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검제 1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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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은천검제 134화
은천검제
제134화
번득, 하고 먼저 움직인 것은 섬도곤이었다.
눈이 하얗게 뒤집힌 그가 육호살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매가 토끼를 잡아채듯 섬도곤의 구부린 양손이 육호살의 목과 가슴을 파고들었다.
쉐엑! 캉! 카앙!
육호살은 가까스로 검을 휘둘러 섬도곤의 손을 막아냈다.
“네놈이 어떻게 오행신위의 기운을……!”
그를 꽁꽁 묶는 기운이 오행신위의 것임을 안 육호살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섬도곤이 머리를 노리고 달려드는 바람에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휘익! 휙!
진무린마저 고전했던 오행신위의 다섯 가지 기운이었다.
비록 오행신위가 직접 뿜어내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더라도 육호살에게는 제대로 먹히는 수준이었다.
육호살의 눈과 목이 파이려는 찰나,
쉐에엑!
옆에 있던 칠호살이 검을 뿌려 육호살을 도와주었다.
칠호살의 검을 피한 섬도곤은 바닥에 내려서기 무섭게 펄쩍 뛰어올라 이번에는 육호살의 머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이건 이상한데?
아무리 섬도곤이 오행신위의 기운을 쏟아낸다고 해도 육호살과 칠호살을 상대로 저런 여유를 보인다고?
섬도곤을 노려보던 일호살과 이호살은 퍼뜩 고개를 돌렸다.
놀랍게도 교주 정동추는 두 사람만 겨우 알 정도로 섬도곤에게 마천강기의 기운을 실어주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늙은이들 따위 별것 아니라는 여유와 같아서 지켜보던 일호살과 이호살의 눈매가 꿈틀하고 움직였다.
“교주는 진정 우리를 무시하시는 게요!”
섬도곤의 대결을 지켜보던 일호살의 고함이 버럭 질렀고,
쉐에엑! 쉐엑! 쉐에엑!
고함이 신호인 양, 일호살을 시작으로 모두 다섯 개의 검이 정동추를 향해 달려들었다.
몸을 반쯤 비튼 정동추는 왼팔을 커다랗게 휘저으며 대번에 세 개의 검을 감았다.
카가가각!
거북한 소리와 함께 앗, 하는 순간이었다.
쉐에에엑!
정동추의 등을 사호살의 검이 매섭게 파고들었다.
’걸렸다!‘
정동추를 상대한 것치고는 너무 쉬웠다.
그러나 칠호살의 일곱 명은 자신들의 무공에 자부심이 있었고, 교주가 방심하다 당한 것으로 오인했다.
그 정도로 정동추의 등을 파고드는 사호살의 검은 빛살 같아서 도저히 빠져나갈 틈이 없어 보였다.
정동추의 피를 보리라 기대한 일호살이 이를 악무는 순간이었다.
정동추의 모습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느닷없이 오호살의 앞에서 피어났다.
쉬이익!
게다가 정동추는 놀란 오호살의 정수리를 찍어 누르는 것처럼 오른손을 내리치고 있었다.
쉐에엑! 쉐엑!
일호살과 이호살은 아예 오호살까지 한 번에 꿸 것처럼 정동추의 등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그야말로 눈도 깜빡이지 못할 정도로 빠른 순간이었다.
정동추의 눈이 번득하는 것을 본 일호살과 이호살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뭔가 잘못됐다!‘
그들의 생각을 증명하듯 오호살을 버린 정동추는 두 사람의 검을 크게 휘감아서 왼편으로 뿌리쳤다. 그의 오른손이 번쩍하는 순간이었다.
카각!
일호살과 이호살이 급하게 몸을 뒤틀며 정동추의 손을 피해 머리를 빼냈을 때였다.
그 짧은 틈을 정동추는 놓치지 않았다.
번쩍 올라간 그의 오른손이 노린 것은 뜻밖에도 사호살의 정수리였다.
“피해!”
일호살의 고함은 늦었다.
무엇보다 이호살과 함께 몸을 빼내느라 도움을 줄 수 없었고, 이럴 때 검을 내줘야 할 오호살이 직전의 공격에 놀라 달려들지 못한 탓이었다.
퍼어억!
정동추의 오른손이 사호살의 머리를 위에서부터 찍어 내리면서 듣기 거북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놓아라!”
쉐에엑! 쉐엑!
일호살과 이호살이 급하게 달려들었으나 정동추는 그들의 검을 향해 사호살을 옮겨놓았다.
다급하게 검을 회수한 일호살과 이호살을 바라보는 정동추의 손에 잡힌 사호살은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콰드득!
그리고 정동추가 오른손을 움켜쥐는 순간, 사호살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부서지고 말았다.
쉬이이익!
틈은 없었다.
