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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98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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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98화

 

198화

 

 

 

 

 

 

삼십여 명의 무사가 여기저기서 뛰어나오고, 숨 몇 번 쉬는 사이에 십여 명이 더 쓰러졌다.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청석 바닥을 붉게 물들이며 흐른다.

 

당황한 채 우왕좌왕하는 무사들. 그들의 얼굴에 공포가 드리워졌다.

 

좌소천은 상대가 물러서는 걸 보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살려두면 저들의 손에 동료들이 죽을지 모른다. 하나라도 더 없애는 것만이 동료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너희들 스스로 자초한 길, 나를 원망치 마라!’

 

쩌저적! 콰르르릉!

 

전각의 기둥이 갈라지며 한쪽으로 주저앉았다.

 

느닷없는 소란에 안쪽에서 수백 명의 무사가 뛰쳐나왔다.

 

대부분이 천외천가의 무리들.

 

좌소천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향해 쇄도했다.

 

“비류장의 무사들은 물러서라! 내가 원하는 자는 천외천가의 무사들이다!”

 

쇄도하는 좌소천의 입에서 터져 나온 차가운 일갈이 비류장을 뒤흔들었다.

 

비류장의 무사들은 움찔하며 주춤거리고, 천외천가의 무사들은 같잖다는 듯 달려들었다. 

 

그때부터 비류장이 지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좌소천은 금환비영의 신법을 펼치며 적들 사이를 누볐다.

 

무진도에서 뿜어지는 묵빛 도강에 휩쓸린 자들은 누구도 성치 못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비명!

 

십여 초가 흐르는 사이, 수십 명이 팔다리가 잘리고 내부가 진탕된 채 쓰러졌다.

 

멋모르고 덤벼들던 비류장의 무인들은 공포에 질린 채 한쪽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천외천가의 무사들은 물러서지 않고 좌소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각이 지나기도 전, 비류장의 땅과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추운개는 덜덜 떨리는 몸으로 박박 기어서 비류장으로부터 멀어졌다.

 

“씨, 씨벌……. 세상에 뭐 저런 놈……. 헙!”

 

그는 급히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자신이 처음에 앉아 있었던 처마 밑으로 기어들어 갔다.

 

좌소천이 조금 있다 보자고 했다. 떠나면 쫓아와서 죽일지 몰랐다. 관운묘의 거지들까지, 모조리!

 

‘조또, 기다리지 뭐.’

 

“딸꾹!”

 

 

 

쾅!

 

건곤합일의 일권이 일 장 거리를 둔 채 가슴에 틀어박혔다.

 

뒤로 나가떨어진 초로인은 비틀거리며 반쯤 몸을 일으켰다. 아연한 눈빛,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 널브러진 시신들에게서 흘러나오는 피가 고여 웅덩이를 이루고 있다.

 

코를 찌르는 비릿한 혈향!

 

묻는 목소리가 절로 떨려 나왔다.

 

“네, 네놈은 누군데……?”

 

좌소천은 무심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다가갔다.

 

“질문은 내가 한다. 그대는 대답만 하면 돼.”

 

천외천가의 장로 감건양은 정신이 없었다.

 

삼백의 천외천가 무사가 단 이각 만에 전멸하다시피 했다.

 

그것도 단 한 사람에게!

 

그것은 싸움이 아니라 도살이었다. 도살 장면을 직접 지켜본 그로선 대항할 의욕조차 들지 않았다.

 

“뭐, 뭘 말이냐?”

 

기듯이 물러서는 그를 향해 좌소천의 질문이 떨어졌다.

 

“천외천가의 계획에 대해서 모르지는 않겠지? 그대가 아는 것을 말해라.”

 

“미친놈, 그걸 내가 말할 거라 생각하느냐?”

 

“어차피 손에 피를 수백 명의 피를 묻혔다. 그대 하나 더 죽인다 해서 달라질 것도 없지. 물론 어떻게 죽이느냐 하는 것이 문제겠지만.”

 

감건양은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좌소천을 올려다보면서 악을 쓰듯이 소리쳐 물었다.

 

“악랄한 놈! 대체 네놈은 누구냐?!”

 

좌소천은 대답 대신 손을 튕겨 그의 가슴에 있는 혈도 다섯 군데를 제압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야.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시작하지. 언제든 말하고 싶으면 고개를 끄덕이도록.”

 

오혈참맥(五穴斬脈).

