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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151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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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151화

은천검제

제151화

 

꽈으응!

진무린의 검이 사령의 검광을 때리며 묵직한 충돌음이 터졌다.

검광에 담긴 내공에 진무린의 검이 밀려나는 순간이었다.

쉐엑!

사령의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당했다!

촌각이라 할 만한 그 짧은 틈을 사령은 노리고 있었다.

‘이이익!’

진무린은 뒤집히는 손목에 힘을 주며 이를 악물었다.

후아아아악!

불같은 기운이 치솟았고, 바닥으로는 빙궁의 정수처럼 차가운 금의 기운이 뿜어졌다.

쉐에에에엑!

진무린은 등룡창천의 기운을 검에 올려 힘차게 내리쳤다.

번득, 빈틈을 파고든 사령의 검광은 이미 눈앞에 있었다.

콰으으응!

이전과는 비교하기조차 어려운 소리가 터져 나오며 진무린의 손목이 재차 뒤로 밀렸다.

휘릭! 휘리리릭!

진무린은 뒤틀린 손목을 통해 올라온 고통을 무시한 채 춘설난무를 연속해서 뿌렸다.

검은 밤을 환하게 밝히는 눈발이었다.

짧게 휘날리는 폭설 위로 거대한 빛줄기가 다시 쏟아졌다.

쉐엑! 쉐에에엑!

방심하지 못한 사령이 있는 힘을 다해 춘설난무를 막아낼 때 진무린은 재차 기운을 끌어올렸다.

‘크흑!’

무리한 모양이었다.

울컥 속이 뒤집혔지만, 상관없다. 이 정도는.

‘강호의 무공을!’

지금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다시는 무시하지 마라!’

쉐에에에엑! 콰으으응!

이 한 수로 사령이 쓰러지길 바란다면 정작 목이 잘릴 사람은 진무린이 된다.

묵직하고 거대한 충돌음을 향해 달려드는 것처럼 진무린은 다급한 사령의 앞을 파고들었다.

쉑! 쉐에엑! 카가각!

진무린의 검을 사령의 검이 감았고, 그 직후에 기다란 불꽃이 두 사람에서 튀었다.

쉐엑! 카각! 쉑! 쉐엑!

숨 가쁘게 검이 오갔다.

사령은 검광을 이용해 노리던 기회를 놓쳤고, 진무린은 두 번이나 펼친 춘설난무로 위기를 넘겼다.

번득, 번득, 검이 빛을 발하고,

카가가각!

검과 검이 마주치며 튀는 불꽃이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속에서 진무린과 사령은 다시 기회를 노렸다.

춘설난무든, 검기든, 검광이든, 기회가 올 때까지 철저하게 막아내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실낱같은 상대의 빈틈을 기다렸다.

쉐에에엑!

진무린의 검에서 검기가 뿜어졌고,

쉐엑! 쉐에엑!

사령은 연속해서 검광을 뿌렸다.

 

진무린과 사령이 검기와 검광의 살벌한 대결이라면, 정동추와 궁도는 처절한 공방의 연속이었다.

쉬익! 쉬이익!

머리칼이 치솟은 정동추는 완벽하게 털을 곤두세운 성난 호랑이였다.

더 무서운 것은 정동추가 펼치는 무공이었다.

정동추는 가뜩이나 위력적인 마천강기를 잠력대법을 통해 부풀렸고, 그 힘을 바탕으로 궁도를 밀어붙였다.

쉬익! 퍼억!

궁도의 판관필이 정동추의 어깻죽지를 찍은 직후였다.

쉬이이익! 콰악!

주춤하거나 물러날 줄 알았던 정동추는 그깟 상처쯤 하는 투로 손을 뻗어 궁도의 심장 부근을 찍었다.

달리 마교라 부를까.

심지어 정동추는 그 살벌하고 악만 남은 세상에서 교주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었다.

쉬익! 퍽!

정동추는 판관필 따위 급소만 아니면 괜찮다며 달려들었다.

