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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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58화
58화
가가가각!
사내들은 확실하게 손에 전해져 오는 묵직한 감에 이번에는 확실하게 강무진을 베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검을 다시 허리춤에 꽂으려는 순간 강무진이 휘둘러온 그 커다란 도에 두 명이 동시에 밀리며 나가떨어졌다.
후우우우웅!
“커허허억!”
“끄에엑!”
그것을 보고 나머지 사람들이 또다시 놀란 눈을 하며 강무진을 바라봤다.
“헉! 뭐시노? 아직이노 살아 있다! 이거이 어떻게 된 일인가?”
“모, 모르겠스므니다.”
“겁먹지노 마라! 무사의 혼이노 보여줘야 된다! 저노므 시키! 죽을 때까지 벤다!”
“하이!”
“와아아아아!”
그때부터 수십 명의 사내들과 강무진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사실 그 수십 명의 사내들은 구해신니와 보타사의 고수들로부터 도망쳐 온 사내들이었다.
그들은 바닷가의 한 어촌에서 신나게 노략질을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구해신니와 보타사의 고수들에게 대부분 당하고 겨우 10여 명만이 살아남아 이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비록 도망은 치고 있었지만 구해신니와 보타사 고수들의 공격을 피해 도망을 쳤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 비해 무공이 뛰어나다는 증거였다. 게다가 강무진은 왜구를 상대로 겨루는 것이 처음이라 상당히 고전하고 있었다.
이들이 쓰는 도(刀)는 검과 같이 얇아서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이 보였으나 강무진의 그 커다란 도를 몇 번이나 막아내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멀쩡했다.
그리고 왜구들은 일검(一劍)에 승부를 짓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는데 그래서인지 그 빠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또한 치고 빠지는 것이 대단히 과감해서 강무진이 쉽게 그들의 움직임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강무진이 금강불괴신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벌써 죽어 나동그라졌을 일이었다.
“헉! 헉! 저 노무노 죽지노 않습네다.”
아무리 베어도 넘어지지 않는 강무진을 보면서 한 사내가 그들의 우두머리 사내에게 말하자 우두머리 사내가 자신의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헉! 헉! 이거이 우리노 가문의 보검(寶劍)이다. 이 보검도 안 통한다!”
“대장님! 그냥 후퇴하는 것이 좋겠스므니다. 저노무노 인간이노 아닙네다.”
“무슨 소리! 무사에게 후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조금 전에도 우리는 후퇴하지 않았스므니까?”
“…….”
우두머리 사내는 순간 할 말이 없어지자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힘껏 소리쳤다.
“후퇴노 한다!”
“후퇴노 해라!”
“우와아아아!”
우두머리 사내가 그렇게 크게 외치자 여태까지 강무진에게 덤벼들던 사내들이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나 보타사가 있는 쪽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헉! 헉! 저것들 뭐야? 혹시 저들이 왜구인가?”
강무진이 방금의 격전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망가고 있는 왜구들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빠르게 달려오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강무진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멀리 보이던 구해신니의 모습이 어느새 강무진의 코앞까지 와 있었다.
구해신니는 수많은 왜구들을 죽인 듯 몸에서 피 냄새가 진동을 했다.
“방금 왜구들이 이쪽으로 지나가지 않았는가?”
구해신니가 다급하게 묻는 말에 강무진이 거칠었던 호흡을 조절하며 대답했다.
“후우욱. 방금 저쪽으로 몰려갔습니다.”
강무진의 말에 구해신니가 강무진을 잠시 아래위로 훑어봤다. 강무진은 방금 왜구들과 한바탕 싸운 뒤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옷 곳곳이 왜구들의 검에 찢겨 누더기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걸 보고 구해신니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쯧! 겨우 그놈들 몇 명을 처리하지 못하고 고전했군. 가자!”
구해신니가 그렇게 말하고 다시 경공을 펼쳐 달려가자 뒤를 따르고 있던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 섞여 있던 용보아가 강무진을 보고는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흥!”
