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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182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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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182화

은천검제

제182화

 

각오를 다진 진무린은 호흡을 고르며 검을 뽑았다.

오래 끌지 않는다. 단숨에 결판낸다.

터무니없이 강하게 느껴지는 태상을 향해 진무린이 검을 내밀 때였다.

“저 아이는 준비가 끝난 것 같고, 교주는 어떻게 할 텐가? 함께 해보겠나, 아니면 우 공관과 손을 섞겠나?”

“내 몫은 해야 하지 않겠소?”

“흥.”

정동추의 다부진 대꾸를 비웃은 태상은 우연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교주를 상대해주게.”

“예, 태상.”

우연제가 나서는 것을 본 태상은 진무린을 향해 왼손을 내밀었다.

“자, 원하는 대로 되었으니 어서 나서라.”

대결에 나선 긴장감 따위 전혀 없는 태도였다.

그 여유, 최선을 다해 없애 드리지.

진무린은 눌렀던 기운을 뿜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검에 쏟아부었다.

쉐에에에에엑!

태상을 파고드는 진무린의 검에서 눈부신 광채가 뿜어지는 순간이었다.

용의 형상이 피어나는 것과 동시에 보이는 모든 세상이 흐릿하게 변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검에서 피어난 용의 형상이 목을 물어뜯을 것처럼 태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태상이 진무린의 속도에 뒤지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저 동수를 이루기만 바랄 뿐이었다.

휘익! 카으응!

과연 태상은 팔을 커다랗게 휘둘러 용의 형상을 때려냈다.

진무린에게 밀리지 않는 속도였다.

튕겨 나오는 검을 되돌린 진무린은 진중탈구검의 초식을 연달아 펼쳐냈다.

쉐에엑! 카앙! 쉑쉑! 카응! 쉐엑! 카으응!

혼신의 힘을 다해 초식을 펼치는 진무린을 상대로 태상은 화려하게 팔을 휘둘러 찌르거나 할퀴고, 당기거나 밀치며 용을 상대했다.

정동추와 우연제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세상이 느리게 흐르는 것은 분명했다.

쉐에에엑! 카가각!

진무린은 태상의 몸을 뚫지 못했고, 태상은 진무린의 검을 넘어서지 못했다.

게다가 진중탈구검은 확실히 벽계의 무공에 탁월해서 태상도 진무린을 쉽게 감당하지 못했다.

‘네놈이 감히!’

단숨에 진무린을 제압하지 못한 것이 분한 모양으로 태상의 눈에 감추지 못하는 분노가 피어올랐다.

쉑! 카앙! 쉑쉑! 쉐에엑!

번쩍하는 순간에 검이 태상의 허리를 파고들고, 그가 득달같이 뻗어낸 팔을 피해 진무린은 상체를 뒤틀었다.

삽시간에 이백여 초를 겨룬 뒤였다.

태상이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쉬익!

독한 눈빛으로 달려드는 태상이 손을 뻗었고,

쉑! 카앙!

진무린이 그의 손을 막아내는 순간이었다.

후아아아악-.

강렬한 기운을 뿜어낸 태상이 연달아 손을 뻗었다.

쉭! 쉬익!

그가 뻗어내는 손을 향해 진무린은 감각적으로 검을 뿌려냈다.

후아아악-.

등룡창천의 기운을 모조리 뿜어낸 진무린은 진중탈구검의 초식을 이용해 태상의 손을 휘감았다.

카가가각! 카각!

태상의 손을 휘감은 직후였다.

기혈이 엉켰는지 비릿한 핏물이 울컥 올라왔고, 또다시 태상의 손이 흐릿하게 변했다.

여기에서 밀리면 죽는다.

오냐! 누가 죽는지 보자!

쉐에에엑!

진무린은 방어를 포기하고 진중탈구검을 펼쳐 태상의 목을 노렸다.

