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33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9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33화
“소성주님의 명으로 왔습니다.”
“소성주의 명?”
“예, 단주. 다름이 아니라 풍혼단 무사인 추소철을 데려가고자 합니다.”
엽가승의 굵은 눈썹이 송충이처럼 꿈틀거렸다.
“추소철을? 무슨 일로?”
“수혼대에 결원이 많이 생겼다는 것을 단주께서도 아실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소성주님의 명령으로 호위무사조를 재편성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추소철을 수혼대로 데려가겠다?”
“그렇습니다.”
“무공이 강한 다른 사람도 많은데 왜 하필 추소철인가?”
엽가승은 소성주의 명령이라 하는데도 토를 달았다.
추소철은 비록 말단 무사지만, 최근 들어 실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단원이었다.
엽가승은 그를 눈여겨보며 머지않은 날에 조장으로 승급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졸지에 뺏길 상황이 되자 마뜩지 않았다.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맞아. 그러고 보니 너와 추소철이 무창에서 함께 지냈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군.”
“추소철이라면 소성주를 지키는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겁니다.”
“소성주께 충성을 바칠 수 있는 무사 중에는 추소철보다 더 강한 사람도 많다. 그 중에서 고르면 안 되겠느냐?”
“강한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추소철만큼 독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독한 사람?
엉뚱하긴 해도 나름대로 수긍이 가는 이유였다. 추소철이 독하다는 건 엽가승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제길, 오랜만에 제대로 키워볼 놈이 들어왔다고 좋아 했더니…….”
하지만 소성주의 안위를 위한 일이라 하니 거부할 수도 없었다.
“할 수 없군. 이봐! 가서 추소철을 데려와!”
추소철과 함께 풍혼단을 나온 장천운은 절검당과 거경당을 차례차례 방문했다.
이한과 한명후, 저두심은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우흐흐흐, 드디어 귀호와 함께 지내는구나.”
“우리가 수혼대에 들어가다니, 이거 겁나는데?”
“진짜 흑월회를 만드는 거야?”
그들의 말을 들은 장천운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흑월회가 아니라 흑월조를 만들 거야. 수혼대 내의 특조.”
“그거 멋지군.”
추소철도 얼굴의 상처를 꿈틀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
장천운의 말에 사람들을 내주는 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왕조산은 불만이 많은 표정으로 꼬치꼬치 따졌다.
“사명학과 유고원을?”
“그렇습니다.”
“왜 꼭 그들을 뽑겠다는 거냐? 수혼대도 사람이 모자라는데 다른 곳에서 뽑지 그래?”
수혼대의 인원은 전에 비해서 반도 되지 않았다. 인원이 보강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 점만 생각하면 왕조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장천운은 그 점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소성주의 측근 호위는 구천호령 중 일령이 맡을 것이니 수혼대의 임무 양도 그만큼 줄어들 겁니다.”
“그래도 아직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 필요하면 다른 사람을 찾아봐.”
“호위임무에 초보인 사람을 데려다 교육시킬만한 시간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도 데려왔잖아? 너와 함께 무창에서 함께 지냈다는 흑도의 똘마니들.”
“그들은 그들대로 할 일이 있습니다.”
“나도 새로운 애들 데려다가 교육시킬 시간 없어.”
“소성주님의 명령을 어기겠다는 겁니까?”
“누가 명령을 어긴다고 했나? 어찌 되었든 우리도 소성주님을 호위하는 사람들이다. 기왕이면 다른 사람들을 뽑으란 말이야.”
“그렇다면 데려가려는 이유를 하나 더 말씀드리죠.”
장천운의 눈빛이 무심하게 가라앉았다.
“고원은 제 친굽니다. 저는 친구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두들겨 맞게 놔둘 수 없습니다.”
“뭐야? 그럼 내가 아무 이유도 없는데 유고원을 두들겨 패기라도 했단 말이냐?”
“맞아. 그랬지.”
“이 자식이!”
“조용히 하고 내말 들어, 왕조산.”
“뭐?”
“죽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으라고.”
“너, 너 이 새끼…….”
“말 조또 못 알아듣네!”
싸늘한 일갈.
뒤이어 장천운의 몸이 흔들렸다.
왕조산은 섬뜩한 느낌이 들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장천운의 주먹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족히 세 배는 더 빨랐다.
쾅!
그가 주먹을 봤을 때는 이미 복부에 주먹이 꽂힌 후였다.
그림자보다 빠른 주먹. 혼천수라권이었다.
“크억!”
붕 떠서 뒤로 날아간 왕조산의 몸이 벽에 처박혔다.
장천운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를 향해 걸어갔다.
워낙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 이조원들은 공황상태에 빠진 듯 멍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너는 수혼대 조장의 자격이 없어. 아니, 그런 마음으로는 흑도의 조장도 못 돼.”
“너……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냐고? 물론 무사할 거야.”
퍽!
왕조산의 몸뚱이가 다시 한 번 붕 떠서 탁자에 부딪친 후 나뒹굴었다.
“나는 지금 소성주의 명을 어긴 자를 징벌하는 중이거든. 물론 증인도 많지.”
왕조산이 입에서 피를 게우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꺼풀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나, 나는…….”
장천운은 무표정한 얼굴로 왕조산의 다리를 밟았다.
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가 부러졌다.
밟을 때는 확실히 밟아야 한다. 두 번 다시 기어오르지 못하게.
그게 흑도의 법칙이다.
“크어억!”
“원래 소성주의 명령을 어기면 목을 쳐야하지. 그런데 그놈의 정이 뭔지 다리만 부러뜨렸어. 미운 정도 정이라고 하잖아? 그러니 너는 나에게 고마워해야 돼.”
무심한 목소리.
왕조산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몸을 덜덜 떨었다.
