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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89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1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189화

 

189화

 

 

 

 

 

 

‘멀어. 너무 멀어서 잘 느껴지지도 않는다.’

 

억지로 쫓는다면 쫓을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몸도 썩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좌소천을 데려간 자는 적어도 절정 이상의 고수. 자칫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따라잡기가 쉽지 않겠어.’

 

공야황은 한참 동안 남쪽을 바라보고는, 자신의 손으로 좌소천을 죽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접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잠력을 억지로 끌어올렸으니 단전이 텅 비었겠지. 거기에 혈천마마공의 마기마저 심어졌으니… 절대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백여우 같은 놈!’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떼어내지 못한 게 분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속이 시커먼 여우가 또 한 마리 있는 이상은.

 

 

 

 

 

3

 

 

 

 

 

진 노인은 목옥의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가서 좌소천을 침상에 눕혔다.

 

이제 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몸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말이다.

 

뭔가 비상수단을 쓰지 않는 한 두어 시진이 지나기 전에 숨이 멎을 것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진 노인은 뭔가를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물고 구석진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커다란 약초 망태기가 놓여 있었는데, 그는 망태기를 들어서 던지듯이 옆으로 치웠다.

 

약초망태기가 치워지자 동그란 고리가 보였다.

 

그는 고리를 잡아당겨 널빤지를 들어내고, 그 안에 든 목함 하나를 꺼냈다.

 

목함은 가로세로 한 자 크기였다. 색이 검은 게 일반 나무가 아닌 듯했다.

 

그가 목함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서 알싸한 향이 풍겼다. 

 

대추처럼 생긴, 아기 주먹만 한 열매에서 나는 향이었다.

 

그 열매를 보는 진 노인의 눈이 한순간 잘게 떨렸다.

 

‘천년매령(千年梅靈)……. 결국 인연은 따로 있었던가?’

 

삼 년 전, 약초를 캐러 서쪽 계곡 깊숙이 들어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과였다.

 

천년매령이 다 익으면 아주 강한 향을 풍기는데, 진 노인이 그 근처를 지나갈 때 때마침 천년매령이 막 익어서 향을 풍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향을 강하게 풍기는 시간은 한 시진. 그 시간이 지나면 천년매령은 향을 잃고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열매를 맺기 위해 모든 기운을 소진하고 말라 버린 나무 대신 씨앗이 되어 다시 싹을 틔운다.

 

진 노인이 천년매령을 발견했을 때는 나무가 말라가며 열매에서 나던 향기가 약해질 무렵이었다.

 

땅에 떨어져 껍질이 벗겨지면, 그 사이로 수액과 영기가 모두 빠져나가 버리고 씨앗과 껍질만이 남는 것이 천년매령.

 

진 노인은 천년매령을 알아보고는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따냈다.

 

처음에 진 노인은 천년매령을 자신이 복용할까 생각했었다. 복용하면 백 년 공력이 늘어난다는 전설의 영과는 아니지만, 내공 수련에 상당한 도움이 될 테니까.

 

게다가 제대로 복용만 하면 무병장수할 수 있는 귀한 영과가 바로 천년매령이 아니던가.

 

고민도 잠시, 진 노인은 욕심을 접고 천년매령을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천해를 상대하는 자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자신은 천년매령이야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었다.

 

그런 진 노인이 지금, 자신의 후손이 아닌 좌소천을 위해 천년매령을 꺼낸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좌소천을 자신만이 아는 비밀의 장소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문제는 좌소천의 심장박동이 하루를 넘길 수 없을 만큼 약하다는 것이었다. 현 상태로는 그곳까지 가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그런데 천년매령이라면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현재의 몸 상태를 유지시켜줄 수 있었다.

 

천년매령이 비록 전설의 영과는 아니지만, 생명력을 유지시켜주는 방면으로는 세상의 어떤 영과보다도 뛰어난 약효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 아이가 천년매령을 복용한다면 적어도 십여 일 동안은 죽지 않으리라.

 

‘그곳까지 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닷새는 걸린다. 후우, 하는 수 없지. 아무리 귀한 것이라 해도…….’

 

결정한 이상 망설일 것도 없었다.

 

진 노인은 천년매령을 들고 좌소천에게 다가갔다. 