죽은 사호살의 몸뚱이를 던지는 것과 동시에 정동추는 다시 멍해 있던 오호살에게 팔을 뻗었다.
퍼럭!
오호살이 황급히 몸을 틀었으나 정동추가 조금 더 빨랐다.
“크흑!”
정수리를 찍힌 오호살의 비명이 터질 때였다.
“끄악! 끄아아악!”
정동추의 뒤편에서 육호살의 처절한 비명이 얼어붙은 산에 커다랗게 울렸다.
섬도곤이 육호살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머리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끄아아-!”
비명이 끝날 때였다.
콰드득!
정동추의 손에 잡힌 오호살의 머리통이 먼저 부서졌고, 이어 육호살의 머리통을 떼어낸 섬도곤이 앞으로 툭 던졌다.
삽시간에 셋이 죽었는데 둘은 정동추에게 머리가 부서졌고, 한 명은 섬도곤에게 목이 뽑혔다.
그 외에도 칠호살은 늑대에 물린 것처럼 목덜미 살점이 한 움큼 뜯겨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대신 섬도곤 역시 어깨와 등, 왼편 팔뚝에 검에 베인 상처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
정동추는 오만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멍청한 것들. 검을 쥐여 주고 이리저리 가르친다고 해서 다음 날 고수가 된다더냐. 은천문의 검법도 그렇지만, 마천강기 또한 최소 삼 년을 수련해야 기본을 익힌다.”
비릿한 웃음을 담은 정동추가 일호살에게 눈매를 번득였다.
“이런 내가 왜 강호일통을 막아섰는지 알기나 하고 피를 운운했더냐?”
“교주는 집안에서만 소리치는 종이호랑이요!”
악에 받친 일호살의 항변이었다.
“편안하게 호사를 누리며 밥만 처먹는 늙은것들이 강호일통을 운운해? 네놈들이 뒷짐을 지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서 실제로 피를 흘려야 하는 어린것들이 본교의 미래라는 것을 알고도 그런단 말이냐!”
“본교는 힘을 숭상하오! 또한, 강호가 본교를 마교로 비하하는 것을 더는 참아서도 안 되오!”
“개만도 못한 것들.”
일호살의 이어진 항변을 정동추는 거친 한 마디로 뚝 잘랐다.
“거대한 적을 앞두었는데도 주인을 무는 개가 감히 본교의 앞날을 걱정한다고 외치느냐?”
“그래서 교주는 본교를 노리겠다고 공공연히 떠드는 자에게 삼보를 넘기려 하셨소!”
일호살은 끝끝내 지지 않았다.
어쩌면 뜨끔할 그의 고함이었다.
그런데도 정동추는 비릿한 미소를 얼굴에 담았다.
“주인을 무는 개가 할 소리는 아니다. 본교가 그리 걱정되었다면 미련한 놈 꼬드겨서 마천강기를 얻을 것이 아니라 늙은것들이 지닌 무공을 후배들에게 물려줬어야지.”
픽 웃은 정동추가 삼호살을 노려볼 때였다.
쉐에에엑! 쉐엑!
더는 안 되겠다 싶은지 일호살과 이호살, 삼호살의 셋이 동시에 정동추에게 달려들었다.
“너희는 나를 도와 섬도곤을 척결해라!”
칠호살은 고함을 질러 흑룡대를 불렀고, 함께 섬도곤을 노렸다.
카앙! 카아앙! 카앙!
교주의 무서움을 아는 세 사람은 함부로 접근하지 않은 채 그가 기운을 내서 섬도곤을 돕지 못하게 막았다.
다분히 섬도곤을 먼저 쓰러트리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행신위의 다섯 가지 기운을 뿜어내는 섬도곤 또한 만만치 않아서 칠호살은 완벽한 기회를 잡지 못했고, 흑룡대 대원들만 하나둘 머리나 가슴이 터지며 죽어 나갔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호살의 의도한 것과는 달리 승세는 점점 정동추와 섬도곤에게 기울었다.
셋은 정동추의 손에서 벗어나느라 급급했고, 섬도곤은 이미 스물에 가까운 흑룡대 대원들을 쓰러트려서 이대로 조금만 시간이 더 흐른다면 칠호살마저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퍼벅! 퍽!
섬도곤이 다시 두 명의 흑룡대 대원의 머리를 터트린 직후였다.
매서운 경공과 함께 꽤 많은 숫자가 근처에 내려섰다.
쉐에에엑!
일호살이 길게 허공을 가르며 물러서면서 싸움이 멈췄다.
“교주를 뵙습니다.”
손만 잡은 채 입으로 인사하는 이는 다름 아닌 정동추의 아들 정상교였다.
아들이라 그런지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눈매에는 매서움이 부족했고, 눈빛에는 교활함이 흘렀으며, 입술이 얇아 심지가 가는 것이 정상교의 인상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정동추는 정상교와 뒤에 선 70명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마교의 숨겨 놓은 전력이자, 힘의 절반이라 평가받는 수라항천대 70명을 확인한 정동추의 눈매가 더할 수 없이 독하고 잔인하게 빛났다.
