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천왕 1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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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6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절대천왕 185화
185화
‘삼룡이 벌써 당했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공야황이 강하다 해도, 사사와 십암 중 몇이 함께 손을 썼다 해도 삼룡 역시 단 몇 초 만에 꺾일 정도로 약하지 않다.
공야황 등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 삼룡이 통로를 막고 싸우면 십여 초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
아마 공야황은 삼룡의 처리를 수하들에게 맡기고 곧장 자신을 쫓아오고 있는 듯했다.
신녀, 소영령을 빼앗기 위해서!
4장 천선곡의 혈전(血戰)
1
소영령을 업은 좌소천은 단숨에 호수를 건넜다.
등에서 뜨거운 물기가 느껴졌다.
우는 것인가?
‘왜 우느냐, 영령아. 울지 마라.’
그녀는 더 이상 천하를 공포에 떨게 했던 냉혹한 신녀가 아니었다. 좌소천의 등에서는 그저 다리 다친 물새를 보고 눈물 흘리던 연약한 소영령일 뿐이었다.
“미안해요, 오빠. 저 때문에 저분들이…….”
“네가 미안해할 것 없다. 미안해해야 할 사람은 나지, 네가 아니다.”
“그래도 저 때문에 저 안에서 나오지 못했잖아요.”
“너 때문이 아니다. 나 때문이지. 그게 그들의 임무였으니까.”
오직 궁주를 지키기 위해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 그게 비천사룡이다.
그들은 오늘 죽을지 몰라도, 그들의 모습은 좌소천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었다.
좌소천은 호수를 건너자 물줄기를 따라 용추폭 쪽으로 달려갔다.
뒤에서 여전히 공야황의 기운이 느껴진다. 호수를 건너는 사이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이십여 장으로 좁혀진 상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야황이 혼자서 쫓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소리를 지르면 천외천가가 깨어날 텐데도 그러지를 않는다.
아마 거리가 가까워지자 자신 혼자서도 잡을 수 있다 생각한 듯했다. 아니면 천외천가에 천해의 변을 알리기 싫었을지도 몰랐다.
‘저자가 소리를 지르면 천선곡이 깨어난다. 방법을 찾아야 돼!’
좌소천은 몸을 날려 용추폭의 절벽에서 천평암으로 날아 내렸다.
그때였다.
“주군! 접니다!”
도유관의 전음이 들리더니 세 사람이 천평정의 구석진 어두운 곳에서 뛰어나왔다. 도유관과 능야산과 백룡이었다. 나중에 혼나더라도 도저히 밖에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들어온 듯했다.
어쩌면 눈앞의 세 사람 외에 나머지도 모두 들어와 있을지 모르는 일.
순간, 그들을 본 좌소천의 눈빛이 반짝 빛을 발했다. 자신의 명을 어겼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영령아, 너는 저 사람들과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라.”
“오빠는?”
“나는 공야황을 막고 상황을 봐서 몸을 빼내겠다.”
“오빠…….”
소영령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하지만 그녀를 설득시키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공야황의 가공할 기운이 용추폭을 뒤덮은 채 밀려드는 것이다.
“기껏 도망간 것이 여기더냐?!”
좌소천이 다급히 도유관에게 소리쳤다.
“도 호법, 그대들은 영령을 밖으로 데려가시오. 나가거든 즉시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영풍산장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좌소천은 등에 업힌 소영령을 황급히 도유관에게 건네주었다.
“소천 오빠…….”
“주군, 저희도…….”
소영령과 도유관이 동시에 좌소천을 불렀다. 그러다 곧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회색빛 어둠이 붉게 출렁인다.
전신을 짓누르며 밀려오는 가공할 기운!
맙소사! 이건 자신들이 어찌할 수 있는 기운이 아니다.
그때 좌소천의 다급한 목소리가 빠르게 고막을 울렸다.
“천외천가가 깨어나기 전에 어서 가시오! 그대들이 가야 내가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소. 영령, 무슨 말인지 알지?”
도유관은 그제야 상황이 생각보다 더 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외천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좌소천을 잡아둘 수는 없다. 문제는 자신들과 소영령이다.
