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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천왕 186화

무료소설 절대천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절대천왕 186화

 

186화

 

 

 

 

 

 

“헉!”

 

밖으로 나온 노인은 다급히 검을 들어 도광을 막았다.

 

쩡!

 

도자기 깨지는 소리가 나며 노인이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손에 들린 검은 반쪽이 난 상태. 노인의 얼굴이 경악으로 얼룩졌다. 

 

자신이 형편없이 밀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

 

좌소천은 틈을 주지 않고 다시 무진도를 휘둘렀다.

 

허공을 길게 가르는 절공참의 일도!

 

스걱!

 

살이 잘리는 절삭음과 함께 노인의 몸이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이, 이런……!”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저 숨 두어 번 쉬는 시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사이에 십여 명의 무사가 모여들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침입자가 저기 있다!”

 

우려하던 상황!

 

좌소천은 전면을 향해 쇄도하며 무진도를 휘둘렀다.

 

일도에 전면을 막아서던 네 명의 무사가 힘 한 번 못써보고 무너졌다.

 

그럼에도 무진도는 멈추지 않고 좌우를 휩쓸었다.

 

비명과 병장기 부서지는 소리가 어우러지고, 십여 명이 피를 뿌리며 어둠 속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뒤늦게 달려온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자신들도 모르게 흠칫, 뒤로 물러났다.

 

순간 좌소천은 망설이지 않고 어둠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딜!”

 

그때 또 지붕 위에서 일갈이 터져 나왔다.

 

내뻗는 검첨에서 넘실거리는 시퍼런 검기. 절정의 경지에 이른 검수 둘이 지붕 위에서 몸을 날리며 덮쳐든다.

 

좌소천의 무진도가 허공을 둥글게 휘감았다.

 

쩌저정!

 

두 자루 검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튀고, 덮쳐들던 두 검수의 몸이 쩍 갈라지며 피분수가 뿜어졌다.

 

“꺼억!”

 

“크억!”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명과 피분수!

 

아래쪽에 있던 자들은 쫓을 생각도 못한 채 질린 표정으로 소리만 질렀다.

 

“놈이 천수각으로 넘어간다!”

 

“쫓아라!”

 

그사이 좌소천은 방향을 틀어 바람처럼 건물 하나를 넘었다. 그러고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자 계곡 입구를 향해 전력을 다해 신형을 날렸다.

 

신법이 워낙 빠른데다 어둠이 그의 몸을 가려주는 상황이다. 천외천가의 무사들은 그의 그림자조차 잡지 못했다.

 

단 세 번의 도약으로 고목나무가 있는 곳을 통과한 좌소천의 눈에 자욱한 안개에 휩싸인 입구가 보였다.

 

‘다행히 영령은 무사히 밖으로 나간 것 같군.’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그런 듯했다.

 

좌소천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며 입구로 다가갔다.

 

바로 그때,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공할 기운이 밀려들었다. 

 

익숙한 기운! 공야황에게서 뿜어지는 기운이다.

 

“기껏 온 것이 여기인가!”

 

아니나 다를까, 공야황의 묵직한 음성이 허공을 떨어 울리는가 싶더니 어둠이 붉게 물들었다.

 

콰아아아아!

 

속은 것에 분풀이라도 하겠다는 듯 전력을 다한 일격!

 

좌소천은 이를 악물고 무진도를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도첨이 미미하게 떨리며 묵빛 검강이 그물처럼 퍼져 나갔다.

 

콰르르릉!

 

좌소천과 공야황의 기운이 얽혀들자, 주위의 나무와 바위들이 부서지며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연이은 뇌성벽력!

 

강기의 폭풍우가 사방으로 몰아친다!

 

그 광경이 어찌나 흉험한지 뒤늦게 달려온 은사와 광사조차 둘의 싸움에 끼어들지 못했다.

 

십여 초가 흐르는 사이, 십암에 속한 자들로 보이는 자들 셋이 포위망에 가세했다.

 

이제 곧 폭음에 놀란 천외천가의 무사들마저 격전장으로 달려올 터. 마음이 다급해진 좌소천은 공야황과 대치한 상태에서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흥! 오늘 네놈은 여기서 죽을 것이다!”

 

광사와 함께 입구 쪽을 막고선 은사가 그 모습을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공야황도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좌소천과의 거리를 좁혔다.

 

“후후후후. 천소, 네 운명도 여기가 끝이구나.”

