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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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26화
26화
보통의 금창약은 이렇게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강무진이 가지고 있는 것은 꽤나 비싼 금창약이었기 때문에 효과가 탁월했다. 강무진이 절강성으로 간다니까 마홍이 어디에선가 아주 귀한 것을 구해 와서 줬던 것이다.
“크윽.”
그렇게 금창약을 있는 대로 뿌리고 나서 급한 대로 우선 옷을 찢어 여러 겹으로 접어 상처에 대고 눌렀다. 그리고 다시 옷을 찢어 상처를 싸맸다.
그것으로 일단 응급처치는 끝이었다. 처음 한 것치고는 굉장히 잘한 편이었다.
“휴, 움직일 수 있겠어요?”
강무진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하자 통증 때문에 유운무가 인상을 살짝 쓰며 말했다.
“끄응, 이보다 더한 상처도 당했었다.”
유운무가 상처를 잡고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 하자 강무진이 재빨리 부축을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살기 위해서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서성을 완전히 벗어나 절강성에 들어선 두 사람은 구주(衢州)에 도착할 때까지 살수들로부터 수십 차례의 기습을 받았다. 이에 강무진과 유운무는 지칠 대로 지쳐 갔고 유운무는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갈수록 움직이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예상외의 난적까지 붙었다.
쏴아아아아!
겨울비였다. 차가운 겨울비가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헉! 헉!”
강무진과 유운무는 그 빗속에서 적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서로에게 등을 맡긴 채 딱 붙어서 마지막으로 공격해 오는 적들을 두 사람이 동시에 베었다.
“컥!”
“큭!”
“헉! 헉!”
강무진은 이제 더 이상 서 있을 힘도 없었다. 정말 이 고생을 할 줄 알았으면 죽어도 패왕성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후욱! 후욱!”
유운무 역시 체력이 다했는지 마지막 적을 쓰러트리는 순간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들고 있던 검을 땅에 꽂아 몸을 의지했다.
“하악! 학! 젠장! 끝이 없군, 끝이 없어. 괜찮으세요?”
강무진이 유운무를 잡아당겨 어깨동무를 해서 부축을 했다. 쉴 틈이 없었다. 이곳에서 잠시만 지체를 해도 또다시 살수들이 몰려올 것이다. 여태까지 그래 왔으니까 말이다.
이에 강무진은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억지로 움직여야 했다. 유운무 역시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체면 차리지 않고 강무진에게 몸을 의지한 채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움직인 지 1각 정도나 지났을까?
두 사람 앞에 또다시 수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나타났다.
“젠장! 또냐?”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유운무를 슬쩍 살폈다. 유운무도 적들을 봤지만 몸에 기운이 없어 아직까지도 강무진에게 기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태로는 싸우긴 힘들겠는걸.’
강무진이 이런 생각을 할 때 유운무가 갑자기 강무진을 밀치면서 앞으로 나서는 것이 아닌가?
“어?”
그런 유운무를 의아하게 보고 있는데 유운무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하하하! 이제야 나섰나? 크큭! 정면으로는 부딪칠 용기가 없었나 보지?”
‘뭐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유운무의 외침에 강무진은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복면인들을 자세히 살폈다. 기세가 달랐다. 여태까지 상대하던 무리들과 분명 그 격이 달랐다.
‘쳇! 이제 때가 됐으니 결정타를 가하겠다, 이거냐?’
그때 강무진과 유운무의 뒤쪽으로도 어느새 수십 명의 복면인들이 나타났다.
그것을 슬쩍 본 강무진이 한숨을 쉬며 팔뚝에 감아두었던 묵갑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자 묵갑이 땅에 떨어지면서 빗물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팔뚝뿐만이 아니라 종아리에 감아두었던 것과 몸에 두르고 있던 것도 모두 풀어냈다.
강무진은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유운무를 보아하니 그도 그러려고 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싸움이었다.
