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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140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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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140화

은천검제

제140화

 

상황을 모두 이해한 진무린은 마음을 굳혔고, 시선을 앞에 둔 채 입을 열었다.

“아드님을 맡겨달라는 말씀에 따라 지켜보았으나 더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려고?”

“섬도곤을 지키기 위해 동굴에 버티는 것을 아드님은 오해한 것 같습니다.”

지금 이렇게 서 있는 것은 섬도곤을 지키기 위해서지 정상교 무리가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게다가 칠호살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죽어 나간 뒤였다.

“수라항천대만 남았습니다. 교주께서 충분히 감당할 테니 제가 아드님을 맡겠습니다.”

정동추는 진무린의 의도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리하면 보물을 지녔다는 오해가 없어지나?”

“교내 반란이 일어난 상황에서 아드님이 거짓말을 유포한 것으로 처리해 주십시오. 표음환이 아드님과 칠호살을 자꾸 돌아보는 것을 봐서는 충분히 먹힐 것 같습니다.”

“흐음.”

이를 깨문 것처럼 볼을 씰룩이던 정동추가 깊은숨을 내쉬었다.

“자신 있나? 내가 동굴을 떠나지 못하는 것을 알 테니 수라항천대가 자네에게 몰릴 가능성이 높아. 자칫 춘설난무라는 초식을 펼치기라도 하면 보물의 무공이라는 소문이 날 수도 있고.”

“계속 시간을 끌면 보물을 지니고 버티는 꼴이 됩니다.”

“그렇기도 하지. 헛소문을 퍼트린 것이 누구라고 생각하나?”

“궁도인 것 같습니다. 그의 기운을 느낀 것 같다고 드린 말씀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하실 겁니다.”

“확실히 놈이 근처에 있었던 모양이군. 본교를 정리하고 나면 반드시 놈의 목을 잘라 이번 일에 대한 값을 치르게 하겠다.”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다.

“할 때 하더라도 위험을 줄이는 것이 좋겠다. 잠시만 기다리게.”

정동추는 교주의 위엄을 담아 고개를 들었다.

“수라항천대는 들어라!”

내공을 담은 정동추의 음성이 묵직하게 두이산을 뒤덮자 수라항천대가 움찔하며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이제부터 반란을 제압하여 본교의 혼란을 바로잡겠다. 너희는 뒤로 물러나라. 이전까지는 명령에 따른 것이라 여겨 죄를 묻지 않겠으나 이후로 본주의 령을 거부한다면 항명으로 간주하겠다!”

칠호살은 확실히 놀란 얼굴이었고, 정상교와 표음환은 멍한 눈치였다.

“본교는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들지언정 간교한 수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상교와 칠호살은 삼보를 핑계로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는 치졸한 모습마저 보였다. 나는 힘으로 일으킨 반란보다 그 점이 더 아프다.”

정동추는 미련을 버린 음성이었다.

“오늘을 계기로 본교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수라항천대는 내 명에 따라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절대 나서지 마라.”

“헛소리다! 저런 말에 현혹되어선 안 돼!”

따지듯 돌아본 표음환의 시선 앞에서 정상교가 버럭 고함을 질러내는 순간이었다.

진무린은 곧장 정상교를 향해 걸었다.

‘어?’

진무린이 나서리라 짐작하지 못했던 눈치였다.

당장 수라항천대는 달려들지 못했고, 정상교와 칠호살은 당황한 눈치였다.

“저자를 죽여!”

“나서지 마라!”

정상교가 지른 고함을 문 것처럼 정동추의 지시가 바로 떨어졌다.

그 직후였다.

쉐에에에엑!

번득, 움직인 진무린은 정상교를 향해 검을 세차게 내리그었다.

카아앙!

다급하게 팔을 저은 정상교가 검을 내치면서 싸움이 시작되었다.

쉐엑! 카앙! 쉑! 캉!

마천강기라더니, 정상교는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기운을 몸에 담은 것처럼 거침없이 기운을 뿜어냈다. 그리고 진무린의 검이 도저히 선을 잇지 못할 정도로 정상교는 맥을 제대로 끊으며 달려들었다.

쉬익! 쉭쉭!

그의 손은 진무린의 검만큼 빨랐고, 위력적이었다.

만약 정동추와 정상교가 합심해서 진무린을 협공했다면 홀로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고, 심지어 그의 손과 검이 마주칠 때면 손아귀가 얼얼할 정도로 힘이 대단했다.

쉐에에엑! 쉐엑! 카앙! 카가강!

훌쩍 뒤로 밀려난 칠호살이 감히 달려들 생각을 하지 못했고, 표음환과 사파의 무리들은 혹시라도 진무린이 삼보의 무공을 쏟아내지는 않을지 눈을 번득였다.

쉬이이익! 쉭!

진무린이 펼친 검법 사이로 정상교의 손이 매섭게 파고들었다.

정동추가 재능이 있다고 평가하더니, 정상교의 움직임은 가히 타고났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쉭쉭! 쉭! 카앙! 카강!