 

본래는 혈맥을 제압해서 지혈을 효과적으로 하고, 고통을 없애주는 비장의 수법이다. 

 

하지만 혈을 거꾸로 제압하면서 천돌혈 대신 화개혈을 제압하면, 혈맥이 뒤틀리면서 개미가 물어뜯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고통은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혈맥이 갈기갈기 찢겨지며 혼조차 문드러진다.

 

좌소천은 혈을 제압하고 조용히 지켜보았다.

 

열을 셀 시간이 지날 즈음이었다.

 

“흐으윽!”

 

감건양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지고, 이를 악다문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거친 톱날이 혈맥을 뚫고 지나가며 긁어대는 통증은 결코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악다문 그의 잇새를 뚫고 가슴을 쥐어뜯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끄으으으아아아!”

 

 

 

좌소천이 내실 깊숙한 곳에서 나온 것은 처절한 비명이 터지고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비류장의 무사들은 구석진 곳으로 물러서서, 붉게 물든 연무장을 가로질러 가는 좌소천을 바라보았다.

 

살아남은 자는 모두 일백여 명. 모두가 본래 비류장의 무사인 사람들이었다. 

 

그나마도 상황을 재빨리 판단하고 물러섰기에 그 정도 인원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은 좌소천을 바라만 볼 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비류장을 지옥으로 만든 사람이다. 그가 미리 말한 대로, 자신들을 죽이지 않고 물러가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좌소천이 정문으로 나가기 직전, 이제 스물 전후로 보이는 청년이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저는 정운추라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대협.”

 

천외천가의 무리들을 없애줘서 고맙다는 뜻 같다.

 

아직 천외천가가 건재한 상황, 위험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그런데 나이 어린 그가 나서서 그런 말을 하는데도 주위의 사람들이 말리지 않는다. 

 

신분이 낮지 않다는 뜻. 아마도 비류장의 전 주인과 관계된 청년일 가능성이 컸다.

 

“고마워할 것 없소. 그저 내 일을 했을 뿐이니까.”

 

“전쟁이 끝난 후, 언제든지 지나가실 일이 있으시면 들러주시기 바랍니다. 그때까지 제가 살아있다면 제대로 된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참담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굳이 자신의 이름도 묻지 않는다. 

 

답하기 곤란할지도 모르는 질문은 하지 않겠다는 배려인가, 아니면 물을 정신이 없어서인가? 

 

어차피 묻지 않아도 곧 알게 될 테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판단이다.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보니 아무래도 전자 같다.

 

‘비류장이 다시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군.’

 

좌소천은 정운추를 빤히 바라보고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비류장을 나섰다.

 

 

 

비류장을 나선 좌소천은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추운개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가자 추운개가 슬그머니 눈을 들었다.

 

“헤, 헤헤. 잘 다녀오셨습니까요, 소협.”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소만.”

 

“말씀하시지요, 뭘 알고 싶으십니까?”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 좌소천은 고소를 지으며 물었다.

 

“우선 화산 쪽에 있는 무림맹과 제천신궁 연합세력의 상황을 알고 싶소.”

 

“그것이라면 제가 잘 알고 있습죠.”

 

추운개는 재빨리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뱉어냈다.

 

눈앞에 있는 한 사람에게 천외천가 작수 지부가 박살났다. 

 

천외천가로 따지자면 갈아 마시고 싶은 원수지만, 무림맹 쪽으로 보자면 하늘에서 천군만마가 내려온 것과도 같았다.

 

알려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추운개는 일각에 걸쳐서 자신이 아는 바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결국 그렇게 되었습죠.”

 

좌소천은 본래 낙남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봐야 늦을 듯했다. 

 

그는 속으로 한 가지 결정을 내리고 추운개에게 다시 물었다.

 

“천외천가의 움직임에 대해서 알고 있는 대로 말해주시오.”

 

순간 추운개의 눈이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그는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릿속에 든 모든 정보를 끄집어냈다.

 

“그놈들은 지금 셋으로 나눠져 있습지요. 산양, 상주를 친 자들하고, 위남까지 전진해 있는 자들. 그리고 종남에 남아 있는 자들이지요. 그런데 본 방의 정보에 의하면…….”

 

나중에 정보를 누설했다고 분타주가 두들겨 팰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오늘 같은 날만 계속 된다면 분타주의 매쯤이야 웃으면서 견딜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누설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할 테니 맞을 일도 없겠지만.