“알겠습니다, 주군. 소저, 실례하겠습니다.”
소영령의 기다란 속눈썹이 잘게 떨렸다.
도유관의 등에 업히면서도 그녀의 눈은 좌소천을 떠나지 않았다.
자신이 혁련호운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좌소천이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은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자신이 좌소천에게 도움 줄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으니까. 혁련호운처럼.
‘그래요, 오빠. 갈게요! 가서 기다릴게요! 꼭 돌아오셔야 돼요!’
도유관은 소영령을 업자마자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그 뒤를 능야산과 백룡이 뒤따랐다.
네 사람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홀가분해진 좌소천은 무진도를 빼 들고는 전 공력을 끌어올린 채 전면을 바라보았다.
천평암을 뭉개 버릴 것 같던 가공할 기운이 좌소천의 기운과 부딪치며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칠 장 높이에서 떨어지던 용추폭이 공야황의 기운에 사방으로 흩어진다.
자욱이 피어나는 물보라!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서는 공야황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경악과 분노와 곤혹감이 가득한 눈빛.
좌소천의 강함은 그로 하여금 소영령에 대한 욕망조차 뒤로 미루게 했다.
“네놈은 대체 누구더냐?”
좌소천은 무진도를 옆으로 늘어뜨린 채 담담히 말했다.
시간을 끌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면 도유관 등이 소영령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귀하가 천해의 주인, 공야황이오?”
“그렇다. 본좌가 바로 공야황이니라.”
“나는 천소라 하오.”
좌소천이 장난하듯이 과거에 썼던 가명을 말해주었다.
“천소?”
공야황의 눈이 찌푸려졌다.
“참으로 대단하구나.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자가 본좌를 이리도 놀라게 하다니.”
“귀하도 대단하오. 아마 오제 구마 육기라 해도 귀하 앞에선 이름을 자랑할 수 없을 거요.”
공야황의 눈빛이 묘하게 번뜩였다.
“후후후후, 그딴 놈들은 결코 본좌의 적수가 아니다.”
“내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소.”
“본좌는 지금껏 천하에 적수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나…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구나.”
“세상에는 뜻밖으로 강한 사람이 많소. 아마 나 외에도 그대의 적수가 될 사람이 몇 더 있을 거요.”
“흥! 과연 그럴까?”
“물론이오. 순우연만 해도 충분히 그대의 적수가 될 테니까 말이오.”
공야황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인정할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아마 그대가 순우연의 모든 것을 알게 되면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오.”
좌소천은 자신이 순우연을 잘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공야황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래도 그는 나의 적수가 될 수 없다. 그는 나의 하인일 뿐이니까.”
“글쎄, 그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 거라 보시오?”
생각보다 공야황이 더 깊숙이 끌려온다.
지금쯤 도유관 등은 천외천가의 건물이 밀집한 곳에 도착했을 터. 좌소천은 보다 더 담담한 말투로 공야황을 대화의 함정에 끌어들였다.
“듣자니 순우연이 비밀리에 키우는 고수들이 엄청나다고 하더이다. 천해에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소?”
“물론이지. 후후후, 그는 결코 우리의 눈을 속일 수 없다.”
“그럼 사령이라는 괴물에 대해서도 알고 있겠구려.”
“사령?”
“모르오? 약물로 만든 괴물인데 말이오. 그들 말고도 알려지지 않은 초절정의 고수들이 상당히 많다고 하던데… 천앙동이라는 곳에 말이오.”
공야황이 차갑게 굳은 눈으로 좌소천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알고 있다. 저번에 봤지.”
“그들이 사사와 십암을 견제하면 천해도 천외천가를 마음대로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오.”
“그건 네가 걱정할 것이 아니다. 너는 네 목숨부터 걱정해야 할 것이야.”
공야황이 더 길게 말할 것 없다는 듯 혈천마마공을 더욱 강하게 끌어올렸다.
하지만 좌소천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그의 말에 태연히 대꾸했다.
몇 마디 하는 시간이면 도유관 등이 건물 하나를 무사히 지나칠 수 있을 것이었다.
