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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209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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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209화

 

209화

 

 

 

 

 

 

“둘로 나뉘어서 싸우게 되면 희생만 커집니다. 그럴 바에는 한쪽을 먼저 쳐서 힘을 줄이고, 그 여세를 몰아 나머지 한 곳마저 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저와 주군의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입만 벙긋거리며 공손양을 쳐다보았다.

 

공손양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마저 계획을 설명했다.

 

“그 모두가 주군께서 돌아오셨기에 가능한 계획입니다. 천혈마신 공야황, 그를 단독으로 상대할 수 있는 주군께서 계시는 한, 상주의 적은 그리 두려운 상대가 아닙니다.”

 

동천옹이 공손양의 말이 끊긴 틈을 타 물었다.

 

“그럼 이곳을 완전히 비울 생각인가?”

 

“그렇습니다.”

 

“남은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겠나? 적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좌소천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이미 장주와 이곳을 비우기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어르신.”

 

단목연호가 이마를 찡그린 채 물었다.

 

“그럼 화산파가 위험하지 않겠소, 궁주?”

 

좌소천이 잠시 뜸을 들이고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먼저 이 점을 아셔야 합니다. 우리는 천외천가와 천해를 멸하기 위해서 왔지, 화산을 지키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듣는 게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다.

 

화산파가 무너지는 것은 개의치 않겠다!

 

그런 뜻이 아닌가 말이다.

 

무림맹에서 들었으면 펄쩍 뛸 말이었다. 

 

하지만 방 안의 누구도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실이 그랬으니까.

 

좌소천은 입이 얼어붙은 좌중을 쓸어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 모두가 상주로 갈 수는 없으니까요.”

 

병 주고 약 주고, 사람들의 마음을 이리저리 휘돌린 좌소천이 말을 이었다.

 

“작전이 시작되면 시간이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숨 돌릴 틈도 없이 몰아쳐야 합니다. 잊지 마십시오. 멈칫하는 순간 동료들이 죽어간다는 것을.”

 

무심한 좌소천의 목소리가 이어질수록 사람들의 표정도 굳어졌다.

 

“저는, 최소한의 희생으로 적을 멸하고 신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천하에 절대천성의 탄생을 알릴 것입니다. 부디 이곳에 있는 분 모두가 함께 돌아가서 그날의 주역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침 삼키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쿵! 쿵! 쿵!

 

가슴이 뛰어 입을 열 수조차 없었다.

 

사도철군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좌소천의 목소리만 방 안을 나직이 울렸다.

 

“지금은 전쟁 중입니다. 살아난 사람만이 정의를 말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한동안 자신들이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단 수개월 만에 제천신궁을 삼켜 버린 하늘, 절대공자 좌소천이라는 것을!

 

 

 

그날 밤.

 

해가 지자 영풍산장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연합세력의 무사들만이 아니었다. 영풍산장의 가솔들도 모두 산장을 빠져나와 화음으로 몸을 피했다.

 

구석진 곳에서 사랑놀이를 하던 똥개 두 마리가 밥을 얻어먹기 위해 촐랑거리며 나왔을 때, 근 일천오백에 달하던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5

 

 

 

 

 

영풍산장을 떠난 연합세력은 전력을 둘로 나누었다.

 

어차피 전체가 움직인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는 일. 하기에 상주로는 최정예 오백만 가고, 나머지는 공손양의 지휘 아래 화산의 연화봉으로 향했다.

 

공손양이 무사들을 이끌고 연화봉 아래에 도착했을 때, 화산에는 화산파의 제자 팔백 명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공손양은 연화봉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화산의 장문인 허운자와 만났다.

 

그러고는 적의 공격에 대비해서 진세를 이룬 채 계곡 입구에 주둔했다. 마치 영풍산장의 인원 모두가 화산으로 이동한 것처럼.

 

 

 

다음날 새벽녘, 천외천가의 선발대가 영풍산장의 담을 넘었다.

 

하지만 빈 밥그릇에 고개를 처박고 낑낑대던 똥개 두 마리만이 죽어라고 개구멍을 통해 도망쳤을 뿐, 영풍산장은 텅 비어 있었다.

