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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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42화
42화
강무진은 자신에게 무기를 휘둘러오는 흑마련 사람들의 공격을 몸으로 다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빠르게 협곡의 벽을 살피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흑마련 사람들은 여전히 강무진을 향해 들고 있는 무기를 휘둘렀다.
까까까깡!
깡깡!
“크윽!”
“헉! 헉! 뭐, 뭐 이런 괴물이…….”
강무진을 공격하던 흑마련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들의 무기와 강무진을 보다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다시 미친 듯이 공격하기를 반복했다.
‘좋았어! 여기가 좋겠군. 간다앗!’
“아수라패왕…….”
그때 강무진이 외치면서 주먹을 한껏 뒤로 젖히자 주먹이 웅웅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온몸이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강무진이 주먹을 힘껏 뻗어 협곡의 벽을 때렸다.
“권!”
콰아아아아앙!
강무진이 전력을 다한 아수라패왕권이었다.
흑마련 사람들은 강무진을 향해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두르다가 갑자기 그가 크게 소리치자 모두들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강무진이 엉뚱하게 벽을 주먹으로 친데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코웃음을 쳤다.
“응? 아, 나, 정말! 뭐 한 거냐, 지금?”
“쳇! 뭐야? 이거 미친 것 아냐?”
“크크크.”
그때였다.
“응?”
강무진의 주먹을 중심으로 벽이 쩌저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그 균열이 협곡 위까지 빠르게 퍼져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것을 본 흑마련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헉!”
“피해라! 무너진다!”
“으아아아!”
콰르르르릉!
우르르르르!
“헛! 대주!”
앞에서 달려가던 이이책은 순간, 벽력탄이 아니라 단 한 번의 주먹질로 협곡의 벽을 무너트리는 강무진을 보며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에 파묻히며 안심했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강무진을 보았다.
“대주우우!”
이이책이 그것을 보고 미친 듯이 소리치며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어느새 다가온 막평이 그런 이이책을 끌어안고 말리면서 소리쳤다.
“미쳤어! 지금 가면 너도 죽어!”
“으아아아아! 놔! 놓으라고!”
쿠르르르르릉!
그렇게 협곡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면서 길이 막혀버렸다. 이에 흑마련 사람들은 더 이상 패왕마전대를 쫓을 수가 없었다.
밤새 지속되던 싸움은 그렇게 끝이 났다.
동이 트는 새벽이 되자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올 여름 들어서 처음 내리는 비였다. 그 비를 맞으며 스무여 명의 사람들이 힘없이 비척비척 걸어가고 있었다.
“무사하셨군요.”
멀리서 그들을 알아본 송편이 달려오면서 말했다.
“응, 송편이구나.”
이이책이 송편을 보면서 말하자 송편이 반가운 기색으로 말했다.
“정말 다행입니다, 조장. 얼마나 걱정했는지 압니까?”
“그래.”
그런 송편의 말에 이이책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호들갑을 떨며 잘난 체를 할 이이책이건만 오늘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에 송편이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대주는 어디 있습니까?”
송편의 물음에 이이책이 잠시 뒤를 돌아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예? 설마…….”
“가자.”
“저, 정말 대주가 죽었습니까?”
송편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묻자 옆에 있던 강달무가 대신 대답했다.
“그자 말고도 많은 이들이 죽었다.”
“…….”
그제야 송편은 패왕마전대의 인원이 반 이상이나 줄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잠시 말이 없던 송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쪽으로 가면 안 됩니다. 이미 객잔에도 흑마련 놈들이 들이닥쳤을 겁니다. 대주가 그것을 예상하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늦은 겁니다.”
“허! 대주가 그리 시켰더냐?”
이이책의 물음에 송편이 힘없이 대답했다.
“네.”
“그럼 그리로 가야겠지. 안내해라.”
송편의 안내로 모두가 간 곳은 항주의 외곽에 있는 낡은 사당이었다.
“일단 대충 치워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좀 지저분합니다. 워낙 시간이 없었던데다 대주가 살아 돌아올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고 해서 먹을 것도 많이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대주가 그런 말을 했었나?”
막평이 묻자 송편이 바로 대답을 했다.
“예. 그곳의 지형을 대충 설명했더니 멍청한 놈들이라고 욕을 하면서 날뛰었습니다.”
“흐음.”
그 말을 듣고 막평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자 이이책이 송편을 보고 물었다.
“그럼 그 수레를 준비한 것도 모두 대주가 한 일이겠군.”
“예, 조장. 그곳 지형에 대해서 듣는 즉시 지시를 했습니다. 저는 그때 영문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따랐습니다. 설마 그렇게 쓸 줄은 몰랐었죠.”
“그가 마지막에 협곡을 무너트릴 거라는 말도 했었나?”
“네. 만약에 상황이 좋지 않으면 협곡을 무너트릴 거라고 했습니다. 살고 죽는 것은 하늘에 맡긴다면서…….”
“허! 그랬었군. 그랬어.”
이이책이 허탈한 마음에 비가 조금씩 새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때 황삼위가 분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주먹으로 벽을 소리 나게 후려쳤다.
“제길!”
쾅!
그러자 강달무가 어깨를 축 늘어트린 모습으로 말했다.
“모두들… 할 말이 없다. 내 잘못이다.”
