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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63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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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63화

 63화

 

“휴우. 정보가 중간에 잘리고 엉망인 것으로 봐서 패왕기밀수위대(覇王機密守衛隊)의 섭초홍은 이미 넘어간 것 같고, 성주님이나 유운무가 정말 죽었다면……. 그렇군. 수신호위대(覇王守身護衛隊)의 포양 역시 가세를 했겠군요. 맞습니까?”

“그러네.”

화묵정이 그렇게 대답하자 주양악이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물러가라. 이후 내 허락이 있을 때까지 나나 예아의 곁에 나타나지 마라. 이것을 어길 시에는 모조리 목을 꺾어버리겠다.”

위협적이고 강한 목소리였다. 주양악이 그렇게 말하자 잠시 후 주양악의 근처에 있던 보이지 않는 세 개의 그림자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들은 주양악의 곁에서 늘 그를 호위하던 패왕수신호위대였다.

“계속 이야기해 보십시오. 유운무가 죽었다면 무영살검(無影殺劒)은 어떻게 됐습니까? 패왕비영대(覇王秘影隊)의 노극부도 죽은 겁니까?”

패왕성에는 대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비밀살수집단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패왕비영대였다.

그곳의 대주는 무영살검이라 불리는 노극부라는 노인이었는데, 그는 유운무와 함께 성주인 적상군의 측근 중의 측근이었다.

“아닐세. 그는 오래전에 행방불명되었네. 성주님의 밀명을 받고 어딘가로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지. 하지만 자리를 비운 것이 너무 길었어. 비영대의 부대주는 욕심이 많은 자이지. 유운무를 공격할 때 일조한 것이 그들이었네.”

“으음, 노극부는 앞으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겠군요.”

“그럴 걸세. 그것이 비영대를 움직이는 조건이었으니.”

“왕 대주는요? 설마 그도 가세를 한 겁니까? 아니겠지요? 그는 뼈대 있는 무인입니다. 죽으면 죽었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그와 이 일을 의논하면…….”

“아닐세. 그는 의외로 쉽게 승낙을 했네.”

“그, 그럴 리가…….”

“자네도 알다시피 패왕성의 다른 그 어떤 세력보다 우수한 곳이 바로 마전대와 폭풍대이네. 다른 곳이 다 무너져도, 설사 패왕성이 무너진다 해도 그 두 곳만 있으면 패왕성은 여전히 건재한 것이지. 마전대의 유운무는 워낙에 종잡을 수가 없는 사내인데다 성주인 적상군과 너무 친분이 두터워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했네. 마전대 역시 마찬가지지. 그들은 대주인 유운무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커. 유운무가 적상군을 죽이라고 명령한다면 이유 불문하고 적상군에게 칼을 겨누는 것이 그들일세. 그렇기 때문에 마전대도 조만간 패왕성에서 사라질 걸세. 그에 비해 폭풍대의 왕 대주는 곧은 무인이기는 하지만 약점이 많은 사내지. 게다가 자식 사랑이 넘쳐나고 말이야.”

“음, 왕이후에게 다음 대의 성주 자리를 약속했군요.”

“맞네. 그로서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지.”

“형님의 말대로라면 패왕성 주 세력의 반 이상이 성주님에게 등을 돌린 거군요.”

“그런 셈이지.”

“도대체 그가 누구입니까? 누구이기에 이렇게 엄청난 일을 벌인 겁니까?”

“그는… 도백광일세.”

“도백광?”

주양악이 선뜻 누구인지 알아채지 못하자 화묵정이 말을 이었다.

“패왕무고를 관리하던 자이네.”

“……!”

“놀란 표정이군.”

“그렇습니다. 어떻게 무고나 관리하던 자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겁니까?”

“그러게나 말일세. 그는 패왕무고의 사대비기 중 세 가지를 익혔다네. 성주인 적상군을 죽인 사람도 바로 그이지. 훗! 마력진패강기의 위력으로 수라십삼검을 펼치면 어찌 될지 상상해 봤나? 무시무시한 위력이지.”