그 바람에 정동추는 당연하고, 어느새 궁도까지 상체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쉬익! 쉭! 카아앙!

독수리의 발톱처럼 손을 웅크렸던 정동추는 때론 손바닥으로, 어떨 때는 주먹으로 궁도의 판관필을 밀치거나 때려냈다.

쉬이익!

그리고는 판관필이 빗겨나간 틈으로 손아귀를 밀어 넣었다.

정동추의 손아귀를 피해 궁도도 급히 몸을 뒤틀었다.

그 와중에도 궁도는 반격을 놓치지는 않았다.

심지어 절묘한 한 수로 정동추의 팔뚝을 찍었다.

쉬이이익! 퍼억! 쉭! 콰악!

문제는 정동추였다.

반격에 팔뚝을 찍혔는데도 그는 손아귀를 뻗었고, 그럴 때마다 두 사람 모두 거칠게 피가 튀곤 했다.

‘이 미친 인간이!’

분노한 것은 궁도였다.

마교의 교주가 아닌가.

정도의 진무린과 함께 나선 대결이었다.

그런데 왜 이토록 목숨을 내놓다시피 달려드는가 말이다.

심지어 이런 싸움을 예상하지 못했다.

벽계의 위장인 궁도가 마교 교주와 처절한 사투를 벌여 피투성이가 되리라고는 꿈에서조차 생각해 본 적 없다.

죽인다!

궁도가 악에 받쳐 달려들었고,

오냐! 네놈의 목을 뽑아주마!

그것이 오히려 반가운 모양으로 눈이 붉게 물든 정동추는 더욱 거칠게 손을 휘둘렀다.

쉬익! 퍽! 쉬이익! 콰악!

가슴이 파이고, 팔뚝을 찍혀도 물러설 수 없었다.

눈 깜박할 틈이라도 밀리면 그 순간 죽는다.

‘말려들었어!’

이제야 궁도는 정동추가 왜 이렇게 미친 사람처럼 달려드는지 깨달았다.

잠력대법을 사용한 정동추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시간을 끌수록 후유증과 부작용도 커진다.

쉬익! 쉬이익! 쉬익!

‘사악한 늙은이!’

서로 찍고 찍히면서 끝까지 버티는 자가 승리하는 대결, 먼저 쓰러지는 자가 지는 싸움이었다.

정동추는 원래부터 이런 대결을 원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궁도는 그 의도에 말려든 꼴이었다.

궁도는 심지어 반격을 자제하고 정동추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틈을 노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큰 위기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이이익!’

쉬익! 퍽! 쉭! 콰악!

결국, 그는 사투를 이을 수밖에 없었고, 궁도나 정동추 모두 멈출 방법은 없었다.

내공의 우위는 잠력대법을 통해 비등비등했다.

남은 것은 무공의 고하인데 지금처럼 찍고 찍히는 사투에서는 그나마 의미가 거의 없었다.

‘이 미련한 인간아!’

욕을 뱉고 싶었으나 궁도는 입을 열지 못했다.

눈앞에서 머리칼을 바싹 세운 채 달려드는 호랑이 정동추는 그 틈에도 당장 머리를 물고 늘어질 게 분명했다.

마교! 마교! 마교라더니!

진무린과 어울리는 모습에 방심했다.

교주라는 인간이 이 정도로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다.

가진 실력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에 궁도를 끌어들였으니 어쩌면 영악한 것인가? 

쉐에에에엑! 쉐에엑! 콰으으응!

이를 악문 궁도의 귀에 커다란 충돌음이 달려들었다.

진무린과 사령이 제대로 맞붙은 모양이었다.

이 밤은 궁도에게 악몽과 같았다.

사령에게 맞서는 강호의 무인이 있을 줄 몰랐고, 마교 교주와 이토록 처절하게…….

쉬익! 콰악! 쉬이익! 콰아악!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에 잠시 집중을 잃었던 궁도의 어깨를 정동추가 연달아 뜯었다.

이 정도 성과를 얻으면 잠시 물러날 만도 하련만, 정동추는 목을 물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눈빛으로 더욱 매섭게 달려들고 있었다.

