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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39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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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39화

 39화

 

이번 일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전력으로 합심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강무진으로 인해 대원들이 나뉘게 된다면 그 상태로는 절대로 이번 일을 해낼 수가 없었다.

이런 것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이이책이었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흑마련이 모이기로 한 장소였다.

강달무가 가져온 정보로는 흑마련의 수뇌부가 항주의 외곽에 있는 폐허에 모여 패왕마전대를 치기 위해 화합을 가진다고 했다.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완전히 흑마련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이 긴 싸움에 종지부를 찍고 자신들은 패왕성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장소가 문제였다. 그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려면 반드시 협곡을 지나가야 했다.

좁은 계곡들이 이어져 있는 곳이라 그곳에 들어갔다가 기습이라도 당한다면 빼도 박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몰살이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이이책은 이번 일에 썩 나서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냥 이곳에 몇 년 더 처박혀 있더라도 더 안전하고 좋은 기회를 노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평화롭게만 지낼 수 있다면 이곳에서 몇 년 더 지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쩌랴?

막평이 저렇게까지 부탁을 하니 이이책으로서도 끝까지 반대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휴, 알겠소. 이번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도록 하겠소. 하지만 결국에는 대주도 알게 될 것이오. 그 뒷감당은 나도 모르오. 모두 부대주에게 미룰 것이오.”

“그건 걱정 마라. 여태까지 그래 왔듯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막평이 그렇게 말하자 강달무도 나서며 말했다.

“대원들의 입단속은 내가 철저히 시키지.”

“날짜가 언제요?”

이이책의 물음에 막평이 대답했다.

“내일 밤이다.”

“음.”

그들은 그때부터 밤을 지새우면서 내일 밤에 있을 결전을 상의하기 시작했다.

 

 

<흑마련과 싸우다>

 

다음 날 강무진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대원들과 아침 수련을 했다. 그리고 점심때쯤에 강무진이 부탁한 활과 화살을 송편이 구해 오자 객잔 근처에 있는 나무를 상대로 활 쏘는 것을 연습했다.

그러다 열화마결을 펼쳐서 나름대로 궁리를 좀 하다가 또다시 포기하고 벌러덩 누워버렸다. 정말 한가한 오후의 한때였다.

그렇게 누워 있자 마홍을 비롯한 염전상, 주소예, 소소 등이 생각났다.

그러자 파란 하늘의 뭉게구름들이 하나씩 그들의 얼굴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초연이 생각나면서 뭉게구름이 홀딱 벗고 누워 있는 초연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에 강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다들 잘 있나 모르겠군. 보고 싶네. 하아.”

강무진이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패왕마전대는 저녁때 있을 결전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단단히들 준비해. 이번이 마지막 싸움이다. 여기서 살아남으면 더 이상 싸움은 없다.”

강달무가 대원들을 재촉하면서 힘을 주는 말을 하고 있었다. 다른 조장들 역시 준비하고 있는 대원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그때 황삼위가 이이책에게 슬쩍 다가와서 말했다.

“정말 대주에게 말 안 하고 이렇게 우리끼리 움직여도 될까?”

“왜? 마음에 걸리냐?”

“흠, 편하지는 않아. 그리고 솔직히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어. 굳이 대주 모르게 행동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황삼위가 하는 말에 이이책이 가만히 황삼위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부대주나 강달무는 아직 대주를 못 믿는 거겠지. 게다가 이번은 꽤나 위험한 만큼 손발이 맞는 사람들하고만 움직이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테고 말이야.”

“휴. 모르겠다, 나도.”

황삼위가 그렇게 말하고는 가버리자 이이책이 속으로 생각했다.

‘결과만 좋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이! 이이책! 너도 준비해야지.”

그때 강달무가 이이책을 부르며 말하자 이이책이 곧 머리를 흔들면서 상념을 떨쳐버렸다.

 

뭉게구름을 보며 이상한 상상을 하던 무진은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객잔으로 돌아왔다.

“어? 뭐야? 아무도 없네.”

강무진이 객잔 안으로 들어서며 송편을 보고 말하자 턱을 괴고 있던 송편이 심드렁하니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녁은?”

“아직 안 먹었습니다.”

“그래? 그럼 나도 조금 이따가 같이 먹지.”

“어딜 갔다 오는 길입니까?”

“응? 실은 활 쏘는 걸 좀 연습하다가 햇볕이 좋아 깜빡 잠들었지 뭐야. 하하하.”

‘쳇! 다른 사람들은 그 시간에 목숨 걸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송편은 이런 생각을 했지만 그런 것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강달무가 강무진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는 명령을 아침부터 몇 번이나 했었던 것이다.

“어이, 송편.”

“네.”

“넌 왜 패왕마전대에 들어왔어?”

“…….”

강무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송편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다.

“사실 전 낭인이었습니다. 실력은 좀 있었지만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해 떠돌고 있었죠. 그러던 중 이 조장의 눈에 띄어서 패왕마전대에 들어온 겁니다. 크크. 그때는 이 조장이 설마 패왕성 최강이라는 패왕마전대의 조장일 줄은 상상도 못 했었죠. 그저 써준다기에 한두 해 일하다 말 생각이었습니다.”

“오오! 이 조장이 사람을 좀 볼 줄 알지.”

“크크. 그렇지요? 덕분에 지금 이렇게 부조장의 자리에까지 올라 있습니다.”

“응? 너 부조장이었어?”

“크윽! 부하들한테 관심을 좀 가지십시오.”

“아아, 미안. 하하하.”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송편이 심드렁하니 강무진을 바라봤다.

‘흠, 누가 이 인간을 패왕마전대의 대주로 보겠어. 하긴, 그때 이 조장도 패왕마전대의 조장처럼 보이지는 않았지. 학당에서 애들이나 가르치면 딱 맞는 인상이었어. 크크.’

