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2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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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211화
211화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 분노와 당혹감이 섞여 나온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눈빛.
“내가 살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가?”
“잠력을 모조리 끌어쓰고도 죽지 않았다니, 더구나 본좌의 혈천마공에 침습당했거늘.”
“물론 그대 덕분에 죽을 뻔했지. 하지만 하늘이 아직 나의 목숨을 원치 않는 것 같더군.”
공야황은 이가 갈렸다.
처음 만난 날도 그랬다. 좌소천은 끈질기게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고 천해를 탈출했다.
어디 그뿐인가?
천선곡에서 잡을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도 거머리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잠력마저 끌어내 마지막 공격마저 막아내고 태백산을 벗어났다.
게다가 운도 좋았다.
날도 새지 않았는데 첩첩산중에 들어와서 놈을 구하는 미친놈이 있을 줄이야.
그래서인지도 몰랐다. 공야황은 이를 가는 한편으로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전보다 더 강해 보이는 무위는 둘째 문제였다.
천운!
그것은 능력과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오직 하늘의 선택일 뿐.
그때 좌소천이 무진도를 사선으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
“결국은 칼이 모든 것을 결정할 터, 시작하지!”
후우웅!
좌소천의 전신에서 대기를 짓누르는 기운이 흘러나온다. 지금까지 누구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강력한 기운!
공야황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혈천마마공을 극성까지 끌어올렸다.
그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분노의 불길이 용암처럼 솟구쳤다.
‘괘씸한 놈! 네놈 따위가 감히 내 앞길을 막다니!’
죽여 버리겠다!
네놈을 단숨에 죽여 천하제일지존임을 명백히 하리라!
화아악!
공야황의 몸에서 인 혈광이 그의 몸을 뒤덮고 좌소천을 향해 밀려갔다.
순간 중단으로 올려진 좌소천의 무진도가 삼 장의 거리를 둔 채 허공을 종횡으로 갈랐다.
쩌적!
묵빛 도강이 혈광을 열십자로 찢어발기고 공야황을 향해 쇄도했다.
단순한 일도다. 그러나 단순하기에 더 강한 힘이 배어 있다.
공야황은 좌소천의 일도에 숨겨진 힘을 알고 흠칫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쾅!
벼락 치는 소리가 나며 공야황의 붉은 머리가 출렁였다.
“놈! 정말 전보다 더 강해졌구나!”
“그걸 이제야 알았나?”
좌소천이 일갈을 내지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순식간에 삼 장의 거리가 단축되며 시커먼 묵광이 하늘에서 곧장 떨어져 내렸다.
전처럼 무진칠도의 도식에 얽매이지 않은 일도는 하늘이라도 가를 듯했다.
하지만 상대는 공야황이다. 천하제일의 마인.
“어림없는 짓!”
그의 쫙 펴진 쌍장이 허공을 휘젓자, 허공을 두 쪽 내며 떨어지던 묵광이 심해에 빠진 듯 사라졌다.
그때 좌소천의 두 번째 공격이 이어졌다.
무진도의 도첨이 미미하게 떨리는가 싶은 순간, 수십 줄기의 금빛 묵광이 공야황을 향해 밀려갔다.
고오오오오!
눈앞을 가득 메우고 밀려드는 금빛 묵광에 공야황조차 얼굴이 굳어졌다.
좌소천은 우경 진인이나 사도철군과 비교할 수 없는 강자.
그의 도세는 혈천마마기의 방어만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중하게 시뻘건 쌍장을 휘두르는 공야황의 두 눈에서 핏빛이 뿜어졌다.
쿠구구구궁!
수십 줄기의 도강이 조각조각 터져 나가며, 수백 명이 한꺼번에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고, 자욱하게 피어올랐던 먼지가 사위로 쫙 퍼져 나가며 휘돌았다.
쿵, 쿵, 쿵.
삼 장 뒤로 밀려난 후, 세 걸음을 물러선 공야황이 혈광이 번뜩이는 눈으로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좌소천도 자신과 비슷하게 물러섰지만, 자신보다 충격이 덜한 듯 느껴진다.
아무리 앞서 격전을 벌여 내력이 소진된 상태라 해도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를 부드득 간 공야황이 고함치듯 소리쳤다.
“네놈이 비록 강해졌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본좌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자신 있으면 내 도를 다시 한번 받아봐라!”