“하긴 내가 천해와 천외천가의 동상이몽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하나…….”
좌소천이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말꼬리를 길게 끌자, 공야황의 전신에서 퍼져 나오던 혈천마마공이 슬며시 잦아들었다.
‘뭘 모르는 건가, 아니면 자신감인가?’
좌소천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천해와 천외천가가 밖으로 나가서 싸우면, 세상이 그만큼 더 피로 물들 것이 아니겠소? 나는 그것이 걱정될 뿐이오.”
“후후후,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순우연은 나의 하인일 뿐이다. 주인은 하인과 싸우지 않는 법이다. 다만 잘못을 저지른 하인을 벌 줄 뿐. 본좌는 천하를 차지한 후 그의 잘잘못을 따질 것이다.”
“천하를 아시오? 돌아다녀 봤소? 천하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소. 그것을 모르는 한 당신은 절대 천하를 차지할 수 없소.”
지금까지와 달리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다.
공야홍의 차갑게 가라앉은 눈에서 분노의 혈광이 흘러나왔다.
“건방진 놈이……!”
그때였다. 용추폭 너머에서 두 줄기 기운이 빠르게 밀려들었다.
절대의 기운, 은사와 광사의 기운이다.
‘금룡, 적룡, 청룡……. 끝내……!’
그들이 달려온다는 것은 삼룡이 무너졌다는 뜻.
좌소천은 이를 악다물었다.
“해주! 아직 놈을 잡지 못했습니까?”
곧이어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은사와 광사가 천평암을 향해 날아들었다.
공야황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찰나! 좌소천이 늘어뜨리고 있던 무진도를 들어 올리며 전력을 다해 허공을 내리그었다.
연이어 펼쳐지는 절공참과 벽뢰참광!
콰아아아아아!
대경한 공야황이 혈천마마장을 휘둘렀다.
일순간 핏빛 붉은 장벽이 어둠을 감쌌다.
우르르릉!
쭉 뻗어나가는 묵빛 번개에 붉은 장벽이 쩌적 갈라지고, 천평암 일대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공야황은 튕겨지듯 이 장을 물러서고, 은사와 광사는 폭풍에 휘말린 것처럼 다시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 틈을 이용해서 좌소천도 뒤로 신형을 날렸다.
좌소천이 혼자인 것을 본 은사와 광사가 급히 물었다.
“해주, 신녀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천외천가는 왜 조용한 것입니까?”
공야황은 그제야 자신이 좌소천의 계책에 휘말려 쓸데없는 시간을 보냈다는 걸 알고 대노해 소리쳤다.
“이놈! 내 반드시 네놈을 갈아 마시고 말 것이니라!”
그의 목소리가 천선곡을 뒤흔들며 메아리치는 사이, 좌소천은 뒤돌아보지 않고 전력을 다해서 계곡을 빠져나갔다.
자신과 공야황의 기운이 충돌하며 잠자던 천선곡을 깨웠다. 이제 곧 천외천가의 무사들이 벌 떼처럼 움직일 것이다.
별일만 없다면 지금쯤 도유관 등은 천선곡을 빠져나가고 있을 터. 이제 자신만 빠져나가면 되었다.
2
안개 사이로 비치는 희미한 달빛 아래 천선곡의 광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좌소천은 절벽에 붙어서 빠르게 움직였다.
수십 채의 건물에서 수백 명의 무사가 쏟아져 나왔다.
하나하나는 일초지적도 되지 않는 자들. 하지만 발이 묶이면 보다 더 강한 자들이 달려들 것이다. 그러면 뒤따라온 공야황과 천해의 고수들에게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
좌소천은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의 뜻대로 흐르지만은 않았다.
“웬 놈이냐!”
절벽 가에 세워진 건물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고함이 터져 나왔다.
좌소천은 개의치 않고 앞으로만 치달렸다.
“침입자로구나!”
앞쪽에서 노인의 칼칼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한 사람이 창문을 통해 나왔다.
번쩍!
순간 무진도가 묵광을 번뜩이며 허공을 횡으로 갈랐다.