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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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80화
80화
“응?”
이에 옆에 있던 강무진이 자신을 부르는 줄 알고 적영령을 바라봤다. 그러나 적영령의 눈이 방금 나타난 사내에게 향해 있자 그 시선을 좇아 강무진도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놀란 얼굴로 그를 불렀다.
“어! 적 사제!”
<북쪽으로 향하다>
그는 바로 적운휘였다. 형산에서 정신을 차린 적운휘는 몸을 회복하는 대로 부용화와 적영령을 구하기 위해 척경과 함께 패왕성으로 향했다.
둘이서 그들을 구한다는 것이 무모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괴로워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척경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패왕성 근처에 다다랐을 때 강무진 일행이 성문을 빠져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죽었으리라고 생각했던 적영령이 정말 살아서 이이책의 등에 업혀 있는 것을 보고 적운휘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때부터 적운휘와 척경은 그들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들의 뒤를 추격하는 적들을 하나 둘씩 모두 처리했다.
사실 막평과 염전상 등이 남아서 적들을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그들 모두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만약 적운휘와 척경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없었다면 강무진 일행이 이곳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은근히 강무진 일행을 따르는 적들을 처리하던 적운휘와 척경은 더 이상 적들의 추격이 없는데다 숲 밖에 말을 준비해 두었다는 이이책의 말을 듣고는 이제 그들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두 사람은 부용화를 구할 생각에 다시 성으로 향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해서 여사악이 수십 명의 수하들을 끌고 강무진 일행을 뒤쫓는 것을 보고는 바로 뒤따라온 것이었다.
“훗! 오랜만입니다, 대사형.”
적운휘가 멋진 미소를 보이며 강무진에게 인사를 하자 강무진이 그를 향해 말했다.
“응. 정말 오랜만이네.”
두 사람은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이야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눈앞의 적들을 처리하고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던 것이다.
“먼저 가십시오. 흔적을 남겨놓으면 나중에 찾아가겠습니다. 척경!”
적운휘가 그렇게 말하면서 마력진패강기를 끌어올리며 척경을 부르자 척경이 뒤쪽에 나타나 그곳에 있는 적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척경이 길을 뚫을 겁니다. 빨리 가십시오.”
“오라버니, 함께 가요.”
적영령이 그렇게 외쳤으나 적운휘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어머니를 구해야 한다. 대사형과 있으면 안전하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그때 세 명의 적이 동시에 적운휘를 향해 검을 휘둘러오자 적운휘의 몸이 순간 흐릿해지더니 그들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적운휘에게 달려들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그들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퍼퍼퍼퍽!
“크아아악!”
“크어억!”
“내가 있는 한 누구도 지나가지 못한다.”
적운휘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그 위력에 적들이 주춤하며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에 적운휘가 더욱 강하게 주먹을 휘두르며 그들을 몰아쳐 갔다.
그런 적운휘를 보며 강무진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서 있자 마홍이 그의 팔을 잡고 끌었다.
“대공자님, 어서 오십시오.”
“하지만 적 사제가…….”
“둘째 공자님의 무공은 대공자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별일 없을 겁니다.”
마홍이 그렇게 말하면서 계속 강무진의 팔을 잡아끌자 강무진이 어쩔 수 없이 마홍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 있던 이이책 역시 적운휘를 잠시 힐끗 보고는 강무진과 마홍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앞에서 척경은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길을 뚫고 있었다.
적운휘는 뒤에서 미적대던 강무진 일행이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뒤를 따라가려던 사내 두 명의 앞을 막아서며 주먹을 휘두르자 사내들이 피를 뿜어내며 나가떨어졌다.
그때 적운휘가 갑자기 뭔가를 느끼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한쪽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곳에는 단정한 옷차림의 키가 크고 아주 잘생긴 사내가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걸어오는 것만으로도 적운휘는 긴장을 하며 뒤로 물러났던 것이다.
여사악 역시 그를 보고는 반가운 기색을 띠며 그를 불렀다.
“고 공자! 설마 그대가 와줄 줄은 몰랐소.”
그는 도백광의 첫째 제자인 고운강이었다.
“실은 사부님의 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도망 나온 것이오.”
그런 고운강의 말에 여사악이 살짝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패왕무고 때문이구려. 그래, 주군께서 다른 말은 없으셨소?”
“말은 무슨……. 대화를 나눌 틈도 없었소. 다 죽이겠다고 길길이 날뛰시기에 빠져나온 것이오. 하하.”
그렇게 웃음 짓던 고운강이 적운휘를 보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적운휘로군. 우린 처음 보지?”
“누구냐?”
적운휘가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묻자 고운강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 나는 고운강이다. 네 이야기는 전부터 들어왔었지. 하늘이 내린 기재니 뭐니 하기에 조금은 기대를 했었는데, 설마 호 사제도 상대하지 못하고 당할 줄은 몰랐어.”
고운강의 말에 적운휘가 전에 성에서 빠져나올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물었다.
“호 사제? 그때 마력진패강기를 쓰던 녀석이 네 사제인가?”
“그래. 능력은 좀 부족하지만 어쨌든 내 사제인 것은 맞지.”
“그럼 잘됐군. 그때 당한 것을 너한테 갚아주면 되니까.”
“뭐? 하하하하. 그래? 호 사제도 제대로 당해내지 못했으면서 나를 상대하겠다는 건가? 어디 능력이 되면 해보라고. 하하하.”
