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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205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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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205화

 

205화

 

 

 

 

 

 

좌소천은 두 노인의 말다툼을 들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었음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씩씩거리던 동천옹이 좌소천을 흘겨보았다.

 

“그런데 말이야……. 설마, 소가 아이 때문에 여령이를 박대하는 건 아니겠지?”

 

반가워서 눈물 흘리며 얼싸안지는 못할망정, 동천옹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바락바락 툴툴거린 진짜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다.

 

오래전부터 간절히 찾던 소영령을 찾았으니, 벽여령이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하지만 그런 우려는 좌소천의 한마디에 씻은 듯이 사라졌다.

 

“제가 부인을 박대하면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서 용서치 않으실 겁니다.”

 

부인!

 

비록 혼례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벽여령을 부인으로 여긴다는 뜻. 한순간에 동천옹의 표정이 급변하고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하긴 궁주가 그렇게 매몰찬 사람은 못되지, 아암! 흘흘흘.”

 

그걸 보고 무영자가 혀를 찼다.

 

“쯔쯔쯔, 애늙은이도 늙긴 늙었군.”

 

동천옹은 무영자를 한 번 째려보고는 좌소천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래, 어떻게 된 건가? 어떻게 지냈어?”

 

무영자와 염불곡, 죽귀도 후닥닥 자리에 앉아서 좌소천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네 노인은 물론이고 공손양마저 귀를 쫑긋 세웠다.

 

말해주지 않으면, 말해줄 때까지 졸졸 따라다니고도 남을 것 같은 분위기. 좌소천은 자신이 겪은 일을 간략하게 말해주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빼고.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요. 아마 천운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지도 못하고 태백산에 묻혔을 겁니다. ……제가 잠력을 이끌어낸 바람에 위기에 처했을 때……. 결국 그분이 저를 촉산으로…….”

 

좌소천의 이야기가 대충 끝나자, 그간 가슴 졸인 것에 대해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 동천옹과 무영자가 좌소천에게 쉬지 않고 질문을 퍼부어댔다.

 

그 와중에 사도철군과 호법들과 제천신궁의 간부들이 들어왔다.

 

“왔구먼! 왜 이리 늦었나?”

 

“궁주! 마침내 오셨구려! 하하하!”

 

“이제야 걱정을 덜었군! 궁주가 왔는데 무서울 게 뭐 있나? 안 그런가?”

 

한바탕 시끌벅적한 인사가 오갔다.

 

그 바람에 이야기가 끊기자 동천옹이 빽 소리쳤다.

 

“조용해! 궁주에게 이야기 듣는 중이잖아!”

 

사도철군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재빨리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이야기를 듣는 아이 같은 표정들이었다.

 

좌소천은 피식 웃음을 짓고 마저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각이 지나고, 동천옹과 무영자의 질문이 어느 정도 끝나자, 다른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좌소천은 태양이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질문에 답해주었다. 반복된 질문도 마다하지 않고 재차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과 마음 고생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미안함이 덜할 것 같았다.

 

계속된 이야기는 태양이 중천에 떠오를 즈음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더 이상 질문이 없자, 좌소천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식사하고 회의를 하겠습니다. 자세한 상황은 그때 가서 나누지요.”

 

사람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할 일이 태산처럼 밀려 있었다.

 

“좌우간, 궁으로 돌아가면 각오 좀 해야 할 거야.”

 

동천옹이 좌소천의 머리 위에 묵직한 바위를 얹어놓고 밖으로 나갔다. 

 

좌소천은 쓴웃음을 지으며 공손양을 바라보았다.

 

“낙남에 소식은 전했소?”

 

“서신은 작성했습니다만, 아직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그 안에 나에 대한 것도 적혀 있소?”

 

공손양이 고개를 저었다.

 

“만약을 생각해서 적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좌소천의 눈빛이 깊어졌다.

 

 

 

 

 

3

 

 

 

 

 

태양이 중천으로 떠오르는 사시 무렵. 낙남에 핏빛 광풍이 밀어닥쳤다.

 

거센 폭풍을 타고 들불이 밀려오는 듯했다.

 

소리없이 검은 구름이 뒤덮어오는 듯했다.

 

천해와 천외천가는 포위 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식할 정도로 단순하게 남쪽 한 곳만을 집중적으로 쳤다.

 

대신 집중된 힘이 한 곳을 치는 만큼 그 위력은 더욱 강력했다.

 

무림맹은 위가장 남쪽 백 장 밖의 송림에 팔백의 무사를 매복시키고 활과 암기를 이용해서 적의 진격을 막았다.