그는 할퀴고, 때리고, 당기는 수법에 강약을 조절했고, 다시 속도를 매번 바꾸어 진무린을 밀어붙였다.

배워서 이룰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 진실로 타고나야 얻는 경지였다.

이런 실력을 지니고 왜 일곱 늙은이에게 휘둘렸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능력이었으며, 또한 발군의 재능이었다.

삽시간에 백여 초가 오갔다.

모닥불을 받은 진무린의 검이 어두운 두이산의 중턱에서 빛났고, 그 맞은편에서 정상교는 지켜보는 이들의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대단한 무공을 쉬지 않고 펼쳐냈다.

‘뭐해! 어서 이놈을…….’

쉬이익! 쉑! 쉑쉑!

정상교는 이따금 입을 열려고 상체를 젖히곤 했으나 끈질기게 따라붙는 진무린의 검을 상대하느라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진무린은 또한 정상교를 바로 쓰러트리지 못해 마음이 급했다.

예상외로 그의 무공이 대단했고, 다음으로 등룡창천의 기운을 마음 놓고 뿌리지 못하는 탓도 있었다.

쉐에엑! 쉐엑!

진무린의 검이 처음으로 검법의 선을 긋는 순간이었다.

휙! 퍼어억!

보법을 이용해 뒤로 물러난 정상교가 발을 들며, 모닥불을 힘껏 걷어찼다.

쉑! 쉐에엑! 쉑!

검을 번득여 불붙은 나무를 때려낸 진무린이 달려들 때였다.

후아아아악!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힘이 정상교의 몸에서 쏟아져 나오며 아직 허공을 맴돌던 잔불이 바람을 타고 훅 달려들었다.

급하게 상체를 젖힌 진무린이 팽이처럼 돌며 물러나는 순간이었다.

정상교가 공간을 이동한 것처럼 달려들어서는 거칠게 오른손을 뻗었다.

쉐에에엑! 카아아앙!

부러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진무린의 검이 휘는 순간에 재차 정상교의 양손이 날아왔다.

쉑! 카앙! 쉐에엑! 카아앙!

진무린이 바닥에 내려선 직후였다.

휘이익! 퍼어어엉!

가슴 한복판에 정상교의 손이 꽂히며 북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울려 나왔다.

버틸 수는 있었다.

그러나 등룡창천의 기운을 완벽하게 뿜어낼 마음이 없어서 진무린은 힘을 이용해 뒤로 몸을 날렸다.

정상교가 새롭게 뿜어낸 기운이 어찌나 강하던지 허공에서 두 바퀴를 급히 돈 진무린이 바닥에 내려섰을 때 정동추가 한 걸음 뒤에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진무린을 노려보던 정상교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 칠호살이 인상을 찌푸렸고, 표음환은 급히 내공을 끌어올리느라 낯빛을 가라앉혔다.

그 외에 수라항천대는 제법 견뎠으나 사파의 무리는 충격을 제대로 받았는지 비틀거리는 이들과 주저앉는 이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흐하하하하하!”

두 번째 웃음을 터트릴 때였다.

웃음의 끝에 기이한 기운이 묻어 나왔고, 그 직후에 정상교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저것도 마천강기입니까?”

“멍청한 놈이 결국 하지 말란 수련을 한 모양이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건넨 진무린의 질문에 정동추는 당황한 눈치였다.

“대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결국, 저놈은 마기에 사로잡혔던 모양이다. 그래서 직접 나서지 못하고 우물쭈물 댔던 게지.”

“골수에 마기가 침범했다면 돌이키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죽여야지. 저대로 두면 광기에 사로잡혀 살인귀가 될 테니 지금이라도 죽이는 것이 옳다.”

정동추의 잔인한 답을 들으며 진무린은 다시 한 번 마교라는 호칭이 의미하는 바를 떠올렸다.

정동추가 아픈 얼굴로 정상교를 바라볼 때였다.

“삼보의 무공이 여기 있었구나!”

정상교의 무공을 엉뚱하게 이해한 표음환이 대뜸 고함을 질렀고,

쉬이이익! 콰악!

몸을 돌린 정상교가 그의 목을 제대로 움켜쥐었다.

일렁이는 모닥불과 횃불 사이에서 목이 잡혀 꺽꺽거리는 표음환의 모습이 몹시도 기괴해 보였다.

“본교의 무공을 보고도 허튼소리를 지껄이느냐!”

쇠로 만든 숟가락으로 놋그릇을 벅벅 긋는 것처럼 듣기 거북한 음성이 정상교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콰드득!

그리고 그 직후에 엄지손가락만 하게 목이 졸아든 표음환이 그의 별호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툭!

표음환을 집어 던진 정상교는 분이 풀리지 않는 것처럼 진무린을 향해 붉게 물든 눈을 돌렸다.

후아악.

기운이 먼저 달려들었고,

쉬이이이익!

이어 허공을 매섭게 가르는 소리와 함께 공간을 단숨에 뛰어넘은 정상교가 진무린의 목과 명치를 노리고 양손을 뻗었다.

진무린은 대번에 등룡창천의 기운을 검에 담았다.

