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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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44화
44화
그러나 구석으로 가던 강무진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몽둥이를 슬쩍 들더니 순식간에 그들을 지나쳐 뒤에 쓰러져 있는 막평을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퍽! 퍽!
“헉!”
이에 모두가 당황해서 잠시 멍하게 있는데 뒤에 있던 이이책이 달려가며 소리쳤다.
“뭐 해? 빨리 말려!”
그때 누군가 빠르게 강무진에게 접근하며 막평을 내려치고 있는 강무진의 손을 잡았다. 강달무였다.
“그만둬!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네놈보다 우리가 더 그들과 오랜 시간을 지내왔다. 네놈보다 몇 배나 더 가슴 아픈 건 우리란 말이다!”
강달무의 말에 강무진이 강달무를 확 쏘아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다 죽였냐?”
“뭐?”
“그래서 다 죽였냐고, 빙신아!”
그 순간 강무진이 머리로 강달무의 얼굴을 박아버렸다.
퍼억!
“크흑!”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강달무가 비틀거리자 강무진이 들고 있던 몽둥이로 강달무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억!
그것을 맞고 강달무가 쓰러지자 강무진이 사정없이 몽둥이질을 해댔다.
퍼퍼퍼퍽!
“크윽!”
`-안 건드리면 모르되 건드렸으면 확실히 해야 한다
한때 유운무가 했던 말이었다. 강무진은 엉뚱하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 말을 착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강무진이 두 사람을 개 패듯이 패자 좀 심하다는 생각에 이이책이 나서며 강무진의 팔을 잡았다.
“그만 하십시오, 대주님. 그 정도면 됐습니다.”
그러자 강무진이 고개를 홱 돌려 살기 띤 눈으로 이이책을 바라보며 말했다.
“놔!”
“네?”
“아니면 네가 대신 맞을래?”
“헉!”
강무진의 말에 이이책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잡고 있던 강무진의 팔을 놓았다.
그러자 강무진이 다시 사정없이 몽둥이질을 해댔다.
“헉! 헉!”
그렇게 강무진이 숨을 헐떡일 때까지 몽둥이질을 해대자 두 사람은 의식을 잃고 말았다.
“으아아아아! 젠장!”
강무진은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피 묻은 몽둥이를 바닥에 팽개쳤다.
유운무가 죽어가면서 부탁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살아남은 사람이 반도 안 되었다.
강무진은 그것이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했다. 이랬든 저랬든 대주는 자신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좀더 강단 있게 나갔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불같이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모두들 같은 생각을 했다.
‘성질 더럽다.’
“황삼위!”
잠시 그렇게 씩씩대던 강무진이 갑자기 황삼위를 부르자 황삼위가 깜짝 놀라며 재빨리 대답했다.
“넵!”
“저것들 치료해 줘.”
“네?”
“저것들 치료해 주라고.”
“넵!”
강무진이 신경질적으로 외치자 황삼위가 재빨리 대답을 하며 달려와 두 사람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이책은 잠깐 나 좀 보자.”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며 이이책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사당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이이책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봤다. 마치 꼭 살아서 돌아오라는 그런 눈빛들이었다.
이이책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침을 한 번 꼴깍 삼킨 후 강무진의 뒤를 따라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강무진은 흑마련에 대한 것을 물었다.
이에 이이책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흑마련의 련주에 대해서 말해 봐.”
“구소단 말입니까?”
“그래.”
“음, 전에도 이야기했다시피 아주 영악한 자입니다. 머리를 쓸 줄 알죠. 나름대로 명예도 아는 자입니다. 그랬기에 흑마련 사람들을 그렇게 하나로 모을 수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무공도 제법 뛰어납니다.”
“그게 다야?”
“험! 험! 일단은 그렇습니다.”
이이책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강무진이 말했다.
“한 달 뒤에 흑마련을 친다.”
“네? 정말입니까? 하지만…….”
“명령이야. 그렇게 알고 모두들 한 달 동안 열심히 단련해둬. 부상당한 사람들은 최대한 빨리 상처를 치료하고. 그때까지도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사람은 놔두고 간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방법이 있는 겁니까?”
“당연하지. 받은 만큼은 반드시 돌려준다.”
그렇게 말하는 강무진의 눈이 순간 빛이 났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강무진이 낡은 사당의 지붕 위에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누군가 조용히 옆에 와서 앉았다.
막평이었다. 막평은 한참이나 말없이 앉아 있었다.
“뭘 보고 있는 겁니까?”
막평의 물음에 강무진이 여전히 밤하늘만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나한테 소중한 사람들.”
“그렇군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막평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는… 어떻게 죽었습니까?”
“그는…….”
잠시 말끝을 흐리던 강무진은 유운무의 죽음에 대한 것을 막평에게 세세하게 다 이야기해 줬다. 그것을 막평은 조용히 듣기만 하며 가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강무진의 이야기가 끝나자 막평이 말했다.
“그렇군요. 휴, 그는… 그렇게 죽었군요.”
“응.”
“고맙습니다.”
막평의 말에 강무진이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막평을 바라봤다.
막평은 웃고 있었다. 슬픈 듯 기쁜 듯 알 수 없는 웃음이었다.
“그분의 마지막을 지켜봐 주고 저한테 전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흑마련을 밀어내는 날 거하게 한번 대접해 봐. 참고로 난 그 사람에게 아주 개같이 노는 법도 배웠다고.”