 

화살이 소나기처럼 퍼부어지고, 암기가 우박처럼 적들을 향해 쏟아졌다.

 

쒜쉐쉐쉑!

 

휙! 휘익! 따당! 따다당!

 

쏟아지는 화살과 암기가 워낙 많다 보니 막고 쳐내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윽!”

 

“커억!”

 

숨을 몇 번 쉬기도 전에 쓰러진 자가 수십 명에 달했다.

 

하지만 적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쉬지 않고 달렸다.

 

심지어 쓰러진 자들도 일어나서, 몸에 꽂힌 화살과 암기는 그대로 둔 채 무림맹도들이 매복해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짧은 시간에 백여 명의 적이 쓰러지자 무림맹 무사들의 사기가 충천했다.

 

하지만 천해의 삼혼대가 앞으로 튀어나오면서부터는 화살과 암기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들은 당문의 고수들이 모조리 달려온다 해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독과 암기에 정통한 자들. 어설픈 암기술로는 그들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더 이상 화살과 암기가 통하지 않자, 백호당과 현무당의 이백 무사, 그리고 천무단의 고수 삼십 인이 직접 나서서 그들을 저지했다.

 

그렇게 팽팽한 접전이 반 각가량 지속될 때다.

 

유사가 적암, 마암과 함께 이백의 무정귀를 이끌고 나타났다. 그들이 격전장에 뛰어들자 형세가 급변했다.

 

천무단의 누구도 단독으로는 유사와 적암, 마암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서너 명이 함께 손을 써야 겨우 앞을 막을 수 있을 뿐. 그나마도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의 손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어디 그뿐인가?

 

무정귀의 무위도 결코 천무단에 비해 약하지 않았다.

 

죽음을 각오한 비장함만으로 막기에는 밀려오는 적이 너무 강한 상황.

 

결국 이각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일차 저지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퇴하라!”

 

“후퇴해서 이차 저지선에 합류하라!”

 

후퇴 명령이 떨어지자 무림맹의 군웅들은 분루를 삼키고 뒤로 물러났다.

 

 

 

이차 저지선의 무사들 수는 일천이백이었다. 개중에는 육부경과 전호가 이끄는 일백오십의 오행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인원에 일차 저지선에서 살아남은 무사들이 합쳐지자 일천팔백에 이르렀다.

 

그들은 적이 얼마나 강하고 잔혹한지 잘 알고 있었다.

 

하나같이 지독할 정도로 강한 자들!

 

사람 죽이는 것을 당연시하는 악마들이다!

 

물러설 길이 없었다.

 

그들은 들불처럼 적이 밀려들자 악을 쓰듯 소리쳤다.

 

“놈들을 쳐라!”

 

“이곳이 뚫리면 끝장이다! 목숨을 걸고 막아!”

 

위가장이 무너지면 화산도 위험하다. 그리고 화산이 무너지면 섬서가 넘어가고, 무림맹의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

 

사문이, 사형제들이, 무림의 협의가 무너질지 모르는 것이다!

 

그들은 뼈를 묻을 각오로 밀려드는 적들을 향해 마주쳐 갔다.

 

급박한 상황!

 

바로 그때, 장원의 정문 앞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우경 진인이 지검자 제갈진유를 비롯한 일곱 명의 노고수를 이끌고 전면에 나섰다. 

 

동시에 송림을 나온 공야황과 은사가 허공을 밟으며 날아올랐다.

 

거리가 삼십 장이나 되는데도 숨 막히는 기운이 대기를 짓눌렀다.

 

우경 진인은 공야황과 은사의 몸에서 뿜어지는 가공할 기운의 무서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저자가 천혈마신 공야황인가?’

 

바로 그 순간. 이십여 장의 거리를 두고 공야황과 눈이 마주쳤다.

 

우경 진인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하늘이 깨지는 것 같은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도, 지옥에서 울릴 법한 비명과 신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공야황의 눈만이 보였다.

 

“그대가 무림맹주인가?!”

 

그때 고막을 터뜨릴 듯이 울리는 공야황의 목소리!

 

우경 진인은 악다문 입에 힘을 주고는, 혼신을 다해 자하신공을 끌어올리고 소리쳤다.

 

“공야황! 정의의 이름으로 그대의 목숨을 거둘 것이니라!”

 

“정의? 우하하하하! 그거 오랜만에 들어보는 재미있는 농담이구나!”

 

“이놈! 농담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우경 진인은 불문의 사자후처럼 내력을 실어 한 소리 외치고는, 자하검을 뽑아 들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동시에 그의 좌우에 있던 일곱 명의 노고수가 그의 뒤를 좇아 몸을 날렸다.

