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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8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3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왕전설 8화

8화

 

그러나 곽소소가 갑자기 안겨오는 바람에 얼결에 양팔을 펼쳐 든 상태였다.

더구나 한 손에는 젓가락을 쥐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밥그릇을 들고 있어서 양손을 모두 쓰지 못하는 조금 난감한 상황이었다.

곽소소를 안으려면 양손에 든 걸 내려놓아야 했는데 그러면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았다.

이에 강무진이 손에 든 젓가락과 밥그릇을 조심하면서 그냥 팔로만 곽소소를 살짝 안았다.

그러자 곽소소의 얼굴에 홍조가 가득해졌다.

잠시 그렇게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함이 흘렀다. 강무진은 곽소소의 머리에서 뭔가 좋은 향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코를 대고 킁킁대자 곽소소가 놀라서 강무진을 밀치며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죄, 죄송해요. 저 같은 것이… 감히… 머, 머리에서… 냄새 났죠?”

“응? 아, 아니. 그, 그냥 향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그만…….”

“오,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곽소소가 여전히 얼굴을 붉힌 채로 아직 다 먹지도 않은 강무진의 밥그릇을 뺐다시피 해서 챙기더니 후다닥 가버렸다.

‘아직 다 안 먹었는데……. 그보다 아쉽네. 다음에는 그 색도일색(色圖一色)에 나와 있는 그림대로 입을 한번 맞춰봐야겠군.’

패왕무고에는 없는 책이 없었다. 물론 춘화집도 가득 있었다.

색도일색이라는 책은 그중 하나였던 것이다.

‘아차! 그랬다가는 여태까지 익힌 아수라패왕진결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지. 쩝! 당분간 참아야겠다.’

강무진은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면서 석실의 연공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아수라패왕진결을 연공하기 시작했다.

아수라패왕진결이 다른 내공심법들에 비해 그 성취가 빠른 것은 내기를 진동시키는 방법 때문이었다.

다른 일반적인 내공심법들은 하단전을 중심으로 기를 쌓으면서 기의 통로와 혈들을 조금씩 넓혀간다.

그러다 그 기의 통로와 혈들이 넓어질 대로 넓어져 기가 넘쳐흐르게 되면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이 빵 하고 통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기가 끊임없이 순환을 하기 때문에 웬만한 무공을 펼쳐도 내공이 고갈되는 경우는 생기지 않는다.

이에 비해 아수라패왕진결에 나와 있는 내공심법은 그런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내기를 진동시켜 회전을 하게 만든다.

그러다가 빵 하고 터트리는 것이다.

그 폭발력으로 기의 통로와 혈들이 금방 넓어지기는 하지만 일시적일 뿐이었다. 한순간 확 늘어났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내기를 운용하기 때문에 아수라패왕권으로 한 번 확 하고 모두 뿜어내고 나면 그 뒤를 받쳐 줄 내기도 없고, 기의 통로와 혈들이 다시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무공을 쓸 수 없는 공백기가 생기는 것이었다.

또한 다른 내공을 일정 이상 익힌 사람들이 아수라패왕권을 익힐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내공의 양이 아주 적은 상태에서부터 아수라패왕권을 사용해야 몸 안에서 그 폭발력을 견딜 수가 있었다.

그러나 내공의 양이 이미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이 아수라패왕권을 쓰면 그 어마어마한 폭발력으로 인해 몸 안이 엉망이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강무진은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내공의 양도 별 볼일 없는데다가 몸을 강하게 하는 금강불괴신공을 먼저 연공했기 때문에 아수라패왕권의 폭발력을 견디는 데 더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아수라패왕진결의 연공이 끝나자 강무진은 서고로 향했다.

저녁을 먹을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흐음, 신행백변(神行百變), 제운종(梯雲縱)…….’

지금 강무진이 보고 있는 책은 모두 신법(身法)에 관한 것들이었다.

제대로 된 경공술(輕功術) 하나쯤은 익혀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뒤져 보고 있었지만 익힐 만한 것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좀 괜찮다 싶은 것들은 엄청난 수위의 내공을 필요로 했고 내용도 어려웠다.

뭔 글들을 그렇게 꼬아서 어렵게 써놓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그냥 단전에서 기를 뽑아 올려 독맥을 타고 올리라고 하면 될 것을 잠룡등천(潛龍登天)이라든지 광해승룡(廣海昇龍)이니 하는 이따위 표현들로 적어놓았으니 무공비급을 겁나게 많이 봐서 ‘아!’ 하면 ‘어!’ 하고 알아보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글공부를 머리 터지게 하고 무공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까지 완전히 갖추어서 딱 보면 뭔 내용인지 유추해 낼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라야 그것들을 단번에 이해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무고에 있는 좀 상승의 무공이다 싶은 것은 모두가 이런 식으로 되어 있었다. 가끔 <금강불괴신공에 대한 연구 고찰> 같은 해석본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도 엉망인 경우가 많았다.

이러하다 보니 강무진은 단순히 책만 보고 무공을 익힌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깨닫고 있었다.

게다가 책들이 모두 저러니 나중에 사대비기를 찾아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왕성 최고의 무공들이 바로 사대비기였다. 그러니 그것은 또 얼마나 어렵게 꼬아서 써놓았겠는가?

‘쳇! 신법은 포기해야겠군.’

강무진이 이런 생각을 하며 그 옆의 책들을 보고 있을 때였다.

“무림대결록?”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책이 한 권 있었다. 강무진은 그 책을 대충 훑어보기 시작했다.

무림대결록에는 그동안 무림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대결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대결 내용이 제법 세세하게 기록이 되어 있어 어떤 무공들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대충 책을 넘겨 보던 강무진의 눈에 순간 잡히는 글자들이 있었다.