 

좌소천은 묵묵히 주위를 둘러보며 무진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공야황과 은사, 광사가 삼재의 형태로 포위한 상황이다.

 

자신은 이미 내력이 진탕된 상태. 앞으로 전력을 다한 공격을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는 판이다.

 

‘한순간에 저들을 치고 나가야 한다.’

 

마음을 정한 좌소천은 무진도에 모든 내력을 쏟아 부었다.

 

후우웅!

 

무진도의 도첨에서 묵광이 쭉 뻗었다 싶은 순간!

 

좌소천의 신형이 철궁에서 튕겨진 화살처럼 은사를 향해 날아갔다.

 

“어림없는 짓!”

 

은사와 광사가 합공을 하며 좌소천을 압박했다.

 

“타앗!”

 

좌소천은 전신 공력이 실린 무진도로 은사의 꼬챙이 같은 검과 광사의 뭉툭한 도를 쳐냈다.

 

콰광! 떵!

 

전 공력이 실린 일도에 은사와 광사가 두어 걸음씩 물러섰다.

 

그러나 좌소천은 그들이 물러섰음에도 포위망에서 몸을 빼낼 수가 없었다. 뒤쪽에서 공야황의 혈천마마공이 밀려드는 것이다.

 

금환비영을 펼쳐 우측으로 이 장여를 미끄러진 좌소천은 홱 몸을 돌리며 벽뢰참광의 일도를 쳐냈다.

 

콰앙!

 

하늘이 두 쪽 난 듯한 굉음!

 

공야황이 일 장, 좌소천이 일 장 반을 밀려났다.

 

순간, 좌소천이 밀려나는 힘을 이용해 은사를 덮쳤다.

 

묵광이 안개와 어둠을 동시에 가르며 떨어져 내린다.

 

좌소천이 곧바로 공격할 줄은 몰랐던 듯 은사가 굳은 표정으로 다급히 방어했다.

 

일순간, 묵광이 은사의 가느다란 검 위에 떨어졌다.

 

쩌정!

 

“으음…….”

 

주르륵 밀려난 은사의 창백한 미간에 주름이 졌다.

 

삼룡에게 입은 상처와 좌소천의 연속된 공격에 중첩된 충격이 그의 내부를 뒤흔든 것이다.

 

순간 찰나의 틈이 벌어졌다.

 

좌소천은 지체없이 그 사이로 몸을 날렸다.

 

“여기도 있다!”

 

하지만 입구 쪽을 지키는 사람은 은사만이 아니었다.

 

십암 중 뇌암이 벽력 문양이 새겨진 도를 휘두르며 달려들고, 광사 역시 좌소천을 공격했다.

 

공야황은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을 믿기 때문인지 합공을 하지 않고 그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바로 그때, 입구의 안개 낀 어둠 속에서 여섯 사람이 소리없이 나타났다.

 

소영령을 데리고 갔던 도유관과 백룡과 능야산을 비롯해, 목영운, 누하진, 사도진무였다.

 

그들은 소영령을 종리명한 등에게 맡겨놓고 급히 안개 속으로 들어와서 은밀히 상황을 지켜보던 중이었다. 

 

그런데 좌소천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몇 수만에 위기에 처한 듯 보였다.

 

더 이상 참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어쩌면 죽음 속으로 발을 디딘 것일지도 몰랐다.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도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좌소천을 구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사명을 지닌 사람들인 것이다.

 

또한 그들은 무인(武人)이었다.

 

절대고수들이 펼치는 공전절후의 대결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 그걸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걸 수 있었다.

 

특히 사도진무는 좌소천과 공야황의 격전에 전율이 일었다.

 

몸서리 처지는 충격이었다.

 

솔직히 그는 아버지인 사도철군이 좌소천과 손을 잡고 그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았다. 

 

너무 좌소천을 높이 평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했었다.

 

―내가 직접 보고 그를 판단하리라!

 

하기에 그런 마음을 먹고 전마성을 나선 터였다.

 

그러다 오행대에 속한 이후 아버지가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사사 중 두 사람을 물리칠 때는 아버지조차 좌소천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눈앞에서 벌어진 격전은 그가 상상도 못했던 광경이었다.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자들의 격전!

 

가히 무신들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무사히 벗어나기만 하면, 천하는 좌소천의 발아래 놓이게 되겠구나.’

 

좌소천이 그들을 본 것은 은사를 치고 몸을 날릴 때였다.

 

모두가 자신의 움직임에 신경이 곤두선 상황. 그사이 태연하게 포위망 뒤쪽으로 접근한다.