그런 강달무를 말리며 막평이 앞으로 나섰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넌 그저 정보를 전했을 뿐이야. 그것을 받고 결정을 내린 것은 나야.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
“허허! 지금 그렇게 책임을 따져 무엇 하겠소? 그런다고 대주가 살아 돌아오지는 않소이다.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져버렸군.”
“…….”
이이책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곧 이이책이 그 침묵을 깨며 말했다.
“기왕 그렇게 된 것 어떻게 하겠소. 일단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고 살 방법을 찾아봅시다. 송편.”
“예, 조장.”
“부상을 치료할 약들도 가져다 놓았겠지?”
“물론입니다.”
송편이 대답을 하면서 한쪽에 놓아두었던 약들을 가져오자 이이책이 그것으로 대원들을 치료해 주기 시작했다. 그것을 묵묵히 보고 있던 황삼위가 곧 움직여서 도와주기 시작했고 이에 나머지 사람들도 부상자들의 치료를 도왔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다>
“헉! 헉!”
검은 그림자가 비가 쏟아지는데도 상관없이 미친 듯이 흙을 파헤치고 있었다. 벌써 이틀 동안이나 그렇게 흙을 파헤쳤다.
흙더미 속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으나 매우 중요한 것이 묻혀 있는 듯했다.
검은 그림자가 무작정 땅을 파헤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가닥의 얇은 줄을 중심으로 땅을 파고 있었다. 그 줄의 끝에 그가 원하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만약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말이다.
혹여 이미 죽었다면 시체라도 확인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자신의 마음이 진정될 것 같았다.
“헉! 헉!”
그렇게 얼마나 땅을 팠을까?
순간 검은 그림자의 눈에 눈물이 맺히면서 땅을 파던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나 흐르는 비 때문에 눈물이 곧 쓸려서 사라져 버렸다.
손이 있었다. 여러 가닥의 실이 엉켜 있는 손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천잠사(天蠶絲)를 풀어 당기지 않았다면 너무 깊숙이 파묻혀 아예 파낼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검은 그림자의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빠르게 파내기 시작하니 잠시 후 그 사람의 얼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강무진이었다.
그리고 지금 강무진을 파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초연이었다.
초연은 강무진과 기루에서 관계를 가진 후 모습을 감추고 계속 강무진을 따라다녔다.
사실 죽여야 할 대상과 같이 잔 것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 여살수 중에는 자신의 몸을 이용해 상대를 죽이는 자들도 수두룩했다.
문제는 초연이 강무진에게 마음까지 줘 강무진을 죽일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이에 초연은 조직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강무진 앞에 선뜻 나설 수도 없었다.
결국 별수 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강무진을 따라다녔던 것이다.
초연은 그렇게 모습을 감추고 있어야 했지만 강무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던 중 자신과 마찬가지로 강무진을 따라다니고 있는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처음에 초연은 그가 자신과 같은 살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무진을 지켜보기만 할뿐 해할 생각이 없는 것 같자 살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다 유운무가 수신호위에 대해 하는 말을 듣고는 그가 강무진을 지키는 수신호위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유운무를 지키던 수신호위가 유운무를 죽이는 것을 보고 초연은 강무진을 지키던 수신호위 역시 강무진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초연과 수신호위 간에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강무진이 유운무를 안고 지친 몸을 움직이면서도 수신호위에게 당하지 않은 것은 모두 초연 덕분이었다. 수신호위가 강무진을 공격하려고 할 때마다 초연은 수신호위를 향해 살기를 흘렸다.
이에 수신호위는 계속 강무진을 죽일 수 있는 시기를 놓쳤고, 결국 강무진은 그 낡은 오두막까지 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도 초연과 수신호위의 보이지 않는 싸움은 계속 되었다.
수신호위는 과연 모습을 감추는 데에 있어서는 초연조차도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초연이 비록 조직에서 72호로 불리고는 있지만 그 실력만큼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수신호위는 그런 초연이 어떻게 하지 못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기회는 예상외로 쉽고 빠르게 찾아왔다.
적상군이 나타나 살수들을 쓸어버리는 순간 수신호위가 그것을 보고 평정을 잃은 것이었다. 적상군이 나타났는데 그의 곁에 있어야 할 수신호위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수신호위는 적상군이 자신들의 배반을 눈치 챘음을 깨달았고, 그대로 있으면 자신 역시 적상군의 손에 죽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적상군 정도의 무공이라면 자신이 아무리 몸을 숨겨도 찾아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면서 틈이 생기자 초연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수신호위를 해치우고 나자 적상군이 강무진에게 뭔가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강무진을 해치려는 줄 알았으나 자세히 살피니 강무진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초연은 다른 사람이 적상군을 방해하지 못하게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적상군이 무진의 내상을 치료해 주고 가기 전에 자신을 알아보고 강무진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자 초연은 순간 당황했다.
무공이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한눈에 자신의 위치를 잡아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초연은 강무진 모르게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마치 강무진의 수신호위처럼 말이다.
그러다 강무진이 협곡으로 들어가 협곡의 벽을 주먹으로 후려쳐서 무너트리는 순간, 놀라서 뛰어나가며 천잠사로 강무진의 몸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강무진을 어느 정도 뒤로 빼낼 수는 있었으나 완전히 빼내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 후로 초연은 강무진의 몸에 묶여 있는 천잠사를 따라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천잠사는 웬만한 보검에도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실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흙더미 속에 깔렸다고 해도 끊어질 리가 없었다.
이에 초연은 이 천잠사를 따라 땅을 파다 보면 강무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