 

“빌어먹을! 모두 도망갔군. 가서 가주께 알려라!”

 

순우연과 순우기정, 척발조가 뒤늦게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장원 안으로 들어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한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주!”

 

가은의 보고에 순우연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무슨 말이야? 어제만 해도 일천이 넘던 인원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무도 그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답답한지 척발조가 물었다.

 

“이들을 감시하고 있지 않았소, 가주?”

 

그에 대해서 가은이 대답했다.

 

“장원 주위에서 다섯 구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아마 이곳을 감시하던 본 가의 무사들 같았습니다.”

 

“허허! 이거야 원!”

 

어이가 없는지 척발조가 헛웃음을 흘렸다.

 

순우연이 순우기정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기정? 이들이 왜 영풍산장을 비운 것 같으냐? 우리가 오는 걸 알고 화산으로 도망쳤을까?”

 

“도망칠 자들이 아닙니다. 그럴 것 같았으면 일전에 도망쳤을 것입니다.”

 

“그럼 이곳을 비운 목적이 뭐라 보느냐?”

 

잠시 생각에 잠긴 것 같던 순우기정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수상한 점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그렇게 강하게 대항하다가 갑자기 본거지를 비웠으니…….”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혹시… 상주를 치려고……?’

 

하지만 화산의 뒤를 비우고 상주로 간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척발조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짜증내는 투로 말했다.

 

“화산의 뒤를 비우고 어디로 갔을 리도 없잖은가?”

 

순우기정이 한 가지 가능성을 내놓았다.

 

“화산을 포기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저들이 화산을 포기할 거라고 보는가? 말이 안 되는 소리네. 그럼 여태 화산을 지킨 이유가 없잖은가?”

 

“무림맹이라면 몰라도, 제천신궁과 전마성에게 화산의 흥망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럼 공조가 깨질 텐데? 그건 저들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네. 그리고 그렇게 하려 했다면 진작 그렇게 했겠지.”

 

순우기정은 입을 다물고 반박하지 않았다.

 

척발조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게다가 순우연이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며 눈짓을 보냈다. 척발조의 감정을 건드리지 말라는 것처럼.

 

“기정,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지금 화산을 치면 어떻겠느냐?”

 

순우연의 말에 순우기정이 잠시 생각하더니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만에 하나 놈들이 화산으로 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면, 뭔가 수작을 부려놓았을 것입니다. 당장 화산을 공격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이미 두어 번 공손양의 계책에 당해서 수백의 피해를 보지 않았던가.

 

“그럼 네 생각은 뭐냐?”

 

“일단 사람을 보내서 화산의 상황을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연화봉이 지척이다. 사람을 보내서 정황을 살펴보는 것쯤이야 어려울 것도 없었다.

 

“좋다. 그럼 최대한 빨리 알아보도록 해라.”

 

“예, 가주.”

 

 

 

 

 

6

 

 

 

 

 

순우연이 어둠에 잠긴 화산을 노려보며 이를 갈던 그 시각.

 

오백의 최정예가 상주로 치달렸다.

 

이백 리가 넘는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린다는 것은 뛰어난 말이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목적이 있는 절정고수들에게는 속도에서 조금 차이가 있을 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금퇴성을 지나면서부터는 평탄한 내리막길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좌소천이 이끄는 오백의 고수가 상주를 오십여 리 남겨놓았을 무렵, 낙남을 떠난 무림맹의 이천오백 무사가 풍성보를 에워싸고 접근했다.

 

그와 함께 동산 위로 떠오른 주홍빛 태양이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놈들에게 강호의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줘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가 죽음으로써 사형제들이 안전해진다는 점을 명심해라!”

 

여기저기서 사기를 북돋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숫자는 적의 세 배에 달한다. 하지만 산양과 상주와 낙남에서 적을 맞이해 본 사람들은, 그러한 숫자가 압도적인 우세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종남과 화산에서 죽어간 사형제들의 복수를 하자!”

