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4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9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4화
4화
그리고 만약 찾는다고 해도 그것을 익힌다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상승비급이라는 것은 무공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있어야 익힐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옆에서 그런 경지에 오른 고수가 가르쳐 줘야 가능했다.
그러나 강무진은 두 가지 모두 해당사항이 없었으니 막상 사대비기를 찾는다고 해도 그것을 익힌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3일 후, 마홍은 이른 새벽부터 강무진을 흔들어 깨웠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오늘은 패왕무고에 들어가는 날입니다.”
“끄응, 조금만 더 잘게. 거긴 조금 이따가 들어가도 되잖아.”
“안 됩니다! 대공자님에게 주어진 기한은 딱 2년뿐입니다. 아침 일찍 들어가야 그만큼 시간을 더 버는 겁니다. 어서 일어나서 준비하십시오.”
“우웅.”
마홍의 성화에 결국 눈을 비비며 일어난 강무진은 마홍이 떠다 준 물로 세수를 하고 나서 옷을 갈아입었다.
“명심하십시오. 지금부터는 1각이라도 아껴 무공비급을 찾는 데 써야 합니다. 무공비급을 찾으시게 되면 다른 무공들에는 일절 관심을 두지 말고 오로지 그것만 익히셔야 합니다. 꼭 열화마결을 찾아내셔야만 합니다.”
“그 얘기 한 번만 더하면 백 번째인 거 마홍도 알고 있지?”
마홍을 따라 나서며 하는 무진의 말에 마홍이 손을 저으며 다시 한 번 강조를 했다.
“백 번이 아니라 천 번을 강조한다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성주님께서 주신 시간은 10년입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4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다른 공자님들은 패왕무고를 나와서 성주님의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아, 그만! 거기까지. 나도 알고 있으니까 오늘은 거기까지만 하자고. 아함! 졸리다.”
강무진이 더 이상 듣기 싫은지 마홍의 말을 끊으며 하품을 했다.
“마홍은 다 좋은데 잔소리가 너무 많아서 탈이야.”
“그게 다 대공자님을 걱정해서 하는 말입니다.”
“알아. 내가 왜 마홍의 마음을 모르겠어. 그렇지만 다음부터는 일 절만 해, 일 절만. 흐응.”
강무진이 있는 곳에서 패왕무고로 가려면 커다란 전각들이 있는 곳을 지나 뒤쪽의 언덕에 있는 작은 숲을 지나야 했다.
아침잠이 많은 강무진이 졸음을 참지 못해 반쯤 감긴 눈으로 그 숲에 들어섰을 때였다.
앞쪽 공터에서 누군가 홀로 검을 수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흐음, 누군지는 몰라도 이른 새벽부터 열심이군요.”
마홍이 그렇게 말하며 앞을 자세히 살폈다.
다른 사람이 수련하는 것을 보는 것은 그 사람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이었다.
심한 경우 칼부림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마홍은 한시라도 빨리 강무진을 패왕무고로 데려가기 위해서 마음이 급했다.
다른 때 같으면 멀리 돌아갔을 테지만 오늘은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앞에서 수련하고 있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지나쳐 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마홍이 그렇게 앞을 살피고 있을 때 강무진은 멍하니 그대로 가고 있었다.
걸으면서 졸고 있었던 것이다.
“헛! 대공자님!”
마홍이 급히 외치면서 강무진을 불렀으나 강무진은 아직까지도 비몽사몽이었다.
“누구냐?”
순간 무공을 연습하던 사람이 순식간에 몸을 날려 강무진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것을 보고 마홍이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비수 네 개를 빠르게 날렸다.
까까까깡!
그러자 강무진을 공격하던 사람이 마홍의 비수를 순식간에 쳐내면서 뒤로 물러섰다.
“응?”
강무진은 그때까지도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모르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며 앞을 바라봤다.