‘가만, 천변결이라고? 천변결이면…….’

강무진이 무심코 넘긴 책장을 다시 넘기며 그 대목을 찾았다.

 

천수무적(千手無敵)이라고 불리는 자가 천변결을 쓰니 천 개의 암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각자의 암기들이 서로 부딪치고 부딪치면서 천 번의 변화를 일으키니 그래서 천변결이 아닌가 한다.

당시의 암기조종인 암왕(暗王)이 천변결의 마지막 초식을 막아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천변결의 마지막 초식은 보이지 않는 것을 암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았으되 보이지가 않았으니 어찌 기록을 해야 할지 모르겠도다…….

 

‘뭔 말이야 이게? 가만, 그러고 보니 천변결에 관한 책도 있을 수 있겠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강무진은 다시 한 번 책들의 제목을 보면서 천변결에 관한 것이 있나 찾아봤다.

그러나 며칠을 찾아봐도 천변결에 대한 책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에 강무진은 무림대결록과 같이 무림에서 있었던 싸움에 대해 기록해 놓은 책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변결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는 책은 오직 무림대결록뿐이었다.

강무진은 천변결에 대한 것은 찾지 못했지만 그 책들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았다.

그중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싸움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싸움은 무공이 강하다고 꼭 이기는 것도 아니었고, 무공이 약하다고 해서 꼭 지는 것도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어떻게 될지 예측을 할 수 없는 것이 싸움이었다.

비무하고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특히 무공이 약한 자객들이 자신보다 무공이 강한 고수들을 죽이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읽으면서 강무진은 수없이 감탄을 했다.

여태까지 무공만 높으면 누구나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완전히 깨버리는 내용들이었다.

강무진은 그 후로 사대비급을 찾는 틈틈이 저렇게 여러 가지 경험을 쌓게 해주는 책들을 찾아 닥치는 대로 읽어 나갔다..

그렇게 읽다 보니 비슷한 유형의 싸움들은 이제 머릿속에 대충 그때의 상황이 잡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 상황이었으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했을 텐데 하는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런 것은 사부가 적어도 몇 년간은 직접 제자를 끌고 다니면서 경험을 쌓게 해줘야 되는 부분이었다. 그런 것을 무진은 어설프게 책으로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6개월 정도 쌓이자 책에 나와 있는 타인의 경험을 어느 정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가 있었다.

 

약 6개월 후, 강무진의 나이 열여덟 살.

“휴, 이제 내일이면 이곳을 나가는구나.”

강무진이 연공실에서 단검을 날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강무진이 날린 단검은 갑자기 두 개로 변하더니 따당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그러자 양쪽으로 갈라져 벽에 동그라미를 그려놓은 곳에 가서 정확히 부딪쳤다.

‘패왕성의 사대비기는 결국 찾아내지 못했군. 쩝! 마홍이 알면 난리를 치겠는걸. 열화마결을 찾아야 된다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강무진이 이런 생각을 하며 힘껏 달려가 벽에 몸을 그대로 부딪쳤다.

쿠웅!

멀쩡했다.

이번에는 옆의 벽으로 달려가 벽을 두어 걸음 타고 올라가다가 그대로 뒤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공중에서 누운 자세 그대로 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쿠웅!

보통 사람이었다면 뒤통수가 깨지거나 속이 울려 장 파열이 올 정도의 충격이었다.

그러나 멀쩡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강무진이 이번에는 벽에 걸려 있던 검을 들었다.

그리고 힘껏 자신의 팔을 내려쳤다.

깡!

멀쩡했다. 오히려 내려친 자신의 팔이 그 반동으로 부르르 떨렸다.

이번에는 그 옆에 있던 커다란 도끼를 두 손으로 꽉 쥐고 힘껏 자신의 머리를 내려쳤다.

깡!

멀쩡했다.

그렇게 이것저것 병기들을 몇 번씩이나 몸에 휘두르고 나서야 강무진은 그 짓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뒷목을 주무르면서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며 전신의 긴장을 풀었다.

‘후우, 해볼까?’

강무진이 이런 생각을 하며 아수라패왕진결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실 두어 달 전에 간신히 아수라패왕진결을 다 익힌 강무진은 아수라패왕권을 어디에 시험해 볼지가 계속 고민이었다.

집채만 한 바위도 가루를 내고 만년한철조차도 우그러트리는 위력이라고 하니 주위에 시험해 볼 만한 대상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자신은 그동안 금강불괴신공을 꾸준히 연마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있었다. 웬만한 도검들은 몸에 생채기도 내지 못하는 단계였던 것이다.

2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치고는 굉장히 빠른 성과였다.

이에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했던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아수라패왕권을 자신의 몸에 쳐보는 것이었다.

그 어떤 공격이든 버티어낸다는 금강불괴신공과 한 방에 뭐든지 다 부숴버린다는 아수라패왕권!

과연 어느 것이 강할까란 생각이 든 강무진은 자신의 몸에 아수라패왕권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첫 번째 시도는 실패였다.

무서웠던 것이다.

아수라패왕권의 위력에 금강불괴신공이 깨진다면?

금강불괴신공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과연 그 단단하다는 만년한철보다 단단할 것인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바람에 결국 포기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 때 두 번째 시도를 했다.

강무진은 떨리는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큰마음 먹고 아수라패왕권을 펼쳤다.

대신에 전력으로 펼친 것이 아니라 가볍게, 아주 가볍게 펼쳤다.

그 순간 온몸이 진탕하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그대로 기절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나 긴 시간 동안 기절해 있었는지 모른다. 눈을 떠보니 몸은 멀쩡했다.

그러나 그날 곽소소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려 7일이나 지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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