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3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3화
13화
‘쳇!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데. 좋아! 한 번 손해 본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끝이다!’
왕이후가 이런 생각으로 무리하게 내기를 운용해서 도를 휘둘렀다.
“하앗!”
까아앙!
찌잉!
“크윽!”
“윽!”
둘의 도가 부딪치자 두 사람이 이번에도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쳇!”
왕이후는 입가로 흐르는 피를 소매로 닦아내며 강무진을 노려봤다.
방금 무리하게 내공을 운용해서 강무진의 도를 쳐내느라 내상을 살짝 입은 것이었다.
“헉! 헉!”
강무진은 방금 왕이후를 밀어붙이느라 여러 개의 초식을 한 호흡에 펼쳤기 때문에 숨이 턱까지 차 있었다. 더구나 마지막에 생각지도 못하게 왕이후가 강하게 나오자 호흡이 완전히 흐트러지고 말았다.
‘역시 내공은 내가 위였군. 겨우 붕마도법으로 뭘 하겠다고……. 그럼 이제부터 제대로 된 뇌전폭풍도를 보여주마.’
강무진이 쓰는 것이 패왕마전대라면 누구나 아는 붕마도법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챈 왕이후가 이런 마음을 먹고 도를 꽉 움켜쥐었을 때였다. 강무진이 갑자기 손을 들며 말했다.
“잠깐만. 헉! 헉! 도저히 안 되겠다.”
“흥! 또 뭡니까? 난 여자도 아니라서 전혀 귀엽지 않을 텐데요. 그냥 패배를 시인하는 겁니까?”
“패배라니, 무슨 말을! 잠시 이것 좀 벗고 하자.”
강무진은 양쪽 팔뚝에 감겨 있던 쇳덩어리를 풀었다. 그러자 그것이 땅에 떨어지면서 쿵 소리가 났다. 이어서 양쪽 종아리에 감아둔 쇳덩어리는 물론이고 몸에 입고 있던 쇳덩어리들도 모두 풀어버렸다.
그 쇳덩어리들은 상당히 무거운 듯, 하나하나씩 땅에 떨어질 때마다 쿵 하는 소리를 냈다.
‘호오, 아직도 저런 수련 방법을 쓰다니……. 재미있군.’
적상군이 눈을 빛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놀란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태까지 저렇게 무거운 것들을 차고 싸웠단 말인가?
자신들이 알기에 저런 것은 외가무공을 연공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어느 정도 내공을 쓸 수 있게 되면 저런 방법은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다들 알고 있었다.
사실 저런 수련은 어렸을 때부터 온갖 영약을 먹고 추궁과혈을 받아 내공이 벌써부터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있는 그들에게는 그렇게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뒤늦게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 강무진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
“흥! 그런 구식 수련 방법을 쓰는 줄은 몰랐군. 그런 걸 떼어낸다고 해서 날 이길 수 있을 줄 압니까?”
“물론이지. 아, 몸이 깃털처럼 가볍네. 좋았어.”
강무진이 살짝 제자리에서 몇 번 뛰어보더니 왕이후를 보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에 왕이후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긴장을 했다. 그 무거운 것들을 몸에 걸치고도 그렇게 빠르게 도를 휘두르던 강무진이었다.
이제 그것들을 다 떼어냈으니 그 빠르기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자, 간다. 아앗!”
느긋하게 말하다가 갑자기 앞으로 쏘아져 나가는 강무진의 몸은 거의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왕이후는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도를 휘둘러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막아내지 못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던 것이다.
왕이후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도를 위로 그어 올렸다.
강무진은 재빨리 피해내면서 왕이후의 왼쪽으로 돌았다. 이렇게 하면 왕이후보다 반 박자에서 한 박자 정도는 더 빠른 공격을 할 수가 있었다.
왕이후가 자신의 왼쪽으로 돌고 있는 강무진을 오른손에 있는 도(刀)로 공격하기 위해서는 몸을 왼쪽으로 한 번 틀었다가 공격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치잇! 싸움을 할 줄 안다.’
왕이후는 강무진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음을 느끼며 몸을 뒤로 뺌과 동시에 내공을 잔뜩 끌어올렸다.