“분하면 언제든 찾아와. 단, 그때는 다리가 아니라 정말 목이 부러질 거야. 약속하지.”
장천운은 할 말 다했다는 듯 몸을 돌렸다.
“유고원, 사명학. 짐 싸서 서쪽 끝 방으로 가. 이제부터 너희는 수혼대 특조, 흑월조 조원이 된다.”
그때 문 입구 쪽에 멍한 표정으로 서있던 이철궁과 눈이 마주쳤다. 아마도 소란스런 소리를 듣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흠칫한 그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섭중화와 여귀도 데려갈 건가?”
“생각 좀 해보고요.”
장천운이 마지막으로 찾아간 사람은 구산이었다.
구산이 특별히 강해서 끌어들이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덩치가 컸다. 구천성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앞장세우기에는 구산만한 사람이 없지.’
게다가 무공에 대한 자질도 대단히 뛰어났다. 시간이 흘러서 적으로 만나는 것보다 미리 잡아두는 게 나았다.
문제는 구산이 장로 구평추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강제로 편입시키기에 부담이 되는 신분.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하겠어?”
“나더러 소성주의 호위무사를 하란 말이지?”
“싫어?”
“소성주의 호위무사는 싫지 않아. 문제는 네 밑에 있어야 한다는 거지.”
“이렇게 하면 어때?”
“어떻게?”
“간단해. 둘이 붙어서 이기는 사람이 대장하기. 당연히 남자답게 뒷소리는 없어야 되고.”
구산의 넓적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거 아주 마음에 드는 방법이군.”
“그럼 조용한 곳으로 갈까?”
15장: 구천대령주(九天大令主)
흑월조 조장은 장천운.
조원은 추소철과 이한, 한명후, 저두심, 오관, 진구, 유고원, 사명학. 그리고 눈두덩이 시퍼렇게 변해서 덩치 큰 너구리가 된 구산까지 아홉 명이었다.
“특조가 되었으니 수련도 특별히 세게 할 거다. 각오들 해야 할 거야. 솔직히 말해서 지금 실력으로는 죽기 딱 좋거든.”
장천운은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자존심이 상해도 어쩔 수 없었다.
“더도 말고 두 배만 더 강해져. 혼자서 절정고수를 십 초 이상 상대할 수 있을 정도면 돼. 물론 더 강해지면 좋고.”
추소철과 이한, 한명후, 저두심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해도 절정고수를 상대한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었다.
초식은 그럭저럭 노력으로 따라갈 수 있지만 공력을 높이는 일은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장천운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공력을 높이는 일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 놓은 게 있어. 그러니 우선은 수련을 열심히 하면서 기다려 봐.”
소천전으로 돌아간 장천운은 사마경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아홉 명?”
“예, 소성주. 저까지 딱 열 명이죠.”
“그 정도로 되겠어?”
“실력이 구천호령 정도만 된다면 아홉 명도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지금 실력은 그 정도가 안 되잖아?”
“그거야 그렇죠. 하지만 열심히 수련한다면 몇 달 안에 지금보다 한두 단계는 무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누가 가르치고? 가르칠 사람은 구했어?”
장천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제가 가르쳐 보죠 뭐.”
“무공이 상승의 경지에 오르려면 스승을 잘 만나야 된다고 했어. 천운의 무공이 강하다는 건 아는데, 가르치는 것은 또 달라.”
“저도 압니다. 그런데 소성주께서 잘 모르시는 게 있습니다.”
“내가 뭘 모른다는 거지?”
“제가 뽑은 사람들 속은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압니다. 그리고 저도 사람을 잘 가르칩니다.”
사마경이 장천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그래?”
“무창에 있을 때도 신입 꼬마 애들은 대부분 제 차지였죠.”
“호오, 정말 대단한데?”
겉으로는 감탄한 표정인데, 눈빛은 아니었다.
웃고 싶은데 참는 표정이랄까?
하긴 무창의 흑도 꼬마애들과 구천성의 무인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장천운에게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고집을 부렸다.
“정말입니다. 일단 제게 맡겨주십시오.”
“좋아. 그럼 그 일은 알아서 해. 또 필요한 것 없어?”
“있습니다.”
“말해 봐.”
“먼저 무화원 뒷마당의 연무장에서 수련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거야 어려운 일은 아니지. 얼마든지 해.”
“그리고 단시일 내에 실력을 높이려면 꼭 필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
“공력을 높일 수 있는 영약요. 뭐 아주 대단한 영약을 바라는 것은 아니고, 공력 수련을 하는데 도움을 줄 정도면 됩니다.”
“어째 당연히 나에게 영약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소성주께는 없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약고에는 있을 겁니다. 아니면 전 성주님의 창고에서 썩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약고나 아버지의 창고?”
“쓰시고 남은 것 있으면 좀 주십시오. 아무리 좋은 약도 오래 놔두면 썩거든요.”
사마경이 의자에서 등을 떼고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아직 아버지 창고를 뒤져보지 않았네. 내가 왜 아버지의 비밀창고를 생각 못했지?”
“열 수는 있습니까?”
“아버지와 나밖에 못 열어. 약이야 그곳에 없더라도 약고를 찾아보면 쓸 만한 것이 있을 거야.”
***
“숙부님, 장천운이 몇 사람을 뽑아서 새로운 호위무사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라기 전에 싹을 잘라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백리호는 백리우진의 말에 실소를 지었다.
“나도 들었다. 흑도에 있을 때의 동료와 강련곡의 수련생이라더군. 그깟 놈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백리우진도 그들을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문제는 그 일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이 장천운이라는 점이었다.
벗기고 벗겨내도 속을 알기가 힘든 놈, 이상할 정도로 신경이 쓰이는 놈.
그래서 더 싫은 놈.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