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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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60화
60화
바닷물은 벌써 강무진의 목 근처까지 차오르고 있었는데 조금 있으면 강무진의 코와 입도 잠길 것 같았다. 저렇게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그렇게 되면 상당히 위험했다.
마음이 급해진 유빙화는 바로 물에 뛰어들어 강무진에게 헤엄쳐 갔다. 어렸을 때부터 바닷가에 있는 보타사에서 커온 유빙화였기 때문에 수영에는 상당히 능했다.
그렇게 강무진에게 헤엄쳐 가는 사이에도 물은 계속 불어나 어느새 강무진의 입과 코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유빙화는 마음이 더 급해졌고 이에 더 속력을 내서 강무진에게 헤엄쳐 갔다.
강무진의 근처까지 도착한 유빙화는 물속으로 깊이 잠수를 해서 강무진을 밑에서부터 들어 올렸다.
“푸하아. 헉! 헉!”
강무진을 안고 물 위로 떠오른 유빙화는 일단 강무진의 상태부터 살폈다.
‘안 좋다!’
그렇게 판단한 유빙화는 주위를 빠르게 훑어봤다. 유빙화가 들어온 곳까지는 상당한 먼 거리라서 강무진을 안고 다시 그곳까지 헤엄쳐 가려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 배의 한쪽 벽 쪽으로 나무가 조금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얼추 보기에 사람 하나가 겨우 누울 정도의 공간은 되어 보였다.
유빙화는 강무진을 안고 그곳으로 헤엄을 쳐갔다. 그리고 강무진을 그곳에 올려놓자 생각대로 유빙화가 올라설 곳은 없었다.
유빙화는 잠시 그 상태에서 숨을 가다듬으며 생각했다.
‘그래, 이건 단지 사람을 살리기 위한 거야. 결코 사심이 있어서가 아니야.’
“후우.”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던 유빙화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강무진의 입에 입을 맞추며 인공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후우, 흡!”
몇 번이나 그렇게 인공호흡을 하고 가슴에 충격을 주자 곧 기도가 트이면서 강무진이 숨을 뱉어내었다.
“커헉! 쿨럭! 쿨럭!”
그러나 그뿐이었다.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나 강무진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휴우.”
유빙화가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아까 자신이 들어온 곳을 바라봤다. 이미 그곳도 물이 거의 차오르고 있어 과연 그곳까지 강무진을 안고 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게다가 그곳까지 간다고 해도 선실 밖으로 나가려면 한참이나 가야 했다.
유빙화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그래! 배가 이렇게 기울고 이곳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는 것은 이곳 어딘가에 구멍이 있다는 뜻이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빙화는 강무진의 상태를 한 번 더 살피고는 곧 물속으로 잠수를 했다. 그리고 계속 배의 밑바닥을 향해 내려가자 과연 유빙화의 생각대로 배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정도의 구멍이라면 강무진을 안고도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푸하아아아!”
다시 물 위로 떠오른 유빙화는 강무진의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후에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물속으로 잠수를 해 그 구멍으로 빠져나가 수면 위로 헤엄을 쳐갔다.
“푸하아아아! 헉! 헉!”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숨이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강무진을 안고도 이곳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이때 구해신니가 유빙화를 보고 불렀지만 유빙화는 강무진을 구해낼 생각에 그 소리를 듣지 못했었다.
다시 잠수를 해 강무진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유빙화는 강무진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 강무진의 얼굴을 보다가 입술을 보자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야. 이건 어디까지나 사람을 구하기 위한 거야. 그래. 절대 사심이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잠시 고개를 저으며 그런 생각을 한 유빙화가 다시 강무진을 바라봤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신을 잃고 자신에게 안겨 있는 강무진의 모습이 조금 귀엽게 느껴지는 유빙화였다.
‘어마! 내가 무슨 생각을…….’
유빙화는 다시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버리고는 곧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강무진의 입에 입을 맞추면서 물속으로 잠수를 했다. 정신을 잃고 있는 강무진을 무사히 물 밖으로 끌어내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강무진에게 숨을 불어넣으면서 유빙화는 필사적으로 구멍을 빠져나와 수면 위로 헤엄쳐 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아무리 헤엄을 잘 치는 유빙화라도 수면 위까지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었다. 혼자서 갔을 때도 숨이 답답했건만 지금은 사람 한 명을 안은 상태에서 숨까지 불어넣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해 오며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유빙화는 이제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그 순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무진을 잡고 있던 손을 놓으려고 했다.
그때였다. 유빙화의 몸이 갑자기 수면 위로 빠르게 밀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누가……?’
누군가 유빙화의 뒤에서 유빙화를 잡고 물 위로 밀어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유빙화를 돕고 있던 힘이 사라졌다.
유빙화는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숨을 고르느라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정신을 좀 차리고 물 안을 봤을 때는 이미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용보아의 외침을 듣고는 유빙화가 그쪽을 바라본 것이었다.
물속에서 다가오는 여인…….
걱정스러움을 한껏 담은 눈으로 빠르게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여인은 틀림없는 초연이었다.
강무진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초연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그리고 초연을 잡아 자신의 품에 안으려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응?”
강무진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여인을 보고는 정말 초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연?”
“으그윽. 누가 초연이에요!”
그러나 순간 자신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치는 용보아를 보고는 자신이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용 소저!”