“그, 그게 가능한 겁니까? 전대의 성주님도 이루지 못한 것을…….”

“허나 그는 이루었지. 그뿐이 아닐세. 마력진패강기에 열화마결의 기운까지 합해 버렸네.”

“믿을 수가 없군요. 형님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미 대세가 완전히 기울었군요. 게다가 원로원(元老院)이 움직일 명분도 없는 것 같군요.”

패왕성의 원로원은 한때 패왕성에서 크게 활약했던 주요 인사들이 은퇴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들은 세력도 없고, 권력도 없는 그저 은퇴한 노인들에 불과했으나 그들이 가진 힘은 패왕성의 전면에 나와 있는 힘보다 대단했다. 그들의 무공과 그들이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쌓아온 인맥은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원로원은 평소에는 패왕성이 무엇을 하든 절대로 상관하지 않았으나 패왕성이 존폐의 위기에 몰릴 때는 모두가 발 벗고 나섰다. 그것은 그들의 뿌리를 잃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원로원이 힘을 합해 나선다면 도백광이 아무리 대단하고 세력이 강하다고 해도 패왕성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도백광이 패왕성을 무너트리려는 것이 아니라 패왕성 내에서의 권력 다툼을 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랬든 저랬든 도백광도 패왕성의 사람인데다 패왕성의 사대비기를 세 가지나 익힌 상태였다.

게다가 기존에 있던 세력들을 회유하고, 성주와 그의 측근들만 죽이고 있으니 원로원의 입장에서 보면 성주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으로 볼 수가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양악이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었다.

“제대로 봤네. 조만간 그가 원로원을 찾아가서 담판을 지을 걸세. 이제는 자네만 남았네. 솔직히 자네에 대한 것은 내가 그를 만류하며 시간을 끌어왔네. 잘 생각하게나. 지금 그에게 맞서는 것은 개죽음이나 다름없어.”

“그렇군요. 그럼 성주님의 가족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패왕마전대와 함께 죽임을 당하거나, 아니면 운이 좋아 살 수도 있을 걸세. 하지만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지.”

“흐음.”

굳은 얼굴로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주양악이 화묵정을 보며 말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그러지. 하루 시간을 주겠네.”

그렇게 말하면서 화묵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주양악이 화묵정을 보며 말했다.

“오늘 바둑… 전에 두었던 것만큼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군.”

자리에서 일어선 채 잠시 주양악을 내려다보던 화묵정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으나 곧 몸을 돌려 정자 밖으로 나갔다.

 

“흐랴앗!”

까까까깡!

강무진은 오늘도 유빙화와 대련을 하고 있었다.

유빙화는 최근에 강무진이 수련하는 곳을 자주 찾아와 조언을 해주는 한편 지금과 같이 대련을 해주었다.

이에 강무진은 이미 그때 유빙화가 골라준 그 검이 완전히 손에 익은 상태였고, 실력도 눈부시게 발전해 있었다.

도를 밑으로 내려 그음과 동시에 튕겨서 위로 올려 그은 강무진의 공격을 유빙화가 뒤로 물러서면서 모두 막아냈다.

까까깡!

그러자 강무진이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디면서 똑같은 초식을 펼쳤다. 비붕연참(飛鵬連斬)이라는 같은 초식이었지만 먼저 것보다 뒤에 펼친 것이 더 빠르고 위력적이었다.

까까깡!

그러나 이번에도 유빙화는 뒤로 물러나면서 강무진의 초식을 모두 막아내었다. 그러면서 발을 단단히 고정시킨 채 빠르게 도를 휘두르자 유빙화의 도가 갈지(之)자를 그리며 강무진의 상체를 공격해 갔다.

“흡!”

그것을 도를 빙글 돌리며 급히 막아낸 강무진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유빙화가 도를 거둬 허리춤에 꽂으면서 말했다.

“많이 늘었군요. 방금 공격은 막기에 조금 벅찼어요.”

