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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61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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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61화

 61화

 

“아아! 됐어요. 이야기하지 말아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부탁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있는 유빙화의 어머니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 어머니…….”

그러자 옆에 있던 유빙화가 그녀를 부르면서 손을 꼭 잡았다.

그렇게 잠시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던 유빙화의 어머니가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조용히 옛날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와 난 젊었을 때 만났어요.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군요. 그는 아주 잘생기고 강한 사람이었어요. 난 그를 보고 한눈에 반했지요. 그도 역시 나를 보고 한눈에 반했었지요.”

그랬다. 당시에 선남선녀가 만나니 서로 한눈에 반해 금방 사랑을 싹틔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유운무가 적상군의 눈에 들면서 그녀와 지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적상군이 자리를 굳히기 위해 패왕성의 세력을 넓히는 시기였기 때문에 유운무가 손에 피를 안 묻히는 날이 없었다.

사이가 좋던 두 사람은 그때부터 조금씩 다투기 시작했다.

유운무는 그녀를 위해서 뭔가를 이루려고 했으나, 그녀는 단지 유운무만 옆에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뿐이었다. 그렇게 의견 차이가 나면서 서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싸우다가 크게 상처를 입고 돌아온 유운무를 보며 그녀는 떠날 것을 결심했다.

유운무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옆에서 그런 그를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다. 게다가 자신 때문에 유운무가 상처를 입으며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 또한 그녀를 괴롭게 했다.

차라리 자신이 무공을 알았다면 유운무 곁에서 같이 싸우기라도 했겠지만 그녀는 무공을 전혀 할 줄 몰랐다.

그때쯤 그녀의 뱃속에 아기가 생겼다. 이에 그녀는 유운무의 곁을 떠날 마음을 완전히 굳히고 유운무에게 작별을 고했다.

유운무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녀를 보냈다. 유운무도 그녀를 사랑하기는 했지만 매일 반복되는 싸움에 지쳐 있는 상태였고, 자신 때문에 그녀가 위험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 유운무가 상대하던 적들은 비열한 짓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일삼는 무리들이었던 것이다.

그때 유운무는 잠시 헤어지는 것이라 생각을 하며 그녀를 보냈으나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건 10여 년이 흐른 뒤에야 가능했다.

유운무와 헤어진 그녀는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우다가 아는 사람의 소개로 보타사로 오게 되었다. 이곳에서 구해신니의 사부를 만나 제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유운무가 찾아와 다시 구애를 했지만 그녀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늘 그리워하던 사람을 막상 만나게 되니 마음과는 다른 반응이 나왔던 것이다.

그 뒤로도 유운무는 가끔 찾아왔다. 그러다가 자신의 딸인 유빙화의 존재를 알고는 계속 그녀를 설득했다.

그러나 그녀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끝까지 유운무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자신으로서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거절하면서도 유운무가 한 번씩 찾아오는 것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운무가 다녀간 것이 약 2년 전이었다. 늘 다시 같이 살 것을 이야기하던 유운무가 그때만큼은 이상하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조용히 술을 몇 잔 마시고는 갔던 것이다.

원래 몸이 약했던 그녀는 그때부터 앓고 있던 지병이 갑자기 심해졌다. 날이 갈수록 몸이 말라가기 시작하며 병세가 심각해져 지금에 이른 것이었다.

“나는 많은 후회를 했어요. 우리 빙화가 무공을 배우게 한 것도 어떻게 보면 그때 그이와 같이 하지 못한 것 때문이기도 했어요. 내가 만약 무공을 할 줄 알았다면 그이와 그렇게 헤어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함께 그와 싸우면서 같이 지낼 수 있었을 거예요.”

강무진은 말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었고 유빙화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유빙화도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그는… 어떻게 죽었나요?”

그녀가 어렵게 묻자 강무진이 그때의 상황을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저한테 유 소저를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강무진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던 그녀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훗! 그렇군요. 바보 같은 사람……. 죽어가면서도 빙화가 걱정이 되었나 보군요.”

한참을 그렇게 조용히 있던 그녀가 옆에 있던 유빙화를 가까이 불렀다.

“빙화야, 이리 오거라.”

유빙화가 그녀 곁으로 다가가자 그녀가 유빙화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강무진을 바라봤다.

강무진도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강무진의 손을 잡아 유빙화의 손에 겹쳤다.

“……!”

“어머니!”

“아무 말 하지 마라. 네 아버지가 정한 일이다. 다행이구나. 내가 눈을 감기 전에 너를 부탁할 사람을 보게 되어서……. 강 소협.”

“네.”

“우리 빙화를 잘 부탁해요.”

“…네.”

“이제 조금 쉬고 싶군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에 그녀가 쉴 수 있도록 강무진과 유빙화가 같이 암자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두 사람 간에 어색함이 흘렀다.

“그……. 험! 무공 연습이나 해야겠군. 혹시 좋은 장소가 있으면 알려주겠소? 3개월 후에 유 소저의 사부와 겨루기로 했으니 실력을 쌓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오.”

강무진이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생각하다가 그렇게 말하자 유빙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렇군요. 따라오세요.”

유빙화가 강무진을 데려간 곳은 아무도 없는 빈 공터였다. 뒤쪽으로는 깎아지른 것 같은 절벽이 있었고 그 밑으로 바닷물이 철썩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수련하면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좋은 장소요. 그럼 부탁하는 김에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되겠소?”

“말하세요.”

“전에 쓰던 도는 그때 왜구를 상대하면서 잃어버려서 지금 무기가 없소. 혹시 쓸 만한 도(刀)를 하나 얻을 수 있겠소?”