용의 형상이 빛살처럼 파고들자 태상도 더는 버티지 못한 채 손을 휘감았다.

카가각! 카가각!

불편한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 다음이었다.

밀려날 것 같던 태상이 번득 진무린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앗 하는 순간이었다.

단박에 태상의 얼굴이 진무린의 앞에 있었고, 그의 오른손이 가슴 앞에 닿아 있었다.

쉐에에에에엑!

상체를 뒤로 눕힌 진무린은 태상의 허리를 노리며 검을 휘둘렀다.

걸렸다 싶었다.

가슴을 얻어맞는 대신 허리를 가르는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태상은 검을 피해 위로 솟구쳤다.

상체를 젖힌 진무린의 위로 태상이 번쩍 떠올랐고,

쉭! 쉭!

그가 손을 뻗는 것을 진무린은 분명하게 알았다.

휙.

심장을 피하기 위해 진무린이 상체를 트는 것과 동시에,

퍼윽! 퍼어억!

진무린의 어깨와 심장 아래로 섬뜩한 고통이 파고들어 단박에 온몸을 휘감았다.

진무린은 악착같이 검을 휘두르며 팽이처럼 몸을 돌렸다.

쉐에에엑! 카으응!

그러나 검이 튕겨 나오는 충격을 이기지 못해 몸이 흔들렸고, 

쉬익! 쉭! 퍼억! 퍽!

또다시 태상의 주먹과 손바닥에 가슴을 얻어맞고 말았다.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진무린은 실 끊어진 연처럼 뒤로 날아가 요란하게 바닥에 처박혔다.

그 직후였다.

세상이 제 속도로 돌아온 것처럼 우연제가 뒤로 물러났고, 정동추가 진무린에게 급하게 달려왔다.

“푸훗!”

정동추가 상체를 잡아줄 때 기혈이 뒤엉킨 진무린은 피를 크게 토해 내고 말았다.

마지막에 목을 노리지 않았다면 태상의 주먹과 손바닥에 맞아 이미 죽어 있었을 정도로 무서운 수법이었다.

울컥 올라오는 피를 진무린은 꿀꺽 삼켰다.

기혈이 엉켰다고 피를 토해 내면 그나마 남은 기운이 모조리 흩어지기 때문에 지금은 악착같이 참는 것이 좋았다.

뒷짐을 진 태상은 토끼의 다리를 분질러 놓은 사냥꾼처럼 여유 있는 태도로 뒷짐을 진 채 지켜보고, 그의 한 걸음 뒤에서 우연제는 명을 기다리는 태도였다.

“상대를 바꾸었다면 다르겠지? 우 공관이란 자를 네가 상대했다면 목을 베었을 것 아니냐?”

그때 정동추가 주저앉은 진무린을 향해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우연제에게 심하게 당한 모양으로 정동추 역시 낯빛이 좋지 않았다.

“내가 볼 때 우 공관이란 자는 벽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일 게다. 태상이란 자를 시봉하려면 그 정도는 돼야겠지.”

나쁘지 않은 판단이란 듯 태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네가 감당하지 못하는 벽계의 인물은 태상 하나뿐이라는 말이 아니냐.”

진무린을 부축한 정동추 역시 상태는 좋지 않았다.

큰 부상을 당한 후 억지로 움직이던 참이고, 거기에 우연제와 겨루면서 내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풋!”

진무린은 입에 고였던 핏물을 뱉어냈다.

“몸을 빼내라는 말씀을 하시려는 모양인데 본문은 기회를 노리기보다 올바른 정신을 남기는 것을 중시합니다.”

진무린은 정말이지 날카롭고 독하게 태상을 노려보았다.

“헛되이 죽는 것이 정신을 남기는 일이냐?”

“교주. 누가 헛되이 죽는다 했습니까?”

진무린의 반문에 정동추가 눈가를 좁혔다.

“마천강기를 빌려주십시오.”

말귀를 이해하지 못한 정동추를 향해 진무린은 재미있다는 투로 웃었다.