한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무진은 그런 소녀의 모습이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소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귀엽게 생겼네. 아침부터 열심이구나. 아함.”
갑작스러운 강무진의 행동에 소녀가 당황하며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곧 머리를 흔들어 강무진의 손을 떨쳐내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남과 동시에 무진의 목에 검을 갖다 대었다.
어린 소녀가 펼친 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빠른 몸놀림이었다.
“죽고 싶으냐? 감히 본녀가 누군지 알고…….”
“응?”
“대공자님!”
마홍이 놀라서 강무진을 불렀다.
그러자 강무진이 자신의 목에 와 있는 검을 보고 이어서 앞에 있는 소녀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감탄을 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이야, 대단한걸. 정말 빠른 검이야. 하하, 나 같은 건 상대도 되지 않겠다.”
“알긴 아는군. 오늘 네놈을 단단히 혼을…….”
“말을 조심하십시오!”
소녀는 갑자기 마홍이 외치는 소리에 말을 하다 말고 의아한 표정으로 마홍을 바라봤다.
이 패왕성 내에서 자신에게 이렇게 소리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래서 혹시나 마홍이 자신의 기억에 있는 사람인가 자세히 살펴봤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검이 목에 있는데도 싱글벙글하고 있는 눈앞의 사람 역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급한 마음에 언성을 높였습니다. 혹시 아가씨께서는 성주님의 넷째 제자이신 주소예 님이 아니신지요?”
“나를 알고 있는가?”
“물론입니다. 예전에 먼발치에서 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
“그대는 누구인가?”
“저는 패왕마전대 12조의 조장 마홍이라고 합니다.”
마홍의 말에 주소예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패왕마전대가 패왕성 최고의 전투 집단이기는 했지만 겨우 그곳의 조장 따위가 어떻게 감히 자신에게 소리를 친단 말인가?
“검을 거두어주십시오. 그분은 아가씨의 대사형 되시는 분입니다.”
“…….”
주소예는 마홍의 말을 선뜻 이해하지 못하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낮게 탄성을 냈다.
“아! 그럼…….”
“맞습니다. 그분이 성주님의 대제자이십니다.”
마홍의 말에 강무진을 다시 한 번 놀란 눈으로 쳐다보던 주소예가 급히 검을 거두면서 말했다.
“죄, 죄송해요. 대, 대사형.”
주소예는 약 4년 전 적상군에게 사승의 예를 올릴 때 대청에서 강무진을 잠시 봤었다.
그러나 그때는 워낙 어린 나이인데다 너무나 긴장되는 자리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었다. 그러니 강무진을 기억할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 이후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으니 잊어버린 것이 당연했다.
처음에는 대사형이란 사람에 대해서 호기심이 조금 동하기는 했었다.
그 당시에는 워낙에 강무진에 대한 이야기들이 왔다 갔다 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나돌던 소문들은 주로 강무진이 얼마나 형편없는가와 적상군의 대제자이기는 하지만 그 자리에 맞지 않는 인물로 너무나 과분하다는 것 등의 내용들이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것은 주소예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소문이 점점 줄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강무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사형제들 간에도 강무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에 주소예도 대사형이란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태까지 그래 왔다고 눈앞에 강무진이 있는데 무시할 수는 없었다.
패왕성은 상하의 위계질서가 철저했다. 법규도 하극상에 대한 처벌이 가장 혹독하고 심했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색하게나마 강무진을 대사형이라 부른 것이었다.
“아! 네가 주 사매였구나. 그때 대청에서 보고 처음 보네. 그때는 워낙 경황이 없어서 얼굴도 잘 익히지 못했었는데…….”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하자 주소예가 조용히 대답했다.
“네…….”
“내가 좀 바빠서 사제들이나 사매를 찾아가 보지도 못했어. 헤헤, 이거 미안한걸.”
강무진의 말에 뒤에 있던 마홍이 끼어들었다.