그리고 그 옆에서 달려가던 정소옥은 강무진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고, 유빙화는 늘 그렇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강무진을 힐끔 한 번 보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아니, 잠깐… 니미.”
강무진은 그들을 부르다가 이미 사라져 버린 걸 보고는 할 말을 삼켜야 했다.
“휴, 오늘은 일진이 정말 사납군.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나?”
강무진이 그렇게 푸념을 하면서 모두가 달려간 곳을 바라보며 그 뒤를 따라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가기 시작했다.
“헉! 헉!”
그렇게 한참을 숨을 헐떡이며 달려가자 앞쪽에서 구해신니를 비롯한 보타문의 고수들이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앞쪽에는 왜구들이 죽어라고 노를 저으며 도망을 가고 있었다.
강무진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왜구들과 구해신니 일행은 이미 완전히 바다로 나간 상태였다.
강무진이 주위를 둘러보니 곳곳에 왜구들의 시체들이 널려 있었고 한쪽에 두어 척의 작은 배가 대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흐음, 어떻게 한다?’
강무진은 배라고는 항주의 호수에서 재미로 두어 번 타본 것이 다였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 바다로 가야 할지 아니면 여기서 기다려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일단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지.’
그렇게 생각을 정한 강무진은 배를 바다로 밀고 가기 시작했다.
“끄응!”
낑낑대며 배를 바다로 밀고 나간 강무진이 그 위로 올라타려고 했으나 몸에 걸치고 있는 묵갑의 무게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결국 몇 번이나 용을 쓰며 노력한 결과 간신히 배에 올라탈 수가 있었다.
그리고 노를 잡고 몇 번 저어봤으나 배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파도에 의해 오히려 뒤로 가고 있었다. 평생 노를 한 번도 저어본 적이 없는 강무진이었던 것이다.
“이게… 이렇게 하는 거였나?”
강무진은 전에 항주에서 배를 탈 때 사공이 하던 것을 흉내 내면서 어설프게나마 계속 노를 저었다. 그러자 처음에는 파도의 물결 때문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맴돌던 배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좋았어!”
그렇게 한참이나 노를 저어나가니 멀리에 커다란 배가 한 척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커다란 배는 강무진이 전에 항주에서 봤던 배들과는 모양이 많이 달랐다.
우선 노가 수없이 많았으며 그 위에는 담이 쳐져 있듯이 두껍게 나무가 둘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집이 한 채 얹혀 있는 것 같은 모양의 선실이 있었다.
그 배로 조금 더 다가가자 배의 주위에 아까 왜구들과 구해신니 일행이 타고 갔던 작은 배들이 떠 있는 것이 보였다.
“헉! 헉! 저것이 왜구들의 배인가? 좋았어.”
처음 해보는 노질에 강무진은 벌써부터 숨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 힘차게 노를 저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파도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쉽게 그 커다란 배의 근처까지 바짝 접근할 수가 있었다.
배 위에서는 구해신니 일행과 왜구들이 싸우고 있는지 간간히 기합 소리와 함께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무진은 일단 타고 있던 배를 큰 배에 좀더 바짝 붙인 후에 도를 뽑아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배의 아랫부분을 몇 번 두드려보았다.
텅텅!
‘이거 생각보다 두꺼운데. 어디 얼마나 두꺼운가 볼까?’
그런 생각을 한 강무진이 들고 있던 커다란 도로 힘껏 배를 후려쳤다.
“흐랴앗!”
콰아앙!
그러나 배는 멀쩡했다. 다만 길게 흠집만 조금 생겼을 뿐이다. 작은 배에 타고 있어 발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도를 휘두르니 생각보다 위력이 안 나왔던 것이다.
방금도 강무진은 배를 후려치고 나서 중심을 잘 잡지 못해 물에 빠질 뻔했다.
