 구해 간 건가? 이거 엉뚱한 곳에서 터졌네.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성주님이 살아 계셨다면 조금은 기뻐했겠는걸.’

섭초홍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에 그대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계속 생각에 잠겼다.

‘그들이 성을 벗어났으니……. 그렇군. 북쪽으로 갔을 거야. 호북성으로 들어서면 패왕성에서도 함부로 할 수가 없으니 조금은 안전하다고 생각하겠지. 음. 그래서는 안 되는데. 패왕성의 추격을 피하려면 북쪽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남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어떻게 한다? 일단 그에게 연락을 해서 그들을 찾으라고 해야겠군.’

그렇게 생각을 정한 섭초홍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집무실을 나와 높게 솟아 있는 탑으로 향했다. 그곳의 꼭대기에는 부용화가 갇혀 있었던 것이다.

“지내기에는 어때요?”

섭초홍이 방으로 들어서면서 묻자 부용화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나쁘지 않아요. 갑갑한 것을 빼고는.”

“훗! 그가 왜 당신을 죽이지 않는지 모르겠군요. 당신의 이용가치는 더 이상 없을 텐데 말이에요. 흐음, 어쩌면 검성(劍星)이라 불리는 당신의 부친이 무서워서 그런지도 모르겠군요.”

“그럴지도요. 령아는 어떻게 지내나요? 잘 지내고 있나요?”

“훗! 실은 그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왔어요. 다행히 적 소저가 이곳을 빠져나갔어요.”

섭초홍의 말에 여태까지 귀찮은 표정을 하고 있던 부용화가 놀라며 되물었다.

“뭐라고요?”

“당신 딸이 무사히 패왕성을 빠져나갔다고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어떻게 그 아이가……. 누구죠? 그 아이를 데려간 것이? 혹시 운휘인가요?”

“아니에요. 당신이 들으면 놀랄걸요. 그는 바로… 강무진이에요. 당신이 죽일 가치조차도 없다고 여겨 신경도 쓰지 않던 패왕성의 대제자 강무진 말이에요.”

“……!”

섭초홍의 말에 부용화는 또다시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 그가 어떻게……. 그는 절강성에서 죽지 않았나요?”

“훗! 도백광이 시켜서 내가 그렇게 정보를 흘렸어요. 사실 그는 죽지 않았었죠. 그곳에 같이 있던 패왕마전대 역시 모두 무사했었고요. 하지만 이번에 적 소저를 구하면서 패왕마전대는 전멸했어요. 강무진과 적 소저를 포함해서 겨우 네 명이 살아 나갔으니까요.”

“그가 왜 우리 령아를 구해 간 거죠? 그가 왜?”

“글쎄요? 왜 그랬을까요? 하지만 이곳에서 엉뚱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어요.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난 이제 또 가봐야겠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섭초홍이 방을 나가려고 하자 부용화가 그런 그를 부르며 잡아 세우려 했다.

“기다려요!”

그러나 섭초홍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부용화가 밀려서 뒤로 넘어졌다. 부용화는 현재 내공을 전혀 쓰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곳으로 끌려오면서 도백광이 내공을 쓰지 못하게 손을 써두었던 것이다.

“흥! 한 가지 더 알려주죠. 당신이 애지중지하던 적 공자는 도백광의 대제자인 고운강에 의해 초죽음이 된 채 간신히 목숨만 건졌다고 하더군요. 호호호.”

그렇게 섭초홍이 방을 나가버리자 부용화는 이를 악물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두두두두두!

패왕성을 벗어나 말을 번갈아 타며 달리던 강무진 일행들은 이제 말들이 모두 지쳐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자 그제야 멈추어 섰다.

“이 정도 왔으니 추격해 오는 자들하고 조금은 차이가 벌어졌겠지?”

강무진이 적영령을 내려서 한쪽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앉히며 말하자 이이책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뒤에서 따라오는 자들하고는 간격이 좀 벌어졌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쯤이면 성에서 우리 앞쪽에 있는 지부에 연락을 했을 겁니다. 지부에서는 근처에 패왕성에 속해 있는 문파들에게 도움을 청했을 거고요. 그러니 호남성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는 모두가 적인 셈입니다.”

