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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검제 88화

무료소설 은천검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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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은천검제 88화

은천검제

제88화

 

쉑! 퍼억! 쉐에엑! 퍼억!

확실히 제자들이 나서면서 진무린은 하후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기운을 풀어낸 진무린은 하후도와 구양강의 움직임, 그리고 양쪽 계곡에 몸을 숨긴 풍령관 수하들을 살폈다.

언제냐? 

언제 달려들 거냐?

무엇보다 하후도가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었다.

당장 진무린이 하후도를 노리고 달려갔다가 그를 놓친다면 비극을 자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후도를 확실히 상대할 기회를 노린다.

마음을 굳힌 진무린은 사제들의 앞에 서서 검을 휘둘렀다.

쉑! 쉐엑!

운진이 놓친 독사와 매가 날아들 때마다 임운령과 함께 검을 움직여 그 숫자를 절반으로 줄였다.

은천문의 제자들 또한 실력이 허술하지 않아서 달려드는 독사와 매를 상대로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부적은 그야말로 끝없이 날아들었다.

언제까지 부적을 상대해야 할까?

무엇보다 부적을 날리며 술법을 감당하는 운진이 언제까지 견딜지 몰라 그 점이 가장 염려되었다.

“크흑!”

운진이 비명이 또 터져 나왔다.

진무린이 하후도를 노리며 달려갈 생각으로 위를 살필 때였다.

쉐엑! 퍼어억!

임운령의 검에 머리를 잘린 매가 부적으로 떨어지며 더는 공격이 없었다.

“혈라수라진은 하늘을 뒤덮어야 완벽한데 노도가 그를 막았으니 부적이 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오! 필시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대비하시오!”

운진이 급한 음성으로 경고한 직후였다.

쑤우욱.

시커먼 하늘에서 거대한 무랍의 머리가 튀어나와서는 일행을 내려다보았다.

“모산에 작은 재주가 숨었다더니 나쁘지 않구나! 그러나 너의 능력은 여기까지다!”

그의 음성이 운진에게는 술법의 공격으로 다가서는 모양이었다. 

“크흑!”

운진이 가슴을 움켜쥐며 피를 머금었다.

“어떠냐? 본승의 위력이!”

운진은 핏물이 밴 이를 악물었다.

“모산을 가벼이 여기지 마라!”

그는 외마디 질책과 함께 소매에서 부적을 잡아 위로 뿌렸다.

화르륵!

불덩이로 변한 부적은 곧장 솟구쳤고, 무랍의 미간에 정확하게 꽂혔다.

“끄아-!”

머리를 내민 무랍의 비명이 귀를 찢어놓을 듯 울려 나왔고,

“이런 술법이 실존하다니!”

뒤따르는 것처럼 임운령의 탄식이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무랍의 머리는 진무린이 보기에도 참으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네 이노-옴!”

끄르르르릉!

천둥이 치는 듯한 거친 울림이었다.

운진이 재차 이를 악물었는데 제자 한 명이 그의 상체를 붙들어주었다.

“네놈들을 모조리 도륙해주마!”

이를 부드득 갈아댄 무랍의 머리가 어둠으로 사라졌다.

뭐냐? 

주변을 살핀 진무린은 빠르게 입을 열었다.

“마기입니다, 문주! 사제들은 경계를 잃지 마라.”

시커먼 하늘이 뒤덮은 아래에서 진무린은 임운령과 운진, 사제들을 향해 경고했다.

그 직후에 안개를 뚫고 달려오는 것처럼 흑색 두건과 무복 차림의 풍령관 수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무린은 이를 깨물며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렸다.

청강을 살해했다는 흉수와 같은 복색이었고, 상등에서 잡은 풍령관 수하와 같은 모습이었다.

심지어 왼편에서 나타난 적들은 마기마저 풀풀 풍기고 있어서 더는 의심의 여지조차 없었다. 

“진 대협. 술법이 아직 풀리지 않았소. 울음이 들리면 다시 독사와 매가 날아들 것이오.”

“지금 다가오는 자들은 술법에 다치지 않습니까?”

“저들은 방어부를 소지했을 테니 독사와 매는 우리만 노릴 것이외다.”

사제에게 의지한 운진은 입가에 피가 흥건해서 더 무리하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문주께서 지켜준 덕분에 무탈했습니다. 남은 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잠시 도력을 회복하십시오.”

“아니오. 진 대협.”

운진은 억지로 몸을 세웠다.

좌우로 다가온 족히 이백은 됨직한 흉수들은 독사와 매가 날아들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진무린은 묵룡심법의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린 뒤에 상단전을 통해 뿜어냈다.

임운령이 놀라 돌아볼 정도로 진한 묵빛 기운이 진무린의 몸에서 피어나더니 주변에 깔린 안개들을 밀어냈다.

상단전을 이용한 덕분일까.

진무린은 힘겨워하던 운진이 조금이나마 기력을 회복하는 것도 알았다.

