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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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57화
57화
“빙화야, 네 도를 이리 가져오거라.”
“네.”
구해신니의 말에 유빙화가 허리에 차고 있던 도를 건네줬다.
그러자 구해신니도 도를 어깨에 걸치며 강무진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다만 강무진과 다른 점이라면 강무진이 도를 횡(橫)으로 휘두르려는 자세인 것에 비해 구해신니는 도를 수직으로 내려치려는 자세였다.
‘흐음, 내가 횡으로 휘두르면 밑으로 쳐 내리겠다는 뜻인가? 그런데 너무 저렇게 드러내놓고 있으면 상대가 생각을 다 읽잖아. 니미, 도대체 무슨 뜻인 거야?’
강무진은 구해신니 같은 고수가 너무 그 의지를 드러내는 자세를 취하고 있자 선뜻 덤벼들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구해신니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뭐 하나? 어서 오게나.”
‘일단 부딪쳐 보면 알겠지.’
“그럼 갑니다! 흐아앗!”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구해신니를 향해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동시에 어깨에 걸치고 있던 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강무진의 도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서운 기세로 구해신니를 덮쳐 갔다.
후우우우웅!
구해신니는 그것을 보고 살짝 아미를 찡그렸다. 강무진이 설마 취하고 있던 자세 그대로 정직하게 횡으로 공격을 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더구나 그 커다란 도를 휘두르고 있음에도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다.
구해신니는 강무진의 도가 바로 눈앞까지 다가오자 취하고 있던 자세 그대로 도를 밑으로 힘껏 내려쳤다.
까아아앙!
그러자 횡으로 그어오던 강무진의 도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밑으로 뚝 쳐지면서 강무진의 몸이 기우뚱했다.
그것을 보고 구해신니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면서 강무진의 가슴을 힘껏 올려쳤다.
“멍청한!”
퍼억!
“크헉!”
강무진은 구해신니의 일격에 몸이 뒤로 붕 떠오르며 공중에서 회전을 하다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아!”
그것을 보고 용보아가 걱정이 되는 듯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용보아를 옆에 있던 유빙화가 알 수 없는 시선으로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으으.”
강무진은 생각보다 강한 충격에 신음을 내며 간신히 일어났다.
“흥! 철포삼(鐵布衫) 같은 외가기공을 익혔다더니 정말이로군. 어디 얼마나 단단한지 볼까?”
구해신니가 그렇게 말하면서 순식간에 강무진에게 다가가 도를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강무진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사정없이 얻어맞으며 그 충격에 몸이 이리저리 밀리고 있었다.
퍼퍼퍼퍽!
“크으윽!”
“아직 멀었다!”
구해신니는 강무진이 생각보다 자신의 공격을 잘 버티어 내자 내공을 좀더 끌어올렸다. 여태까지는 가진바 내공의 3성 정도만 사용하다가 이제는 5성 가까이 끌어올려 운용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퍼어억!
“크헉!”
이에 이제 강무진은 한 대 맞을 때마다 뒤로 몇 장씩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서너 번 나가떨어지던 강무진이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허억! 헉! 기권입니다, 기권! 졌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흥! 아직이다. 어서 일어나거라.”
“쳇! 그럼 마음대로 하십시오. 난 이제 그만 할랍니다.”
강무진은 아직도 온몸이 저릿저릿하니 정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구해신니가 가볍게 휘두르는 도의 위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해 금강불괴신공을 운용하고 있었음에도 몸에 상당한 충격이 왔던 것이다.
“후후! 그렇다면 그렇게 누운 상태에서 받아보아라.”
구해신니가 그렇게 말하면서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구해신니를 보면서 강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서, 설마……. 정말 죽일 생각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강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손을 내밀면서 외쳤다.
“잠까안!”
강무진의 그런 갑작스러운 행동에 구해신니가 잠시 멈칫하면서 물었다.
“뭔가?”
“세 달! 딱 세 달만 시간을 주십시오.”
“호오, 세 달이 지나면 나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기지는 못해도… 지지는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후훗. 재미있군. 그렇단 말이지. 좋네. 그럼 세 달의 기한을 주지.”
구해신니가 그렇게 말하면서 기세를 거두자 강무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사부님.”
정소옥과 용보아가 동시에 구해신니를 부르며 다가오자 구해신니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너희들도 들었지. 3개월 동안 그가 이곳에서 지낸다고 하는구나.”
“네.”
강무진은 구해신니가 그렇게 정소옥과 용보아에게 하는 말을 듣고 뭔가 자신이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을 구해신니도 눈치를 챘는지 강무진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자아, 소협. 어서 이리 오시게나. 차가 좀 식었지만 아직 향은 남아 있을 게야.”
“아! 네.”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군.’
모두가 정자로 가서 다시 자리를 잡고 앉자 차를 몇 모금 홀짝이던 강무진이 유빙화를 보며 물었다.
“저기, 유 소저.”
“네?”
“사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강무진의 말에 유빙화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는 눈으로 강무진을 바라봤다.
“유 소저의 부친이 누구인지 알고 싶소.”
“그, 그건…….”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유빙화가 바로 대답을 못 하고 있는데, 순간 구해신니가 탁자를 힘껏 내려치며 소리쳤다.
탕!
“그것을 네가 왜 묻는 것이냐?”
“…….”
구해신니의 살벌한 기세에 강무진은 여기서 말 한마디 잘 못하면 구해신니의 손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니 그저……. 유 소저 같은 미인의 부모님들은 어떤 분들인지 궁금해서……. 하하. 그런 거죠, 뭐.”
