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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94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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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절대천왕 194화

 

194화

 

 

 

 

 

 

8장 천혈마신(天血魔神)

 

 

 

 

 

1

 

 

 

 

 

휘이이잉!

 

봄바람이 드세게 부는 석양 무렵.

 

황사가 섞인 누런 바람을 등에 지고 이십대 중반의 청년 하나가 한중성 남문으로 들어섰다.

 

낡은 청의, 옆구리에 찬 칼 한 자루. 

 

담대위겸에게 업혀 환상천부에 들어간 지 칠 개월 만에 세상으로 나온 좌소천이었다.

 

남문을 통과한 그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저만치, 거친 바람에 신경질적으로 휘날리는 객잔의 깃발이 두어 개 보였다.

 

가장 가까운 객잔으로 다가간 그는 먼지를 툭툭 털고 객잔 문을 밀었다.

 

삐이이.

 

황사바람 때문에 닫아놓았던 객잔의 문이 힘겨운 신음을 흘리며 열렸다.

 

낭인처럼 보이는 행색의 좌소천이 들어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입구로 향했다.

 

“어머, 괜찮은데?”

 

여인들은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남자들은 시기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괜찮기는, 키가 좀 크다 뿐이지, 빼빼해서 힘도 못쓰겠는데 뭐.”

 

그들과 달리 몇몇 무인들은 눈을 예리하게 빛내며 좌소천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낭인무사였다.

 

무사들은 곧 신경을 끄고 자신들의 이야기에 열중했다.

 

좌소천도 그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구석진 곳의 탁자에 앉았다.

 

“뭘 드시겠습니까, 손님?”

 

나이 어린 점소이가 잽싸게 달려와 엽차를 놓고 물었다.

 

“양고기와 약한 술 한 병 주게.”

 

좌소천은 간단하게 주문을 하고 나서야 객잔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탁자 하나 건너편에 표기가 세워져 있고, 표사로 보이는 무사들이 앉아 있었다.

 

표사들은 모두 넷. 그들은 좌소천이 듣고 싶었던 현 강호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제법 커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따로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었다.

 

“이봐, 소문 들었나?”

 

“무슨 소문? 무림맹 연합이 종남에 머물고 있는 천외천가를 쳤다는 소문 말인가?”

 

“어허, 이 사람. 그게 언제 적 이야긴데 내가 그걸 가지고 자네들에게 묻겠나?”

 

“그럼 무슨 소문?”

 

처음에 입을 연 길쭉한 얼굴의 표사가 단숨에 술 한 잔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탁, 소리가 나게 잔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천외천가가 무림맹 연합의 산양 지부를 쳤다고 하네.”

 

“그래? 어떻게 되었나?”

 

“그야말로 산양 일대가 피바다가 되었지. 소문으로는 족히 일천은 죽었을 거라고 하네. 살아남은 무사들은 상주 풍성보로 퇴각했다고 하더군.”

 

“허어, 거참. 아니, 무림맹 연합의 숫자가 훨씬 많은데도 패했단 말인가?”

 

“숫자만 많으면 뭐 하나? 천외천가에서 나온 고수들을 막을 수가 없는데.”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정말 그렇게 강하다고 하던가?”

 

“나도 말로만 들었는데, 죽은 일천여 명 중 수백 명이 단 십여 명에게 죽었다고 하더군. 특히 천혈마신(天血魔神)에게 제일 많이 죽었는데, 그자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십여 명이 피떡이 되어 나가떨어졌다고 하더군.”

 

“맙소사!”

 

그들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좌소천의 표정도 굳어졌다.

 

봄이 오자마자 혈풍이 불더니, 이제는 관에서조차 막기가 힘들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어느 한쪽이 패하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천혈마신이라……. 공야황을 말하는 것인가?’

 

좌소천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점소이가 음식을 가져왔다. 