“음, 그럼 어떻게 하지?”

“일단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무조건 북쪽으로 뚫고 가는 겁니다. 무슨 수를 쓰든 호남성(湖南省)만 벗어나 호북성(湖北省)까지만 가면 여유가 좀 생길 테니까요. 또 한 방법은 우리가 지냈던 절강성으로 가는 겁니다. 절강성까지만 도착하면 몸을 숨기는 것은 일도 아니죠.”

“그건 안 돼. 절강성으로 가면 형님의 도움을 받아야 할 텐데 그럼 형님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

“그거야 그렇지만 그는 수년간 패왕성을 상대로 싸워온 사람입니다. 우리들을 숨겨주는 것쯤은 문제도 아닐겁니다.”

“그렇겠지만 어쨌든 그건 마음이 내키지 않아. 다른 방법은 뭐야?”

“마지막 방법은 북상하는 척하면서 다시 돌아와 숨는 겁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죠.”

“음, 마홍 생각은 어때? 내 생각에는 위험하기는 해도 세 번째 방법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며 묻자 마홍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글쎄요. 저도 세 번째 방법이 좋은 것 같기는 하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 같군요. 숨어 있다가 들키면 오히려 빼도 박도 못 하지 않습니까? 제 생각에는 첫 번째 방법대로 호북성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때 이이책이 두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우리가 호북성으로 가든, 아니면 다시 돌아와 숨든 일단 어느 정도 더 북상을 해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그래도 악양(岳陽) 근처까지는 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그곳까지 도착했을 때 몸을 숨길 장소입니다. 악양이 번화한 곳이라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패왕성의 세가 강한 곳이기도 하거든요.”

“음, 악양이라면 몸을 숨길 곳이 있네.”

마홍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마홍을 바라봤다.

“악양까지만 무사히 간다면 그가 도와줄 걸세.”

“그가 누굽니까?”

“창왕(槍王) 관평대!”

마홍의 말에 이이책도 그를 아는지 손바닥을 딱 치며 말했다.

“아! 그 사람이라면…….”

“누구야? 창왕 관평대가?”

“그는 전에 패왕마전대였던 사람입니다. 유운무 대주님하고도 친분이 두터웠었죠. 창을 귀신같이 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창왕이란 별호가 붙었죠.”

이이책이 그렇게 관평대에 대해 설명하자 마홍이 덧붙여서 말했다.

“그는 유일하게 패왕마전대를 떠나서 성공한 사람입니다. 흑룡문이라는 작은 문파를 세워 대성상단의 일을 봐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성상단이라면 강무진도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이곳 호남성에는 가장 세력이 크고 유명한 상단이 두 곳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호남상단이요 다른 한곳이 바로 대성상단이었던 것이다.

“뭐야? 대성상단에 있다면 오히려 더 위험한 것 아니야? 그곳도 패왕성과 연관이 많은 곳이잖아.”

강무진의 말대로 대성상단은 패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었다. 패왕성의 그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 굵직한 자금줄 중의 한 곳이 바로 대성상단이었던 것이다.

“걱정 마십시오, 대공자님. 방금 이 조장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라고. 그라면 옛정을 생각해서 우리를 숨겨줄 것입니다. 충분히 그럴 능력도 있는 사람이고요.”

“그래? 두 사람이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니 한 번 가보지 뭐. 그럼 이제는 여기서부터 악양까지 가는 방법을 찾아야겠군.”

“육로는 물론 수로까지 적들이 지키고 있을 겁니다.”

이이책의 말에 강무진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 정도는 걱정 없어. 이제 쉴 만큼 쉰 것 같으니 가면서 방법을 찾아본다. 가자.”

“나 참. 갑자기 힘이 넘치십니다.”

이이책이 고개를 흔들며 말하자 강무진이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

“살길이 보이니 이를 악물고 덤벼봐야지.”