“은천문이 유명하다더니 고작 이 정도였더냐! 그런 실력으로 청강을 죽인 원수를 갚는답시고 떠들었단 말이냐!”

어둠에 휩싸인 풍령관의 본채에서 구양강의 야비한 음성이 달려들었다.

“우우우-.”

울음도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시작이다!

진무린 일행이 적을 맞을 각오를 세울 때였다.

퍼뜩 진무린이 시선을 돌렸고,

“누가 감히 사부님을 함부로 입에 담느냐!”

우르르릉!

곧바로 산이 울리며 메아리가 연달아 이어질 정도로 커다란 꾸중이 있었다.

‘은혼 장문인?’

진무린이 안개 너머의 한 곳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사부님을 욕보인 술사가 여기 있다! 아미의 제자들은 악적을 맞아 살계를 열어라!”

악에 받친 현절의 고함이 연달아 들렸다.

“하앗!”

카앙! 캉! 카아아앙!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고함과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진 대협?”

“화산과 아미가 온 모양입니다.”

아직 어둠과 안개에 휩싸인 상황이었다.

“저들을 도륙해라!”

구양강의 외침이 들리며 풍령관의 수하들 일부가 방향을 틀어 달렸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미의 제자들이 혈승을 상대로 뛰어든 덕분에 당장 부적이 더 날아들지 않았고, 그쪽으로 달려간 풍령관의 수하들을 화산이 막아섰다.

혈승만 바깥에서 상대해 준다면 풍령관의 수하가 두려울 일은 없었다.

“사제들은 진을 유지하여 운진 문주를 지켜라!”

진무린의 지시에 사제들이 분주히 움직인 다음이었다.

복면한 풍령관의 수하들이 달려들었다.

쉐엑! 캉! 쉑! 쉐에엑!

사제들이 원을 그린 채 운진을 지켰고, 진무린과 임운령은 가장 앞에 서서 적들을 맞았다.

쉐엑! 카앙!

은천문의 제자들은 술법을 상대할 때와 달리 검과 도가 부딪칠 때마다 인상을 찌푸렸다.

적들이 폭렬공을 사용한 탓이었다.

아미 덕분에 더는 독사와 살인매가 날아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걸릴 것이 무엇이 있겠나.

진무린은 마음 놓고 검을 휘둘렀다.

뿜어지는 묵빛 기운도 그렇거니와 은천검법과 묵룡검법의 날카로움은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지경이어서 이때 진무린을 막을 자는 없었다.

쉐에엑!

묵빛 기운이 펼쳐진 공간에서 진무린의 검을 피하는 적은 없었으니 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적의 목이 길게 갈라졌다.

시간을 끌면 화산과 아미의 희생이 크게 나올 상황이었다.

진무린은 더욱 매정하게 검을 휘둘렀고, 그럴 때마다 목을 움켜쥐며 널브러지는 흉수들의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어둠의 바깥에서도 무기들이 부딪치는 소리와 고함, 비명이 요란했고, 어둠의 안쪽에 갇힌 일행도 처절한 사투를 이었다.

“진 대협! 술법이 걷히오!”

그리고 피가 튀는 와중에 운진이 외친 말이 들렸다.

그의 말이 있고 나서였다.

하늘을 가렸던 검은 구름이 풀어지며 사위가 천천히 밝아졌다.

어둠이 두려웠다면, 빛은 잔인했다.

진무린 일행의 주변에 죽어 넘어간 자가 백에 달하여 아직 몸을 꿈틀거리는 몸뚱이 아래 땅은 그들이 쏟아낸 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이 기회를 어찌 놓칠까.

진무린은 있는 공력을 쏟아내어 단숨에 본채 위로 몸을 날렸다.

하후도는 과연 대단했다.

진무린의 모습이 삽시간에 떠올랐는데 바로 그 순간에 그 역시 본채에서 몸을 날려 팔관교에서 길을 막았다.

“아예 숨통을 끊어주마!”

하후도는 작정한 것처럼 판관필을 휘둘렀다.

쇠로 된 원통 두 개에 끝을 붓처럼 뭉툭하게 뽑은 것이 판관필이다.

주로 점혈에 사용하는 판관필이건만, 하후도는 끝을 창날처럼 날카롭게 세워 놓아 상대하기가 극히 어려웠다.

쉭! 쉑쉑!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다리 위에서 진무린은 자유자재로 검을 내었고, 하후도 또한 여유 있는 움직임으로 판관필을 휘둘렀다.

“너희는 내가 상대해 주마!”

“관주야 이 몸이 감당할 수준이다!”

훌쩍 몸을 날린 구양강을 임운령이 막아서며, 풍령관 곳곳에서 검과 도가 난무했고, 비명과 피가 사방에서 튀었다.

팔관교에서 마주한 진무린과 하후도는 모두 놀란 심정을 누르며 검과 판관필을 내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하후도가 휘두르는 판관필의 움직임이 어젯밤 보았던 은천수호검과 비슷하다니!

“네놈이 어떻게!”