쉐에에에엑! 카가각!

틈을 노리는 와중에도 검은 쉴 새 없이 번득였고, 다섯 가닥의 기운에 더해 등룡창천의 기운이 치솟아 사령의 기운에 대항했다.

보고 대응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사투였다.

등룡창천의 감각이 사령의 움직임을 전하면 본능이 몸과 검을 움직이는 대결이었다.

후아아아악!

그 틈에서도 사령은 기운을 밀고 당겨서 진무린의 중심을 뺏으려 들었고,

후우우욱!

진무린은 불의 기운을 터트리고, 금의 기운으로 당겨 사령에 맞섰다.

강호를 우습게 여기는 벽계?

쉐에에엑! 쉐에엑!

나조차 무너트리지 못하면서?

쉐엑! 카가가가각!

이 강호에는 청강 진인 같은 분이 계셔서.

후아아아악! 카각! 

그분이 발굴한 표충량 같은 재능이 별처럼 깔렸고,

쉐엑! 쉐에에엑!

사부의 유언을 지켜 재능을 키우는 은혼 같은 이들이 모래처럼 수북해서.

쉐엑! 쉐에에에엑! 쉐엑!

내가 쓰러진다 해도 강호는 너희 손에 들어가지 않아!

진무린의 감정이 폭발해서일까.

지금껏 보이지 않던 묵빛 기운이 검과 몸에서 일렁였다.

바람에 밀리는 안개처럼 사령의 검과 기운에 일렁이기는 했으나 묵빛 기운은 점점 더 범위를 넓혔다.

후아아아악!

묵빛 기운에 놀란 것처럼 사령이 좀 더 강하게 내공을 뿜어냈고,

후우우우욱!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것처럼 진무린 역시 불과 금, 그리고 등룡창천의 기운을 쏟아냈다.

쉐에엑! 후아악!

검이 들어온 직후에 사령의 기운이 진무린을 흔들었고,

쉐에엑! 쉑! 후우욱!

빈틈을 노려 검을 찔러넣은 진무린은 불의 기운으로 사령을 밀쳤고, 금의 기운으로 흔들었다.

쉐에에에엑!

묵빛 기운의 영향일까.

밀고 당기던 진무린과 사령의 기운이 엉킨 것처럼 맞붙었다.

쉐엑! 쉐에엑! 쉐엑!

고민한 틈 따위 없었다.

기운이든, 검이든, 한 치라도 밀리면 죽는다.

쉐에엑! 쉐에엑!

엉킨 기운을 풀어낼 방법 따위 없었고, 물러설 수도 없는 대결이었다.

쉐엑! 카가가각!

불꽃이 튄 직후에,

쉑! 쉐에엑!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진무린과 사령 모두 매섭게 검을 휘둘렀다.

결말이 다가오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았다.

쉐에엑! 쉑! 카가가각!

검이 뒤엉킬 때마다 틈을 찾았고,

후아아악!

상대를 밀쳐내려 있는 대로 기운을 끌어올렸다.

점점 진해진 묵빛 기운이 바닥에 가라앉아 수렁에 빠진 거처럼 두 사람의 무릎 부근까지 덮었다.

쉐에에엑!

검기에 갈라진 묵빛 기운이 슬며시 합쳐졌고,

쉐엑! 쉐에엑!

검광에 파인 묵빛 기운이 안개처럼 흔적을 감췄다.

내 세상이다!

묵빛 기운이 펼쳐진 이곳은 내가 만든 세상!

진무린이 이를 악무는 순간이었다.

우우웅. 우우우웅.

묵룡검이 세차게 울었다.

쉐에엑! 쉐에에엑!

 

무엇이 두려운가, 은천문의 제자여.

등룡창천을 믿어라.

검에 담긴 용을 하늘로 보내 다오.

 

들었다.

미쳤다고 말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으나 진무린은 분명 검이 주는, 검에 담긴 용의 바람을 들었다.

‘이이익!’

진무린은 이를 악물고 등룡창천의 기운을 있는 대로 끌어올렸다.