그러자 옆에 있던 마홍이 맞장구를 쳤다.

“옳거니.”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갔던 것 같습니다.”

땅에 남아 있는 흔적을 살피던 사내가 여사악에게 그렇게 말하자 여사악이 고개를 끄덕였다.

“북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 확실하군. 시간은 얼마나 된 것 같으냐?”

“남아 있는 흔적으로 봐서는 한 시진에서 두 시진 사이입니다.”

“음. 그 정도면 무리해서 따라잡을 필요 없다.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지지?”

여사악의 말에 옆에 있던 사내가 대답했다.

“곧바로 따라가면 상음(湘陰)이 나옵니다.”

“상음이라……. 그럼 그곳에서 배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군. 그렇게 수로를 이용한다면 악양을 통해 호북성으로 가려 할 것이야. 상음에 있는 지부에 연락은 했느냐?”

“네. 이미 연락이 갔습니다. 그쪽에서 사람들을 동원해 모든 길을 막고 있을 겁니다.”

“좋아. 혹시 모르니까 악양에도 연락을 하도록. 북상하는 모든 길을 막고 지키라고 그래.”

“알겠습니다.”

여사악은 그렇게 지시를 하면서도 마음이 놓이지가 않았다.

그 이유는 강무진 일행 중에 있는 이이책 때문이었다. 이이책이 자신과 같이 머리가 뛰어난 자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갈 만한 방향을 모두 막고 있음에도 쉬이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

“불안해 보이는군요.”

그때 여태까지 딴 짓만 하던 고운강이 다가오며 말하자 여사악이 그를 보며 말했다.

“패왕성에서 그 난리를 치고도 무사히 빠져나간 자들이오. 게다가 이이책이 있으니 만만히 볼 상대들이 아니오.”

“흐음, 그래 봤자 겨우 네 명 아니오? 더구나 그들이 갈 만한 길은 이미 다 지키고 있는 것 같은데 뭘 그리 걱정하시오?”

“맞소. 하지만 어쨌든 잡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대들이오.”

“그런가? 그럼 난 그들을 만날 때까지 할 일이 없겠네.”

“그때 적운휘는 왜 놓아준 것이오?”

여사악이 고운강의 눈치를 보면서 묻자 고운강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별 뜻 없었소. 그냥 죽일 만한 가치를 못 느꼈을 뿐이오.”

“……!”

고운강의 말에 여사악은 할 말을 잃었다. 사실 그때 고운강은 적운휘를 거의 반 이상을 죽여 놓았었다.

그의 사부인 도백광마저도 실력만큼은 인정을 하는 고운강이었다. 그런 고운강이니 적운휘가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운강은 적운휘를 살려 보냈다. 척경이 목숨을 걸고 그를 데려가는데도 그냥 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때 고운강이 손을 썼다면 충분히 두 사람을 죽일 수 있었건만 그는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소. 적운휘가 딱 그 격이었지. 내가 찾는 상대는 그가 아니었소.”

고운강이 지루해하는 표정으로 말하자 여사악이 눈을 빛내면서 물었다.

“패왕마전대의 대주인 강무진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소. 크큭. 당신도 보지 않았소? 외성의 성문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사실 나조차도 전력을 다한다 해도 그런 위력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오. 게다가 듣기로는 사람을 세 명이나 겹쳐 놓은 상태에서 성문까지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더군. 나는 여태까지 마력진패강기의 위력이 최고라 여겨왔었소. 예전에 사부를 따라 적상군이 펼치는 마력진패강기를 보고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소. 그런 마력진패강기에 열화마결의 화기를 더했을 때 나는 이 이상의 위력적인 무공은 없으리라 생각했었소. 그래서 확인해 볼 생각이오. 그의 무공이 강한지 나의 무공이 강한지 말이오.”

“어쩌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오. 우리가 가기 전에 그들이 당할 수도 있을 테니까.”

“천만에! 그런 위력적인 무공을 가지고 있는 자가 그리 쉽게 당하겠소? 크큭. 빨리 그자의 얼굴이 보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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