‘어쩐다? 아수라패왕권으로 부숴야 하나?’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위를 올려다봤다. 위의 갑판까지는 너무 높아 위로 올라갈 방법이 없었다. 이럴 때는 정말 경공을 제대로 배워두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는 강무진이었다.
까까까깡!
“하앗!”
“크아아악!”
구해신니가 앞에서 달려들던 두 명을 참뢰항마장으로 순식간에 날려버리고는 주위의 상황을 살폈다.
왜구들을 쫓아 배에 오를 때까지는 좋았는데 왜구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셌다.
왜구들은 몸집이 작은데다 저돌적으로 품으로 파고들며 검을 휘둘러오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영 껄끄러웠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궁지에 몰리자 모두들 목숨을 등한시하며 맞서오니 더욱이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던 것이다.
지금도 무공이 높은 자신과 절강삼화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상당히 고전을 하고 있었다.
‘빨리 저들의 우두머리를 잡아 승부를 지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구해신니가 다시 내공을 끌어올릴 때였다. 갑자기 커다란 폭음과 함께 배가 크게 흔들렸다.
“무슨…….”
오늘은 바람이 없어 파도가 잔잔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배가 크게 흔들릴 일이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갑자기 배가 흔들리자 모두들 휘청하며 중심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무스노 일인가?”
왜구들의 우두머리가 옆에 있던 사내에게 묻자 사내가 바로 대답했다.
“모르겠스므니다.”
“빨리 확인이노 해라.”
“하잇!”
그렇게 대답을 한 사내가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앞쪽에서 왜구 한 명을 베어 넘기던 유빙화가 그것을 보고는 그 뒤를 따라 선실로 몸을 날렸다.
선실 안은 깜깜하고 음침하기 그지없었다.
유빙화는 안쪽으로 이어져 있는 복도를 따라 조용히 가다가 갑자기 옆에서 덮쳐 오는 검을 느끼고는 도를 빙글 돌려 그것을 막아냈다.
깡!
동시에 도를 위로 그어 올리자 검을 휘둘러오던 왜구 한 명이 비명도 못 지르며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다.
유빙화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왜구 네다섯 명이서 복도를 막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유빙화는 그들을 향해 말없이 도를 겨누었다.
왜구들은 그런 유빙화를 향해 조심스럽게 한 발짝씩 접근을 하다가 갑자기 기합을 지르며 검을 휘둘러왔다.
“이야아앗!”
유빙화는 왜구들이 그렇게 동시에 달려들자 도를 옆의 벽에 대고 긁었다. 그리고 힘껏 한 걸음 나가면서 벽을 긁고 있던 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도가 튕기다시피 하며 나아가 왜구들을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파가가각!
“크허헉!”
“크아악!”
좁은 복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도를 사용하면 그만큼 움직이기가 더 쉽지 않았다. 도는 찌르기보다는 베는 데 적합한 무기였기 때문에 이렇게 좁은 곳에서는 마음대로 휘두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빙화는 벽을 먼저 그어 힘을 비축한 후에 도가 튕겨 나가는 힘을 이용했기 때문에 공간이 좁아 횡으로 빠르게 휘두르지 못하는 불리함을 없앴던 것이다.
그렇게 한 번의 휘두름으로 순식간에 세 명의 왜구들을 베어버린 유빙화의 몸이 앞으로 빠르게 튕겨 나갔다.
가가가각!
그리고 유빙화가 남아 있던 두 명의 왜구들을 지나쳐 갔을 때는 이미 그들을 베어버린 상태였다.
“끄으윽. 빠르 노므이…다”
털썩!
그렇게 길을 막고 있던 왜구들을 모두 베어버리고 도를 한 번 휘둘러 도에 묻은 피를 털어내던 유빙화는 순간 바닥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이에 잠시 가만히 서 있자 과연 바닥이 점점 한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갑판 위에서 한창 싸움을 하고 있던 왜구들과 구해신니 일행들도 느끼고 있었다.
“어, 어……. 이게 무스노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