쉐엑! 카아앙! 쉑! 카앙!

검과 손이 부딪쳤는데 불꽃이 탕탕 튀었고, 약한 사파의 무인들이 일제히 귀를 막고 인상을 찌푸렸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취를 얻으나, 부작용이 강해 살인귀가 되기 쉽다는 마교의 무공답게 정상교는 등룡창천으로도 벅찰 만큼 끝없는 힘을 쏟아냈다.

‘오냐! 그렇다면!’

진무린은 마교에 알려지지 않은 묵룡검법을 펼쳤다.

놀라운 일은 바로 뒤에 있었다.

쉐에에에엑!

바뀐 검법에 당황한 정상교의 목덜미를 진무린의 검이 세차게 때렸는데,

카아앙!

요란한 충돌음이 울렸을 뿐, 그의 목이 멀쩡했다.

쉬익! 퍼억!

그리고 팔뚝을 얻어맞은 진무린이 뒤로 물러나는 바람에 정동추가 정상교의 앞에 드러났다.

쉬이익! 

아비를 노린 정상교의 손이 날카롭게 날았고, 정동추가 급히 내공을 끌어올리며 좌우의 손을 번갈아 내밀었다.

퍼윽! 퍽!

단 한 번의 충돌에 움찔한 정동추를 향해 정상교는 다시 손을 뻗었다.

퍽! 퍽! 퍼윽!

그 뒤로 서너 번 손이 오간 뒤에는 확연하게 정동추의 상체가 흔들렸다.

쉬이익! 쉐에에엑!

진무린은 검을 앞으로 내민 자세로 몸을 띄워 정상교를 향해 날았다.

파라라라락!

팽이처럼 몸이 빠르게 회전하는 가운데 검이 눈을 파고들자 이때는 정상교도 어쩌지 못하고 뒤로 두 걸음을 물러났다.

쉐에에엑! 카아앙! 쉑쉑! 카강!

바닥에 내려선 진무린의 검을 정상교가 바깥으로 내치며 잠시 공백이 있었다.

“흐하!”

진무린을 쓰러트리지 못하는 것에 분이 터진 모양인지 눈알을 부라린 정상교가 묘한 숨을 토해냈다.

눈은 아까보다 붉었고, 맹수처럼 찡그린 얼굴에는 이성이 담기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그런데도 숨을 고르는 그의 몸에서 점점 더 강한 기운이 풍겨 나온다는 점이었다.

혹시 삼보의 무공이 아닐까.

한심하게도 표음환이 속절없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았고, 충돌음조차 견디지 못해 귀를 틀어막은 이들이 짐승처럼 변해버린 정상교를 탐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후-.”

진무린은 대놓고 숨을 내쉬었다.

벽계의 무공을 처음 겪었을 때는 내공의 우위가 전부인 줄 알았었다. 다시 마선이절과 오행신위를 상대할 때는 검법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정상교는 또 그 범주를 훌쩍 넘어섰다.

묵룡검법을 이용해 목덜미를 때려도 갈라지지 않는데 검법만의 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힘의 배분을 저토록 능수능란하게 하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네가 익힌 것은 무공이 아니다.”

“하아-!”

진무린이 입을 열자 정상교가 희한한 괴성을 지르며 짐승처럼 이를 드러냈다.

“와라!”

“캬흐아!”

쉐에에엑! 쉬이익!

진무린은 등룡창천의 기운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 검에 담았다. 그러자 곧바로 검기가 진무린의 검에서 쏟아져 나왔다.

쉐에에에에엑!

진무린이 검을 휘두르는 방향에 따라 얼어붙은 땅에 선이 기다랗게 그려지는 터라 구경하던 이들이 우르르 뒤로 물러났다.

쉬익! 카아앙!

내내 마음껏 손을 휘두르던 정상교가 지금은 감히 날을 때리지 못해서 대결은 팽팽하게 이어졌다.

쉐에엑! 쉬익! 쉭! 쉐에엑!

진무린이 검을 찔러 넣으면 급히 상체를 젖힌 정상교가 다시 손을 뻗었다.

삽시간에 이백여 초가 휙 지나갔는데 수라항천대와 칠호살은 말할 것 없고, 구경하던 사파의 무인들 모두 넋을 잃고 지켜보았다.

올곧은 정도의 무공을 펼쳐내는 진무린과 혼을 빼앗긴 정상교의 대결이었다.

앗, 하는 순간에 다시 이백여 초를 주고받아 이미 대결은 일각이 훌쩍 넘었는데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만큼 치열하고 날카로웠다.

짧은 틈에 진무린과 정상교가 호흡을 조절할 때면 구경하던 이들은 오히려 숨을 멈추며 눈을 돌렸고,

쉐엑! 쉬익! 쉐에엑! 쉭! 쉭!

검과 손이 오간 뒤에야 가쁜 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의 주변으로 검이 만든 기다란 선이 선명하게 새겨졌고, 정상교의 손길에 움푹 팬 자리가 뜨문뜨문 놓였는데 대결은 아직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채 팽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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