 

침상 앞에선 그는 품속에서 여덟 치가량의 소도를 꺼내서 망설임없이 열매의 한쪽을 갈랐다.

 

순간, 코가 매울 정도로 진한 향이 확 풍겼다.

 

진 노인은 재빨리 천년매령의 갈라진 곳을 좌소천의 입에 대었다.

 

동시에 천년매령의 붉은 액체가 좌소천의 입 안으로 흘러들어 가고, 껍질이 쭈글쭈글해지는가 싶더니 씨앗과 껍질만 남았다.

 

진 노인은 좌소천의 입 안으로 천년매령의 액체가 사라지자, 재빨리 좌소천의 전신대혈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추궁과혈을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진 노인의 이마와 코에서 땀방울이 맺혀 떨어졌다.

 

대신 좌소천의 심장박동이 전과 확연히 다르게 강해졌다. 또한 그만큼 숨소리도 안정되게 들렸다.

 

그제야 진 노인은 손을 멈추고 이마의 땀을 훔쳤다.

 

“후우, 워낙 몸이 튼튼해서 별 이상 없이 약효를 받아들이는군.”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워낙 약효가 강해서 중화시킬 약재를 넣고 달였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러지를 못했다. 

 

그럼에도 좌소천의 몸이 강한 약효를 무사히 견뎌낸 것이다.

 

진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새벽 어스름이 밀려온다. 

 

언제 천해의 사람들이 추적해 올지 모르는 일. 그는 운기할 시간도 없이 간단하게 짐을 싸고 조용히 잠들어 있는 좌소천을 업었다.

 

 

 

 

 

4

 

 

 

 

 

도유관과 사도진무를 비롯한 호위대는 왔던 길을 더듬어서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렸다. 

 

기천승이 조사한 지름길은 천외천가조차 알지 못했다. 덕분에 그들은 천외천가의 추적을 뿌리치고 한나절 만에 태백산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태백산을 벗어난 그들은 일단 장안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좌소천을 기다렸다. 

 

하지만 좌소천은 해가 뜰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도유관은 좌소천이 나타나지 않자, 눈물을 머금고 장안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주군께서는 놈들에게 당할 분이 아니다. 가자! 가서 기다리자!”

 

 

 

호위대의 귀환은 최대한 비밀리에 처리되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려질 일이지만, 공손양은 그 일을 아는 모두에게 철저히 입을 다물 것을 지시했다.

 

호위대도, 오행대의 간부들도, 장로들도 모두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문을 봉한 채 좌소천이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그리고 호위대가 돌아온 이틀 후, 오행대의 간부들과 장로들이 모두 영풍전으로 모였다.

 

침묵이 방 안의 공기를 짓눌렀다.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행여나 안 좋은 소식이 전해질까 봐 두려워하는 눈치들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는 일. 공손양이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주군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제야 말문이 열린 사람들이 너도나도 물었다.

 

“사람들을 파견해야 하는 거 아닌가?”

 

“놈들의 움직임은 파악했는가?”

 

“돌아오시기 전에 놈들이 공격할지 모르는데, 대책은 세워놓았나?”

 

공손양은 차분한 목소리로 그들의 질문에 답했다.

 

“태백산 일대에 천이당의 당원들을 파견했습니다.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 능숙한 사람들인 만큼 곧 어떤 소식이 전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천해와 천외천가도 이번 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중에는 오제에 버금간다는 사사 중 한 사람과 십암 중 한 사람도 끼어 있는데다가, 절정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만도 이십여 명 이상이 죽었다고 합니다. 아마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능히 일개 대문파의 힘에 못지않은 무력이 하루 사이에 소멸되었다. 제아무리 천외천가와 천해가 강하다 해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으리라.

 

“끄응, 이거 답답해 미치겠군.”

 

한쪽 구석에서 등을 깊숙이 의자에 묻고 있던 동천옹이 잔뜩 인상을 썼다.

 

도유관에게 대충 상황을 들어서 알기는 했다.

 

좌소천이 사매를 구하기 위해 천선곡에 들어갔다는 것. 그 사매가 신녀라는 것. 좌소천이 그곳에서 혁련호운과 사매를 구하고 나오던 중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는 것. 그리고 분명 뒤따라 나오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 이후 모습을 감췄다는 것 등등.