“홀로는 감당하기 어려우나 마천강기를 빌려주신다면 해볼 만합니다.”

“흠흐흐흐.”

듣고 있던 태상이 기가 찬다는 투로 웃었으나 정동추의 표정은 진지했다.

‘진심이냐?’

정동추의 시선을 향해 진무린은 고개를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속도는 엇비슷했다.

문제는 결정적인 순간에 폭발적으로 터지는 태상의 기운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마천강기라면, 마천강기를 잠력대법으로 터트린다면 실제로 해볼 만했다.

“너는 그사이에 마천강기의 특성을 이해했구나.”

“해보시겠습니까?”

“우습기는 하구나. 구대문파의 그 어떤 고수가 있어도 어려울 일이 본교의 마천강기로 가능하다니.”

정동추가 비릿하게 웃었고, 진무린이 비슷한 눈빛으로 피식 웃었다.

진무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 번밖에 기회가 없습니다.”

“네 손에 내 목숨이 달렸다는 말로 들린다.”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을 그렇게 받으시면 서운합니다.”

“흐하하.”

짧게 웃은 정동추가 다부진 눈으로 태상을 노려보았다.

“고작 생각해 낸 방법이 힘을 합한다는 겐가? 저 녀석이야 젊으니까 그런다고 치고, 교주까지 그렇게 나서는 건 아닌 듯한데?”

“본교의 힘을 보여드리지.”

다부진 말을 뱉어낸 정동추가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끈적한 기운을 삽시간에 뿜어냈다.

“호오! 마천강기를 이렇게 터트린단 말인가? 이건 잠력대법과 다른 수법이구나!”

눈가를 좁힌 태상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신기하다는 투였다.

진무린은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

한 번이다.

마천강기가 만드는 세상에서는 진무린과 태상이 같은 속도, 같은 기운으로 움직인다.

“교주!”

진무린이 불렀을 때, 완벽하게 핏물에 젖은 눈을 한 정동추가 천천히 태상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의 머리칼이 허공으로 천천히 떠올랐으며, 바람을 불어넣은 것처럼 소매가 부풀어 올랐다.

“지금이다!”

외마디를 지른 정동추가 양팔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후아아아악! 

피처럼 붉은 기운이 안개처럼 흩어져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기다렸다, 이 순간을!

휘릭. 휘리리릭!

진무린은 남은 기운을 모조리 끌어올려 검을 흔들었다.

피처럼 깔린 붉은 안개 위로 하얗게 빛나는 검광들이 흩날렸다.

붉은 안개는 마천강기의 기운이고, 빛나는 검광들은 하나하나가 검기였다.

흐릿하게 변한 태상은 마천강기를 뚫고 달려와 진무린이 뿌린 검광들을 향해 양팔을 흔들었다.

보인다. 그의 양팔이. 두 주먹이.

마천강기의 끈적임에 태상이 붙들렸다는 의미였다.

휘릭! 휘리리리릭!

진무린은 재차 검광을 뿌렸다.

태상이 거침없이 양팔을 휘저어 검광들을 밀쳐내는 순간이었다.

쉐에에에엑!

진무린이 휘두른 검에서 용의 형상이 빛줄기로 튀어나갔고,

쉐엑! 쉐에에엑!

그 뒤를 따라 진무린이 달려들었다.

쉐엑! 카앙! 쉐에엑! 카강!

태상이 진무린의 검을 때려낸 뒤였다.

후아아악-.

그가 기운을 뿜어낸 직후에,

쉬익! 쉭!

연달아 주먹을 뻗었다.

진무린은 태상의 주먹이 다가오는 것을 또렷하게 눈에 담았다.

쉑! 카앙! 쉐엑! 카강!

그의 주먹을 때려낸 진무린은 이를 악물 정도로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교주!’

쉐에에에에에엑!

마천강기가 얼마나 태상을 붙드느냐가 관건이었다.