그렇게 고운강이 크게 웃으면서 적운휘를 무시하자 적운휘가 이를 악물었다.
사실 지금의 적운휘로서는 아직도 호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니 그의 사형인 고운강의 적수가 될 리는 더욱이 없었다.
아까 고운강이 나타났을 때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뒤로 물러섰던 적운휘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아직 강무진 일행이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았고, 그러기에는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적운휘는 서서히 마력진패강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적운휘의 두 주먹에 푸른 기운이 약간 맺혔다. 고운강이 그것을 보더니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마력진패강기인가? 조금은 경지에 올랐지만 아직 멀었군.”
그렇게 말하며 고운강이 양손을 펼치는 순간 그의 두 손에도 푸른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적운휘의 기운보다 더 강하고 선명한 기운이었다.
‘이 녀석도 마력진패강기를 쓸 줄 아는 건가?’
적운휘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한편 척경은 강무진 일행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뚫고 있었지만 적들의 수가 많아 쉽지가 않았다. 그러자 같이 합세해서 싸우고 있던 대원 두 명이 이이책의 등을 떠밀면서 말했다.
“여기는 우리가 맡겠습니다. 대주님과 함께 먼저 가십시오.”
“무슨 말이야? 다 같이 간다.”
“누군가는 남아서 저들을 막아야 하잖습니까? 어서 가십시오! 흐앗!”
까까까깡!
그렇게 대원 두 명이 필사적으로 적들을 막아서며 소리쳤으나 이이책은 그들을 놔두고 갈 수가 없었다. 벌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내기 위해 남아서 희생을 했던가?
“조장! 정신 차리십시오! 여기서 다 죽으면 먼저 간 사람들의 얼굴을 어떻게 봅니까?”
그때 대원 하나가 적의 검을 막아내면서 크게 외치자 이이책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지금 소리치고 있는 대원은 이이책이 조장으로 있는 3조의 조원이었다. 그와 함께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해온 동료였던 것이다.
“크으윽! 갑시다!”
결국 이이책은 이를 악물고 돌아서야만 했다. 그의 말이 옳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신들이 다 죽으면 먼저 죽은 사람들의 희생이 모두 헛일이지 않은가?
그렇게 이이책이 앞장서서 달려가기 시작하자 마홍이 강무진을 잡고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두 명의 대원들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차앗! 사나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덤벼라!”
까까까깡!
“크아아악!”
이이책과 강무진, 그리고 마홍이 무거운 마음을 추스르며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자 숲이 끝나면서 곧 제법 큰길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송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앉아 있다가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는 반가운 얼굴로 뛰어왔다.
“조장!”
“헉헉! 그래.”
“대주님!”
“아! 송편이구나. 헉헉!”
송편은 그들을 보고 반기면서 당연히 그들 뒤로 사람들이 더 따라올 것이라 생각하며 숲 쪽을 바라봤다. 그런 송편을 보고 이이책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뿐이다.”
“그, 그런…….”
사사사삭!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기척에 마홍이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적들이 또 따라붙었군. 어서 가세나.”
“네.”
이이책은 여태까지 등에 업고 있던 적영령을 강무진에게 넘겼다. 다리가 불편한 적영령 혼자 말에 태울 수가 없었던 것인데 자신이 함께 타기가 좀 그랬던 것이다.
“대주님과 함께 타십시오.”
이이책이 그렇게 말하자 적영령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힘드셨죠. 고마웠어요.”
“훗! 아가씨 같은 미인을 저 같은 사람이 또 언제 업어보겠습니까. 오히려 영광이었습니다.”
이이책의 말에 적영령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강무진은 적영령을 말에 태우고는 자신도 그 뒤에 올라탔다. 그리고 타고 있는 말 말고 다른 말의 고삐를 잡아서 같이 쥐었다. 가면서 말이 지치면 갈아탈 생각이었던 것이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것을 보고 마홍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도 올라탄 말 외에 또 한 마리의 고삐를 잡았다. 이이책 역시 그렇게 하자 송편이 남은 말들의 엉덩이를 치며 모두 보내버렸다.
“이렇게 해야 적들이 못 따라올 겁니다.”
송편이 그렇게 말하면서 곧 자신도 말에 올랐다. 그러자 강무진이 먼저 말을 달리기 시작했고 이에 모두들 그의 뒤를 따라 달려나갔다.
“이랴!”
“하!”
두두두두두!
그들이 그렇게 그곳을 벗어나자 간발의 차이로 여사악과 함께 몇몇 수하들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이런! 늦었나? 너는 가서 저들이 보낸 말을 몇 마리 잡아와라. 그리고 너는 성에 이 사실을 알리고 나머지는 경공을 펼쳐 놈들을 따라간다.”
여사악이 순식간에 그렇게 지시를 내리더니 곧 경공을 펼쳐 달려 나가기 시작하자 지시를 받은 사내들은 그들대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머지 사내들은 여사악의 뒤를 따라 경공을 펼쳐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요, 오라버니? 그들이 계속 따라올 거예요.”
앞에 앉아 있는 적영령이 강무진을 보며 묻자 강무진이 말했다.
“일단 강을 따라 북쪽으로 갈 거야. 호북성까지만 무사히 가면 조금은 여유가 생길 거야.”
“그렇군요. 저기, 그들은… 모두 무사할까요?”
마음이 착한 적영령이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뒤에 남았던 사람들이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묻자 강무진이 말했다.
“물론. 그들은 강해. 그러니 반드시 무사할 거야.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