좌소천도 지지 않고 무심한 표정으로 맞받아치고는, 무진도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묵천금황기를 십성 쏟아 넣었다.
한편, 전체적인 상황은 후원과 달리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무사의 숫자가 월등히 많음에도, 단 이각 만에 무림맹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반 시진이 지나자 후퇴를 생각해야 할 지경까지 몰렸다.
그때 제천신궁과 전마성의 무사들이 격전장에 뛰어들었다.
거칠고, 사납고, 용맹한 오백의 호랑이!
그들은 광풍폭우처럼 거침없이 치달리며 해일이 되어서 적을 덮쳤다.
선두는 혁련호정과 사도진무였다.
그들이 경쟁하듯 무지막지한 공세를 펼치며 나아가고, 그 뒤를 헌원신우가 이끄는 묵령천의 형제들과 수룡대, 화정대, 무토대에서 고르고 고른 고수들이 받쳤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한 그들의 공세는 말 그대로 해일이었다.
무엇이든 파괴해버리는 거대한 파도!
수라처럼 날뛰던 무정귀조차 서너 번의 연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한 채 목이 떨어져 나가고, 심장에 도검이 꽂혀 죽어갔다.
그렇게 지독하던 독혼대, 빙혼대, 마혼대의 무사들조차 그들의 기세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다 한순간에 수십 명이 쓰러졌다.
우경 진인과 사도철군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광풍으로 일어난 해일이 풍성보를 한차례 휩쓴 직후였다.
“무림맹의 맹도들이여! 천외천가의 수라들을 몰아내라!”
“밀어버려! 태백산의 땅강아지들에게 진정한 강호의 힘을 보여줘라!”
두 사람이 유사와 흑암, 연암을 맡고, 동천옹과 무영자가 전암을 맡았다.
거기다 얼굴을 가린 소영령이 철암을 상대했다.
전력을 다한다면 구암 중 셋을 상대할 수 있는 그녀가 아니던가.
몸이 완전치 않아 한천빙백소수공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무력은 철암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말없이 살수를 쓰는 그녀를 경악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뿐, 눈앞의 적을 상대하기 바쁜 사람들은 곧 그녀에게서 신경을 껐다.
절대경지에 가까운 사람이 아군이라는 것, 지금은 그것만이 중요할 뿐.
상황이 그리되자 천무단 고수 이십여 명이 몸을 빼내서 천살영과 지살영을 공격하는 데 합류했다.
숨 몇 번 쉬는 사이에 상황이 또 한 번 회오리쳤다.
악에 바친 천무단 고수에 의해 수십 명의 천살영과 지살영이 힘도 못써보고 쓰러졌다.
반 각도 되지 않아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한순간에 천해와 천외천가의 무사들 이백여 명이 쓰러지자 무림맹의 사기가 충천했다.
와아아아아!
비명과 신음이 함성으로 바뀌고, 비틀거리며 물러서던 자들도 검을 고쳐 잡고 앞으로 나섰다.
“백호당의 무사들은 저를 따르십시오!”
온통 피로 얼룩진 정은이 외친다.
철군영과 공오가 그 뒤를 따라 조원들을 독려했다.
“갑시다! 가서 저 악귀 같은 자들을 상주에서 몰아냅시다!”
살아남은 백호당 제오대 대원 칠십 명이 일제히 정은의 뒤를 따라 천살영과 지살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도 이제 아는 것이다. 자신들이 못마땅해 했던 정은의 무위가 장로들에 못지않다는 것을.
정은과 철군영, 공오가 앞장서서 적들을 막지 않았다면, 다른 대처럼 오십 명도 더 죽었을 거라는 것을.
“가자! 정은 대주를 따라 놈들을 치자! 사형제들의 복수를 하자!”
“와아아! 놈들을 쳐라!”
상황이 그쯤 되자 천해와 천외천가의 무사들을 지휘하던 은사의 낯빛이 새파랗게 변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해주와 싸우던 우경 말코와 사도철군이 왜 여기에 나타났단 말인가?”
그는 도저히 상황을 더 이끌 수 없음을 알고 뒤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마암! 일단 방어에 치중하며 내 명을 기다려라! 해주께 다녀오겠다!”
그가 막 후원으로 날아가는 중에 좌소천의 외침이 울렸다.
“자신있으면 내 도를 다시 한번 받아봐라!”
