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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72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6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왕전설 72화

 72화

 

“하지만 그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소. 게다가 그는 곧 주 사매와 혼인을 하게 될 것이오.”

“나도… 그것은 알고 있어요.”

‘후후. 왕 사제도 이제 여자를 알 나이인가? 어디…….’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여 왕이후와 함께 있는 여인을 봤다.

여인은 주소예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미인이었다. 적당한 키에 여인들이 입는 궁장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이 입는 무복을 입고 있었는데도 미모가 돋보일 정도였다.

‘제법인걸. 힘내라, 사제. 남자가 마음을 정했으면 밀어붙여야지.’

“난… 기다리겠소. 당신 마음이 돌아설 때까지 기다리며 무슨 짓이든 할 것이오.”

‘그렇지! 잘한다.’

“그럴 필요 없어요. 내 마음은 절대로 돌아서지 않아요.”

“그건 두고 보면 알 것이오.”

왕이후가 그렇게 말하고는 그 자리에서 가버렸다. 그러자 혼자 남은 여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 들렸다.

‘뭐야? 안 가나? 계속 여기에 있을 건가? 그럼 곤란한데…….’

그때였다. 또 하나의 인기척이 나면서 주소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요!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죠?”

“내가 어디에 있든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닌 거 같은데.”

“흥! 그거야 그렇지만 여기는 내가 자주 와서 사색을 즐기는 장소라고요.”

주소예가 그렇게 말하자 여인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사내들에게 어떻게 꼬리칠지를 생각하는 거겠지.”

“뭐예요? 말 함부로 하지 말아요!”

주소예가 발끈해서 소리치면서 금방이라도 허리에서 검을 뽑으려고 했다. 그러자 그것을 보고 여인이 여전히 코웃음을 치며 냉랭하게 말했다.

“또다시 덤빌 생각이라면 이번에는 각오하는 것이 좋아. 그때처럼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

여인의 말에 주소예는 망설였다.

주소예는 전에도 여인의 도발에 넘어가 여인에게 검을 휘두른 적이 있었다. 주소예는 그간 자신이 수련해 온 수라십삼검의 성과를 믿었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여인 역시도 수라십삼검을 능숙하게 펼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주소예보다 더 실력이 뛰어났다. 만약 그때 고운강이란 사내가 나서서 말리지 않았다면 주소예는 크게 다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인은 지금 그때의 일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현명한 선택이야. 그렇게 항상 자신의 분수를 알라고.”

여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를 뜰 때까지 주소예는 검을 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렇게 여인이 가고 나자 강무진이 걸어 나왔다. 그러자 주소예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치잇! 정말 얄미운 계집애죠. 항상 저렇다니까요.”

강무진은 주소예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는 분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모르는 척 웃으면서 말했다.

“훗! 나중에 내가 만나면 이야기를 좀 나누어야겠어.”

“에? 그 여자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요?”

“별것도 없는 남자 때문에 우리 사매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이야. 상황을 보니 질투 때문에 눈이 먼 것 같던데. 맞지?”

“휴우, 그러게나 말이에요.”

강무진의 말에 주소예가 여전히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실은 방금 왕 사제가 다녀갔어.”

“흥! 또 그 여자를 쫓아온 거겠죠.”

“응. 그런데 전에 못 보던 여자인데 누구야?”

“도백광 그자의 제자예요. 그쪽은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없다고요.”

“훗! 그것보다 뭐 좀 알아봤어?”

“물론이죠. 마홍 일행하고 사모님은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게 맞아요. 영령이도 자기 방에 갇혀 있는 것이 맞고요. 지하 감옥은 경비가 삼엄해서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적 소저가 있는 방은 어때?”

“그곳은 더 삼엄해요. 눈에 보이는 자들은 없지만 수신호위가 무려 여덟 명이나 숨어서 감시하고 있다고요.”

“음, 그렇군. 아! 혹시 지금 너한테도…….”

“아니에요. 저한테는 지금 수신호위가 없어요. 아버지가 당분간 나와 아버지 곁에 있는 수신호위들을 모두 물렸어요.”

“휴, 다행이군.”

“저기, 대사형.”

“응?”

“그들을 모두 구하고 나면 어떻게 할 거예요?”

“글쎄? 당분간은 숨어 지내야겠지.”

“그렇군요. 다시 옛날처럼 지낼 수는 없겠죠?”

“아니. 곧 예전과 같이 다 함께 웃으면서 지낼 수 있을 거야.”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주소예도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계획을 세워서 다시 올게. 내일도 여기서 보자.”

“네. 조심해서 가세요.”

“응. 그럼 간다. 사매도 조심해.”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며 주소예에게 살짝 손을 흔들고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주소예가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합동으로 일을 치러야겠군요.”

강무진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이이책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패왕성의 외곽에 있는 한 객잔에서 강무진을 비롯한 막평, 강달무, 이이책, 그리고 황삼위가 밤늦게까지 패왕성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구해낼지를 상의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한쪽은 적 소저를 구하고, 다른 쪽은 지하 감옥으로 가서 패왕마전대와 사모님을 구하는 거야.”

강무진이 이이책의 의견에 동의를 하면서 그렇게 말하자 이이책이 품에서 둘둘 말린 종이를 하나 꺼내 탁자에 펼쳤다.

“일단 이 지도를 한 번 보십시오.”

“……!”

그 지도를 보는 순간 이이책을 제외한 네 사람은 모두 굳은 표정이 되었다.

“이거… 혹시 네가 그린 거야?”

강무진이 그렇게 묻자 이이책이 의아해하며 강무진을 바라봤다.

“네. 제가 기억하고 있던 것과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더해서 만든 겁니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이이책의 말에 네 사람이 일제히 외쳤다.