‘운이 좋으면… 살아남겠지.’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펴본 후 자신의 키만큼이나 커다란 도를 꽉 움켜잡았다.
“오라!”
그때 유운무가 앞에 있는 복면인들을 향해 크게 외치면서 기세를 일으켰다. 그 압도적인 기세에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 같던 복면인들이 잠시 멈칫했다.
‘아직까지도 저런 기세란 말인가? 역시 패왕마전대의 대주이다.’
복면인들의 우두머리가 그런 생각을 하며 손짓을 하자 수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유운무에게 쏘아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뒤쪽에 있던 수십여 명의 복면인들 역시 강무진에게 공격을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비는 그칠 생각이 없는지 오히려 더 빗발이 세지고 있었다. 그 빗속에서 두 사람이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난전(亂戰)이었다.
“크아아앗!”
유운무가 기합을 지르며 오른쪽에서 덤벼들던 복면인의 허리를 베었다.
그 순간 유운무의 오른쪽 어깨가 뜨끔했다. 틈을 노리고 복면인 중 하나가 유운무의 어깨를 찌른 것이었다.
이에 유운무가 몸을 틀면서 자신의 어깨를 찌르던 검을 흘려냄과 동시에 머리로 복면인의 얼굴을 박아버렸다.
평소의 유운무라면 절대로 이런 방법을 쓰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
그때 두 명의 복면인이 동시에 검으로 유운무의 하체를 쓸어오고 있었다. 그것을 느낀 유운무가 제자리에서 몸을 수평으로 띄우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공격해 오던 복면인들의 팔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크윽!”
“컥!”
유운무가 땅에 내려서는 순간이었다. 동작이 컸던 만큼 빈틈도 크게 나타났다.
그 빈틈을 노리고 한 명의 복면인이 검을 휘두르자 유운무의 등에서 피가 솟았다. 그러나 이내 쏟아지는 빗줄기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크윽!”
유운무가 순간 비틀했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 순간 유운무가 사력을 다해 신법을 펼쳐서 방금 검을 휘두른 복면인의 왼쪽으로 붙어서는 순간 그 복면인의 목이 떨어져 내렸다.
“헉! 헉!”
그렇게 순식간에 대여섯 명을 쓰러트린 유운무가 다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압!”
강무진이 기합을 지르면서 앞에 있던 복면인을 베어 넘겼다. 그 순간 다른 복면인이 옆에서 검을 찔러 오자 강무진은 그것을 무시한 채 그쪽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그러나 검을 찔러 넣던 복면인은 그것을 이미 예상했는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강무진은 여태까지 금강불괴신공을 믿고 자신의 몸을 내주며 오로지 공격만 했었다. 그러나 경공이 취약해서 상대를 따라가서 베기보다는 공격해 오는 적들을 기다렸다가 맞받아쳐야 했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복면인들은 그런 강무진의 수법을 이미 알고 있는지 깊게 공격해 오지 않고 적당히 거리를 두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강무진이 지금 비록 묵갑을 모두 풀어내어서 몸이 많이 가벼워지기는 했지만 워낙에 지쳐 있는데다가 비까지 내리는 상황이라 움직임이 그렇게 여의치가 않았다. 이에 아직까지도 복면인들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치잇! 시간을 끌고 있다. 대주님을 먼저 쓰러트리려는 거야. 그렇다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강무진은 유운무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면서 유운무를 공격하던 복면인들을 향해 그 커다란 도를 무섭게 휘두르자 복면인들이 잠시 그 기세에 눌려 뒤로 물러났다.
그사이에 강무진은 유운무와 등을 마주하고 섰다.
여태까지 그래 왔듯이 서로 등을 지켜주며 싸우려고 하는 것이었다.
유운무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자신의 등 뒤로 느껴지는 강무진을 알아채고는 다시 들고 있던 검을 꽉 움켜쥐었다.
“이번에도 길은 제가 뚫을 테니 뒤를 부탁드립니다.”