은사는 그 외침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 외침이 아니어도 사방에서 고막을 먹먹하게 하는 고함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후원으로 날아내리는 그의 눈에 공야황이 보였다.
공야황은 괴이하게도 마당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었다.
“해주! 어찌 된 일입니까? 우경 말코와 사도 애송이가…….”
땅에 내려서며 공야황에게 말을 건네던 그가 입을 다물었다.
뭔가가 이상하다. 공야황이 혈천마마공을 끌어올린 채 분노의 표정을 짓고 있다.
난생처음 보는 표정.
‘왜 저런 표정을? 대체 적이 누구기에……?’
일순간 홱 고개를 돌린 그의 동공에 한 사람의 옆모습이 가득 찼다.
점점 커진 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목소리마저 절로 떨려나왔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너, 너는… 좌, 좌소천!”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좌소천, 그가 살아서 돌아왔다!
은사는 좌소천을 보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았다. 좌소천에게 당한 가슴에서 찢어지는 통증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로 인해 마음도 더 다급해졌다.
“해주, 밖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결정을…….”
공야황의 송충이처럼 짙은 눈썹이 꿈틀거리고, 두 눈에선 분노의 혈광이 일렁였다.
‘저놈 하나 때문에……!’
화르르르!
그의 전신에서 피어난 분노의 불길이 천지를 태울 것처럼 활활 타올랐다.
그때였다.
좌소천이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리며 십성의 묵천금황기가 실린 무진도를 내리쳤다.
콰과과과과!
멸악천궁참(滅惡天穹斬)!
도식은 전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 위력은 결코 전과 같지 않았다.
하늘조차 찢어발길 듯 해일처럼 밀려가는 도세!
“이노오옴!”
공야황도 허공으로 떠오르며 두 손에 응집된 혈천마혼구를 떨쳤다.
전력을 쏟아 넣은 석 자 크기의 혈천마혼구에서 고막이 먹먹한 진동음이 울렸다.
찰나였다!
콰아앙!
귀청을 터뜨릴 듯한 굉음과 함께 좌소천이 뒤로 이 장가량 밀려나고, 공야황은 붉은 구름에 휩싸여서 뒤로 날아갔다.
“은사! 이곳을 버린다!”
날아가는 공야황의 입에서 짓씹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기다렸다는 듯 십 장 밖에 서 있던 은사도 후원을 벗어났다.
뒤로 밀려난 좌소천이 몸을 세웠을 때, 공야황의 싸늘하게 식은 분노의 목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좌소천! 물러나는 것은 이번뿐임을 알아라!”
좌소천은 순식간에 멀어지는 공야황을 노려보며 냉랭히 받아쳤다.
“나 역시 보내주는 것은 이번뿐이다! 다음에는 절대로 그냥 보내주지 않을 것이다, 공야황!”
그때 은사의 목소리가 풍성보 일대를 뒤흔들었다.
“천해의 무사들은 모두 후퇴하라!”
5장 할 수 없는 것, 하지 않는 것, 그리고 거짓말
1
피해를 수습하는 일은 간단치가 않았다.
적아의 시신이 풍성보의 넓은 연무장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곳은 모두 차지했다.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일 지경이었다.
시신이 그 정도이니 부상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부상당하지 않은 사람을 세는 게 훨씬 빠를 정도였다.
하지만 상황은 사상자를 처리하는 일로 시간을 보낼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좌소천은 천해와 천외천가의 무리가 완전히 물러가자 즉시 우경 진인을 찾아갔다.
혈전이 끝난 지 반 시진이 지날 즈음.
풍성보 중앙 전각인 풍양전에 무림맹과 연합세력의 수장들이 모였다.
사상자를 제외한 고위간부 대부분이 모이자, 우경 진인의 목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고맙소, 좌 궁주.”
짧은 두 마디다. 그러나 그 두 마디에는 무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좌소천은 그에 대해서 짧게 답했다.
“별말씀을.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하실 말씀이 있다 하셨는데, 말씀해 보시구려.”
좌소천은 고개를 돌려서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도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무림맹은 맹주인 우경 진인조차 내상을 입었는데 더 말해 무엇하랴.
뒤늦게 뛰어든 제천신궁과 전마성의 고수들도 온전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도 그들은 나았다. 죽거나 중상을 입은 사람은 이곳에 올 수조차 없었으니까.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
좌소천은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획한 일을 취소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