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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25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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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25화

 25화

 

“세 명이다. 방금 말했듯이 한 사람에게 보통 세 명씩이다.”

“에? 뭐야? 겨우 세 명이라니……. 그럼 사부님하고 그리 친한 것도 아니네요.”

강무진의 말에 유운무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내가 성주님하고 안 친하면 지금 이런 일을 왜 당하고 있겠냐?’

“참고로 네 사형제들도 모두 세 명씩의 수신호위가 보호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한테는… 한 명… 아니 두 명이 있군.”

유운무는 강무진에게 붙어 있는 수신호위의 기척을 잡아내다가 수신호위와는 다른 조금 이질적인 기운이 하나 더 있는 것을 느꼈다.

유운무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월담루를 나설 때부터 따라붙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살수라고 생각하며 경계를 했다.

그러나 한시도 강무진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으면서도 여태까지 몇 번이나 격전을 치르는 동안에 한 번도 공격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살수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유운무는 그런 것을 일일이 강무진에게 설명하기가 조금 귀찮아서 그냥 수신호위라고 해버린 것이다.

“에? 저한테도 수신호위가 붙어 있어요?”

“그래. 아마도 네가 패왕성에 오는 날부터 같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난 전혀 몰랐지?”

몰랐을 수밖에 없었다. 수신호위들을 사람들은 다른 말로 영영자(影影者)라고 불렀다.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뜻이다. 그만큼 은밀하게 사람을 호위하기 때문에 그들이 모습을 감추면 절정의 고수라도 쉽게 잡아낼 수가 없었다.

유운무도 사실 강무진의 신분으로 봐서 수신호위가 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그동안 여기까지 오면서 강무진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수신호위가 붙어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있기나 한지, 몇 명이나 붙어 있는지 정확히 잡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유운무 같은 고수가 이러니 강무진이 그런 수신호위의 기척을 잡아내는 것은 무공이 엄청나게 진보를 한 먼 훗날에나 가능할 터였다.

“네가 알아챌 정도면 수신호위가 아니겠지.”

“쳇! 나도 언젠가는 알아챌 수 있을 거라고요. 가만! 그럼 나나 대주님의 목숨이 위험하면 그들이 나타나서 지켜주겠네요?”

강무진의 물음에 강무진을 빤히 바라보던 유운무가 그냥 다시 걷기 시작했다.

‘뭐야? 다시 입을 닫은 것인가? 니미, 얘기할 거면 확실하게 다 해주든가 하지…….’

강무진의 생각대로 다시 입을 닫은 유운무는 정말 그 뒤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그렇게 대나무 숲을 거의 벗어났을 무렵이었다. 한 사내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사내들이 길 한가운데에서 길을 막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중심에 서 있는 사내는 얼굴이 긴데다 키가 크고 몸이 삐쩍 말라서 얼핏 보기에 실제보다 더 말라 보였다. 그 사내의 몸에서는 금방이라도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살기가 은은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추혼도(追魂刀) 백경?”

그 사내를 가만히 바라보던 유운무가 나직이 말하자 사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맞소. 내가 추혼도라 불리는 백경이오. 전부터 환영검이라 불리는 그대와 한번 겨루어보고 싶었소.”

“훗! 아직은 아닐 텐데…….”

그랬다. 유운무의 생각대로라면 아직 백경 같은 고수가 나설 차례가 아니었다.

백경은 호북성(湖北省)에서 알아주는 고수였다. 호북성에는 무당파(武當派)가 있다.

무당파는 수많은 사람들이 도(道)를 닦고 검을 수련하며 강호 전체에 그 이름을 떨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호북성에서는 무당파가 곧 하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세가 대단했다.

그런 호북성에서 일개 낭인인 백경이 추혼도라는 이름을 떨쳤다. 그건 그만큼 백경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증거였다. 그런 고수가 벌써부터 나서니 유운무가 아직은 아니라고 말한 것이었다.

유운무의 짐작대로라면 저런 고수가 아니라 하수들이 나타나 좀더 자신을 지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백경 같은 고수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경우였다. 백경 같은 고수가 그들에게는 겨우 유운무의 힘을 빼는 정도로밖에 쓰이지 않는다는 경우가 그 하나요, 그것이 아니라면 백경이 유운무와 겨루고 싶은 마음에 때가 아닌데도 먼저 나선 경우였다.

“그렇지. 허나 마음이 급해서 기다릴 수가 있어야 말이지. 게다가 그대가 지쳐 있을 때 검을 섞으면 아무래도 내 이름에 흠이 가지 않겠소?”

유운무가 백경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두 번째 경우였던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뽑았다.

기세(氣勢)!

검을 뽑아 든 유운무가 자연스럽게 검을 드리우고 서자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이에 옆에 있던 강무진조차도 자신도 모르게 뒤로 서너 걸음을 물러섰다.

‘저자가 누구이기에 대주님이 저런 모습을 보이지? 추혼도 백경이라…….’

강무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백경 역시 도를 뽑아 들고 자세를 취하자 유운무에 필적하는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그렇게 두 사람이 대치한 상태에서 서로 기세 싸움을 시작하자 백경의 뒤에 있던 다섯 명의 사내들도 그 기세에 밀려 뒤로 서너 걸음씩 물러났다.

“꿀꺽!”

그것을 보고 강무진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강무진의 눈앞에서 이런 절정고수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긴장을 한 것이다.

“하!”

그때 유운무가 기합을 짧게 지르며 먼저 움직였다. 움직인다고 생각한 순간 유운무의 모습이 다섯 개나 생겼다. 환영이었다.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정말 환영검이라는 별호가 어울리는 움직임이었다.