“단지 그뿐인가?”
구해신니가 믿지 못하겠다는 눈초리로 강무진을 보며 묻자 강무진이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네? 아! 네…….”
탕!
“단지 그것 때문에 그 먼 곳에서 이곳까지 왔단 말인가?”
구해신니가 다시 한 번 탁자를 내려치며 다그치자 강무진이 그 기세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리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것이……. 그때 유 소저하고 싸우면서… 그… 제가 그 만지지 말아야 할 곳을 만지고……. 또 유 소저가 너무 예쁘다 보니까 그래서 아버님을 만나서 사과의 말을 하려고 했는데…….”
“뭐라고 하는 게야! 똑바로 말하지 못할까!”
“헉! 네, 넷! 그러니까 유 소저를 보살펴주라는 부탁을…….”
강무진이 그렇게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구해신니가 이제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뭐야! 그럼 청혼을 하러 왔다는 말이냐?”
구해신니의 말에 유빙화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고, 강무진은 그게 아니라는 뜻으로 손을 내저으며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에? 아니… 그게…….”
“흑! 으아아아앙!”
그때 갑자기 용보아가 울음을 터트리며 밖으로 뛰쳐나가자 구해신니가 살기를 띠우면서 강무진에게 다시 소리쳤다.
“이노오옴! 보아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 네놈 혼인 이야기에 왜 저 아이가 울면서 뛰쳐나가는 게야!”
“아, 아닙니다. 전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
“닥쳐랏! 감히 보아한테 손을 댄 것은 아니겠지? 그러고도 모자라 빙화에게까지 그 더러운 손을 뻗치려 했단 말이냐?”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내 말을 좀…….”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의 손길을 바라며 정소옥을 바라봤다.
그러나 정소옥은 그 시선을 외면하면서 싸늘하게 말했다.
“강 소협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
“에?”
정소옥까지 그렇게 나오자 강무진이 놀란 눈을 하고 있는데, 정소옥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용보아의 뒤를 따라 나갔다.
그러자 이제 구해신니는 열이 머리로 치솟아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네 이노옴!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라!”
“허걱!”
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강무진이 흠칫하면서 이제 마지막 보루인 유빙화를 바라봤다.
그러나 유빙화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뭔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어서 지금의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니미, 왜 일이 이렇게 됐다냐? 일단은 튀어야 산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강무진은 빠르게 주위를 훑어보면서 도망갈 곳을 살폈다.
그때 갑자기 어디에선가 타종 소리가 연속으로 들려왔다.
뎅뎅뎅뎅!
그걸 들은 구해신니가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타종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 그것은 유빙화도 마찬가지였다.
“네놈 일은 갔다 와서 처리하마. 혹여나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라. 그대로 도망갔다가는 뼈도 못 추릴 테니까!”
구해신니가 그렇게 강무진에 엄포를 놓고는 경공을 펼쳐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그 뒤를 따라 유빙화도 가려는 것을 강무진이 급하게 잡아 세웠다.
“잠깐만요! 유 소저!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왜구가 쳐들어왔어요.”
그렇게 짧게 한마디를 남긴 유빙화는 경공을 펼쳐 구해신니가 간 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걸 멍하니 보고 있던 강무진도 곧 정신을 차리고는 그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헉! 헉! 제길, 나도 제대로 된 경공을 하나 배워놓든가 해야지. 헉! 헉!”
강무진은 바닷가를 따라 달리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구해신니와 유빙화를 따라 보타사를 나선 것까지는 좋았는데 경공이 문제였다. 제대로 된 경공을 익힌 적이 없는 강무진은 그들을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느렸던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자 앞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젠장! 아직도 저만큼이나 가야 하는 건가? 니미.”
강무진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까지 대충 거리를 가늠하며 잠시 숨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던 강무진은 갑자기 처음 보는 옷차림의 사내들 수십 명이 달려오자 잠시 멈추어 서서 그들을 바라봤다.
‘어라? 저건 뭐야?’
그들은 키가 작고 몸집이 왜소했으며 머리를 괴상하게 빡빡 밀어서 위로 말아 올린 이상한 모습이었다.
강무진이 그러고 서 있자 그들도 강무진을 보고는 자기네들끼리 뭐라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더니 곧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뭐?”
그러더니 다짜고짜 강무진을 향해 검을 휘둘러왔다.
까앙!
생각지도 않은 기습인데다 워낙에 파고드는 것이 빨라 강무진은 그대로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렇게 한 사내가 강무진을 베고 지나가자 뒤이어 수십 명의 사내들이 동시에 강무진을 한 번씩 베며 지나갔다. 그러고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그대로 앞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당연히 강무진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자식들이!”
그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사내들이 놀라서 뒤를 바라봤다. 그러자 자신들의 검에 나동그라져 있어야 할 강무진이 멀쩡히 서서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도를 뽑아 드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그들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놀라서 옆에 있던 사내에게 물었다.
“헉! 뭐이냐? 분명히 베지 않았는가?”
“그렇스므니다. 나도 분명히 놈을 베었스므니다.”
“다시노 베라!”
“와아아아아!”
강무진은 사내들이 또다시 덤벼들자 빠르게 붕마도법을 펼쳐 그들에게 맞서나갔다.
“흐아압!”
까까깡!
다섯 명의 사내가 각각 강무진의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를 노리고 검을 그어왔다.
그중 강무진이 막아낸 것은 머리를 노리고 공격해 오는 검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