 

그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표사들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음식을 거의 다 먹을 즈음, 표사들 중 얼굴이 길쭉한 장한이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이듯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들이 곧 상주를 칠 거라는 소문이 있네. 아니지, 어쩌면 이미 쳤을지도 모르겠군.”

 

다른 세 표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길쭉한 얼굴의 장한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 자네들도 그쪽으로 임무가 떨어지면 절대 가지 말게. 눈 없는 칼에 죽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제길, 세상이 험해지면 그만큼 표물도 많아지는 법인데…….”

 

“지금 돈이 문젠가? 목숨이 오락가락하는데!”

 

좌소천은 젓가락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없었다. 공야황이 직접 나섰다면 상주가 무너지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상주가 무너지면 낙남도, 화산도 안심할 수가 없다.

 

화산까지 이틀거리. 빨리 가면 하루 반이 걸린다. 그사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안단 말인가.

 

좌소천은 계산을 마치고 객잔을 나섰다. 

 

객잔을 나서자 유난히 붉게 타오르는 석양이 보였다.

 

구름도 붉고 하늘도 붉었다.

 

좌소천은 한중에서 자려던 생각을 포기하고 곧장 동문을 나섰다.

 

 

 

 

 

2

 

 

 

 

 

붉은 석양에 서산이 타 들어갈 즈음.

 

일천이 넘는 그림자들이 석양을 등에 지고 풍성보의 담을 넘었다.

 

천해와 천외천가, 그들이 마침내 무림맹과 제천신궁, 전마성 연합세력의 임시 지부인 풍성보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공격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풍성보의 전각이 불타오르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화르륵! 우르릉!

 

“으악!”

 

“크억!”

 

“놈들을 막아라!”

 

“정의의 이름으로 악의 무리를 처단하라! 물러서지 마라!”

 

“이 개새끼들! 죽어라!”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 욕설 섞인 악다구니!

 

팔백의 무림맹 제자들, 제천신궁과 전마성의 삼백 무사, 그리고 풍성보 오백의 무사가 그들을 막아섰다.

 

하지만 천해와 천외천가의 무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했다. 적의 공격을 대비해서 방어진을 쳐놓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처음부터 잘못 계산된 방어진이었다. 

 

무림맹은 적의 주력이 천외천가인 것으로 알고 방어진을 짰다. 그러나 적의 주력은 천해, 천외천가는 사 할이 채 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별것 아닌 차이처럼 보였지만, 그 차이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컸다. 

 

적어도 한 시진은 버틸 줄 알았던 방어진이 반 시진도 되지 않아 무너져 버렸다.

 

일차 방어진이 무너지자 천무단주 팽철과 소림의 장로 법종 대사가 천무단을 이끌고 전면으로 나섰다.

 

그러나 그들로서는 기울어진 형세를 되돌리기에 역부족이었다.

 

무정귀 이백과 천살영과 지살영 이백, 거기에 독혼대, 빙혼대, 마혼대의 살귀가 삼백이나 되었다.

 

무려 칠백에 달하는 인성이 소멸된 자들. 그들은 상대의 가슴을 가르고, 목을 치면서도 눈빛 하나,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죽어가면서도 신음을 흘리지 않았고, 숨을 멈추기 전까지 악착같이 상대의 가슴에 도검을 꽂았다.

 

오죽했으면 소림의 법종 대사가 살기를 겉으로 드러냈을까.

 

“아미타불! 진정 수라와 같은 자들이로다! 내 살계를 어겨 지옥에 가더라도 용서치 않을 것이니라!”

 

수라(修羅)!

 

그랬다. 그들은 진정 지옥의 수라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한 공포는 따로 있었다.

 

핏빛 구름에 둘러싸인 천혈마신(天血魔神) 공야황!

 

그가 유유히 움직이며 손을 휘두를 때마다 지옥이 펼쳐졌다.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낫에 베인 갈대처럼 쓰러진다.