“당연하지!”

이이책이 펼친 지도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림이 엉망이었다. 그것을 그린 이이책만이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거참, 뭐가 문제지?”

“끙! 강 조장이 이이책의 말을 토대로 다시 그려봐.”

결국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자 강달무가 한참이나 걸려 지도를 다시 그렸다. 그것 역시 엉망이었지만 이이책이 그린 것처럼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험! 내가 그린 것이나 이것이나 비슷하구먼, 뭘…….”

이이책이 그런 말을 하자 순간 네 사람이 도끼눈을 하고 이이책을 노려봤다. 이에 이이책이 찔끔하더니 곧 화제를 돌렸다.

“험! 험! 시간 없으니 일단 설명부터 들으시죠. 이곳이 지하창고로 가는 입구이고, 이곳이 적 소저의 방입니다. 거리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죠. 하지만 그들을 무사히 구출할 수만 있다면 빠져나오는 길은 그 중간지점이기 때문에 오히려 나은 점도 있습니다.”

이이책이 지도를 손으로 짚어가며 설명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내성을 벗어나기만 하면 외성을 벗어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그들을 어떻게 구해내는가 하고 패왕성을 벗어난 후입니다. 대주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하 감옥이야 어떻게 해본다고 해도 적 소저가 문제입니다. 여덟 명이나 되는 수신호위를 상대로 조용히 적 소저를 구해낼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랬다. 수신호위대는 그 개개인의 무공이 상당히 뛰어났다. 대놓고 싸운다면 여기 있는 조장들보다야 못하겠지만 몸을 숨긴 상태에서 싸운다면 그들이 훨씬 유리했다. 적영령을 구해내려면 그런 소리 없는 여덟 명의 암습을 뿌리쳐야 한다는 말이었다.

“조용히 구해내지 못한다면 시끄럽게 구해내면 되지.”

“네?”

강무진의 말에 모두가 선뜻 이해를 하지 못하고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강무진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미끼가 되어 시끄럽게 날뛰어주지. 먼저 적영령을 구하러 가서, 내가 수신호위들을 유인해 내면서 소란을 피울 테니까 그사이에 모두를 구해내서 내성을 빠져나가.”

“그럼 대주님은 어떻게 빠져나오시려는 겁니까?”

이이책의 물음에 강무진이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 난 안 빠져나가. 내 생각대로만 된다면 내가 너희들보다 더 안전할 수도 있어.”

“무슨 방법이 있는 겁니까?”

“훗! 그런 게 있어. 그리고 그들을 구해서 패왕성을 벗어나게 되면 북쪽으로 올라간다. 호북성에는 무당파가 있으니 성에서도 함부로 날뛰지는 못할 거야.”

“오히려 그들이 우리를 잡아서 넘길 수도 있습니다.”

강달무가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이 간단하게 답을 내버렸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지금으로서는 무조건 북상해서 패왕성의 세력권에서 벗어나는 수밖에는 없어.”

“음.”

그렇게 밤새도록 상의를 한 다섯 사람은 다음 날이 되자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적영령을 만나다>

 

“어이, 오늘도 열심히 하는군.”

왕 노인의 일행에 섞여 외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검문을 하던 사내 하나가 강무진을 기억하고는 아는 체를 했다.

‘니미.’

“헤헤. 그럼요. 열심히 해야죠.”

“그래. 험! 뭐 딴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우리가 3일 후에는 쉬는 날이다. 험!”

사내의 말을 선뜻 이해하지 못하던 강무진은 곧 그게 무얼 뜻하는지 알고는 손바닥을 탁 쳤다.

“아! 헤헤. 그럼요. 알겠습니다. 제가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험! 아니 뭐……. 꼭 그런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고……. 알았으니 어서 들어가 봐.”

“넷! 그럼 그때 뵙죠.”

그렇게 외성 안으로 들어가자 어제와 마찬가지로 황삼위가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달무와 이이책도 같이 키득거렸다.

“크큭.”

“아, 참나……. 내 얼굴 알려지면 안 되는데…….”

강무진이 농담으로 그런 말을 하다가 황삼위를 보고 말했다.

“여기서 퇴로 확보하고 있어. 우리는 안으로 들어갈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부대주님도 조심하십시오. 너희들도.”

“그래.”

그렇게 황삼위를 외성에 남겨놓은 채 일행은 왕 노인과 함께 내성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성에 무사히 들어오자 모두들 강무진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내성에 들어와 있는 인원은 강무진과 막평, 강달무, 이이책, 그리고 아홉 명의 대원들이었다.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가 황삼위와 함께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외성에 남아 있었다.

강무진은 어제 주소예와 만났던 숲에 도착하자 모두 근처에 몸을 숨기게 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주소예가 두리번거리며 오는 것이 보였다.

“사매.”

강무진이 낮게 주소예를 부르자 주소예가 곧 강무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강무진 뒤에 있는 사람들을 슬쩍 보면서 물었다.

“저 사람들이 패왕마전대예요?”

“응. 인사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상황이 어때?”

“어제랑 똑같아요. 별다른 건 없어요. 어떻게 구해낼지 계획은 세웠어요?”

“응. 양쪽으로 나뉘어서 움직일 거야.”

“어디로 빠져나갈 거예요?”

“북문으로 나갈 거야. 사람들을 구하면 거기서 만나기로 했어.”

강무진의 말에 주소예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니까 사매는 여기 있어. 나중에 반드시 다시 올게.”

“알았어요. 내 걱정하지 말고 대사형이나 몸조심해요.”

“응. 그럼 간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고는 뒤를 향해 손짓하자 사람들이 강무진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강무진이 그들에게 목소리를 낮추어서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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