“크큭! 좋아! 가자!”
유운무가 동의하며 외치자 강무진이 사력을 다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복면인들의 검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무작정 달렸다. 그럼 유운무가 뒤를 맡으면서 그들을 베면서 따라올 것이다. 여태까지 그래 왔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 유운무는 그러지 않았다. 강무진을 따라가지 않고 눈앞에서 덤벼드는 복면인들을 베어 넘겼다. 그러면서 그들의 뒤쪽에 있는 복면인 한 명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유운무의 목표는 그 복면인이었다.
그것을 복면인도 느꼈는지 여태까지 구경만 하고 있던 그 복면인이 조용히 검을 뽑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두 사람의 눈이 빗속에서 마주치면서 불이 튀었다.
“하아앗!”
“가랏!”
슈가가각!
순식간에 두 사람이 교차되면서 지나갔다. 그러자 복면인의 어깨에서 피가 솟아올랐다.
“크흑! 놈! 이런 수를…….”
처음이었다. 여태까지 죽어가면서도 입 한 번 벙긋하지 않던 복면인들이었다. 그런 복면인들이었건만 지금 이 사내가 처음으로 말을 한 것이었다. 여태까지의 복면인들과 지금의 복면인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었다.
복면인이 어깨를 붙잡고 뒤로 돌며 유운무를 바라봤다. 유운무는 서 있기도 힘이 드는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런데 있어야 할 왼팔이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에 상대와 부딪치면서 자신의 왼팔을 주는 대신에 상대의 오른쪽 어깨를 베었던 것이다.
“크크큭! 그렇게 밑지는 장사는… 크윽, 아니지……. 이제 검을 쓰기가 좀 힘들겠군. 후욱…….”
그랬다. 상대는 오른쪽 어깨를 깊게 베여 검을 들고 있기도 힘든 상태였다. 반면에 유운무는 왼팔이 날아갔지만 검을 쥘 수 있는 오른팔은 멀쩡한 상태였다.
유운무는 상대의 무공으로 봐서 지금 자신이 이렇게 지친 상태에서 붙으면 백이면 백 패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래서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쓴 것이었다.
그렇잖아도 그동안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많은 피를 흘린데다 지금 왼팔을 잃으면서 또다시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자 유운무는 잠시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곧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눈앞의 적에게 다시 집중했다. 정말 초인적인 의지였다.
“간닷!”
유운무가 다시 그 복면인을 향해 검을 뻗으려는 그 순간이었다. 어디에선가 갑자기 그림자 세 개가 나타나더니 동시에 유운무의 등에 검을 꽂았다.
“컥!”
유운무는 순간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에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너, 너희들이……. 왜……. 커헉!”
유운무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피를 한 움큼 토해내었다.
한편 강무진은 그렇게 전력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다가 문득 뒤가 허전한 것을 느꼈다. 이에 뒤를 돌아보니 따라와야 할 유운무가 오지 않고 오히려 적들에게 검을 휘둘러가는 것이 아닌가?
‘니미,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사실 유운무는 그대로 강무진이 혼자서 길을 뚫고 가기를 바랐다. 복면인들의 우두머리를 보는 순간 무사히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어차피 그들의 목적은 자신이니 강무진만이라도 무사히 빠져나가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강무진은 혼자서 갈 생각이 전혀 없었고, 유운무의 그런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했다.
강무진은 들고 있던 그 커다란 도를 바짝 세우고 다시 복면인들의 검을 몸으로 받으면서 유운무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그때 강무진은 보았다. 유운무의 팔이 잘려서 허공으로 솟아오르는 것을…….
그리고 뒤이어 어디에선가 갑자기 나타난 세 명의 사람이 동시에 유운무의 등에 검을 꽂는 것을…….
“으……. 으아아아아아!”
그것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강무진은 이성을 잃었다. 갑자기 몸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들고 있던 도를 앞에 있던 복면인들을 향해 힘껏 던졌다.
후우우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