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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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73화
73화
“어제 계획 세운 대로 부대주하고 강 조장이 다섯 명을 데리고 함께 지하 감옥으로 가. 이 조장하고 나머지 네 명은 날 따라오고.”
강무진의 말에 모두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몸을 움직였다.
강무진 역시 앞에 서서 그곳을 벗어나 적영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혼자 남은 주소예는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안타깝고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저 건물인가?”
강무진이 앞에 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말하자 이이책이 바로 대답을 했다.
“네. 저 건물 안쪽 후원에 있는 방입니다.”
그때였다. 갑자기 앞에서 누군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어이! 이봐, 거기!”
“……!”
‘들킨 겁니까?’
이이책이 그런 눈빛을 강무진에게 보내자 강무진이 고개를 저었다.
‘침착해.’
“이봐! 내가 부르는 게 안 들려? 뭘 그렇게 속닥거리고 있어?”
“아! 네. 무슨 일이십니까?”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사내를 바라봤다. 그는 서생 차림의 약해 보이는 모습의 사내였는데 몸에서 풍기는 기세는 그렇지가 않았다.
겉모습과 달리 상당한 경지에 오른 고수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도백광의 제자 중 한 명으로 전에 적운휘를 상대하며 마력진패강기를 쓰던 호지였다.
“어디 소속이냐?”
“네? 아, 네. 패왕폭풍대 소속입니다.”
“잘됐군. 그럼 가서 왕가 놈 좀 불러와라.”
“네?”
“쯧! 실력도 없으면서 제 아비만 믿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왕이후 말이다.”
“…….”
호지의 말에 강무진이 뭐라 대답을 못 하고 있는데, 강무진의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실력이 없단 말이냐?”
‘왕 사제인가? 큰일 났다. 얼굴을 들키면 안 되는데.’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왕이후가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들려왔다.
“흥! 용건이 있으면 나한테 직접 이야기할 것이지 왜 대원들을 괴롭히는 거냐?”
“괴롭히기는 누가 괴롭혔다고 그래?”
호지가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을 지나쳐 왕이후에게 다가가자 강무진이 슬쩍 이이책에게 눈짓을 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자는 뜻이었다.
그러자 이이책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곧 같이 있던 대원들과 함께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멈춰라!”
그때 왕이후가 강무진 일행을 불러 세우자 모두가 어쩔 수 없이 멈추어 섰다.
“패왕폭풍대는 직속상관의 명령만 따르는 것을 모르는가? 저자는 패왕폭풍대도 아니고 성내에서 아직 직급조차도 없는 자인데 왜 명령을 들으려고 한 것이냐?”
왕이후가 호지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이 옆에 있는 이이책의 옆구리를 콕 찍었다. 그러자 이이책이 찔끔하며 돌아서서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랬습니다. 하하.”
이이책이 어설픈 모습으로 그렇게 대답하자 왕이후가 그런 이이책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응? 못 보던 얼굴인데.”
“그, 그것이 새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습니다. 그래서 아직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이이책이 그렇게 대충 얼버무리고 있을 때였다. 호지가 그런 이이책의 모습을 보며 비웃듯이 왕이후에게 말했다.
“크크. 부하나 상관이나 멍청하기 짝이 없군.”
“이 자식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놀리지 마라!”
“해볼 테냐?”
호지가 그렇게 말하면서 기세를 끌어올리자 왕이후도 사나운 기세를 풍기며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며 금방이라도 한판 벌일 기세이자 강무진 일행은 그 틈을 타서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휴, 걸리는 줄 알았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왕 사제가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해서 다행이야. 하긴 그 많은 패왕폭풍대 사람들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겠어.”
“앞에 있는 건물입니다. 빨리 가시죠.”
“그래.”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며 일행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후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 후원에 거의 다다를 때까지 그들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여기에 숨어 있어. 내가 놈들을 끌어내면 그사이에 적 소저를 구해내. 알았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좋아. 간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후원으로 들어가자 이이책과 대원들이 곧 몸을 숨겼다.
후원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한쪽에 작은 연못이 있었고 나무가 몇 그루 있는 것이 다였다.
‘역시…….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 무공이 조금은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도 수신호위의 기척을 잡아내지 못하는 건가?’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좌우를 둘러보는데, 연못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한 여인이 보였다. 여인은 작고 가녀린 체구에 하얀색의 궁장을 입고 있었다. 그 순간, 여인도 강무진을 바라보자 둘의 눈이 마주쳤다.
‘뭐, 뭐야, 이 느낌은…….’
강무진은 여인과 눈이 마주치자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느낌 때문인지 한눈에 그녀가 적영령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적영령 역시 강무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강무진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왜……? 왜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까?’
그렇게 잠시 둘의 눈이 마주치고 있을 때였다.
‘아차! 수신호위!’
강무진은 적영령이 저기 있으면 당연히 근처에 수신호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허리 뒤쪽으로 엉덩이에 걸치고 있던 도를 순식간에 뽑아 들고 앞으로 치달리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적영령이 놀란 눈을 했다.
“아!”
그렇게 강무진이 도를 뽑아 들고 달려가자 갑자기 어디에선가 두 개의 검이 그를 공격해 들어갔다. 하나는 뒤쪽에서 강무진의 어깨를 노리고 있었고, 하나는 강무진의 정면에서 그의 배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 상대의 공격을 강무진은 검이 코앞에 이르러서야 겨우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러니 그들의 공격을 피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퍼퍼퍽!
“크윽! 흐아압!”
강무진은 수신호위 두 명의 검을 그대로 몸에 맞았다. 동시에 기합을 지르며 앞에서 배를 찔러온 수신호위의 목을 날려버렸다.