바깥은 검고 안쪽은 피처럼 붉은 장포를 두른 일곱 명이 수라항천대의 칠대주들이었다.
그들이 각각 아홉 명의 대원들을 이끄는데 대주들 면면이 장로급의 무공을 갖춘 터라 절체절명의 순간에 마교를 지킬 가장 위력적인 무력이요, 그만큼 외부 노출을 극도로 조심하며 아끼던 조직이었다.
그토록 아끼던 마교 최후의 보루가 교주인 정동추를 제거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저놈들이 무너지면 본교의 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후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단 말이냐?”
“그리 본교가 걱정되신다면 이 자리에서 자결하시는 것으로 물러나십시오.”
정동추는 기가 막힌 심정을 헛웃음으로 토해냈다.
“내가 자결하면 저 늙은것들이 계속 너를 떠받들 것 같으냐?”
“저는 교주가 되는 즉시 삼보를 찾아 본교의 힘을 지금보다 월등히 높게 올릴 것입니다.”
“하하하하!”
통쾌하게 터트린 정동추의 웃음에 정상교가 인상을 찌푸렸다.
“멍청한 놈! 네놈이 삼보를 얻을 때까지 늙은것들이 잘도 기다리겠다. 네 뒤에 서 있는 일곱 명의 대주도 마찬가지고!”
“본교를 치겠다고 공공연하게 떠든 자에게 삼보를 주는 것보다 백 번 나은 일입니다!”
발악처럼 외친 정상교를 정동추는 차갑게 노려보았다.
“본교와 진무린은 공동의 적을 앞에 두었다. 그런 정황 따위 알지도 못하는 놈이 몇 마디 말에 얄팍하게 귀가 흔들려 아비의 뒤를 노리다니.”
“그리 걱정되면 교주를 내놓으라고! 뭐가 두려워서 적에게 달려가 매달렸냐고!”
“참으로 애석하다! 떠먹여 주는 삼보조차 거절하는 용을 보고 왔더니 내 자식은 개만도 못한 것들과 어울려 다 만들어진 자리를 발로 걷어차는구나.”
정동추의 장탄식이 터진 직후였다.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투로 정상교가 좌우를 둘러보았다.
“뭣들 하시오! 지금이 본교를 바로 세울 절호의 기회요!”
그가 고함을 지르기 무섭게 수라항천대 70명이 물줄기처럼 양쪽으로 달려 나가 정동추와 섬도곤을 둘러쌌다.
싸움에 있어서 섬도곤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는 정동추에게서 서너 걸음 떨어진 자리로 움직여 등을 마주 댄 자세로 수라항천대에 대응했다.
“본교 힘의 절반은 내가 지닌 마천강기이고, 나머지 절반은 수라항천대다. 오늘 본교는 힘을 잃을 것이고, 향후 이십 년 이상 강호에서 이름을 내걸지 못할 것이다.”
주변을 둘러본 정동추가 나직하게 뱉은 말에 일호살이 발끈했다.
“그렇다면 우리 원로들이 지닌 무공은 무엇이란 말이오?”
“너희는 개라니까. 집을 지키는 개를 전력에 넣은 멍청한 수장도 있다더냐?”
일호살의 반박을 정동추가 단숨에 짓밟았다.
깊은 숨을 내쉰 정동추는 고개를 돌려 뒤를 지키는 섬도곤을 돌아보았다.
“오늘 내가 살아남든, 쓰러지든, 멍청한 아들놈도 며칠 못 가 죽을 테니 너는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라.”
“저 늙은것들의 머리통을 모두 부술 수만 있다면 기쁘게 목을 내놓겠습니다.”
최후의 일전을 앞두고 예상 밖의 듬직한 대꾸가 나온 터라 정동추가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평소 같으면 농담 한마디쯤 건넬 상황이었다.
그러나 음습한 마기가 자욱하게 깔려 정동추와 섬도곤을 휘감는 바람에 대화는 거기에서 끝났다.
진이 펼쳐지면 대주들의 능력이 아홉 배로 늘어난다는 수라항천진이었다.
무서운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기운을 주고받는 덕분에 대원들 역시 장로급 이상의 무위를 발휘하는 탓에 정동추라 하더라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살아남은 일호살, 이호살, 삼호살, 칠호살이 진법의 안쪽으로 날아들었다.
이들 역시 진을 이용해 힘을 주고받을 테니 아무리 계산해도 정동추와 섬도곤이 이 자리에서 살아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오냐!”
휘아아아아-.
각오를 다진 정동추가 마천강기를 극성까지 끌어올리자 그의 장포 소매가 터질 것처럼 부풀었고, 어깨 아래에 있던 머리칼이 귀 위로 솟아올랐다.