지금부터 제대로 된 뇌전폭풍도를 펼쳐 보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강무진은 틈을 주지 않았다. 뒤로 물러서는 왕이후의 좌우로 강무진의 모습이 순식간에 어른거리다가 사라졌다.
‘어디……?’
까아앙!
“크윽!”
갑자기 뒤에서 수평으로 휘둘러오는 강무진의 도를 왕이후가 간신히 막아내기는 했지만 자세가 불안정해 뒤로 밀리면서 몸이 떠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이후는 당황하지 않고 그 상태에서 뇌전폭풍도를 펼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곳에 있어야 할 강무진이 보이지 않았다.
‘또 뒤냐?’
까아앙!
왕이후의 예상대로 또다시 뒤에서 강무진이 수평으로 도를 휘둘렀다.
그것을 막아낸 왕이후가 이번에는 강무진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르게 강무진을 쫓았으나 헛수고였다. 강무진은 이미 왕이후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이번에도 뒤?’
이런 생각이 들자 왕이후는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몸을 회전시키며 뒤쪽을 향해 뇌전폭풍도를 펼쳤다.
“뇌전폭사(雷電爆瀉)!”
빠지지직!
뇌기가 왕이후의 도는 물론이고 팔에서 어깨까지 감싸며 타고 돌았다.
뇌기를 머금은 도가 폭풍과 같이 휘몰아쳤다.
후우우웅!
콰아아아!
뇌전폭사의 초식은 여러 명의 적들을 상대로 할 때 펼치는 초식으로 그 위력이 광범위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초식들에 비해 위력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정확성이 떨어질 뿐이었다.
왕이후가 펼친 뇌전폭풍도에 풀과 꽃들이 흩어지면서 시커멓게 타버렸고 바닥에서 흙먼지가 날아올랐다.
‘없다!’
상당히 광범위하게 위력이 미쳤음에도 왕이후는 강무진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에 전혀 타격감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어디?’
왕이후가 강무진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였다.
“붕비낙천(鵬飛落天)!”
왕이후의 머리 위에서 강무진이 떨어져 내리며 그 커다란 도를 힘껏 내려쳤다.
“젠장!”
왕이후는 급하게 도를 양손으로 받쳐서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까아아앙!
“크흑!”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그 힘을 버티지 못한 왕이후가 강무진의 도를 머리 위에서 받아낸 자세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직이야! 하앗!”
그 순간 왕이후가 강무진의 도를 옆으로 흘려서 땅에 내리꽂은 후, 강무진의 목을 노리고 도를 옆으로 확 그었다.
그것을 강무진이 고개를 숙여 피하면서 한 걸음 디딤과 동시에 왼쪽 팔꿈치로 왕이후의 얼굴을 쳐갔다.
“칫!”
왕이후가 팔을 올려 그것을 막아내는 순간 강무진이 달려들던 힘을 이용해 그대로 머리로 왕이후의 이마를 박아버렸다.
빠악!
“크으윽!”
이마에서 오는 아찔한 충격으로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왕이후에게 강무진이 바짝 붙으며 허리에 도를 가져다 대었다.
왕이후는 그 상황에서도 본능적으로 도를 수직으로 세워 강무진의 도를 쳐내려고 했다.
까깡!
가가가각!
두 개의 도가 서로 부딪침과 동시에 긁히는 소리가 났다. 강무진이 자신의 도로 왕이후의 도를 긁으며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염전상이 강무진을 가르칠 때 주로 쓰던 수법이었다.
강무진이 그렇게 왕이후의 도에 자신의 도를 붙인 채 위로 쳐올렸다.
이에 왕이후가 뒤로 재빨리 물러나며 피하려고 할 때 또다시 강무진의 팔꿈치가 날아왔다.
‘같은 수법!’
그것을 왕이후가 팔꿈치를 들어서 막음과 동시에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머리로 강무진을 박아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강무진이 위로 들어 올렸던 도의 손잡이 뒷부분으로 왕이후의 정수리를 노리고 내려쳤다.