“흥! 초연이 도대체 누구예요? 항주의 기루에 있던 그 기녀죠?”
“아니, 그…….”
항주는 아니지만 초연도 기녀인 것은 맞는지라 강무진은 선뜻 뭐라고 대답을 못 했다.
“이… 난봉꾼!”
철썩!
얼결에 뺨을 맞은 강무진이 멍해 있는 사이에 용보아는 씩씩거리며 방을 나가버렸다. 그러자 잠시 후에 정소옥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 정 소저.”
“정신이 들었군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요? 여기는…….”
“보타사예요. 배 안에서 정신을 잃고 있는 것을 대사저가 구해냈어요.”
‘그런가? 그럼 그때 물속에서 봤던 건 초연이 아니라 유 소저였었나? 훗! 바보같이……. 초연일 리가 없지.’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가 정소옥을 보며 물었다.
“왜구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강 소협의 활약 덕분에 모두 처리할 수가 있었어요.”
정소옥의 말에 강무진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었다.
“유 소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군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훗! 조금 있으면 이리로 올 거예요. 사매에게도 좀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강 소협이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사매가 내내 옆에서 간호를 했었어요.”
“아! 그건… 몰랐군요. 후우, 용 소저에게는 내가 나중에 따로 감사의 말을 하겠소.”
“네, 그렇게 하세요. 아마 사매가 좋아할 거예요.”
똑똑!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정소옥이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손에 뭔가를 들고 있는 유빙화가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곧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을 보고 정소옥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 몸조리 잘하세요. 전 이만…….”
그렇게 정소옥이 방을 나가자 유빙화가 어색하게 강무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강무진의 시선을 피한 채 들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타, 탕을 좀 끓였어요. 머, 먹어보세요.”
“내 목숨을 구해줬다고 들었습니다. 고맙소.”
“그냥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강무진은 부끄러워하는 유빙화의 모습이 왠지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 유빙화가 내민 탕을 받아 들었다.
“흐음, 향이 좋군요.”
유빙화로서는 남자를 위해 이렇게 탕을 끓여본 것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에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자꾸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후룹!”
강무진은 잠시 향을 맡다가 탕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커헉!’
“하하하. 맛이… 있군요. 하하하. 정말… 맛있습니다.”
“훗! 다행이군요. 사실 처음 만들어본 것이라 맛이 어떨지 몰랐거든요.”
‘그 말은 만들어놓고 맛도 보지 않았다는 말이잖아. 하긴, 맛을 봤으면 이런 것을 나한테 주지는 않았겠지…….’
“저기 유 소저.”
“네?”
“뭐 하나 물어봐도 되겠소?”
“네. 물어보세요.”
“유 소저의 부모님에 대해서 알고 싶소.”
“아!”
강무진의 말에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유빙화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제 어머니는 사부님의 사매예요. 사실 오랫동안 병을 앓고 계셔서 언제 돌아가실지 몰라요. 그리고 아버지는……. 휴우. 어머니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왠지 당신은 알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제 아버지는 패왕성에 계시는 유운무란 분이라고 했어요.”
“아!”
강무진은 유빙화의 말에 잠깐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자신의 생각대로 유빙화는 유운무의 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한 것을 별로 이야기해 주지 않으셨어요. 제가 아버지에 대해 알기를 원하지 않으시기에 저도 어머니의 의견을 따르려고 노력했어요.”
“괜찮다면 어머님을 만나 뵙고 싶은데 괜찮겠소?”
강무진의 물음에 잠시 망설이던 유빙화가 대답을 했다.
“좋아요.”
“그럼 방 밖에서 기다려주시오. 옷을 챙겨 입고 나가겠소.”
“네. 그러죠.”
유빙화가 말하며 방 밖으로 나가자 강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리고 방을 나가기 전 유빙화가 끓여 온 탕을 슬쩍 한 번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강무진은 유빙화를 따라 바닷가에 있는 작은 암자로 갔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자 장년의 비구니 한 명이 침상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유빙화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힘겹게 눈을 떠 유빙화를 바라보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왔구나.”
“네.”
“옆에 계신 소협은 누구니?”
“이 사람은…….”
유빙화가 강무진을 소개하려고 하는데 강무진이 먼저 나서며 말했다.
“저는 강무진이라고 합니다.”
그런 강무진을 보면서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 소협이군요. 지금 몸이 안 좋아 이렇게 누워서 손님을 맞는 것을 용서하세요. 우리 빙화가 남자를 이곳에 데려오기는 처음이군요.”
“하하하. 아닙니다. 불쑥 찾아온 제가 오히려 결례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
“응?”
“그는 패왕성에서 왔어요.”
“뭐?”
유빙화의 말에 어머니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혹시……. 그… 그가 부탁해서 온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아!”
“어머니!”
순간 유빙화의 어머니가 눈을 감고 이를 꽉 깨물자 그 모습을 본 유빙화가 놀라서 어머니를 불렀다.
“괜찮다. 괜찮아. 후우.”
잠시 숨을 고르던 유빙화의 어머니가 강무진에게 물었다.
“그는… 어떤가요? 잘 지내나요?”
“…….”
잠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던 강무진이 곧 마음을 정하고는 유빙화의 어머니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은 그 일 때문에 온 겁니다.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