 

강호를 떨어 울리는 맹호들이 그의 앞에선 고양이로 전락해 버렸다.

 

누구도 그의 앞을 막지 못했다. 

 

단 이각, 고수 수십 명이 그의 손에 속절없이 죽어가고, 그가 지나간 자리에 붉은 주단이 깔렸다.

 

“이놈! 네놈이 천혈마신이더냐?!”

 

뒤늦게 폭양도 팽철이 그의 앞을 막았다.

 

핏빛 구름에 쌓인 공야황은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팽철을 덮쳤다.

 

“본좌의 앞을 막는 놈은 누구도 살지 못할 것이니라!”

 

“개소리 그만 하고 내 칼이나 받아라, 이놈!”

 

“우하하하! 용기는 가상하나 너는 내 적수가 아니다!”

 

핏빛 구름 속에서 벼락이 터져 나왔다.

 

쩌저적! 콰광!

 

도광이 충천하며 핏빛 구름을 뒤흔들었다.

 

주위 오 장이 완전히 초토화되며 시퍼런 도광과 혈광이 쉴 새 없이 충돌했다.

 

그때만 해도 팽철이 공야황을 막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십 초가 지날 무렵.

 

고오오오오!

 

핏빛 구름 속에서 시뻘건 구가 형성되는가 싶더니, 팽철이 피를 뿜으며 삼 장 밖으로 튕겨졌다. 그리고 곧이어 또 하나의 혈천마혼구가 팽철의 가슴을 짓뭉갰다.

 

“커억!”

 

쩍 벌어진 팽철의 입에서 피분수가 치솟았다.

 

그것이 육기의 한 사람, 폭양도 팽철의 마지막이었다.

 

팽철을 죽인 공야황은 오만한 표정으로 다음 먹이를 찾아 움직였다.

 

가히 일당천의 기세!

 

팽철의 죽음을 본 천무단의 고수 둘이 그를 급습했다가 형체를 알 수 없게 짓뭉개졌다.

 

전마성의 장로인 칠성마도 적환이 그의 앞을 막았다가 삼 초 만에 심장이 터져 죽었다.

 

공포!

 

어스름과 함께 공포가 밀려들었다.

 

검제 우경 진인과 철혈마제 사도철군이 달려와 함께 손을 쓴다면 모를까, 누가 있어 저자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삼사 중 은사와 유사, 십암 중 여섯이 공야황과 함께하고 있는 터였다.

 

파죽지세!

 

연합세력의 사백 무사가 천해의 일각을 막지 못하고 무너졌다.

 

반 시진이 지날 즈음, 연합세력 팔백여 무사가 속절없이 쓰러지자 승세는 완전히 천외천가 쪽으로 기울었다.

 

도저히 더는 견딜 수 없는 상황.

 

악청백이 전력을 다해서 창을 휘두르고는, 철암이 뒤로 물러난 틈을 타 무림맹 쪽을 향해 소리쳤다.

 

“이대로는 전멸이외다! 이곳을 포기하고 물러납시다!”

 

그라고 해서 어찌 물러나고 싶을까. 그러나 이대로 가면 반 시진을 더 버티지 못하고 전멸할 것이 뻔해 보였다.

 

천무단의 제일부단주인 소림의 법종 대사도, 당문의 장로 당우청도 상황을 모르지 않았다. 

 

“아미타불! 무림맹의 제자들은 이곳을 빠져나가라!”

 

기다렸다는 듯, 악청백도 포규상과 모이산 등 패천단 대주들을 향해 소리쳤다.

 

“포 대주와 모 아우는 오른쪽을 맡고, 여 대주와 반 대주, 적 대주는 왼쪽을 맡아! 사람들이 빠져나갈 동안 우리가 이들을 막는다! 육 형! 목령대를 뒤로 물리시오!”

 

“예! 단주!”

 

포규상과 모이산이 근처에 있던 수하 이십여 명을 데리고 오른쪽으로 달려갔다. 