처음으로 태상이 몸을 뒤틀었다.

이 기회를 놓칠까.

쉐에엑! 쉑!

울컥 올라오는 피를 삼킨 진무린은 몸에 남은 모든 기운을 쏟아내는 것처럼 검을 휘둘렀다.

화아아악-.

눈부신 빛이 태상을 뒤덮은 순간이었다.

당황한 태상이 커다랗게 팔을 휘저었고,

콰으으응!

요란한 충돌음이 주변을 뒤덮었다.

힘을 다한 진무린은 뒤로 밀려나는 몸을 억지로 버텼다.

충격에 밀린 정동추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순간이었다.

가슴을 움켜쥔 태상이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내내 보이던 여유는 사선으로 잘린 수염처럼 사라졌고, 가슴을 움켜쥔 손 사이로 붉은 피가 쉼 없이 흘러나왔다.

“태상!”

그를 부축한 우연제의 몸으로 피가 튈 정도로 상처는 깊었다.

“영악한 놈. 처음에 검기를 담은 빛줄기를 뿌려 나를 놀라게 하고, 마천강기를 이용해 내 기운을 묶다니.”

우연제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태상이 진무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 기회를 놓칠까.

진무린은 억지로 몸을 세운 뒤에 검을 다시 앞으로 들었다.

“태상! 모시겠습니다!”

그러나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태상을 안은 우연제가 몸을 날렸다.

태상과 우연제가 산을 넘어 사라진 뒤에 버티던 진무린도 무너지는 것처럼 바닥에 앉고 말았다.

“징그러운 놈.”

다리를 길게 펴고 주저앉은 정동추는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잠시 본교의 힘을 빌리마. 이것만큼은 내 말에 따라라. 수신호위들은 나서라.”

이해하지 못할 말을 정동추가 던진 다음이었다.

뒤편 산에서 솟아오른 복면인 다섯이 진무린과 정동추의 뒤로 내려와 몸을 낮췄다.

“몸을 감출 곳이 필요하다.”

“근처에 본교의 진을 설치해두었습니다.”

거기까지였다.

정동추는 의식을 잃은 것처럼 고개를 떨궜고, 수신호위 다섯이 달려들어 그와 진무린을 안아 들었다.

 

**

 

정도맹으로 돌아간 황종관은 가장 먼저 비월단을 정비했다.

다음으로 정중방 주변에 백호단의 십여 명을 포진시켜서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했다.

다음으로 황종관은 봉문한 공동과 점창을 제외한 칠대 문파와 오대 세가의 인재들을 파악했다.

강호란 곳이 원래 세를 과시하기 위해 작은 재능을 크게 부풀리기도 하고, 반대로 진짜 재능은 감추려고 애쓰는 세상 아니던가.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던 황종관은 새로운 비월단 단주 염기를 앞에 두고 눈가를 좁혔다.

염기는 구대문파에 속하지 않은 인물로 정도맹에 선발된 이후 줄곧 비월단에서 정보를 취합해 보고하는 임무를 맡았던 인물이었다.

“상등에서 모두 사라졌다니? 어디로 향했는지에 관한 보고는 없었나?”

“경공을 펼쳤다는 보고입니다.”

황종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무린, 모려원, 정동추 등이 경공을 펼쳤다면 눈으로 확인해서는 방향을 짐작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삼보를 얻었다고 여긴 직후에 급하게 경공을 펼쳤다?”

정동추는 몰라도 진무린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삼보를 감출 위인은 절대 아니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이 들어오면 바로 알려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염기가 나가고 난 뒤에 황종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커다랗게 내쉬었다.

강호에 밀려오는 혈사를 막겠다며 마교 교주까지 목숨을 내걸고 달리는 마당에 정도문파는 혹여 손해 보는 것은 없는지 계산하느라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었다.

‘무슨 일인가?’

황종관은 진무린을 떠올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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