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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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65화
65화
“아버지…….”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왕이후가 왕철심을 걱정스럽게 불렀으나 왕철심은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이 아비가 누구냐? 바로 패왕폭풍대의 대주 왕철심 아니냐? 아녀자나 애들을 잡아들이는 일을 나한테 시킨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나를 그런 일이나 할 사람으로 보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걱정 말고 가서 술이나 마시자. 그들이 빠져나가건 아니면 잡혀서 죽건 그건 하늘에 달린 일이 아니겠느냐?”
그렇게 말한 왕철심이 왕이후의 어깨를 몇 번 두드리고는 앞장서서 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이후가 씩 웃으며 그 뒤를 따랐다. 역시 자신이 제일 존경하는 아버지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흐랴앗!”
까까깡!
“핫!”
쉬쉬쉬쉭!
오늘도 강무진은 유빙화와 대련을 하며 실력을 쌓고 있었다. 전에는 상당히 밀리던 강무진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유빙화와 대등하게 싸울 정도가 되어 있었다.
다만 흠이라면 내공이 부족해 그것을 근력으로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대련이 길어져 후반으로 가면 쉬이 지쳐버린다는 것이었다.
강무진의 가슴을 노리고 들어오는 유빙화의 도를 강무진이 비붕량시(飛鵬亮翅)란 초식으로 쳐올리면서 몸을 한 번 회전시켰다. 동시에 유빙화의 허리를 노리고 도를 그어가자 유빙화가 뒤로 훌쩍 물러서며 도를 거두었다.
“좋군요. 이제는 초식 간의 연결도 상당히 매끄러워졌어요. 내공만 좀 뒷받침된다면 나로서도 힘들겠어요.”
“쩝! 그 내공이라는 것이 쉽게 늘지가 않는군요.”
강무진이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사실 최근에 내공이 많이 늘어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흑의 여인이 가져다준 열화마결의 해석본 덕분이었다.
강무진은 그동안 밤잠을 줄여가며 꾸준히 노력한 결과 열화마결을 이미 3성까지 성취한 상태였다. 겨우 3성이라 비록 큰 위력은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연공한 시간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성취였다.
“오늘도 여기에 있었군요.”
그때 한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강무진과 유빙화가 동시에 그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용보아가 웬 사내 한 명과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내는 어색하게 용보아를 따라오다가 강무진을 보고는 반가운 기색을 보이며 달려왔다.
“대주님!”
“어! 황삼위! 어쩐 일이야, 여기까지?”
용보아와 함께 온 사내는 다름 아닌 패왕마전대 4조의 조장 황삼위였다.
“성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 성에서?”
황삼위가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유빙화와 용보아를 바라봤다.
그러자 용보아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봐요! 왜 우리 눈치를 보고 그래요? 우리가 뭐 그딴 거에 흥미나 있을 줄 아나요?”
용보아가 그렇게 말하자 유빙화가 나직이 용보아를 불렀다.
“보아야.”
찔끔!
용보아는 황삼위에게 더 뭐라 하려다가 유빙화가 자신을 부르자 찔끔하며 입을 다물었다. 용보아는 세상천지에 무서운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유빙화만은 예외였던 것이다.
“두 분께서는 이야기 나누세요. 우리는 가자꾸나.”
유빙화가 그렇게 말하며 가자 용보아가 황삼위를 한 번 확 째려보더니 곧 유빙화를 따라 사라졌다.
그런 용보아를 보며 황삼위가 웃으면서 말했다.
“허, 참! 맹랑한 아가씨로군.”
“그래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아가씨야.”
“에? 대주님 눈에 뭔가 씐 것이 아닙니까?”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성에서 무슨 연락이 왔다는 거야?”
“귀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뭐?”
“대주님은 물론이고 항주에 있는 패왕마전대 모두가 귀환하라는 명령입니다.”
“음.”