서걱!
“컥!”
그사이에 뒤에서 어깨를 공격했던 수신호위가 모습을 감추었고, 강무진은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자 적영령이 강무진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조심해요!”
강무진은 아직 수신호위의 기척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적영령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기척을 모두 정확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적영령이 그렇게 외치자 강무진은 직감적으로 수신호위가 또다시 공격해 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어디서 어떻게 공격해 오는지 알 수가 없으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가가가각!
이번에는 네 명이었다. 갑자기 사방에서 네 명이 나타나 동시에 강무진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것만큼이나 빠르게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그러나 모두는 아니었다. 네 명 중 세 명은 모습을 감추었지만, 강무진의 왼쪽에서 공격해 들어왔던 한 명은 강무진의 도에 목이 뚫려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뒤예요!”
그때 적영령이 강무진의 등 뒤에서 그를 공격해 들어가는 수신호위를 보고 소리치자 강무진이 즉각 반응을 했다. 들고 있던 도를 빙글 돌려 양손으로 잡고 겨드랑이 사이로 뒤를 향해 힘껏 찌르며 뒤로 날아올랐던 것이다.
그러자 공중에서 두 사람의 몸이 부딪치면서 뒤이어 뒤로 찔러 넣은 강무진의 도가 상대를 꿰뚫었다.
퍼억!
“크억!”
강무진이 그렇게 공중에서 상대에게 검을 찔러 넣는 사이에 이번에는 모두 다섯 개의 검이 그를 향해 동시에 공격해 들어왔다.
퍼퍼퍼퍽!
다섯 개의 검은 순식간에 강무진의 목과 가슴, 다리, 어깨를 뚫어버리려 했으나 금강불괴신공으로 보호되고 있는 강무진의 몸을 뚫을 수는 없었다. 그저 약간의 충격만 주었을 뿐이다.
“흐아아압!”
강무진은 등 뒤에 있던 수신호위에게 박혀 있던 도를 뽑아내며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강무진의 앞에서 그의 가슴을 찔렀던 수신호위와 오른쪽에서 다리를 베려고 했던 수신호위가 강무진의 도에 크게 베이면서 밑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강무진도 땅으로 내려섰고, 그사이에 다른 수신호위들은 또다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이제 다섯! 앞으로 세 명이다.’
땅에 내려서자마자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적영령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때 앞에서 뭔가 흐릿하더니 수신호위 두 명의 모습으로 바뀌면서 둘이 동시에 강무진을 향해 장을 뻗어왔다.
강무진이 자신들의 검을 계속 맞고도 멀쩡하자 철포삼 같은 호신기공을 익혔다고 여기고는 몸의 내부에서부터 충격을 주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흐아앗!”
강무진은 그런 그들의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상대의 장력을 맞는 순간 왼손으로는 왼쪽에서 쳐온 자의 팔을 잡음과 동시에 오른손에 있는 도를 밑에서 위로 그어 올렸다.
그러자 오른쪽에서 장을 뻗었던 수신호위의 팔이 겨드랑이부터 베어지면서 하늘로 치솟았고, 팔을 잡힌 수신호위는 뒤로 밀려나는 강무진에게 끌려 앞으로 당겨졌다.
그 순간 강무진이 몸을 옆으로 빼자 상대의 등이 보였다. 이에 방금 상대의 팔을 베며 추켜올린 도를 힘껏 내려쳤다.
가가각!
“컥!”
“헉! 헉!”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하느라 심력의 소모가 컸던지 강무진은 어느새 호흡이 거칠어져 있었다. 게다가 방금 맞은 장력은 조금 충격이 있었기 때문에 가슴이 시큰하니 아파왔다.
‘이것으로 모두 일곱! 그럼 이제 한 명만 남은 건가?’
강무진은 상대가 혼자 남았으니 쉽게 자신을 공격해 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무엇이 생각났는지 강무진이 적영령을 바라봤다.
‘아차!’
상대가 혼자 남았다면 자신을 노리기보다는 적영령을 노릴 것이 뻔했던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강무진은 적영령을 향해 온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강무진의 눈에 적영령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며 검을 그어 내리는 수신호위의 모습이 잡혔다.
“안 돼에에에에!”
강무진이 그렇게 외치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이미 적영령의 지척에서 검을 그어 내리고 있는 수신호위를 어떻게 하기에는 불가능한 거리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강무진의 단전에서 뜨거운 기가 진동을 하며 폭발을 했다. 그 힘으로 인해 그의 몸이 빛살과 같은 속도로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가가가각!
적영령을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두르던 수신호위의 눈에 놀라움이 서렸다.
분명 적영령을 베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새 강무진이 끼어들어 온몸으로 적영령을 감싸자 적영령이 아닌 강무진의 등을 베어버린 것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수신호위가 다시 검을 휘두르려고 했다.
그러나 강무진의 겨드랑이에서 갑자기 손이 하나 뻗어 나오면서 어마어마한 열기가 확 피어올랐다.
화아아악!
“크아아악!”
적영령이 손을 쓴 것이었다. 여덟 명의 수신호위를 동시에 상대하기에는 벅찼지만, 한 명 정도라면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적영령의 무공은 뛰어났다.
마지막 남은 수신호위마저 그렇게 죽어버리자 이제 더 이상 덤벼드는 사람은 없었다.
강무진이 적영령을 보호하려고 뛰어든 상태에서 적영령이 강무진을 잡아당겨 안으며 마지막 수신호위에게 손을 썼기 때문에 지금 강무진은 적영령의 품에 안겨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