“헉!”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왕이후가 다시 강무진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러나 강무진은 왕이후에게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초근접전이었다.
이렇게 바짝 붙어서 싸울 때는 무공의 높음이나 초식의 우위, 내공의 차이 같은 것들보다 경험으로 인해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고수라 할지라도 이런 초근접전은 꺼리기 마련이었다.
아차! 하는 순간 하수에게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왕이후는 그동안 누구나 그렇듯이 내공을 높이고 초식의 운용을 보다 더 정교하게 연습해서 뇌전폭풍도를 빠르고 위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대련 역시도 많이 해봤고, 나름대로 실전도 몇 번이나 겪어봤다.
그러나 이렇게 딱 붙어서 싸우는 초근접전은 아직까지 겪어본 적이 없었다.
항상 적이 자신의 거리 안에 들어오는 순간 처리를 했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근접거리를 허용한 경우가 없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강무진은 항상 초근접전을 연습했었다. 강무진에게 붕마도법을 가르쳐 준 염전상이 늘 강조했던 것이 빠르기와 접근전이었던 것이다.
“크윽!”
아슬아슬한 공방이 계속되었다. 주로 공격을 하는 것은 강무진이었고 그 공격을 왕이후는 간신히 막거나 피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왕이후는 이제 강무진보다 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젠장! 겨우 붕마도법 따위로… 제발 떨어져랏!’
한 번만 떨어져서 거리가 생긴다면 뇌전폭풍도의 비기를 펼쳐 한 방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충분히 그럴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강무진은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왕이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끝났군.”
그것을 보고 있던 적운휘가 낮게 중얼거리자 적상군이 잠시 적운휘를 바라봤다.
‘큭큭, 겉은 그래도 속으로는 조금 쫄고 있겠지. 이참에 너도 좀 깨져 봐야 세상이 넓은 줄 알겠지.’
“크아아아!”
그때 더 이상 참지 못한 왕이후가 결국 괴성을 지르며 무리하게 초식을 펼치려고 하자 오른쪽 옆구리에 틈이 생겼다.
강무진이 그것을 놓치지 않고 옆구리를 꽉 움켜잡았다.
“헉!”
그리고 놀란 눈을 하는 왕이후의 목에 순식간에 그 커다란 도를 들이대었다.
“헉! 헉! 제법이야. 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으면 네가 이겼을 텐데……. 후우.”
‘크윽, 뭐야? 이놈도 힘들었던가? 그럼 결국 난 인내심 싸움에서 스스로에게 진 것인가?’
“져, 졌습니다.”
“아아, 다행이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에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왕이후에게서 떨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달라붙어서 바짝 긴장을 한 채 계속 움직였으니 지쳐서 다리가 풀려버린 것이었다.
“후우, 정말 대단했어. 사실 아까는 도를 놓칠 뻔했어. 만약 사제가 뇌전폭풍도를 제대로 펼쳤다면 난 사제의 10초도 받아내지 못했을 거야.”
강무진의 말에 왕이후는 강무진이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다.
이에 강무진을 쏘아보며 한마디 하려던 왕이후는 순간 강무진과 눈이 마주치자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쳇!’
강무진이 씨익 웃으면서 손을 내밀자 왕이후가 마지못해서 그 손을 잡아 강무진을 일으켜 세웠다.
그것을 보고 적상군이 왕이후를 불렀다.
“왕이후.”
“네, 사부님.”
“네가 왜 졌는지 알겠냐?”
“…….”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던 왕이후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대답을 했다.
“대사형의 분위기에 말려들어 대사형이 원하는 대로 싸웠습니다.”
“그렇지. 그러나 그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네가 패한 데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이 뭡니까?”
왕이후의 말에 적상군이 강무진을 바라봤다.
“무진이가 한번 이야기해 보거라.”
“그야 당연히 제 무공이 왕 사제보다 굉장히 뛰어나니까…….”
여기까지 이야기하던 강무진은 적상군과 왕이후의 얼굴이 동시에 일그러지면서 자신을 무섭게 쏘아보자 급히 말을 바꾸었다.
“하하,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왕 사제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뇌전폭풍도를 펼쳤다면 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