“물론이에요. 따라오세요.”

강무진의 말에 유빙화가 다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창고로 보이는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서 말했다.

“이곳에서 쓸 만한 것을 찾아보세요.”

창고 안에는 별의별 무기들이 가득했다. 일반적으로 쓰는 도(刀), 검(劍), 곤(棍), 창(槍)과 왜구들이 쓰는 검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강무진은 그곳에 있는 무기들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무진이 전에 쓰던 것만큼 크고 무거운 것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 강무진을 가만히 보고 있던 유빙화가 말을 꺼냈다.

“전에 쓰던 것과 비슷한 것을 찾고 있는 건가요?”

“그렇소. 하지만 없는 것 같군.”

“왜 그렇게 크고 무거운 도를 쓰려는 거죠?”

유빙화가 그렇게 물으면서 창고의 한쪽 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나한테 도법을 가르쳐 준 분의 권유요.”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이것을 쓰도록 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유빙화가 도를 하나 내밀었다. 그러자 강무진이 그것을 뽑아서 살피기 시작했다.

그 도는 도신(刀身)이 약간 휘어진 상태에서 길게 뻗어 있었으며 일반 도(刀)에 비해 넓이가 상당히 좁았다. 게다가 호수(護手 : 상대편 칼이 도신을 타고 흘러내려 손을 베지 못하게 손잡이 위에 달려 있는 것. 보통 둥글게 생겼다.)도 없이 그냥 손잡이가 도신에 달랑 연결이 되어 있었다. 길이가 조금 길다는 것만 빼고는 전체적인 생김새가 왜구들이 쓰는 도와 완전히 일치했다.

“전에 제가 알던 분이 왜구들의 검을 연구하며 만든 도예요. 완성품은 아니지만 쓸 만은 할 거예요. 그리고 손잡이 부분은 미끄러지지 않게 천을 좀 감아야 해요.”

“흠…….”

강무진은 도가 손에 착 감겨오는 것 같은 느낌은 좋았지만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을 유빙화가 눈치 챘는지 강무진의 도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전에 당신과 겨루면서 느낀 거지만 당신은 그렇게 큰 도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요. 제 느낌에 당신은 그 커다란 도로 이미 낼 수 있는 빠르기를 극한까지 내고 있었어요. 당신에게 도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 계속 그렇게 커다란 도를 사용하게 한 뜻은 아마도 그 한계까지 당신을 도달하게 하기 위해서였을 거예요.”

유빙화의 말에 강무진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유빙화가 계속 말을 이었다.

“당신이 그 커다란 도를 쓰면 위력은 있겠지만 빠르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게다가 한 번 공격하고 나서 도를 회수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죠. 양손으로 도를 휘두르는데다가 도가 너무 크고 무겁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다음 초식을 펼치기까지 틈이 생겨요. 그런 것으로 봤을 때 당신의 도법은 원래 그렇게 커다란 도를 사용하는 도법이 아닐 거예요. 맞죠?”

“맞소. 붕마도법은 원래 위력에 중점을 둔 도법이기는 하나 이렇게 커다란 도를 사용하는 사람은 염 할아버지와 나뿐이오.”

“그럴 거예요. 보통 그렇게 커다란 도를 사용하는 도법은 따로 있죠. 도가 크고 무거워서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회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공격을 펼쳐야 하는데 그럼 도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써야 해요. 그런데 당신의 도법에서는 그런 것이 전혀 없더군요. 그러니 이제는 가벼운 도를 써도 될 거예요.”

강무진은 뜻하지 않은 유빙화의 조언을 들으며 그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했다. 유빙화는 전에 강무진과 잠시 겨루었던 것이 다인데 이미 강무진의 도법을 거의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유빙화의 말이 끝나자 강무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유빙화가 건네준 도를 가볍게 몇 번 휘둘러봤다.

늘 양손으로 그 무거운 검을 휘두르다가 한 손으로 가벼운 검을 휘두르니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도가 손에 감기는 느낌만 없다면 도가 없다고 착각을 할 정도로 도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휘두르면 안 돼요. 잠시 줘보세요.”

유빙화가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에게 도를 건네받고는 밖으로 나가자 강무진이 그 뒤를 따랐다.

“여태까지 두 손으로 도를 휘두르다가 갑자기 한 손으로 휘두르려면 익숙하지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이 도(刀)도 두 손으로 휘두르는 도예요. 전에 왜구들이 도를 잡는 것을 봤는데 이런 식으로 하더군요.”

유빙화가 설명을 하면서 도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그 밑을 살짝 받쳤다. 그리고 자세를 취하자 기세를 뿜어내지 않고 있음에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뭔가가 느껴졌다.

“해보세요. 이렇게 잡고 도를 휘두르면 훨씬 편할 거예요.”

유빙화가 자세를 풀고 건네주는 도를 받아 든 강무진이 똑같이 도를 잡았다. 그리고 몇 번 가볍게 휘둘러보자 한 손으로 휘두를 때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뭔가 영 어색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두 손으로 도를 휘두르려면 보통 오른손을 위에 두고 왼손을 밑에 둔다. 그 상태에서 오른손은 가볍게 쥐어 도의 방향을 조정하기 때문에 실상 힘을 쓰는 중심이 되는 건 왼손이다.

강무진 역시 그렇게 도를 사용하다가 지금 오른손으로 도를 잡아 마치 한 손으로 도를 쓰는 것과 같은 상태에서 양손으로 도를 쓰듯이 왼손으로 그 밑을 받치자 뭔가 어색했던 것이다.

그렇게 강무진이 계속 도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있던 유빙화가 허리에 차고 있던 도를 뽑아 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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