 

‘관상을 보니까 입이 가볍게 생기지는 않았어.’

 

나름대로 좌소천의 관상을 훑어본 추운개가 말을 이었다.

 

“비록 제천신궁에 당하긴 했지만 위남의 무력 역시 천혈마신이 이끄는 자들 못지않다고 합니다. 만일 두 세력이 한꺼번에 화산을 치면, 화산에 있는 무림맹과 제천신궁의 연합세력이 위험할지 모른다는 게 본 방의 판단입죠.”

 

그의 말이 끝나자 좌소천이 말했다.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소.”

 

“예? 무슨… 부탁인데요?”

 

“개방에 빠른 연락 방법이 있다 들었소. 화산의 영풍산장에 급히 전할 말이 있는데, 가능하겠소?”

 

영풍산장이라면 제천신궁의 연합세력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이다. 또한 천외천가가 바짝 신경을 곤두세운 채 지켜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추운개는 잔뜩 긴장한 채 좌소천의 입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전하면 됩니까요? 너무 긴 내용은 조금 늦습니다만.”

 

“간단한 말이오. 그곳의 공손양이라는 사람에게, 무진이라는 사람이 작수에 들렀다고 전해주고 이곳에서 벌어진 상황을 말해주시오.”

 

간단해도 너무 간단한 말이다.

 

그러나 추운개는 눈치 빠르게 그 간단한 말에 적지 않은 내용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요, 공자! 이 거지에게 맡겨주십시오! 우헤헤헤!”

 

 

 

 

 

2

 

 

 

 

 

산자락이 진달래로 붉게 물든 봄날.

 

한 청년이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석양을 어깨에 이고 종남산에 들어섰다.

 

큰 키, 묵처럼 시커먼 흑의, 옆구리에 매달린 곤 한 자루. 작수를 떠나온 좌소천이었다.

 

그는 작수를 떠나기 전 청의를 벗고 흑의를 사 입었다. 

 

묶었던 머리는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어깨 너머로 늘어뜨렸다. 

 

그리고 무진도는 장포 안에 꽂고 묵령기환보를 밖에 찼다.

 

멋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보고만 들어서는 작수를 친 사람과 종남을 친 사람이 동일인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설령 작수에서 그에게 죽은 자들이 살아난다 해도 그를 곧바로 알아보지 못할 터. 그것이 그가 옷을 갈아입고 무기를 바꾼 이유였다.

 

판단의 오류!

 

때로는 작은 것 하나가 전체를 틀어지게 만들지 않던가.

 

‘순우연, 꽤나 골치가 아플 것이다.’

 

좌소천은 싸늘한 조소를 지으며 종남산을 향해 발을 디뎠다.

 

그는 석양이 지기 전에 마무리를 지을 작정이었다. 그래야 날이 새기 전 위남의 천외천가에 소식이 전해지고, 그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 채 사태 파악에 부심할 것이었다.

 

적어도 자신이 영풍산장에 도착할 때까지는.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가자 군데군데 도관이 보였다.

 

과거 왕중양이 도를 얻고 수련을 했다는 종남산이다. 그로 인해 종남산에는 수많은 도관이 생겨났다. 

 

종남파는 그들이 모여 만든 문파. 크고 작은 도관이 모두 종남파와 한 사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은 도관에 도인은 없고 마귀들만이 득시글거리지만.

 

도기가 사라지고 마기만 충천해 있는 종남산.

 

좌소천은 무심히 가라앉은 얼굴로 종남산 저 너머를 바라보며 산길을 따라 빠르게 올라갔다.

 

그렇게 중턱쯤 올랐을 때였다. 바위 뒤에서 세 명의 장한이 날아 내렸다.

 

“정지! 너는 누군데 종남을 오르는 것이냐?”

 

“향화객이 끊겼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가벼운 몸놀림을 보니 능히 일류 수준에 도달한 자들이다. 

 

가슴에 ‘천(天)’ 자가 새겨진 전형적인 천외천가의 복장을 한 자들.

 

굳이 말을 나눌 것도 없었다. 

 

좌소천은 그들에게 다가가며 주먹을 쳐들었다.

 

좌소천의 뜻을 눈치 챘는지, 장한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오며 검을 뽑았다.

 

“웃기는 놈이군!”

 

그가 피식 웃는 순간, 좌소천이 허공을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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