“후우, 아직 멀었소. 그래도 유 소저의 도움으로 이 정도나 되는 성취가 있으니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아니에요. 모두 강 소협이 노력해서 얻은 결과인걸요.”

“훗! 그렇게 말해 주니 조금 힘이 납니다.”

강무진이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유빙화가 그런 강무진을 잠시 보다가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도를 이리 줘보세요.”

유빙화의 말에 강무진이 아무 생각 없이 도를 유빙화에게 건네줬다.

그러자 유빙화가 도를 받아 들고 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도의 손잡이 뒤쪽에 그것을 달았다. 그것은 붉은색 실을 길게 꼬아서 만든 수실이었다.

“이제야 좀 모양이 나는군요.”

유빙화가 만족한다는 듯이 도를 몇 번 휘둘러보다가 강무진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강무진도 도를 몇 번 휘둘러보았다. 도가 움직일 때마다 긴 수실이 따라 움직이는 것이 제법 멋이 있어 보였다.

“고맙소, 유 소저. 항상 신세를 지는군요.”

“아니에요.”

유빙화가 약간 부끄러워하면서 말하는데 강무진의 눈에 유빙화의 도에도 같은 수실이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강무진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사부님과 대련하기로 한 날이군요.”

“그렇소. 하아.”

‘금강불괴신공만 완성이 되었어도…….’

강무진은 못내 그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유빙화가 전에 찾아왔을 때 강무진은 사정을 이야기하고 유빙화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유빙화가 펼치는 도의 위력은 좋았으나 강무진의 금강불괴신공을 완성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유빙화가 전력을 다해 펼치는 참뢰항마초식이면 가능했지만 그 초식은 워낙 내공의 소모가 심해 유빙화가 연속으로 펼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어쩔 수 없이 강무진은 금강불괴신공은 포기한 채 붕마도법의 수련에만 몰두했고, 지금은 유빙화와 어느 정도는 맞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

예전에 유빙화와 처음 겨룰 때 10초도 못 버티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었다.

여기에 금강불괴신공만 완성이 되었다면 구해신니와도 한 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강무진이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에 누군가 전해주고 간 열화마결을 모두 익혔다는 것이었다. 이곳에 온 뒤로 오로지 수련만 한 결과였다.

 

그날 밤이었다.

침상에 누웠으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던 강무진은 뭔가 이상한 기척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을 열고 밖을 살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 순간 머리 위에서 뭔가 느껴지자 강무진은 창문을 통해 건물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전과 같이 흑의를 입은 여인이 뒷모습을 보이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강무진은 말없이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인을 불렀다.

“초연? 혹시 초연이야?”

강무진의 말에 뒷모습을 보이고 있던 여인의 몸이 잠시 움찔했고, 강무진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초연이 맞지? 그렇지?”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갑자기 그녀로부터 뭔가 날아왔다.

강무진이 그것을 손으로 받아 드는 순간 상대는 이미 보이지가 않았다.

“초연!”

강무진은 다시 한 번 초연의 이름을 불렀으나 주위는 고요한 적막만 흐를 뿐이었다.

‘정말 그녀가 맞는 건가?’

강무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에 든 것을 바라봤다.

그것은 저번과 같이 열화마결을 일부분 해석해 놓은 것이었다. 강무진이 전에 받았던 것 다음 부분부터 풀이가 되어 상세하게 기록이 되어 있었다.

강무진은 방으로 돌아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뭔가 결심을 한 듯 눈을 빛냈다.

 

“헉! 헉! 설마……. 설마 당신까지 그자와 한패였나요?”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그런 부용화의 외침을 사내는 무표정하게 듣고 있었다.

그는 늘 부용화의 곁에서 부용화의 모든 일을 처리해 주던 바로 그 강인한 인상의 사내였다. 그리고 그 사내와 함께 수십여 명의 사내들이 지금 부용화를 포위한 채 서 있었다.

“포기하십시오. 지금 손을 거두신다면 죽지는 않을 겁니다.”

“어떻게, 어떻게 당신이 이럴 수가 있죠? 그동안 나를 대하던 것이 모두 거짓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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