 

“악을 제거하고 정의를 수호하자!”

 

와아아아아아!

 

이천오백의 무사에게서 뿜어지는 열기가 풍성보 일대를 뒤덮고, 우경 진인의 도호가 아침 하늘을 흔들었다.

 

“원시천존! 하늘의 뜻이 본 맹과 함께할 것이오! 역사에 죄인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오늘 저들을 제거합시다!”

 

동시에 무림맹 맹도들의 함성 소리도 커졌다. 기세만으로 적을 물리칠 수 있다면 단숨에 물리치고도 남을 듯했다.

 

그러나 제갈진문만은 상황이 결코 낙관적인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영풍산장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했는데 얼마나 올지 모르겠군. 그들이라도 제때에 오면 좋으련만…….’

 

위가장을 출발하기 직전 한 장의 서신이 전해졌다.

 

지원무사를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위남의 적과 대치하고 있는 중에 사람을 보낸다는 게 의외였지만, 제갈진문은 그것조차도 반가웠다.

 

과연 어떤 자들이 올까?

 

‘육부경이 이끌고 있는 자들만큼이나 강한 자들이면 좋겠는데…….’

 

그때 우경 진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군사, 공격을 시작하세!”

 

무림맹의 공격이 시작된 것은, 좌소천 일행이 삼십 리까지 다가왔을 무렵이었다.

 

 

 

* * *

 

 

 

격전이 벌어진 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쪽이 유리한 걸까?

 

좌소천은 소영령과 나란히 달려가며 풍성보 쪽을 바라보았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 고함 소리, 비명이 십 리 밖까지 울린다.

 

풍성보에서 뻗치는 기운이 하늘을 뒤흔든다.

 

격전이 최고조에 오른 듯하다.

 

“성주,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우측으로 삼 장 정도 떨어져서 몸을 날리던 사도철군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오면서 작전에 대한 이야기는 끝났다. 이제 행동만이 남았을 뿐.

 

“먼저 가겠네.”

 

“그러시죠.”

 

빠른 시간 안에 최대한의 타격을 줘야 한다.

 

그것이 작전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다.

 

“가자!”

 

사도철군이 일갈을 내지르고 앞으로 나아가자, 좌우호법과 사도진무를 비롯한 전마성의 일백오십 무사가 일제히 그 뒤를 따랐다.

 

 

 

7

 

 

 

풍성보가 넓다 해도 수천의 군웅이 일시에 들어선 터다.

 

혼전이 벌어지자 싸움이 벌어진 지 이각 만에 수백의 생명이 이슬처럼 떨어지고 아비규환의 장이 펼쳐졌다.

 

보보마다 고여 있는 시뻘건 핏물!

 

사방에서 울리는 신음과 비명!

 

이곳이 사람 사는 곳인지, 아니면 지옥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후원만큼은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다.

 

그곳에선 직경 이십 장의 넓이를 다섯 사람이 차지한 채 싸우고 있었다.

 

우르릉!

 

쩌저저적!

 

벽력음이 울리는 후원 일대는 대기를 찢어발기는 기운의 폭풍으로 인해 모든 것이 부서져 평지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후후후후! 제법이구나!”

 

공야황의 음악한 웃음소리가 벼락조차 밀어내고 울렸다.

 

뒤질세라 우경 진인의 창노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의의 이름으로 그대를 심판하리라!”

 

내지르는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소림의 법종 대사, 창룡신검 남궁환, 지검자 제갈진유와 함께 공야황을 합공한 지 일각. 

 

넷이 합공하고도 우세를 점하지 못하자 새삼 공야황의 강함에 질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낙남에서 셋이 합공했을 때 비등했었다. 그래서 넷이면 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단순한 계산이었다.

 

공야황은 그때와 또 달랐다. 

 

쾅! 콰과광!

 

단숨에 오 초의 검공을 펼친 제갈진유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뒤이어 남궁환도 해쓱해진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폭풍 같은 검강도, 그물 같은 검강도 공야황의 몸을 둘러싼 혈기에 부딪치면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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