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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222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7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222화

 

222화

 

 

 

 

 

 

* * *

 

 

 

탕!

 

손에 들린 술잔이 탁자에 깊숙이 박혔다.

 

“놈들이 떠난다고?”

 

공야황이 술잔을 탁자에 박은 채 나직이 으르렁거린다.

 

순우연은 그런 공야황의 분노를 못 본 척 담담히 대답했다.

 

“그런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좌소천과 천외천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옳았다. 그런데 그냥 돌아간다는 소문이 돈다.

 

순우연조차 그 소문을 의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이제 개인이 아니라 제천신궁의 궁주다. 수많은 사람을 다스리는 사람이 섬서까지 와서 팔 개월을 지낸 것만으로도 이미 정상적인 상황이라 할 수 없었다.

 

내부에 무슨 일이 벌어져서, 어렵게 차지한 제천신궁을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봐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첩보대로, 자신들이 후퇴한 그날 무림맹과 다툰 것 때문에 그들과도 적이 될까 봐 돌아간다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돌아갈 이유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었다.

 

“좌소천이 정말 무림맹과 결별할 거라고 보는가?”

 

“이미 예견했던 일입니다. 무림맹은 자신들만이 정의라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반면에 제천신궁은 말이 패도지 마도에 가깝고, 전마성은 마도의 중심적인 문파입니다. 필요에 의해 뭉쳤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을 안고 지낸 사이였지요.”

 

“그것이 이제야 터졌다?”

 

“두 번의 승리로 기고만장한 무림맹입니다. 아마 이제는 자신들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을 것입니다.

 

설명을 듣는 공야황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더 자세히 알아봐. 정말로 떠나는지, 언제 떠나는지,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 뭐든 전부 다.”

 

“예, 해주.”

 

당한 것이라고 해봐야 두어 번에 불과하다. 그런데 항상 당한 것만 같다. 

 

강호에 떠도는 소문도 절대공자가 천혈마신을 항상 이겼다는 식이다.

 

공야황은 그러한 소문에 더 화가 났다.

 

좌소천의 이름만 들어도 분노부터 끓어올랐다.

 

“흥! 목 안의 가시 같은 놈들이다. 떠나는 것만으로는 안심할 수가 없어. 놈을 제거하지 못하면 천하를 얻어도 얻은 것이 아니야.”

 

그 생각만큼은 순우연도 마찬가지였다.

 

공야황이 아니면 적수가 없다고 생각한 그에게 좌소천의 기세는 충격이었다. 

 

그날 이후 꿈속에서도 나타나고 눈만 감으면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그는 좌소천이 살아 있는 한 죽을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순우연이 넌지시 물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떻게 하긴. 목 안에 가시가 박혔으면 빼내야지.”

 

공야황은 이를 갈며 말하고 순우연을 직시했다.

 

“저번처럼 작은 실수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야.”

 

탁자 아래로 내려진 순우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흥! 그게 다 내 잘못이란 말이지?’

 

지난 십여 일. 공야황은 자신이 먼저 도주해서 좌소천을 잡지 못했다며 들들 볶았다.

 

하지만 그 일은 자신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경공에 뛰어난 자를 미리 보내서 조금만 일찍 알려주었다면 더 버텼을 것이다. 그런데 공야황은 그리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그도 모르지 않았다.

 

‘우리가 제천신궁 놈들과 동귀어진하기를 바랐겠지.’

 

그러나 순우연은 자신의 내심을 철저히 숨기고 고개를 숙였다.

 

“철저히 계획을 짜보겠습니다, 해주.”

 

그때 공야황이 이마를 찌푸리더니 갑자기 물었다.

 

“신녀도 그와 함께 간다고 하던가?”

 

순우연의 입술이 보일 듯 말듯 비틀렸다.

 

“그런 것 같습니다.”

 

“흠, 그래? 잘됐군. 전리품으로 아주 괜찮은 계집을 얻을 수 있겠어.”

 

순우연의 가슴속에 맺힌 조소가 짙어졌다.

 

‘그까짓 계집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다니. 공야황, 너도 별수 없구나.’

 

 

 

 

 

4

 

 

 

 

 

영풍산장의 격전이 벌어진 지 보름.

 

중상을 입은 사람을 제외한 부상자들 대부분이 어느 정도 몸을 회복했다.

 

사도철군도 정상의 몸을 되찾았고, 소영령의 몸도 완전해졌다.

 

상처가 심했던 능야산과 이자광과 사인학도 완전치는 않지만 그럭저럭 몸을 일으킬 정도는 되었다.

 

동천옹과 무영자는 이미 사흘이 지나기도 전에 완쾌되어서, 돌아다니며 호법들을 닦달하는 걸로 죽괴의 죽음을 잊으려 했다.