 

좌소천은 그들의 생각을 눈치 채고 걱정이 앞섰다.

 

이곳에는 저들보다 월등히 강한 고수가 한둘이 아니다. 자칫하면 희생만 더 늘어날 뿐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말릴 수도 없었다. 

 

아니, 말려도 듣지 않겠지.

 

좌소천은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놔둔 채 광사와 뇌암을 삼초의 연환도세로 밀어붙였다.

 

쩌저저정!

 

세 사람의 강기가 얽혀들며 고막을 터뜨릴 듯한 굉음이 연이어 터졌다.

 

광사와 뇌암이 주춤거리며 밀린 순간. 두 사람의 바로 뒤까지 접근한 도유관 등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초절정에 달한 고수들의 전력을 다한 급습이다.

 

바로 뒤에 적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던 상황. 그야말로 손쓸 틈도 없었다.

 

도유관의 도끼와 능야산의 비도가 뇌암의 등을 뚫고, 목영운과 누하진, 사도진무의 공격이 광사의 어깨와 옆구리를 갈랐다.

 

“헉! 웬 놈……!”

 

“크윽!”

 

극심한 부상을 입고 안간힘을 다해 공세에서 벗어나려는 그들을 향해 누하진과 백룡이 또다시 달려들었다.

 

쩡! 콰광!

 

연환공격에 뇌암과 광사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좌소천과의 거리가 일 장으로 좁혀진 순간, 무진도가 횡으로 그어졌다.

 

“피해!”

 

은사가 소리침과 동시, 무진도가 두 사람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털썩!

 

반쯤 잘린 목에서 핏줄기가 솟구치고, 광사와 뇌암이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네놈이 감히!”

 

“이노오오옴!”

 

공야황과 은사가 노성을 내지르며 좌소천에게 달려들었다.

 

연암(燃暗)과 마암(魔暗)은 도유관 등을 덮쳤다.

 

좌소천은 일단 좌수의 건곤통천으로 은사를 치고, 우수로는 멸악천궁참을 펼쳐서 공야황의 공격을 막았다.

 

콰릉!

 

어둠이 뻥 뚫린 순간 은사가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선다.

 

쩌저적!

 

하늘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날아들던 공야황이 주춤거린다.

 

좌소천은 목구멍까지 치솟은 핏물을 삼키고 뒤로 몸을 날렸다.

 

뒤쪽에선 어느새 도유관 등과 십암 중 두 사람이 얽혀든 상태였다.

 

이 대 육의 격전!

 

십암이 강하다 하나 도유관 등도 약하지 않은 실력. 두 사람이 하나를 감당할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여섯이다. 둘을 상대하기에 충분하다는 말.

 

문제는 그들과 다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좌소천은 몸을 날린 그대로 연암을 향해 일도를 그었다.

 

허공을 일직선으로 가르며 떨어지는 묵광!

 

대경한 연암이 뒤로 튕기듯이 물러난다.

 

뒤이어 마암을 향해 도세의 방향을 바꿨다. 연이은 좌소천의 공격에 마암마저 멀찌감치 뒤로 물러섰다.

 

그들은 물러선 후로도 쉽게 공격을 하지 못했다.

 

그사이 좌소천이 다급히 소리쳤다.

 

“먼저 빠져나가시오!”

 

가공할 위세를 보인 공야황과 은사가 뒤쫓아 온다. 그 뒤로는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벌 떼처럼 달려온다.

 

도유관이 도끼를 쥔 손에 힘을 쥐고 소리쳤다.

 

“주군께서 먼저 가십시오! 저희들이 막겠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자존심을 뭉개는 무심한 대답이었다.

 

“저들은 당신들이 막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오!”

 

사실이 그렇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자신들이 누군가. 주군을 호위하는 호법들이 아닌가!

 

“주군! 저희들은 상관 마시고 어서……!”

 

“나를 위한다면 먼저 가시오! 어서!”

 

좌소천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사도진무가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쳤다.

 

“갑시다! 우리가 가야 좌 궁주가 마음 놓고 이곳을 빠져나갈 것이오!”

 

도유관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비참하단 말인가!

 

‘주군!’

 

멈칫거린 사이 적들이 날아들며 가공할 기운이 밀려든다.

 

더 이상은 지체할 시간이 없다. 숨 한 번 내쉬는 시간이면 도망치고 싶어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자신들도, 좌소천도.

 

도유관은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

 

“주군의 명이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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