오행의 기운이 밀리는 기색이 보이자,

후아아아악!

사령의 기운이 진무린을 묶으려 달려들었고,

쉐에에에엑!

그의 검이 심장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휘릭! 휘리릭! 휘리리리릭!

진무린은 끌어올린 등룡창천의 기운을 검에 담아 사령을 향해 뿌렸다.

그 순간,

후아아아아아악!

바닥에 깔렸던 묵빛 기운이 하늘로 솟구쳤고,

화아아아아악!

눈발로 휘날려야 할 빛줄기들이 묵빛 기운 사이에서 뭉쳤다.

빛줄기들이 그려낸 것은 하늘로 향하는 용이었다.

꿈틀거린 용이 사령을 노려보았고,

후아아아악!

거칠게 달려들었다.

쉐에에엑! 쉐에엑! 쉐에에에엑!

사령의 검이 숨 쉴 틈 없이 검광을 토해내며 용의 목과 머리를 파헤쳤다.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빛줄기도, 검광도 모두 사라졌고, 어둠 속에 선 사령은 검을 늘어트린 채 진무린을 노려보고 있었다.

“은천문이라 했더냐?”

진무린은 답하지 못했다.

끌어올린 기운 탓에 속이 울렁인 탓이었다.

쉬익! 콰아아악!

그리고 그 직후에 섬뜩한 소리가 어둠 속에 울렸다.

“끄으.”

비명은 궁도의 것이었다.

진무린도, 사령도 그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이곳의 승패가 궁도를 흔들었을 테고, 그 빈틈을 정동추가 놓치지 않았다는 것쯤 돌아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일이었다.

터억.

사령은 검을 앞에 찍은 뒤에 손잡이에 두 손을 걸치고 버텼다.

“허허허허.”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통하게 웃었는데 이유를 알기는 어려웠다. 

그 웃음의 끝에서 그가 뻣뻣하게 굳었다.

털썩.

오히려 쓰러지는 소리는 정동추가 있는 곳에서 터졌다.

내내 버티던 궁도가 뒤로 길게 널브러졌다.

“괴물 같은 놈들.”

이어 정동추의 평가도 있었다.

“뭐하냐? 적당히 하고 좀 도와.”

사령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은 진무린은 검을 수습한 뒤에 정동추를 향해 걸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는 상체가 온통 피투성이였고, 분을 바른 것처럼 하얀 낯빛이었다.

“왼손 소매에 대라구환단이 있다. 그걸 좀 꺼내 다오.”

생색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팔뚝 곳곳에 찍힌 상처로 봐서 이런 몸으로 궁도를 이겨낸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진무린은 그의 왼쪽 소매에서 환약을 꺼내 기름종이를 벗긴 후에 입에 물려주었다.

“달랑 두 개 있던 것을 이렇게 소진했으니 다음에는 어찌해야 할지 갑갑하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제자 놈이 뒈지든 말든 아껴둘 것을.”

진심인지, 농인지 모를 혼잣말을 터트린 정동추가 검에 의지한 채 서 있는 사령을 돌아보았다.

“저런 인간이 본교에 하나만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말을 마친 정동추가 이번에는 진무린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아니지. 이런 괴물이 나와서 죽였을 테니 괜히 아쉬움만 더 컸겠군.”

“걸으실 수 있겠습니까?”

“보면 모르냐? 중환자다.”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멀쩡해 보이십니다.”

“입을 다치지 않았으니 그렇지.”

진무린은 정동추를 부축해 일으켰다.

“살살 해라.”

“이안공자가 인두를 들고 나설 텐데 그것은 어떻게 감당하실 참입니까?”

“흥! 그런 짓을 하면 머리 하나를 뽑아주지.”

진무린은 고개를 저으며 정동추를 등에 업었다.

“아까 번쩍이는 것이 용의 형상이던데? 그건 뭐냐?”

“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떠들고는 있지만, 정동추의 상태가 가볍지 않은 탓에 진무린은 민가를 향해 발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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