 

 

 

우경 진인은 남궁세가의 장로 남궁환, 지검자 제갈진유와 함께 공야황을 상대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맹도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일 대 삼의 대결. 그것도 검제 우경 진인이 함께한 합공이다.

 

무림맹의 군웅 모두가 당연히 우경 진인과 두 사람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승부는 쉽게 나지 않았다. 아니, 승부가 나기는커녕 격전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우경 진인과 남궁환의 입가에 핏자국마저 보이기 시작했다.

 

그사이 전체적인 상황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 버렸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 비명과 신음, 강기와 강기가 부딪치며 울리는 벼락 치는 소리만이 먹먹한 귀청을 울릴 뿐이다.

 

그렇게 팽팽한 접전이 일 각 이상 계속되었다.

 

무림맹이 밀리는 듯 보이긴 해도 천해 역시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한 상황. 

 

그러던 어느 순간.

 

“으하하하하! 생각보다 제법이구나!”

 

공야황이 광소를 터뜨리더니 신형을 뽑아 올렸다.

 

그가 갑작스럽게 물러서자, 우경 진인 등은 쫓을 생각도 못하고 허공에 뜬 공야황을 노려보기만 했다.

 

그때 허공에 뜬 공야황이 뜻밖의 명을 내렸다.

 

“은사! 무사들을 뒤로 물려라! 돌아간다!”

 

공야황은 힘만 앞세우는 자가 아니었다.

 

그는 저항이 만만치 않자 냉정한 결정을 내렸다. 

 

끝까지 공격한다면 무너뜨릴 수야 있겠지만, 천해 역시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할 터. 그래봐야 남 좋은 일만 시켜줄 뿐이었다.

 

“다시 올 때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무림맹이여! 가자, 은사!”

 

그 말과 동시, 허공에 떠 있던 공야황의 신형이 뒤로 훌훌 날아가고, 곧이어 천해와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싸움이 시작된 지 반 시진.

 

그들이 왔다 간 자리에는, 시뻘건 핏물과 그 위에 누워 있는 시신들, 그리고 분노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우경 진인은 까마득히 멀어지는 공야황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공야황! 네놈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3장 동상이몽(同床異夢)

 

 

 

 

 

1

 

 

 

 

 

점심을 먹고 난 후 사람들이 영풍전으로 모여들었다.

 

스무 쌍의 눈이 일제히 상석의 좌소천을 향했다.

 

오전에 봤을 때만 해도 들뜬 기분에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자리에 앉자,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전각 안의 모든 것을 지배한 듯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전과 또 달라진 모습.

 

사도철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에혀, 진무가 쫓아갈 사이도 없이 더 멀어졌군.’

 

큰아들인 사도진무도 뛰어난 기재다. 하지만 좌소천과 비교하니 그 차이가 너무나 컸다.

 

그것은 한 가지를 의미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결국 전마성이 좌소천 아래로 들어갈지 모른다는 것.

 

‘그래도 명색이 사패 중 하난데, 순순히 고개 숙일 수는 없지. 흥! 좌소천, 본 성을 발밑에 둘 생각이라면 포기하는 게 나을 것이다. 동반자라면 몰라도…….’

 

그때 좌소천이 사도철군을 바라보며 말했다.

 

“성주님, 그동안 애쓰셨습니다.”

 

“응? 음하, 하, 하! 애쓰기는. 그냥 좌 궁주가 없는 동안 시늉만 한 거지.”

 

원래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다.

 

―내가 누군가? 까짓 거 그 정도야 뭐!

 

그렇게 말하려 했다. 그런데 왜 엉뚱한 말이 흘러나온단 말인가?

 

‘젠장! 다시 말할 수도 없고…….’

 

그가 속으로 투덜거리는 동안 좌소천은 방안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몇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파견 나간 사람도 있지만, 영원히 볼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악청백처럼.

 

“군사에게 상황을 모두 들었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움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고생한 것에 대해서도 잘 압니다. 하지만 당장 그 일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뒤를 돌아볼 때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니까.”

 

나직한 목소리에 좌중이 고요히 가라앉았다.

 

“군사.”

 

좌소천이 부르자 공손양이 일어섰다. 

 

이미 나눈 이야기가 있기에, 그는 좌소천의 다른 명이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말문을 열었다.

 

“주군께서 돌아오신 만큼 지금까지 세운 모든 계획이 수정될 것입니다.”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좌중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처럼 무거운 표정이 아닌 밝은 표정으로.

 

그때 사도철군이 급히 나섰다.

 

“군사, 그전에 부탁이 하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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