황삼위의 말에 강무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성에서 귀환하란다고 무조건 귀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유운무가 죽었고 아직도 자신을 노리는 적들이 성에 있었지만 자신은 적들이 누군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무공과 지금 자신을 따르고 있는 패왕마전대 사람들로 과연 그들과 맞설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응? 뭐가?”
“이이책이 그러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고 합니다.”
“뭐가?”
“지금 항주의 상황은 예전에 보고를 해서 성에서도 알고 있을 텐데 모두 귀환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는 것이 이상한 거죠. 지금 상황에서 일부라면 모를까 모두가 돌아갈 이유는 없거든요, 라고 이이책이 말하더라고요.”
“음, 생각해 보니 그러네. 그래서 이이책은 뭐래? 뭔가 생각이 있을 거 아냐?”
“그래서 일단 대주님보고 빨리 돌아오시랍니다. 그동안 성에 있는 개인 연락책을 통해서 성의 사정을 알아본다고 하더군요.”
“그래? 그렇다면 한시도 지체할 수 없겠군. 가자. 지금 바로 구해신니에게 인사를 하고 항주로 가자.”
“저기, 근데 오면서 들으니까 구해신니하고 원한을 져서 대결을 하기로 했다는데 정말입니까?”
“뭐? 누가 그런 말을 해?”
“보타사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것 같던데요. 절강삼화가 대주님 손에 놀아나서 구해신니가 당장에 대주님을 죽이려 한다고 하던데요.”
“뭐? 나 참. 헛소문이야.”
강무진이 그렇게 말했으나 강무진과 같이 구해신니를 만나본 황삼위는 소문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강무진이 사정을 말하고 항주로 간다고 하자 구해신니가 당장에 대결을 하자며 금방이라도 강무진을 죽일 듯이 날뛰었던 것이다.
그때 절강삼화가 나서서 구해신니를 말리지 않았다면 강무진은 물론이고 자신까지 구해신니의 손에 절단이 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이 끝나는 대로 다시 찾아오겠소.”
보타사 밖에까지 배웅하기 위해 나온 절강삼화를 보고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자 용보아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며 강무진의 품에 안겼다.
“으아아앙!”
이에 강무진이 잠시 당황하다가 곧 용보아의 등을 다독여주면서 말했다.
“금방 돌아올 거야. 걱정하지 말고 있어.”
“보아야, 강 소협을 난처하게 하지 마라. 강 소협, 가시는 길이 순탄하기를 바랄게요.”
정소옥이 용보아를 강무진에게 잡아떼면서 말하자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고맙습니다, 정 소저.”
그리고 말없이 자신을 보고 있는 유빙화를 바라봤다. 그러자 유빙화와 눈이 마주쳤다.
잠시 그렇게 서로를 보고 있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강무진은 몰라도 유빙화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가자.”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돌리자 황삼위가 그 뒤를 따랐다.
<같이 가야 할 사람을 남기고 가다>
“그쪽 잘 찾아봐. 도대체 어디로 숨은 거야?”
몇몇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외치며 지나가자 길게 늘어선 담 밑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적운휘가 조용히 주위를 살폈다.
그렇게 잠시 주위를 살피던 적운휘는 사람들이 모두 지나가고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자 품에 안겨 있는 적영령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적영령도 적운휘를 올려다봤다.
적영령은 이런 상황에서도 눈이 또랑또랑한 채 두려운 기색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하긴 이 정도에 겁을 먹을 아이가 아니지.’
적운휘는 왕이후의 도움으로 일단 위험에서 조금 벗어나자 곧바로 적영령에게 달려가 그녀를 구해냈다. 그리고 적들의 눈을 피해 몸을 숨기며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성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는 비밀통로가 있는 건물이 있었다.
그 비밀통로는 적 씨 일가만이 알고 있는 통로로 만일의 위험을 대비해서 만들어놓은 곳이었다. 만약 어머니인 부용화가 무사하다면 그녀도 분명 이곳으로 오리라고 여긴 적운휘는 적영령을 구하자 망설이지 않고 이리로 온 것이었다.