진무린의 검이 판관필을 상대로 밀리지 않을뿐더러 틈틈이 빈 곳을 파고들자 하후도 역시 꽤 놀란 얼굴이었다.

“이익!”

그는 또한 독특한 내공을 판관필에 담았는데 이 또한 진무린은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상단전이었구나!’

그는 몸에서 나오는 기운의 일부를 마치 도력처럼 상단전을 통해 뿜어냈는데 이전의 진무린이라면 반드시 당했을 정도로 은밀하고, 치명적이었다.

넉넉하게 이기리라 짐작했던 기대가 깨진 탓일까.

“이럴 수는 없다!”

하후도가 거칠게 몰아붙였는데 진무린은 비록 곤경에 빠졌더라도 매번 큰 손해 없이 빠져나왔다.

보인다. 은천수호검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겠다. 적을 마주할 때 상단전의 기운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도.

목숨을 건 대결인데 진무린은 마치 버거운 가르침을 받는 심정이었으니 하후도가 알았다면 피를 토할 상황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이냐!”

쉐에엑! 쉑쉑!

지금은 파고드는 진무린을 상대로 하후도도 어쩔 수 없이 몸을 빼내야 할 정도로 검의 궤적은 묘했고, 운용은 더할 수 없이 능숙해졌다.

“네놈을 살려두면 천추의 한이 될 일이다!”

하후도가 이를 악물며 달려들었는데 진무린의 장포의 소매와 가슴을 잘랐을 뿐, 더 큰 승기를 얻지는 못했다.

구양강은 커다란 도를 휘둘러 임운령을 상대했다.

그는 광가신의도법을 펼쳤는데 그 날카로움과 강맹함을 발휘하고도 임운령에게서 쉽게 득을 얻지는 못했다.

카앙! 캉! 휘리릭!

무랍은 금빛 승복을 휘날리며 세 개의 은륜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는 술법에 비해 무공이 약한 편이었고, 아미의 현절과 제자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드는 바람에 이미 상체의 서너 곳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이때 운진은 혈승을 상대하는 아미의 제자들을 위해 연신 부적을 날려주었다. 

그 덕분에 아미의 제자들은 술법을 이용해 저항하는 혈승의 머리를 강한 주먹으로 연신 터트렸는데 잠시라도 틈이 나면 감사의 뜻을 표할 정도로 운진에게 고마움과 존경심을 내비쳤다.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은 화산이었다.

폭렬공을 상대한 경험이 없어 대결 도중에 느닷없이 잠력을 폭발시키는 적을 맞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쉐엑! 쉐에에엑!

제자들이 어려울 때마다 은혼은 시리도록 눈부신 매화를 피워내 도왔다. 그가 없었다면 희생이 제법 컸을 정도로 화산은 어려운 싸움을 버텨냈다.

이백 명에 달하는 적이 달려 나왔고, 그중 백을 진무린이 쓰러트렸으나 화산과 은천문의 제자들이 상대해야 할 적이 아직 백이나 고스란히 남았다.

진무린은 하후도와 팔관교에서 위태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임운령은 구양강을 맞았으며, 아미는 무랍과 혈승에게 달려드는 참이었다.

화산과 은천문의 제자들이 각각 원을 그린 채 남은 백을 상대하는 싸움이라 길게 끌면 위태로운 것은 당연히 진무린 일행이었다.

“우아아악!”

쉐엑! 쉑! 쉐에엑!

구양강은 폭렬공이 아니라 진실로 잠력대법을 익혔는데 그 운용이 수하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때론 강하게, 때론 빠르게 도를 휘둘러 임운령을 몰아붙였다.

쉐에엑!

잠력대법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해서 눈에 익어 짐작하는 것보다 서너 배 빠르게 임운령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쉐에엑! 카각! 카각!

그러나 은천문의 문주 임운령은 묵룡검법을 발휘하여 도를 감아채니, 이때는 구양강도 섣불리 도를 내지 못하고 몸을 빼곤 하였다.

안타까운 것은 은혼이었다.

연신 달려드는 적의 폭렬공을 상대하며 틈틈이 제자들의 위기를 막아주는 터라 그는 결국 입가에 피를 머금었다.

“사부님을 해한 너희에게 무너질 것 같으냐!”

그런 상태에서도 그는 내부가 진탕되는 고통을 낭랑한 외침으로 버티면서, 매화를 그려내 화산의 검이 왜 무서운지를 증명했다.

검이 지나는 자리마다 피가 뿜어지고, 바닥은 이미 질척일 정도로 젖었다.

죽어 넘어진 자가 이미 백오십에 가까워 눈뜨고 보기 어려운 처참한 광경이 펼쳐진 가운데 혈투가 계속 이어졌다.

그나마 진무린 일행이 승기를 잡을 때쯤이었다.

뿌우우우우.

뿔피리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나왔다.

“나와라! 나와서 이들을 모조리 도륙해라!”

그 직후에 구양강의 커다란 외침도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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