 

“그렇게 죽어라 가르쳤는데도 그놈들 하나 못 이겨?”

 

“멍청한 놈들! 언제까지 이 늙은이들이 죽어라 뛰어다녀야겠냐?”

 

사실 칠 개월 전의 그들을 생각하면, 가히 ‘사별삼일(士別三日)이면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강해졌다. 

 

이대로 일이 년만 지나면 초절정의 경지에 오를지도 몰랐다.

 

그래도 동천옹과 무영자는 불만이 많았다. 호법이라는 놈들이 빨리 강해져야 자신들이 편해질 것 아닌가 말이다!

 

그렇게 이틀이 더 지났을 때, 강호에 퍼진 소문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좌소천의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섬서의 안녕과 협의를 지키고자 오백의 목숨을 바쳤다! 한데 무림맹은 우리의 숭고한 뜻을 알아주기는커녕 우리를 섬서 땅이나 욕심내는 사람들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슨 협력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할 만큼 했다! 이제 섬서는 무림맹과 섬서의 강호인들에게 맡길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가자!”

 

 

 

좌소천은 철수 명령을 내리고 순우무종을 만났다.

 

그는 완전히 뼈만 남아 있었다.

 

“마지막 기회야. 우리는 이곳을 떠난다. 그대를 살려놓고 갈 것인지, 죽이고 갈 것인지는 그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좌소천은 그 말만 하고 뒤돌아섰다.

 

순간 순우무궁의 초점없던 눈에 다급함이 떠올랐다. 

 

그는 좌소천이 문지방을 넘어서려 하자 입술을 깨물며 쇠를 긁는 목소리를 뱉어냈다.

 

“무엇을… 알고 싶은 것이오?”

 

그랬다. 혼이 빠진 것처럼 보였던 것도, 말을 못한다는 것도 다 거짓이었다. 

 

심지어 염불곡의 귀령조차도, 어릴 때부터 천해의 혹독한 수련을 받은 그의 정신을 흔들지 못했다.

 

그가 그 모든 고통을 참으며 견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입을 열지 않아야 살려둘 거라는 것. 그리고 살아 있어야 탈출할 수 있는 기회도 노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제는 기회를 노릴 시간조차 없었다.

 

‘대충 말해주고라도 일단 살아야 돼.’

 

그때 좌소천이 몸을 돌리고 차갑게 말했다.

 

“천외천가의 모든 것. 행여나 거짓을 말할 거면 아예 하지 말도록. 손자기에게 확인해 보면 아니까.”

 

순우무종은 이를 지그시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흥, 손자기의 이름으로는 나를 겁줄 수 없다, 이놈.’

 

하지만 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순순히 대답하기로 한 이상, 한 번 입이 열리기 시작한 이상, 그의 정신은 이제 이전처럼 염불곡의 귀령을 견뎌낼 수 없을 것이었다.

 

 

 

질문과 대답이 오간 지 이각.

 

좌소천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염 장로님, 들어오시죠.”

 

내심 안도하고 있던 순우무종은 염불곡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때늦은 뒤였다.

 

 

 

 

 

 

 

8장 건곤일척(乾坤一擲)

 

 

 

 

 

1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 텐데도, 무림맹은 입을 꾹 닫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사이 영풍산장은 정신없이 철수 준비를 서둘렀다.

 

팔 개월의 원정을 끝내고 돌아간다. 

 

그동안 오백의 동료를 잃었다. 개중에는 친구도 있었고, 사형제도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도 있었다.

 

슬프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죽음을 확인한 당시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복수를 다짐하고 다짐했다. 그리고 적의 심장을 향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도검을 꽂았다.

 

하지만 철수를 앞둔 지금 누구도 그 일로 원한에 사무쳐 울부짖지 않았다.

 

전쟁!

 

그렇다. 자신들은 전쟁을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뜻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절반의 성공을 거둔 채 돌아가려 한다.

 

원한도, 슬픔도, 이제 가슴에 묻어야 할 때였다.

 

 

 

철수 준비가 한창일 무렵. 붉은 장포를 입은 초로인이 영풍산장으로 좌소천을 찾아왔다.

 

적천마도신 모용빈, 바로 그였다.

 

“어인 일이십니까, 모용 선배?”

 

“고민을 많이 했소. 그리고 얼마 전에야 결정을 내렸소. 남은 인생을 제천신궁에 걸어보기로 말이오.”

 

 

 

 

 

2

 

 

 

 

 

섬서와 하남의 경계가 세밀하게 그려진 지도 위를 하나의 손가락이 훑어가고, 다섯 쌍의 눈이 손가락을 따라갔다.