“그런 말 마십시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밑에 사람이 윗사람을 찾아오는 것이 정상이지 어떻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찾아갑니까?”
“뭐야? 마홍, 그렇게 이야기하면 사매가 곤란해하잖아.”
“아니, 저는 그저…….”
“마홍은 그게 탈이야. 항상 모든 사람한테 잔소리를 하려고 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염 할아버지가 마홍을 아직까지 조장으로 인정을 안 하는 거야.”
“아니! 염가 놈이 그런 말을 했습니까?”
“나 참, 꼭 말을 해야 아나? 분위기 보면 딱이지.”
“이… 염가 이놈을 그냥…….”
마홍이 흥분을 하며 이를 갈자 강무진이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됐어. 이제 그만 해. 아참! 사매, 배고프지? 마홍, 아까 주먹밥 싼 것 좀 내놔봐.”
“대공자님, 그, 그것은…….”
“뭘 아까워하고 그래? 대여섯 개 싸서 온 것 다 알아. 저기 앉아서 먹을까?”
강무진이 주소예의 손을 덥석 잡고 한쪽에 있는 커다란 바위로 끌었다.
주소예는 갑자기 강무진에게 손을 잡히자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며 강무진이 이끄는 대로 끌려갔다.
주소예는 올해 열세 살로 여태까지 아버지를 제외하고 다른 남자에게 이렇게 손을 잡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주소예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앉기에는 조금 차갑네. 잠시만.”
강무진이 바위를 한 번 만져보더니 자신의 상의를 벗어 그곳에 깔았다. 새벽이라서 아침 이슬에 바위가 조금 젖어 있었던 것이다.
“자, 앉아.”
“아, 아니, 저는…….”
주소예가 말을 더듬으면서 선뜻 앉지 못하자 강무진이 씩 웃으면서 주소예의 양쪽 어깨를 잡고 그곳에 앉혔다. 그리고 마홍이 싸온 주먹밥을 주소예에게 내밀었다.
“먹어봐. 마홍이 몸에 좋다는 약재들을 구해다가 만든 거야. 맛도 제법이야.”
주소예가 잠시 망설이다가 주먹밥을 받아 들었다.
그러자 강무진이 다시 씨익 웃으면서 주먹밥을 까서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소예는 주먹밥을 먹지 않고 가만히 들고만 있었다.
그것을 본 강무진이 입에 한 움큼 들어가 있는 주먹밥 때문에 웅얼거리며 말했다.
“왜? 아! 너 이어 깔 주울 무르느구나? 줘바바.”
“풋!”
그 모습을 보고 주소예가 웃음을 터트리자 강무진도 미소를 지으면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주소예의 손에서 주먹밥을 가져와 묶어놓은 줄을 풀고 주먹밥을 싸놓은 나뭇잎을 벗겼다.
그러자 안에서 고소한 냄새와 함께 따끈한 밥이 나왔다. 마홍이 주먹밥을 만들고 식을까 봐 여태까지 가슴에 품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먹어봐.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어.”
강무진이 이렇게까지 해서 주자 주소예가 어쩔 수 없이 주먹밥을 한입 물었다.
맛있었다. 그렇잖아도 아침 일찍부터 무공수련을 하느라 배가 조금 고팠던 참이었다.
주소예가 주먹밥 하나를 다 먹자 강무진이 웃으면서 다시 하나를 까서 주소예에게 주었다.
주소예는 그 주먹밥을 먹으면서 강무진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강무진은 그렇게 잘생긴 얼굴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생긴 얼굴도 아니었다.
그저 그런 흔한 얼굴이었지만 눈이 맑고 선했다. 보고 있으면 자꾸 보게 되는 그런 눈이었다. 그 눈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다른 사형제들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사실 강무진을 제외한 다른 사형제들하고는 자주 왕래가 있었다. 모두가 패왕성에서는 알아주는 세력가들의 자녀들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어렸을 때부터 만나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