송편이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킥킥거리자 그것을 보고 강무진이 물었다.

“뭐가 그리 좋아?”

“에? 험! 아닙니다. 사실 이 조장도 저와 같은 낭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유운무 대주님의 눈에 들어 패왕마전대에 들어왔죠. 한마디로 나나 이 조장이나 모두 남들에 비해 쉽게 패왕마전에 들어온 겁니다. 원래 패왕마전대에 들어오려면 실력도 있어야 되지만 운도 상당히 따라야 하거든요. 개나 소나 아무나 패왕마전대 대원이 되는 것은 아니죠. 달리 패왕성 최강이라 불리겠습니까?”

“그래?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기인걸.”

“당연하죠. 어쩌면 그래서 이 조장이 대주를 가장 먼저 인정하고 따랐던 건지도 모릅니다. 다른 조장들은 모두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밟고 올라온 경우거든요.”

“호오! 그렇군. 그래서 이이책을 뺀 다른 조장들이 나를 좋게 안 봤구나.”

“뭐, 그것뿐이겠습니까?”

“뭐야?”

“하하, 아닙니다.”

“그런데 부조장씩이나 되면서 왜 만날 여기를 지키고 있는 거야?”

“헛! 이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데 그러십니까?”

“응?”

“이 자리는 외부인과 패왕마전대를 연결해 주는 아주 중요한 자리입니다. 성에서 오는 모든 연락도 이곳을 통해서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만큼 상당히 중요한 곳입니다.”

송편이 입에 침을 튀겨가며 말했으나 강무진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계속 바라보았다.

그러자 송편은 결국 진실을 털어놓았다.

“솔직히 위험이 전혀 없는 제일 편한 자리이기는 합니다. 크크.”

“거봐, 거봐. 참내, 그 조장에 그 조원이지 뭐.”

“하하하. 전 오래오래 살고 싶습니다. 임무니 뭐니 나서다가 일찍 죽기는 싫거든요. 에휴, 사실 여기 처음 왔을 때 한 2년 동안은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이 나 매일매일 사람들이 죽어나갔죠. 하지만 그 뒤로는 아주 평안했습니다. 마치 이곳으로 휴가 나온 것 같았죠. 크크. 성에서 봉급 외에 지원금이 안 나와도 다들 불만이 없는 이유가 그것 때문입니다. 정말 요즘 같아서는 이대로 괜찮은 여자나 하나 물어서 아이들 낳고 알콩달콩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크크.”

“헤헤, 그렇지. 여자……. 그거 좋은 거지.”

“오오, 대주도 여자를 겪어봤군요.”

“뭐, 그런 거지. 푸헤헤헤.”

“크하하하.”

둘은 그렇게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한참이나 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의외로 대주하고는 통하는 구석이 많군요. 이제 저녁이나 먹죠. 다른 사람들 돌아오려면 한참이나 있어야 할 겁니다. 모두들 무사해야 할 텐데…….”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 예. 흑마련의 뿌리를 뽑겠다고 모두들 몰려가서는……. 헛! 하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혼잣말한 겁니다.”

송편이 자신도 모르게 강무진의 물음에 대답을 하다가 흠칫 놀라며 대충 말을 얼버무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을 놓칠 강무진이 아니었다.

“뭔가 있군. 뭐야? 무슨 일인데 숨기려고 하는 거야?”

“아닙니다. 숨기기는요. 지금 곧바로 식사 가져오겠…….”

쾅!

송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무진이 탁자를 세차게 내려쳤다. 그리고 여태까지 실실거리며 웃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살기가 풀풀 날리는 눈으로 송편을 노려보며 말했다.

“말. 해!”

“그, 그것이…….”

 

“어때?”

“정보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약 두 시진 가까이 지켜봤는데 협곡 안으로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들어갔습니다. 뒤따라서 확인해 본 결과, 모두 협곡 뒤편에 있는 그 폐사찰(廢寺刹)로 들어갔습니다.”

“얼굴을 확인했나?”

“네. 다는 아니고 몇몇 사람만 확인했는데 그중에는 흑마련주인 흑마수 구소단도 있었습니다.”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적을 정찰하고 온 조원의 말에 막평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경비는?”

“폐사찰 주위로 대략 십여 명 정도가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협곡 안에는 없던가?”

“약 30장 간격으로 한 명씩 숨어 있습니다.”

“어떤가? 이이책.”

이야기를 다 전해 들은 막평이 이이책을 보며 묻자 이이책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놈들이 그 폐사찰에서 모이는 이유는 그리로 가려면 좁은 협곡을 통과하는 길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들켰을 경우 도망가기가 쉽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응? 협곡을 막아버리면 나올 길이 없는데 어떻게 도망가기가 쉽다는 거지? 그럼 오히려 더 도망가기가 힘들지 않나?”

옆에 있던 강달무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묻자 이이책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폐사찰에서 어딘가로 나가는 길을 마련해 놓았을 거야. 우리가 공격해 들어가면 즉시 협곡을 막아버리고 그리로 도망가겠지.”

“음. 그렇군.”

이이책의 말에 강달무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어제 상의한 대로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이이책의 말에 막평이 이이책을 보며 말했다.

“전속력으로 밀어붙이는 것?”

“그렇습니다.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죠.”

“좋아. 그럼 우선 네 명씩 한 조가 되어 두 개 조가 협곡 위에 있는 적들을 먼저 친다. 그들을 처리하는 사이에 우리는 전속력으로 협곡을 통과한다. 어제 의논한 대로 선두는 내가 맡는다. 오늘 이 싸움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분발하자. 반드시 이 기회에 흑마련을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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