“……!”

그것을 본 백경이 살짝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유운무는 다섯 명이 다 실세(實勢)였다. 어느 것이 가짜고 진짜고가 없었다.

그 환영들 틈에서 검이 휘둘러졌다. 검이 둥글게 원을 그리다가 찔러 들어갔다. 그리고 뒤로 젖혀졌다가 다시 찔러 들어갔다. 여인이 비파를 켜듯, 금을 뜯듯, 탄력 있는 움직임으로 또다시 찔러 들어갔다.

원래 유운무가 익힌 것은 월하선녀검(月下仙女劍)이라는 검법으로 여인이 만든 것이었다. 빠른 신법으로 적의 눈을 흐리며 마치 선녀가 춤을 추듯 우아하고 아름다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검법이었다.

그래서인지 남자가 펼치면 영 모양이 안 났지만 묘하게 유운무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흥! 환영검이라더니 겨우 이따위 춤인가?”

백경이 외치며 도를 횡으로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운무의 공격이 하나하나씩 차단되었다.

백경의 도법은 눈에 안 보일 정도로 빨랐다. 그리고 실전적이었다. 불필요한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때를 기다리다 틈이 나면 치고 들어갔고, 폭풍과 같이 몰아치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물러났다.

그렇게 두 사람이 빠르게 교전을 하면서 움직이자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눈이 다 어지러울 정도였다.

‘도, 도대체…….’

강무진은 그동안 사제들을 이기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었다. 이에 무공에 약간의 진보가 있었고 그런 만큼 나름대로 자신의 무공에 어느 정도 자부심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그 자부심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를 느껴야 했다.

그야말로 자신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것이다.

천외천(天外天)이라…….

세상 밖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된 강무진이었다.

그렇게 반 시진 정도가 지나자 처음에는 호각이었던 두 사람의 싸움이 조금씩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승기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추혼도 백경이었다.

백경은 유운무가 검법을 펼치는 가운데 작은 틈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물이 흐르듯 끊이지 않고 펼쳐지는 검법이었지만 중간에 한 번씩 그 흐름이 끊기는 것을 잡아냈던 것이다.

그것은 백경 같은 고수니까 잡아낼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알아낼 수 없는 아주 미세한 틈이었다.

백경은 처음에는 그것이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속임수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꾸 같은 초식에서 그 흐름이 끊기자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속임수라 할지라도 한 번 치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 결과 속임수가 아님을 알 수 있었고 계속해서 승기를 잡아나갈 수가 있었다.

그렇게 다시 1각 정도가 흐르자 유운무의 얼굴에는 조금씩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다음번에 다시 그 틈이 드러나면 망설임 없이 베어주마.’

백경이 이런 생각으로 빠르게 도를 휘두르고 있을 때 순간적으로 유운무에게서 그 틈이 다시 생겼다.

‘이때다!’

“하앗!”

서걱!

카각!

한순간 두 사람의 몸이 서로 교차되었다. 그리고 서로 등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멈추어 섰다. 그대로 봐서는 누가 이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백경이 먼저 말을 꺼냈다.

“트, 틈이… 아니었던가?”

말을 하는 백경의 입에서는 피가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처음부터 미끼였소. 나에게 틈 같은 건 없소.”

그렇게 말한 유운무가 검을 검집에 집어넣자 백경이 그대로 쓰러졌다.

“역시… 환영…검…….”

그것이 백경의 마지막 말이었다. 유운무는 그런 백경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반대쪽에 있는 다섯 명의 사내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오며 포권을 취했다.

“정당한 대결이었소. 오늘 크게 개안(開眼)을 했소이다. 그의 시신을 가져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오.”

유운무가 말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다섯 명의 사내들이 백경의 시체를 메고 사라지면서 한마디 했다.

“우리는 이대로 물러나지만 다른 이들은 아직 그대를 노리고 있소.”

그런 그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유운무는 그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털썩 무릎을 꿇었다.

“대주님!”

그것을 보고 강무진이 재빨리 유운무에게 다가가 부축을 했다.

“괜찮으세요? 어? 피가…….”

유운무의 옷 옆구리 부분이 피로 빨갛게 젖고 있었다. 옷이 이렇게 빠르게 젖을 정도면 보통 상처가 아니란 이야기였다.

사실 아까 유운무가 일부러 틈을 내어주기는 했지만 그 틈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 만큼 백경과의 실력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시간을 끌면 유운무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여기서 유운무가 백경을 죽인다고 해도 아직 유운무의 목을 노리는 또 다른 살수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니 백경을 상대하느라 지금 지쳐버리면 나중에 그들을 상대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진다.

그 약간의 조급증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무리를 했고 이에 가벼운 상처로 끝날 것을 이렇게 깊게 베여 버린 것이다.

“호들갑 떨지 마라. 크윽!”

“일단 그대로 누우세요. 지혈부터 해야겠습니다.”

그러자 유운무가 강무진을 말리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살수들이 다시 올 것이다. 내가 백경을 베면서 상처 입은 것을 그들에게 숨기기는 했지만, 조금은 지쳤을 거라 생각하며 기회라 여길 것이다.”

“그래도 일단 피를 멈추게 해야 움직일 수 있잖아요. 빨리 이렇게 해보세요.”

유운무의 말에도 강무진은 억지로 유운무를 눕히고 상처를 살폈다. 유운무의 상처는 강무진의 생각대로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강무진은 먼저 품에서 금창약(金瘡藥)을 꺼내 상처에 뿌렸다. 그러자 치지직하며 살이 타들어갔다. 금창약에 상처를 소독하는 효능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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