주위를 경계하며 소리 없이 움직이던 적운휘는 드디어 비밀통로가 있는 건물 앞까지 도착했다.
그곳은 패왕성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서 늘 회의를 하는 커다란 대청이 있는 건물이었다. 그 대청을 지나 적상군의 집무실로 가는 복도에 비밀통로가 있었던 것이다.
‘경계가 너무 삼엄하다. 안 들키고 들어갈 수는 없겠어.’
적운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적영령이 적운휘를 나지막이 불렀다.
“오라버니.”
이에 적운휘가 적영령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적영령과 눈이 마주치자 곧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채고는 목소리를 낮추어서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네 손에 피를 묻혀서는 안 된다.”
“네.”
적영령이 힘없이 작게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적운휘는 미세하지만 분명한 살기를 느꼈다.
이에 적운휘의 몸이 빠르게 반응했다. 적영령을 안고 있는 상태 그대로 순식간에 앞으로 1장이나 튀어 나갔던 것이다.
그러자 방금 적운휘와 적영령이 있던 곳에 두 명의 수신호위가 검을 휘두르며 떨어져 내렸다. 소리 없는 암습이었다.
그렇게 갑자기 적운휘와 적영령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여기 있다! 이곳이다!”
“치잇!”
‘이렇게 되면 힘으로 뚫어주마!’
적운휘는 적영령을 안아 들고 건물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건물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사람들이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뒤에서는 두 명의 수신호위가 살기를 풍기며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
적운휘는 공중으로 몸을 살짝 띄우며 우선 앞에서 무기를 휘둘러오는 사내들을 향해 오른쪽 발을 차올렸다.
퍼퍼퍽!
“크헉!”
“흑!”
그러자 앞을 막고 있던 두 명의 사내들이 머리를 얻어맞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사이에 뒤에서 따라오던 수신호위 두 명이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와 검을 휘둘러왔다.
그것을 피해 앞으로 서너 발자국을 더 나아가던 적운휘는 갑자기 상체를 확 앞으로 숙였다. 품에 안고 있던 적영령의 머리가 땅에 쓸릴 정도로 낮게 숙인 자세였다.
적운휘가 그렇게 상체를 숙이자 그 위로 두 명의 수신호위가 휘두른 검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적운휘는 그렇게 앞으로 숙인 자세에서 뒤로 중심을 이동하며 몸을 회전시켰다. 그러면서 발로 수신호위 두 명의 다리를 동시에 쓸어갔다. 그러자 수신호위들이 어쩔 수 없이 뒤로 몸을 피하며 날아올랐다.
그사이에 적운휘는 몸을 돌려 다시 건물 안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건물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사내들이 그의 앞과 옆에서 검과 도를 휘둘러왔다.
쉬가가각!
“……!”
그것들을 적운휘는 몸을 회전시키며 모두 피해내었다. 그러나 적영령을 안고 있는 상태라서 완벽하게 피해내지는 못했다.
등과 다리에 적들의 무기가 스쳐 지나갔으나 적운휘는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품 안에 있는 적영령이 걱정할까 봐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 틈을 헤집고 간신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대청이 나왔다. 패왕성의 주요 인사들이 회의를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적운휘가 대청 안으로 몇 걸음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안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자신이 들어온 뒤쪽을 바라보자 그곳에서도 적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와 순식간에 적운휘와 적영령을 포위해 버렸다.
적운휘는 잠시 그들을 훑어보다가 태사의가 있는 쪽을 힐끗 바라봤다. 꽤 먼 거리였다. 이들의 포위를 뚫고 그곳까지 무사히 간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 같았다. 더구나 지금 자신의 품에는 적영령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이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곳에 상승의 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수신호위가 몇 명 있기는 했지만 적운휘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