“응? 하하하하. 아주 몹쓸 것을 배웠군요. 좋습니다. 제가 항주에서 가장 좋은 기루로 한번 안내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밤이 깊어지도록 한참이나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것을 지붕 밑에서 듣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부대주도 드디어 그를 대주로 인정했군.”
황삼위의 말에 이이책이 슬쩍 강달무를 바라봤다. 그러자 강달무가 샐쭉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뭘 그렇게 봐? 휴우, 사실 그동안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 나 때문에 대원들이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거든.”
강달무의 말에 황삼위가 강달무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너 때문이 아닌 걸 모두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아. 정보의 판별을 정확히 못 한 내 잘못이 제일 크지.”
“모두가 같이 결정했던 일이야. 신경 쓰지 마라.”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 있던 이이책이 그렇게 말하자 강달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런데 말이야. 사실 그때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맞으니까 뭔가 시원한 기분이 들더라고. 잘못한 것에 대한 벌을 받았으니 이제는 괜찮다라는 그런 마음이었겠지. 그리고 누군가 내 잘못을 책임져 줄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같은 거 말이다. 그래서 막을 수 있었는데도 손이 안 나가더군. 아마 부대주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야.”
강달무의 말에 이이책이나 황삼위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실은 어제 부대주랑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알았지. 부대주가 그를 대주로 인정하려 한다는 것을 말이야.”
“너는? 네 생각은 어떤데?”
이이책이 묻자 강달무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 크크. 나야 부대주가 그렇게 한다면 따라야지.”
강달무는 진심으로 막평을 위했다.
지난 세월 동안 막평은 수도 없이 강달무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물론 부대주로서 대원들의 목숨을 구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받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막평의 하늘이 유운무였다면 강달무의 하늘은 바로 막평이었던 것이다.
강무진이 말한 한 달 동안 다친 사람들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은 무공 수련을 하며 자신들을 돌아보았다.
강무진 역시 그동안 배운 무공들을 돌이켜 보며 하나하나씩 가다듬었다.
붕마도법은 이이책의 도움으로 허점들을 어느 정도 알아낼 수는 있었지만 그것을 없앤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에 강무진은 당장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조금씩 고쳐가고 있었다.
금강불괴신공은 마지막 단계를 남겨놓고 더 이상 진척이 없었다. 마지막 단계를 익힐 수 있을 정도로 강무진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이곳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수라패왕권은 이미 완전히 익힌 상태라 더 나아질 것이 없었지만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그때 협곡을 무너트릴 때도 그렇고 최근에 수련하면서 몇 번 써본 결과 아수라패왕권의 성질이 화기를 띠기 시작했던 것이다.
열화마결 때문이었다.
강무진은 비록 비급은 잃어버렸어도 기초단계일망정 열화마결을 계속 수련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몸 안의 화기가 아주 더디지만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아수라패왕진결은 가지고 있는 내공을 폭발시키고, 그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몸을 만들어주는 심법이었지 내공을 쌓는 심법은 아니었다.
그러니 강무진의 내공이 화(火)의 성질을 띠기 시작하자 아수라패왕권도 화기를 띠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홍이 전해준 천변결은 이제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서로 다른 암기를 날릴 정도가 되었다.
이에 강무진은 전에 마홍에게 들었던 천변결의 구결을 생각하고 있었다.
‘격산타우(隔山打牛)라……. 마홍은 분명 천변결의 완성이 격타전공에 있다고 했어.’
패왕무고에서 나와 강무진이 그 안에서 봤던 대결록의 내용을 마홍에게 이야기하자 마홍은 아마도 그것이 천변결의 마지막 단계일 것이라고 했다.
마홍도 아직 거기까지는 익히지 못한 상태로 사실 그런 단계가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이에 마홍은 그저 자신이 사부에게 전해 받은 구결만을 알려주었을 뿐이다.
그것이 바로 격산타우라는 네 글자였던 것이다.
그렇게 구결만 전해 받았으니 나머지는 강무진이 스스로 깨쳐야만 했다.
격산타우라는 말은 산을 쳐서 소를 놀라게 한다는 뜻이었다.
다른 것을 쳐서 힘을 전한다는 말이기도 했는데 그것이 암기술하고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강무진이 그런 고민을 하며 서성이고 있는데 막평과 강달무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저기 말이야…….”
“네?”
“혹시 격산타우란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
두 사람은 강무진이 갑자기 묻는 말에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다 막평이 강무진에게 말했다.
“격산타우라는 것은 다른 것을 때려서 그 힘을 전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그런데 그거하고 암기하고 무슨 연관이 있을까?”
“암기요?”
“그래, 암기.”
“…….”
강무진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막평이 강무진을 보며 말했다.
“혹시 암기를 쳐서 날리는 것 아닐까요?”
“응? 암기를 쳐서 날린다고?”
“그렇죠. 보통은 암기를 잡고 날리는데 격산타우라고 하니까 그렇게 잡고 날리는 것이 아니라 쳐서 날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암기를 쳐서 상대방에게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흐음, 암기를 쳐서 날린다 이거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강무진이 공중에 손을 한 번 흩트리자 어느새 공중에 다섯 종류의 암기가 나타났다.
“헛!”
그것을 보고 두 사람이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강무진의 손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었는데 순식간에 저렇게 다섯 개나 되는 암기가 나왔던 것이다.
그때 강무진이 공중에 놓인 암기들을 손등으로 빠르게 쳐서 날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