 

여휘랑과 반호, 적사응도 삼십여 명의 수하들과 함께 왼쪽으로 밀려드는 적을 막았다.

 

하지만 육부경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섰다.

 

“아니외다! 악 형과 금강대가 먼저 가시오! 이들은 우리가 맡겠소!”

 

“육 형! 고집부릴 때가 아니외다! 어서 떠나시오!”

 

육부경은 그 말을 듣지 못한 척 고함을 내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어디 누가 죽나 해보자, 이놈들! 내가 바로 백월신마 육부경이니라!”

 

그가 달려들자 전호도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만월처럼 굽은 칼을 휘둘렀다.

 

“으하하하! 여기 월영신마 전호도 있다!”

 

시은형, 조공인, 염상석, 용수강 등 구포방의 무사 육십 명이 일제히 그 뒤를 따랐다.

 

“천외천가가 별거더냐! 어디 한번 해보자!”

 

미처 막을 새도 없이 앞뒤가 바뀌어 버렸다.

 

지금은 어느 한쪽이 고집을 꺾어야 할 때.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다.

 

악청백은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섰다.

 

천혈마신이 오면 빠져나가고 싶어도 빠져나갈 수가 없을 터, 그가 오기 전에 빠져나가야 했다.

 

“각 대주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을 이끌고 빠져나가라!”

 

“형님! 저도 남겠습니다!”

 

“단주!”

 

“명령이다! 어서 사람들을 데리고 빠져나가! 어서! 수하들을 다 죽일 셈이더냐?!”

 

악청백은 눈을 부라리고 창을 곧추세웠다.

 

전신에서 피어오른 기운이 방원 이 장 주위를 휘감는다.

 

포규상과 모이산을 비롯한 패천단의 대주들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그들도 모르지 않았다. 지금이 아니면 퇴로조차 막혀 후퇴조차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악청백의 노성이 터져 나왔다.

 

“모이산! 네가 정녕 나와 의를 끊을 셈이더냐!”

 

끝내 모이산의 입술에서 한줄기 핏물이 주르륵 흘렀다.

 

“제기랄! 꼭 그렇게 말할 건 또 뭐 있습니까? 가요! 간다구요! 뭐 해? 모두 나를 따라와!”

 

모이산을 필두로 금강대의 살아남은 대원들이 막 후원을 벗어날 때였다.

 

손짓 몇 번에 천무단의 고수 다섯을 죽인 공야황이 십오륙 장을 단숨에 날아와 악청백의 앞에 내려섰다.

 

“후후후후! 그대가 이들의 수장인가?”

 

악청백은 그가 나타나자 창을 쥔 손에 불끈 힘을 주었다.

 

팽철을 십여 초 만에 무너뜨린 자, 천하를 질타하던 고수들을 허수아비처럼 무너뜨린 자다.

 

천하제일의 마인, 천혈마신 공야황!

 

마주 선 것만으로도 심혼이 짓눌린다.

 

창을 움켜쥔 손 안에 땀이 고인다.

 

악청백의 이가 절로 악물렸다.

 

‘맙소사! 이 정도였다니!’

 

마주 서고 나서야 팽철이 왜 그리 무력하게 무너졌는지 이해가 갔다.

 

자신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십 초? 이십 초?

 

공야황이 막아선 이상 도주하기는 틀린 마당이다.

 

최선의 방법은 단 하나뿐. 죽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럼 다른 사람이 그만큼 더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오냐! 어디 한번 해보자, 악청백! 궁주를 보지 못하고 죽는 게 조금 서운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죽는다면 무엇이 아쉬우랴!’

 

천천히 묵창을 들어 올리는 악청백의 전신에 웅혼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눈을 부릅뜬 그가 소리쳤다.

 

“와라! 공야황!”

 

일순간, 그의 묵창 끝에서 창룡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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