 

“그들이 움직일 예상 경로는 여기와 여기, 그리고 이곳까지 세 곳입니다. 그중 가장 유력한 곳이 바로 여깁니다.”

 

지도 위를 오락가락하던 순우기정의 손가락이 죽 선을 하나 그었다.

 

“그쪽으로 갈 거라 생각하는 이유는?”

 

공야황의 질문에 순우기정이 곧바로 대답했다.

 

“무림맹과 사이가 벌어진 이상 서로 얽히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어차피 철수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최대한 빨리 가려 할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흠, 그곳에 공격하기 좋은 곳이 있는가?”

 

“다섯 곳 정도에 미리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중 두 곳이 괜찮아 보였습니다만, 놈들의 이동로를 생각하면 바로 이곳이 최적의 장소입니다.”

 

순우기정의 손가락이 둥글게 원을 그렸다. 그러고는 또 다른 종이를 꺼내서 그 위에 펼쳤다.

 

“보시다시피 여기와 여기, 양쪽만 막으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공격하는 사람은 편하고, 방어하는 쪽은 사람이 뭉쳐서 자유롭게 움직이기가 힘든 곳이지요.”

 

공야황의 눈이 붉게 변했다.

 

“놈들이 언제 움직일 것 같은가?”

 

“모레 아침에 출발할 거라는 정보입니다.”

 

“그럼 우리는 지금 가야겠군.”

 

“이미 준비는 마친 상태입니다. 명만 내리시면 즉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해주.”

 

공야황이 등을 펴고 희미한 살소를 지었다.

 

“좋아, 아주 좋아. 이번엔 확실하게 놈을 죽여 버리겠어! 출발시켜!”

 

 

 

 

 

3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쾌청한 하늘 아래, 일천의 무사가 영풍산장을 빠져나와 동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화산의 서쪽을 지키며 수문장처럼 방어해 줬는데도, 화산의 제자 누구도 그들이 떠나는 길에 나와서 손 한 번 흔들지 않았다.

 

“좌우간 정파라는 놈들의 더러운 심보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걸 이제 알았나? 나는 솔직히 왜 우리가 화산을 지켜주었는지 그것조차 의문이라고.”

 

“그거야 천외천가 놈들을 당장 칠 수 없었으니까 그랬지.”

 

“좌우간 우리가 지켜준 건 맞잖아. 그럼 하다못해 손이라도 흔들면서 고마웠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고, 놈들을 완전히 때려 부수지 못한 것이 조금 약 오르는군. 태백산까지 쓸어버렸어야 했는데 말이야.”

 

“차라리 잘됐지 뭐. 그동안 술도 양껏 못 마셨는데, 궁으로 돌아가면 술이나 실컷 마셔야겠어.”

 

무림맹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러한 불만의 목소리도 곧 돌아간다는 흥분에 파묻혀 버렸다.

 

 

 

삼백여 명씩 셋으로 나누어진 무사들은 동관(潼關)을 지나 고현(故縣)에 이르자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침에 길을 떠나 삼백여 리, 석양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시뻘겋게 타오르는 구름이 밀려든 것도 그즈음이었다.

 

“정지! 오늘은 이곳에서 노숙한다. 준비하도록!”

 

주양을 오십 리 남겨놓고 선두에 섰던 화정대와 목령대가 걸음을 멈추었다.

 

각조 열 명씩 나누어진 무사들은 각자 가져온 넓은 천을 엮어 나무에 걸치고 바닥을 다져 노숙 준비를 서둘렀다.

 

대충 천막이 완성되자 몇몇이 보따리를 뒤져 식사 준비를 했다.

 

그사이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군데군데서 화톳불이 피어올랐다.

 

 

 

좌소천도 소영령을 비롯해 호법들과 네 명의 장로와 함께 한쪽에서 화톳불을 피웠다.

 

불길이 어느 정도 오르자 봄밤의 차가운 기운이 수그러들었다.

 

“몸은 좀 어떻습니까?”

 

좌소천의 질문에 동천옹이 뺨을 쓰다듬었다.

 

“다른 곳이야 이제 괜찮네만, 이놈의 뺨에 난 상처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군.”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지 동천옹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걸 본 무영자가 참지 못하고 웃어댔다.

 

“크크크, 애늙은이 얼굴에 금 그어놓은 놈, 아마 곱게 죽지는 않았을 걸?”

 

“그래도 네놈의 검은고양이 같은 얼굴보다는 나으니까 조용해!”

 

빽, 소리를 지른 동천옹이 스윽 고개를 돌려 조용히 앉아 있는 모용빈을 바라보았다.

 

“자네가 칼 좀 쓴다는 모용 아무개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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