놀라운 것은 그의 눈빛이었다.
핏줄이 터진 것처럼 삽시간에 눈이 붉어진 정동추의 모습은 흡사 아수라의 현신이요, 마신의 강림과도 같았다.
후아아아아-.
등을 지키는 섬도곤 역시 오행신위의 다섯 기운을 독하게 끌어올렸다.
그의 주변에서 회오리바람이 솟구쳐 수라항천대진의 기운을 흩어놓았는데 위력 면에서 정동추에 비하기에는 아무래도 손색이 있었다.
“오행신위의 다섯 기운을 빼돌렸다니 과연 교주의 빼돌리는 솜씨가 남다르시오.”
“그 입을 찢어주마!”
이죽거리는 일호살을 향해 정동추가 달려들었다.
쉐에에엑! 콰응!
수라항천진의 기운을 받은 일호살의 검은 대단했다.
마천강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린 정동추의 권을 받아낸 것은 물론이고, 충격마저 가볍게 털어냈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쉐에엑! 쉐엑! 쉐에엑!
대주 셋이 허리와 허벅지, 등을 노리고 검을 찌르니 정동추는 그 셋을 막느라 일호살에게 더는 달려들지 못했다.
그뿐이랴.
쉐에에엑! 쉐에엑!
검을 막아내는 정동추의 등을 노리고 이호살과 삼호살이 연달아 검을 넣었다.
부딪치면 손해 보는 것은 정동추였다.
공력이 비슷해서 얻는 것이 없고, 아차 하는 순간에 뒤를 노리는 검에 당하기 십상이었다.
처음으로 정동추가 검을 피해 상체를 젖혔고, 그 탄력을 이용해 대주 한 명의 목을 노렸다.
“어딜!”
쉐에에엑! 쉐엑! 쉐에에엑!
그러나 일호살과 이호살, 삼호살이 팔을 노리고 검을 휘두르는 바람에 정동추는 손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쉐에엑! 쉐엑!
뒤편을 지키는 섬도곤은 벌써 처참한 수준이었다.
그는 이미 얻었던 상처에 더해 여섯 곳이 더 갈라졌는데 그런 만큼 눈이 하얗게 뒤집혀서 아예 백안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가 쓰러지면 정동추의 뒤가 빈다.
“으아아-!”
섬도곤은 어깨가 갈라지는 커다란 상처에도 대뜸 손을 뻗어 대원 한 명의 목을 노렸다.
쉐엑! 쉐에엑!
하마터면 팔이 잘릴 뻔했으나 섬도곤은 끝내 엄지와 중지를 대원의 눈에 쑤셔 넣었다.
정오를 향해 가는 햇살이 무심하게 비추는 아래에서, 바닥에 떨어진 피는 붉은색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얼어붙었다.
검은 허공을 갈라 정동추와 섬도곤의 목을 노렸고, 백 명에 가까운 숫자를 상대하는 두 사람은 바삐 움직이며 팔을 거칠게 휘둘렀다.
겨울날의 정오쯤이었다.
오가는 이가 없는 황량한 장소에서 벌어진 혈전은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멀찍이 떨어진 산의 중턱에서 진무린은 검을 어깨에 걸친 자세로 앉아 정동추와 섬도곤의 사투를 지켜보았다.
“마교의 골육상잔에 끼어들지 말라 하셨지?”
몸을 급하게 돌린 정동추가 대원 한 명의 가슴을 때린 뒤에 훌쩍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무모하리만치 위험한 행동이었다.
진무린이 바라보는 앞에서 가슴을 크게 베여 휘청이는 섬도곤의 뒤로 정동추가 내려섰다.
정동추가?
그는 실제로 섬도곤을 위해 몸을 날려 달려드는 검 세 개를 단숨에 때려냈다.
그 바람에 등을 베이긴 했으나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다.
섬도곤의 어깨를 잡아챈 정동추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일호살의 검을 때려낼 때였다.
섬도곤을 향해 다시 검 세 개가 달려들었다.
다분히 정동추의 빈틈을 만들기 위한 수였다. 막으면 정동추는 등을 또 내줘야 하고, 막지 않으면 섬도곤이 죽는다.
정동추는 재차 섬도곤의 앞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진무린의 짐작대로 등에 일호살의 검을 맞았다.
이번에는 충격이 컸던 모양인지 그의 상체가 휘청했다.
왜 그랬을까.
이쪽이 보이지도 않을 텐데.
“형니-임!”
섬도곤이 커다랗게 외친 고함이 멀찍이 떨어진 진무린에게도 또렷하게 들렸다.
“형니-임!”
진무린이 들어주었으면 싶었을까.
한 번 더 고함을 지른 섬도곤이 어깨에 검을 맞고 비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