 

하지만 답답한 것은 여전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천외천가 쪽 사람들이 아직 좌소천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궁주의 사매는 어떤가?”

 

“일단 안전한 곳에 옮겨놨습니다만, 내상이 심해서 당장 일어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에잉, 이거 참. 그렇게 애타게 찾던 사매를 구하기 위해 갔으니 궁주만 탓할 수도 없고…….”

 

동천옹이 눈을 굴려 눈을 반쯤 감고 있는 염불곡을 바라보았다.

 

“염가야, 너도 찾을 수 없냐? 거 귀령인가 뭔가 부리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동천옹의 말에 염불곡이 미간을 좁히고 눈을 내리깔았다.

 

“궁주의 몸에 제가 전에 줬던 것이 있긴 한데… 너무 멀어서 알 수가 없습니다.”

 

동천옹이 눈을 반짝였다.

 

“멀어서 그렇다면, 가까이 가면 되겠네. 그렇지?”

 

염불곡이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가만 둘 동천옹이 아니었다.

 

“나랑 같이 가자. 궁주가 생사불명인데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는 일 아니냐?”

 

무영자도 합세했다.

 

“나도 오랜만에 태백산 구경 좀 해봐야겠군.”

 

염불곡은 눈을 가운데로 모으더니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가보죠 뭐.”

 

그들의 말에 공손양이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들께서 가시겠다면, 수발할 사람 몇을 붙여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궁주의 호법들을 붙여주게. 시간이 좀 걸릴지 모르는데, 짜증나면 이놈들이나 닦달해야겠어.”

 

동천옹이 주먹을 불끈 쥐고는 장내를 쓱 둘러보았다.

 

도유관과 능야산은 물론이고, 호법들 누구도 동천옹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싫다는 표정을 짓는 자도 없었다. 

 

싫어하기는커녕 오히려 눈빛을 번뜩이며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이번 행로에서 무사히 돌아오면, 동천옹과 무영자에게 시달린 만큼 더 강해져 있으리라.

 

강해질 수만 있다면, 두 노인에게 시달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번 다시, 주군을 놔두고 돌아서지 않겠다!’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호법과 직속무사들이 침울함 속에서 각오를 다지던 그 시각.

 

소광섭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주름진 얼굴을 푸들푸들 떨며 침상에 죽은 듯 잠들어 있는 소영령을 바라보았다.

 

“령아야! 오오, 네가, 네가…….”

 

목소리가 떨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눈에 안개가 뿌옇게 끼어 앞이 흐릿하니 보였다.

 

“이렇게 예쁘게 자랐다니……. 그동안 하늘만 원망했는데, 허, 허, 허…….”

 

영원히 찾지 못할 줄 알았던 질녀가 눈앞에 있다. 손만 뻗으면 만질 수 있는 곳에.

 

‘제발 꿈이 아니기를!’

 

그동안 알게 모르게 좌소천에게 서운했던 그였다. 하지만 오늘로서 서운함은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날아가고, 이제는 미안함만 남았다.

 

‘당신을 진정한 마음으로 모시겠소, 주군.’

 

그때 소영령의 입에서 옅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음…….”

 

소광섭은 끝내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환하게 웃었다.

 

“영령아, 정신이 드느냐?”

 

하지만 소영령은 옅은 신음만 흘릴 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래도 소광섭의 입가에 맺힌 웃음은 더욱 짙어지기만 했다.

 

 

 

 

 

 

 

6장 환상천부(幻想天府)

 

 

 

 

 

1

 

 

 

 

 

촉산의 깊숙한 산중.

 

아무도 찾지 않는 계곡에 누군가가 들어섰다.

 

그는 바위산이 무너진 계곡을 지나, 불에 타버려 이제는 건물의 흔적조차 남지 않은 폐허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있어야 할 건물들 대신 울창한 수목만이 빽빽이 자라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폐허의 끝자락, 절벽 앞까지 걸어갔다. 그러더니 주위를 서성거리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눈이 한 곳에 고정된 채 반짝였다.

 

“여기군. 워낙 오래되어서 모든 것이 변해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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